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신화와 별자리의 전설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56
장 피에르 베르데 지음 / 시공사 / 199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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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바라보는 일이 점점 적어지는 요즈음, 이 책은 내게 어릴적 꿈 중 하나였던 천문학자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일깨워 주었다. 신비로운 우주와 별들의 경외심을 불러 일으키는 사진들은 어린 나를 매혹시켰었고 별자리에 얽힌 신화들은 나를 꿈꾸게 했었다.

이 얇은 책은 하늘과 천체, 그리고 기상 현상들을 해석하는 옛 사람들의 생각에 대해 동서양을 아울러 정리해 놓았다. 태양과 달 등 우리 삶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천체에 대한 생각들로부터 갑자기 나타나 사람들을 두렵게 만드는 혜성에 이르기까지 지역별로 다르게 해석되는 여러 천문 현상들이 우리의 흥미를 자아낸다.

이 시리즈가 모두 그렇지만 이 책에서도 가장 눈을 끄는 것은 아름다운 도판들이다. 주제의 특성상 황도 12궁대와 밤하늘의 별자리들을 소개한 멋진 옛 판화들이 특히 많다. 그러나 도시에선 더이상 그 별자리들을 직접 찾아 볼 수 없다. 수많은 인공 불빛들이 별빛을 삼켜 버리는 지금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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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크의 꿈 : 1600-1750년 사이의 건축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104
프레데릭 다사스 지음 / 시공사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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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역사에서는 때때로 부정적인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 하나의 양식을 부르는 말로 굳어지는 일이 일어난다. 고딕(고트족의 형태처럼 야만스럽다는 의미에서)이 그렇고 이 책에서 다뤄지는 바로크, 뒤를 잇는 로코코 양식이 모두 그런 경우이다.

이 책은 150년에 걸친 서양 건축의 변천을 다루고 있다. 이 시기는 후기 르네상스-매너리즘 시대부터 로코코가 탄생할 즈음까지의 시대를 아우른다. 저자는 건축의 용도별(종교건축, 궁전, 사저 등)로, 그리고 유럽의 각 지역별로 어떠한 변화가 일어났는가를 살펴 보고 많은 예를 들어 바로크의 특징적 형태들을 고찰한다. 그리고 그런 고찰을 통해서 이 양식이 왜 어떤 사람들에게는 조롱거리가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 르네상스의 완전성에 비한다면 이 새로운 양식은 비틀리고 꼬여 있으며 불필요한 장식을 덕지덕지 붙인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도함, 연극성이야말로 이 시대의 예술을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

마지막 장의 바로크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서 우리는 하나의 사조를 명확히 정의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우며, 때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양상들을 하나의 틀로 묶기는 매우 어려우며 이전의 유산들과의 연속성 속에서 변주되는 양식의 변화를 알아차린다는 것이 언제나 가능하지는 않은 것이다.

