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10 -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10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실 이 시리즈를 계속 읽어 온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이 10권에서 이야기되는 내용이 별로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 전 권들에서도 저자는 필요할 때마다 로마가 어떤 식으로 사회 기간사업들을 벌여왔는가 하는 점을 재미있고도 상세하게 설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로마가 이룩한 것들이 그만큼 대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제국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은 그 제국의 존폐를 결정할 만큼 중요하다. 천 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그 거대한 재국을 유지할 수 있었던 힘이 무엇인지를 이 책을 통해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다. 커다란 제국들은 많았다. 그러나 어떤 제국도 로마만큼 오래 가지는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강성했던 로마가 왜 멸망했을까를 의아해하지만 실제로 역사를 살펴 보면 그만한 제국이 그토록 오래 제 기능을 발휘했다는 것에 오히려 의문을 품어야 마땅할 것이다.

책의 앞부분에서 시오노 나나미는 비슷한 시기에 동양과 서양에서 시작된 대사업, 만리장성과 로마 가도를 비교하고 있다. 둘 다 엄청난 노동력이 투입된 대사업이라는 것은 같지만 그 성격은 판이하게 다르다. 만리장성이 소통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것인 반면 로마 가도는 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이다. 로마는 그러한 가도를 제국의 동맥 삼아 제국 통치를 가능케 했다는 것을 저자는 역설하고 있다. 또한 일단 복속시킨 지역에는 바로 길을 뚫고 수도를 놓는 식으로 로마사회의 기준을 적용시켜 실제로도 제국의 일부가 되도록 했다.

그리고 그러한 사업들을 국가가 시민들을 위해서 마땅히 해야 할 '필요한 대사업'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이 더욱 놀랍다. 현대에 와서도 많은 사람들이 그런 정도의 인프라스트럭쳐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대제국을 유지할 수 있었던 진정한 힘이 무엇이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드리아누스의 회상록 - 프랑스 현대문학선 2 프랑스 현대문학선 2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지음 / 세계사 / 1995년 4월
평점 :
품절


제정 로마의 5현제 중 한 명인 황제 하드리아누스의 회상 형식으로 쓰여진 소설이다. 물론 책 말미에 저자가 밝히고 있듯이 여기 쓰여진 모든 것이 사실은 아니다. 그러나 유르스나르는 2세기에 서구 문명 세게를 지배한 제국의 황제가 그러했으리라싶게, 한 인간의 일대기를 매우 섬세하게 그리고 내면화시켜서 그리고 있다.

단문으로 이어지는 시적인 문장과 함축적인 내용으로 인해서 책장을 휙휙 넘길 수 있는 종류의 책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을 성 싶다. 역사이기 이전에 이 책은 회의에 가득한 인생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시대를 위해 충실하려고 노력한 인간의 일생을 보여주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전사이면서도 문학을 사랑하고 로마의 영원을 믿지 않으면서도 제국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한 황제, 어린 연인의 죽음에 깊이 슬퍼하는 모습들이 담담하게 그려져 있다.

