지하로부터의 수기 외 - 도스또예프스끼 전집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이덕형.계동준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3월
평점 :
절판


도스토예프스키의 걸작들은 참으로 여러 출판사에서 만날 수 있었지만 언제나 같은 작품들만 소개되는 것이 불만이었는데 이번에 열린 책들에서 나온 전집은 그런 면에서 참 반가웠다.

이 책은 '죽음의 집의 기록'과 '지하로부터의 수기' 두 편이 함께 묶여 있다. '죽음의 집의 기록'은 도스토예프스키 자신의 시베리아 유형 생활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작품이다. 주인공의 10년 유형(실제로 작가는 4년을 보냈지만)생활의 기록을 통하여 인간과 자유, 귀족과 민중의 문제들을 날카로운 심리적 고찰과 함께 보여 준다.

상대적으로 적은 분량을 차지하는 '지하로부터의 수기'는 그러나 매우 흥미로운 작품이다. 앞의 작품의 유형수가 타의에 의해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있다면 이 작품의 주인공은 스스로에 의해 격리된 인물이다. 이 인물이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측은한 것은 현대인이 지닌 '존재론적 질환(르네 지라르의 용어를 빌리자면)'을 고스란히 체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매우 분열적인 질환으로 그는 타인들을 경멸하면서도 그들과 닮고 싶어하고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경멸당할 수밖에 없는 행동을 한다.

그리하여 그가 옛 학교 친구들의 송별회장을 찾아가 벌이는 행동들은 한 편의 비극적인 코미디가 되고 만다. 이 인상적인 해프닝에서 드러나는 것은 바로 우월감과 열등감의 기이한 혼합체로 나타나는 주인공의 비틀린 자아이다. 속물성의 탁월한 형상화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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