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니아 나라 이야기 세트 - 전7권 나니아 나라 이야기 (네버랜드 스토리 북스)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폴린 베인즈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릴 적 우리 집에는 미닫이로 여는 옷장이 있었다. 그 안에는 이불이 들어 있었고 이불 위로는 공간이 있어서 그 당시의 나처럼 어린 아이는 충분히 들어갈 수 있었다. 문을 닫으면 깜깜한 그 옷장 안이 무섭기도 했지만 난 거기서 노는 걸 즐거워했던 것 같다. 마치 나만의 세계를 찾은 것처럼. 아이들이란 어디서나 비슷한 것인지 이 책을 쓴 C.S. 루이스 역시 옷장 안에서 스스로의 세계를 찾은 것 같다. 이 이야기는 옷장 문처럼 신비한 통로를 통해서 '다른 세계'로 뛰어들게 된 소년 소녀들의 모험담이며 그 다른 세계-나니아-의 생성과 멸망에 이르는 서사시이기도 하다.

일곱 권은 각각 독립된 이야기로 읽어도 좋고 순서에 구애받지 않고 읽어도 별 상관은 없을 듯 하다. 그러나 일단 이 세계의 매력에 빠진 사람이라면 다 읽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나만 해도 몇 년 전 <은의자> 한 권만 읽었으나 언제고 이 시리즈를 다 읽어야겠다는 다짐을 했고 마침내 7편의 흥미로운 모험 이야기를 다 읽게 되었으니 말이다.
'마법사의 조카' 디고리가 반지의 힘으로 발견한 세계 나니아는 아름답고 유쾌하며 이상하지만 낯설지 않은 곳이다. 이 세계의 신적인 존재인 사자 아슬란이 만들어낸 세계는 그러나 디고리와 함께 흘러들어온 마녀 때문에 시작부터 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세계가 된다. 그리하여 이 소설은 모험 소설이면서도 악과 구원의 문제라는 상당히 종교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도덕적 설교나 해대는 고리타분한 책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저자 루이스는 그러한 종교적 주제를 지나치지 않을 만큼, 그리고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끼워 넣는 놀라운 솜씨를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 세계의 멸망을 다루는 아마게돈적인 마지막 권 조차도 전혀 어두운 분위기가 아니다. 위기는 있을지언정 파국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으며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든 현세의 제약으로부터 벗어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진짜'세계-아슬란의 피안을 매혹적으로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풍부한 알레고리들을 포함하고 있는 이 소설은 어른들이 읽어도 흥미로우며 초등학교 3, 4학년 정도의 어린이라면 충분히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어른들에게는 우리가 사는 사회와 어쩌면 우리 자신의 모습과도 닮은 어른들을 조소하는 저자의 블랙 유머를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이 있고 어린이들은 마음껏 모험을 펼칠 수 있는 아름다운 나라로의 여행이라는 공상에 듬뿍 잠길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그러면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이 갖고 있는 장점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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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혜 2005-01-24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요, 이거 왜 갑자기 돈이 오른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