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세계의 건축을 시대순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건축사'라고 부를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보통 미술사의 한 부문으로 다루어질 때의 건축사와는 조금 다른 면을 갖추고 있다. 그것은 미술사가가 아니라 건축가인 저자의 시각 때문일텐데, 통상 미술사 책에서 중요시하는 것이 '양식'의 문제라면 이 책에서는 양식에 덧붙여 건축 본래의 기능, 즉 인간이 들어가 사는 공간이라는 면에서의 발전에 대해서도 함께 언급하고 있다.특히 겉모양을 기능의 측면에서 설명한 부분들이 인상적이었다. 기술적 한계가 양식을 결정하는 요인이 되고, 그것이 시대의 양식을 결정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이런 책들을 보는 큰 즐거움의 하나는 아름다운 도판들을 보는 일일텐데, 그런 면에서도 이 책은 만족스럽다. 페이지마다 두 세 개씩 들어 있는 사진들은 매우 훌륭하며 논의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그러나 구조적인 부분의 설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도면은 좀 부족하여 몇몇 기술적 설명들은 완전히 이해하기 힘들었다. 또 한가지 아쉬운 점은 동양의 건축을 소개하는 부분에서(물론 다른 많은 책들에서도 그렇지만) 중국, 일본의 건축만 소개되고 우리 나라의 건축은 거의 빠져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 문화를 알리는 데 소홀했다는 반증인 것 같아 좀 씁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