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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아일랜드 - 역사와 문학 속의 아일랜드
박지향 지음 / 새물결 / 2002년 6월
평점 :
절판
내게 있어서 아일랜드라는 나라는 그저 IRA와 영국 간의 폭력 사태, 그리고 때때로 할리우드 영화에 등장하는 아일랜드계 갱들에 의해 간간이 들려오는 이름일 뿐이었다. 이 분쟁의 역사를 겪어 온 섬나라에 대해 보다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축구였다. 2002년 월드컵 예선에서 이 나라는 네덜란드, 포르투갈이 속해 있는 죽음의 조에서 살아남아 극동까지 오게 되었고, 16강의 성적을 거뒀다. 그 과정에서 보여준 선수들의 투지는 놀랄만한 것이었다. 이 녹색 옷의 전사들에게 받은 강렬한 인상으로 인해 아일랜드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래서 집어든 것이 이 책이었다.
그러나 책을 다 읽은 감상을 먼저 말하자면 내가 원한 만큼을 충족시켜주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우선적으로 아일랜드 역사에 정통하지 못한 만큼 나는 이 나라의 역사에 대한 보다 자세한 서술을 원했지만 이 책의 내용은 아일랜드와 잉글랜드의 관계를 영국계 아일랜드인들의 경계적 위치를 통해 고찰하는 것으로 채워져 있다. 물론 아일랜드 민족주의를 둘러싼 같은 아일랜드인들 사이의 미묘한 입장 차이 등의 서술은 충분히 흥미로웠다. 잉글랜드와 아일랜드, 우리로서는 차이를 말하기 힘든 두 나라간의 감정, 차이점 등의 설명 역시 그랬고 말이다. 문제는 와일드, 쇼, 예이츠가 서술의 중심이 되는 2부가 너무 동어반복이 많다는 점이다. 1부에서도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이 영국계 아일랜드 작가들의 이야기가 2부에서는 전적으로 그리고 반복되어 이야기된다.
물론 이 작가들이 영국에도, 아일랜드에도 속하지 못하는 일종의 경계에 선 존재로서 아일랜드의 문제를 잘 드러내준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많은 지면이 이 세 작가의 이야기에 할애되었으며 아일랜드의 현재를 만든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 보기에는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