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받는 몸의 역사
자크 르 고프 외 엮음, 장석훈 옮김 / 지호 / 2000년 11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언뜻 보면 의학 역사서 같지만 전적으로 그러한 내용은 아니다. 목차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역사적으로 인간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질병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해 의학이 어떠한 경로로 발전해 왔는가, 그리고 질병과 몸을 대하는 태도들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가를 모두 다루고 있다. 각기 다른 저자들이 한 장씩을 맡아서 서술하고 있는 형식은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이러한 형식의 장점은 마치 단편소설 읽듯이 부담없이 한 장씩 읽을 수 있다는 것이고(호흡이 짧은 독자라면 선호하는 형식일지도...) 단점은 한 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우리는 전염병에 속수 무책으로 사람들이 쓰러져가고, 열악한 치료 환경을 감내할 수 밖에 없는 시기를 거쳐, 점차 물질적 풍요와 안정된 생활로 그러한 질병들이 하나씩 정복되어가는 것을 본다. 향상된 위생수준과 양호한 영양 섭취가 일등공신임은 말 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오늘날 우리가 질병으로부터 안전한가 하면 결코 그렇지 못하다. 한때 질병을 막는 데 큰 역할을 한 영양섭취는 이제 영양과잉의 시대를 맞아 새로운 질병들을 불러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사혈과 관장'을 만병통치로 알고 있던 옛 의사들을 비웃듯이, 무절제한 생활로 우리 몸을 망치는 현대인들이 이후 어떻게 비춰질지는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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