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유목제국사
르네 그루쎄 / 사계절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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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꽤나 오래되었었다. 그런데도 얼른 이 책에 손이 가지 못한 것은 800쪽 가까운 두께가 주는 중압감 때문이었던 것 같다. 어디 왔다갔다 하면서 읽기엔 너무 두꺼운 하드커버 제본이 부담스러웠던 것도 같고... 그러나 일단 읽기 시작하자 예상보다는 빨리 읽을 수 있었다. 어쩌면 유목제국의 역사라는 것이 끊임 없는 약탈과 침략, 그리고 민족의 흥망성쇠라는 드라마틱한 요소들을 풍부히 갖추고 있기 때문인 듯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우리 역사에도 등장하는, 그래서 낯설지 않은 여러 민족들을 만나게 된다. 여진, 거란, 몽골족 등등. 그러나 그들의 이름만 익숙할 뿐, 실제로 그 민족들이 어떤 존재들이었던가에 대해서는 전혀 무지하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닫게 되었다. 역사의 한 페이지에 등장하는 그들은 야만적 오랑캐이자 변방에 출몰하여 우리 조상을 괴롭히는 존재들일 따름이었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그들 나름의 역사가 있으며 이 책은 바로 그런 민족들이 유럽과 아시아라는 거대한 대륙의 초원을 어떻게 지배하였으며 그들과 정주민과의 관계는 어떠한 것이었던가에 대한 흥미로운 역사서이다.

중후반 대부분을 차지하는 칭기즈칸 일족의 역사를 읽을 때에는 가계도를 그려 두며 읽는 것이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에 가계도가 없다는 사실이 좀 아쉬웠다. 하지만 역자들이 번역으로 그치지 않고 충실한 역주들을 통하여 이 책이 쓰여질 당시와 현재의 연구결과 사이의 간극을 가능한 한 메꾸려고 노력했다는 점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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