이 책은 하드리아누스가 양손자인 훗날의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에게 주는 서간 형식을 띄고 있기도 하다. 이야기를 건네는 상대가 동시대인이고 인척이기 때문에 당연히 여기서 이야기되는 사건들은 독자가 알고 있다는 전제 하에 진행된다. 언급되는 인물들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로마 역사를 모른다면 상당히 혼란스러울 수도 있을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르마의 수도원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8
스탕달 지음, 원윤수.임미경 옮김 / 민음사 / 200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전소설의 매력은 역시 시간의 가혹함을 견딘 작품들 답게 일정 수준 이상의 질을 보장해 준다는 데 있다. 분명, 어느 한 부분 이상은 세대를 초월한 보편성과 재미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적과 흑>으로 잘 알려진 작가 스탕달의 이 작품은 일단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주인공의 다소 황당한 워털루 전쟁 참전기로 이뤄진 전반부와 클렐리아와의 아슬아슬한 사랑 이야기로 채워진 후반부 모두 독자의 흥미를 자아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스탕달의 천재성을 보여 주는 부분은 역시 다양한 인물 묘사와 그에 부여된 현실성이다. 그의 인물들은 전형성을 탈피해 있다. 선과 악으로 뚜렷하게 나뉘어진 전형적 인물들 대신 이 소설의 주요 인물들은 모두 나름대로 장점과 단점을 가진 입체적인 인물들로 그려지며 그것이 이 드라마틱한 이야기에 현실성을 가져다준다.물론 끝부분에 가서 마무리를 서둘러 한 듯한 느낌은 지울 수 없지만 그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는 분명 독자에게 만족을 줄 만 한 무엇인가를 갖추고 있다.개인적으로는 프랑스인들이 이탈리아 인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느낌을 파악하는 것도 무척 흥미로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양화 읽는 법 사계절 Art Library 2
조용진 지음 / 사계절 / 199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의 그림들이야 특별한 이야기나 의미를 담고 있지 않는 것이 보통이므로 그림을 '읽어야' 한다는 말은 좀 생소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불과 1, 200년 전의 그림들만 하더라도 그림 안에는 의미가 있었으며 그런 의미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도 약속되어 있었다. 그러한 의미의 체계를 연구하는 학문을 '도상학'이라고 부른다.이 책은 도상학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에게 좋은 입문서가 되어 주리라 보인다. 일단 내용이 어렵지 않아 쉽게 읽을 수 있으며 우리가 익히 아는 그림들의 의미를 알아 가는 재미가 있다. 서양화의 각 사물들이 나타내는 의미 중 가장 의외의 것은 꽃을 그린 정물화일 것이다. 우리는 흔히 그런 그림들을 꽃의 아름다움을 보여 주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인생의 허무를 의미하는 것이라니, 이래서 사람은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서양 문화의 원류가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이니만큼, 그림의 의미를 알기 위해서도 그리스 로마 신화와 성서에 대한 지식은 필수적이다. 이 책에서는 그러한 텍스트들의 내용이 어떻게 형상화되는지를 배울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니아 나라 이야기 세트 - 전7권 나니아 나라 이야기 (네버랜드 스토리 북스)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폴린 베인즈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릴 적 우리 집에는 미닫이로 여는 옷장이 있었다. 그 안에는 이불이 들어 있었고 이불 위로는 공간이 있어서 그 당시의 나처럼 어린 아이는 충분히 들어갈 수 있었다. 문을 닫으면 깜깜한 그 옷장 안이 무섭기도 했지만 난 거기서 노는 걸 즐거워했던 것 같다. 마치 나만의 세계를 찾은 것처럼. 아이들이란 어디서나 비슷한 것인지 이 책을 쓴 C.S. 루이스 역시 옷장 안에서 스스로의 세계를 찾은 것 같다. 이 이야기는 옷장 문처럼 신비한 통로를 통해서 '다른 세계'로 뛰어들게 된 소년 소녀들의 모험담이며 그 다른 세계-나니아-의 생성과 멸망에 이르는 서사시이기도 하다.

일곱 권은 각각 독립된 이야기로 읽어도 좋고 순서에 구애받지 않고 읽어도 별 상관은 없을 듯 하다. 그러나 일단 이 세계의 매력에 빠진 사람이라면 다 읽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나만 해도 몇 년 전 <은의자> 한 권만 읽었으나 언제고 이 시리즈를 다 읽어야겠다는 다짐을 했고 마침내 7편의 흥미로운 모험 이야기를 다 읽게 되었으니 말이다.
'마법사의 조카' 디고리가 반지의 힘으로 발견한 세계 나니아는 아름답고 유쾌하며 이상하지만 낯설지 않은 곳이다. 이 세계의 신적인 존재인 사자 아슬란이 만들어낸 세계는 그러나 디고리와 함께 흘러들어온 마녀 때문에 시작부터 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세계가 된다. 그리하여 이 소설은 모험 소설이면서도 악과 구원의 문제라는 상당히 종교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도덕적 설교나 해대는 고리타분한 책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저자 루이스는 그러한 종교적 주제를 지나치지 않을 만큼, 그리고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끼워 넣는 놀라운 솜씨를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 세계의 멸망을 다루는 아마게돈적인 마지막 권 조차도 전혀 어두운 분위기가 아니다. 위기는 있을지언정 파국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으며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든 현세의 제약으로부터 벗어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진짜'세계-아슬란의 피안을 매혹적으로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풍부한 알레고리들을 포함하고 있는 이 소설은 어른들이 읽어도 흥미로우며 초등학교 3, 4학년 정도의 어린이라면 충분히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어른들에게는 우리가 사는 사회와 어쩌면 우리 자신의 모습과도 닮은 어른들을 조소하는 저자의 블랙 유머를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이 있고 어린이들은 마음껏 모험을 펼칠 수 있는 아름다운 나라로의 여행이라는 공상에 듬뿍 잠길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그러면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이 갖고 있는 장점 중 하나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지혜 2005-01-24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요, 이거 왜 갑자기 돈이 오른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