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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돌 1 - 제1부 뉴턴의 대포 ㅣ 환상문학전집 9
그레고리 키스 지음, 송경아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사실 전혀 사전 지식 없이 읽었다. 벤저민 크랭클린과 루이 14세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도입부는 꽤 흥미로웠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다지 좋은 작품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쉽게 읽히고 스토리를 따라가는 재미가 아주 없다고는 하지 못하겠지만 무언가가 부족한 느낌이다. 어쩌면 시리즈의 첫 편이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만일 다음 권을 읽겠느냐고 묻는다면 긍정적인 대답은 하지 않을 것 같다.
이 책은 계몽주의 사상의 영향으로 이성의 시대를 여는 때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면서 그 제목을 '비이성의 시대(원제)'로 붙임으로써 소설의 분위기를 암시한다. 그리하여 여기 나오는 인물들은 화학보다는 연금술에 더 가까우며 우리가 가짜 과학이라고 부른 이론들에 따라 작동되는 세계에 살고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일종의 대량살상 무기인 '뉴턴의 대포'인데, 이 무기의 등장으로 이 '비이성의 세계'라는 제목의 의미는 또다른 지평을 얻는다. 즉, 과학이 대량학살무기의 제조에 쓰이는 현대 사회에 대한 풍자이다.
이 뉴턴의 대포는 핵무기를 연상시키며 그것이 가져오는 파장 또한 그러하다. 소설은 비밀무기를 개발하는 프랑스와 영국, 그리고 그 틈에 끼어든 미국 소년 프랭클린의 얘기로 진행되는데, 여러 장소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동시에 진행시키는 소설들이 흔히 그렇듯이 잦은 장면전환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작가는 마치 일일연속극처럼, 한 사건의 클라이맥스에서 장면을 끝내고는 하는데, 분명 이것은 소설을 계속 읽어나가게 하는 데 효과가 있는 기법이긴 하지만 나로선 좀 짜증스러웠고 어려운 내용이 아님에도 상당히 혼란스럽게 만드는 원인이었다고 생각된다. 또한 세 명 이상의 인물이 등장하는 대화에선 말하는 게 누구인지 모호한 경우가 꽤 되었다.
환상문학 전집의 다른 책들, 호프만이나 월폴의 작품들을 반가운 마음으로 읽었던 나로서는 이런 소설보다는 고전 작품들이 더 많이 번역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