도판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바로크 건축이 어떤 것이란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풍부한 자료들을 실어 놓았다. 그러나 건물의 이름에서 현지어와 프랑스어가 섞여 있는 것이 좀 거슬렸다(예를 들면 로마의 '산 조반니 인 라테라노'를 프랑스어 식으로 '생장드라트란'으로 표기한 경우 등.). 번역시에 좀 더 신경 써 주었으면 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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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전파 아트 라이브러리 12
팀 베린저 지음, 권행가 옮김 / 예경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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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상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림을 읽는다'는 표현은 더이상 낯설지 않다. 그러나 기존 도상학의 의미들에 어느 정도 익숙한 사람 에게도 책에서 이미지를 읽어 나가는 방식은 새롭고도 흥미로운 무언가를 줄 것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예술은 시대의 반영이지만 우리는 짧은 시대에 영국에서 일어난 한 예술 운동을 통하여 그 시대의 여러 문제들을 읽어나가는 흔치 않은 경험을 하게 된다. 거기에는 계급과 젠더,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과 환경의 문제, 종교적 논쟁 그리고 제국주의의 문제까지도 포함된다. 저자는 이런 여러 쟁점들이 그림 속에 어떻게 표현되어 있는지를 쉽고도 깊이 있게 해설해 준다. 거기에 그림의 맥락에서 소개되어 있는 화가들과 평론가들의 전기적 사실들도 우리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라파엘 전파의 화가들이 왜 자연에 그토록 큰 관심을 가지고 '자연에 충실'하려고 애썼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그것은 아마도 19세기, 산업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환경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기 때문이 아닐까? 빅토리아 시대의 문인들에게서도 느끼는 바이지만 환경이 파괴되어 가고 있다는 인식과 그로 인한 동시대인의 죄책감이 자연에 대한 예찬으로 나타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풍부한 색채를 자랑하는 그림들이 가득해 도판을 보는 즐거움도 컸지만 때때로 논의되는 세부를 잘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작게 들어간 삽화에서는 설명과 대조해 보기가 힘든 게 아쉬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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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야기
패트릭 넛갠스 지음, 윤길순 옮김, 김석만 감수 / 동녘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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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세계의 건축을 시대순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건축사'라고 부를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보통 미술사의 한 부문으로 다루어질 때의 건축사와는 조금 다른 면을 갖추고 있다. 그것은 미술사가가 아니라 건축가인 저자의 시각 때문일텐데, 통상 미술사 책에서 중요시하는 것이 '양식'의 문제라면 이 책에서는 양식에 덧붙여 건축 본래의 기능, 즉 인간이 들어가 사는 공간이라는 면에서의 발전에 대해서도 함께 언급하고 있다.

특히 겉모양을 기능의 측면에서 설명한 부분들이 인상적이었다. 기술적 한계가 양식을 결정하는 요인이 되고, 그것이 시대의 양식을 결정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이런 책들을 보는 큰 즐거움의 하나는 아름다운 도판들을 보는 일일텐데, 그런 면에서도 이 책은 만족스럽다. 페이지마다 두 세 개씩 들어 있는 사진들은 매우 훌륭하며 논의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그러나 구조적인 부분의 설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도면은 좀 부족하여 몇몇 기술적 설명들은 완전히 이해하기 힘들었다.

또 한가지 아쉬운 점은 동양의 건축을 소개하는 부분에서(물론 다른 많은 책들에서도 그렇지만) 중국, 일본의 건축만 소개되고 우리 나라의 건축은 거의 빠져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 문화를 알리는 데 소홀했다는 반증인 것 같아 좀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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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군 전쟁 : 성전 탈환의 시나리오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88
조르주 타트 지음 / 시공사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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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점에서 십자군 전쟁이 새삼스러운 것은 바로 현재까지 이어지는 아랍과 기독교 문명의 대립과 반목 때문이다. 한쪽에선 성지 회복이란 명분으로, 다른 쪽에선 침략자에 맞서는 성전으로 포장되어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킨 이 전쟁은 지금도 끝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중세의 세계사에 큰 영향을 미친 이 사건에 대해 알고 싶어 나와 있는 책들의 목록을 보았으나 몇 권 안되는 책들만이 눈에 뜨일 뿐이었다. 그래서 우선 사건 전체를 개관한다는 느낌으로 이 책을 골랐다. 그러나 분량이 분량이니만큼, 개설서로서 보기에도 이 책의 지면은 너무 좁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그 이유 중 하나는 이 전쟁의 한 측인 중동의 역사에 대한 나의 무지가 한 몫을 했겠으나 이 책의 설명만으로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기엔 역부족이었다.

물론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의 강점은 풍부한 시각자료이며 이 책도 예외는 아니다. 동시대의, 혹은 후대의 많은 그림들이 내용 이해를 돕고 있다. 또한 본문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전쟁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록과 증언' 부분이었다. 같은 사건을 어떻게 해석하는가 하는 면에서도 흥미로웠고 두 문명의 충돌 현장의 생생한 증언들 역시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큰 강점은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려는 노력이다. 헐리우드 영화들처럼 좋은 편과 나쁜 편으로 갈라 편파적으로 서술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한 주제이지만, 저자는 기독교와 이슬람 어느 쪽에도 무게를 두지 않고 균형 잡기를 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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