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시닌) 흥미로운 사실은, 앞으로 무엇을 높고 귀하게 여기게 될지, 무엇을 한심하고 우습게 여기게 될지, 지금 우리로서는 전혀 알 길이 없다는 겁니다. 코페르니쿠스나 콜럼버스의 발견은 처음에는 쓸데없고 우스꽝스럽게 여겨졌고 괴팍한 사람이 쓴 시시한 글은 마치 진리인 양 대접받지 않았나요? 지금 우리가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이 생활도 시간이 지나면 이상하고, 불편하고, 한심하고, 어쩌면 불결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죄악에 물든 삶이라 여겨질지모릅니다....... - P106
베르시닌) 무슨 문제가 좋을까………. 꿈을 꿔보는 건 어떨까요. 이를테면 우리가 죽고 2백 년이나 3백 년 뒤에 사람들은 어떻게 살지..…………
투젠바흐)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우리가 죽은 뒤 사람들은 기구를 타고 날아다닐 겁니다. 양복 모양도 달라지겠죠. 어쩌면 오감을 넘어서는 이른바 여섯째 감각을 일깨워 발달시킬지도 모르죠. 그렇지만 인생은 다를 바 없을 겁니다. 고단하고, 알 수 없는 일들이 가득하고, 때로 행복하기도한 인생. 1천년 후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아, 인생은고달파>하며 한숨을 내쉴 겁니다. 그러면서 지금과 마찬가지로 죽음을 두려워하고 죽지 않으려 하겠죠.
베르시닌) (잠시 생각한 뒤) 어떻게 말해 볼 수 있을까요? 지상의 모든 것은 점차 변해야 한다고 봅니다. 실제로 바뀌어 가는 모습을 우리가 보고 있지 않나요. 2백 년, 3백 년,아니 1천년 뒤, 이런 기간은 문제가 아니고요. 새롭고 행복한 인생이 다가올 겁니다. 물론 우리는 그런 인생을 살수 없겠죠. 그럼에도 그런 인생을 위해 지금 일하며 살고, 아,또 , 고생도 합니다. 그런 인생을 창조해 가고 있는 겁니다. 이게 바로 우리가 사는 목적이고, 우리 행복도 거기에 있겠죠. - P136
올가) (두 동생을 껴안는다) 저렇게 밝고 씩씩하게 울리는 음악 소리를 들으면 살고 싶어져! 오, 하느님! 세월이 흐르고 우리가 세상을 떠나면, 우리는 잊힐 거야. 우리의 얼굴도목소리도, 우리가 세 자매였다는 것도 잊힐 거야. 하지만 우리의 시련은 우리 뒤에 살아갈 사람들에게 기쁨으로 바뀌어 지상에 행복과 평화가 찾아올 거야. 그러면 우리 후손들은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을 좋은 말로 기억하며 고마워할 거야. 오, 사랑하는 내 동생들, 우리의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살아가야 해! 음악이 저렇게 밝고 즐겁게 울려 퍼지는 걸 즐으니, 이제 조금만 지나면 우리가 왜 사는지, 왜 고통스러운지 알 수 있을 것 같아.........., 그걸 알 수만 있다면, 알 수만 있다면! -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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