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시리즈를 계속 읽어 온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이 10권에서 이야기되는 내용이 별로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 전 권들에서도 저자는 필요할 때마다 로마가 어떤 식으로 사회 기간사업들을 벌여왔는가 하는 점을 재미있고도 상세하게 설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로마가 이룩한 것들이 그만큼 대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제국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은 그 제국의 존폐를 결정할 만큼 중요하다. 천 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그 거대한 재국을 유지할 수 있었던 힘이 무엇인지를 이 책을 통해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다. 커다란 제국들은 많았다. 그러나 어떤 제국도 로마만큼 오래 가지는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강성했던 로마가 왜 멸망했을까를 의아해하지만 실제로 역사를 살펴 보면 그만한 제국이 그토록 오래 제 기능을 발휘했다는 것에 오히려 의문을 품어야 마땅할 것이다. 책의 앞부분에서 시오노 나나미는 비슷한 시기에 동양과 서양에서 시작된 대사업, 만리장성과 로마 가도를 비교하고 있다. 둘 다 엄청난 노동력이 투입된 대사업이라는 것은 같지만 그 성격은 판이하게 다르다. 만리장성이 소통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것인 반면 로마 가도는 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이다. 로마는 그러한 가도를 제국의 동맥 삼아 제국 통치를 가능케 했다는 것을 저자는 역설하고 있다. 또한 일단 복속시킨 지역에는 바로 길을 뚫고 수도를 놓는 식으로 로마사회의 기준을 적용시켜 실제로도 제국의 일부가 되도록 했다. 그리고 그러한 사업들을 국가가 시민들을 위해서 마땅히 해야 할 '필요한 대사업'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이 더욱 놀랍다. 현대에 와서도 많은 사람들이 그런 정도의 인프라스트럭쳐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대제국을 유지할 수 있었던 진정한 힘이 무엇이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