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러시아 인형 ㅣ 대산세계문학총서 15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지음, 안영옥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1월
평점 :
품절
내가 비오이 까사레스의 이름을 처음 본 것은 보르헤스의 소설들을 통해서였다. 사실과 허구를 교묘히 섞어낸 이야기들을 좋아하는 이 작가는 동료들의 실명을 자주 자신의 이야기 속에 등장시켰고-까사레스의 부인 실비나 오캄포도 등장한다- 더우기 까사레스는 같이 작업을 하기도 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이 작가의 작품을 국내에선 찾아 볼 수 없었는데, 마침 최근에 이 작품집이 나온 것을 보고 별 주저 없이 선택했다.
'마술적 사실주의'라는 용어와 함께 남미의 작가들은 우리에게 친숙해졌다. 비오이 까사레스의 작품들 역시 그런 표현이 어울리지만 가르시아 마르께스와도, 또 보르헤스와도 다른 자신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이 작품집을 통해 느껴졌다. 그것은 어떤 신화적 공간이 아닌 우리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면서도 어느 순간 그 모든 것을 낯설게 만드는 작가의 솜씨에 의해 얻어지는 환상성이다.
표제작 '러시아 인형'은 불운과 행운의 아이러니에 관한 작품이고 '로취에서의 만남'은 예기치 않은 신의 현현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리들의 여행(일기)'는 남녀간 의식구조 차이에 의한 오해들을 유머러스하게 다루고 있다. '물 아래에서'는 생물학적 SF같은 작품으로 결말을 예상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흥미롭다.
축구팬으로서, '우리들의 여행'에 나오는 축구장 에피소드를 특히 즐겁게 읽었는데, 그 부분의 번역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주인공이 파리 생 제르맹 팀과 '라임스'팀과의 경기를 보러 갔다고 하는 부분인데, 내가 아는 유럽 팀 중 '라임스'란 팀은 없다(물론 생 제르맹은 실재하는 클럽이다). 무대가 프랑스이므로 르 샹피오나 팀일 텐데... 그렇게 유추하다 보니 이것은 아마 'Reims', 즉 랑스 팀을 잘못 읽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소한 부분이지만 나같은 축구팬을 위해 개정판에선 고쳐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