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의 판단을 들은 이누카이는 어느 정도 동의했지만일말의 불안을 떨칠 수 없었다.
자진해서 불구덩이로 뛰어들려는 사람은 분명 적을 것이다. 그러나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상식 밖의 행동을 보이는것 또한 사람이다. 그리고 사람은 욕심이 얽히면 대개 상식을 포기하기 마련이다.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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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가정의 근거조차 갖추지 못했기에 이누카이는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실행범 외에 범행을 유발한 장본인은 짐작이 간다. 닳고 닳은 통설지만 이번만큼 그것을 통감한 적은 없었다.

범인 중 하나는 틀림없이 ‘가난‘ 이었다. -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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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07 옮긴이의 글

1860년대의 과학적 토대에서 1960년대의 파리를 상상하고 쓴 소설을 2020년대에 서율에서 읽는다.

저자의 미래와 우리의 과거가, 상상 세계와 실제 세계가 ,하구와 리얼리티가 기억과 정보를 바탕으로 교차되고 결합된다.

[12장 여자에 대한 캥소나의 견해]
..
"그러니까 여자란 이미 사라진 종족이라는 당신의 원래 견해를 철회할 수 없다는 거군." 미셸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이봐, 미셸. 19세기의 위대한 모럴리스트들은 이런 재난 상황을 예견했어. 그걸 알고 있던 발자크는 스탕달에 게 보내는 유명한 편지에다, 
‘여자는 열정이고 남자는 행동이다. 남자가 여자를 숭배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라고 썼지. 
그런데 오늘날에는 여자와 남자 둘 다 행동이야.
프랑스에는 더 이상 여자가 없어."
- P200

"캥소나, 당신은 그러니까 결혼에 반대한다는 거지?"

"난 그저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어. 가정이 붕괴되고,
가족 구성원 각각의 이해관계가 서로를 흩어지게 하고 무슨 수를 써서든 부자가 되어야 한다는 요구 때문에 다정한 감정이 죽어버리는 이 시대에 결혼 같은 건 불필요하다고 말이야. 

지난 시대 작가들에 따르면 당시의 결혼은 전혀 다른 것이었던 듯해. 옛 사전을 뒤적여보면 가정이니 본가니 집이니 거처니 인생의 동반자니 하는 말들이 툭툭 튀어나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어. 
하지만 이런 표현은 이제 그 의미와 더불어 사라진지 오래야. 이제 사람들은 더 이상 그런 걸 필요로 하지 않아. 과거에는 ‘부부‘이 단어 역시 의미를 잃고 말았지가 친밀하게 생활을 공유했어. 다들, 여자의 충고는 대단한 게 아니지만, 미치지 않고서는 무시할 수 없다는 산초‘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고! 당시 사람들은 그런 말을 귀담아들었어.

 하지만 이제 얼마나 달라졌는지 봐. 오늘날에는 남편이 아내와 떨어져 살아. 모임에 참석해 거기서 점심을먹고 일을 하고 거기서 저녁을 먹고 거기서 즐기고 거기서 잠을 자. 아내는 아내 나름대로 일을 하고, 두 사람이 길에서 부딪치면 마치 남인 것처럼 인사를 나눈다고. 남편은 이따금 아내를 방문해, 월요일이나 수요일에 들르는 거지. 아내는 때때로 저녁 식사에 남편을 초대하고, 드물게는 저녁을 함께 보내. 

요컨대 오늘날 부부들은 거의만나지도 보지도 대화하지도 마음을 터놓지도 않아. 그저 자식을 낳아야 하기 때문에 서로를 필요로 하는 것뿐이지!"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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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파리의 도로 개관]
...
대낮처럼 환한 대로의 가로등 불빛, 아스팔트 도로 위를 조용히 달려가는 수많은 자동차, 눈부신 불빛이 쏟아져 나오는 궁전처럼 호화로운 상점, 광장처럼 널찍한 길,
평원처럼 드넓은 광장, 2만 명의 여행객이 안락하게 묵을수 있는 대형 호텔, 초경량 고가교, 길게 이어진 멋진 아케이드, 거리와 거리를 가로질러 이어주는 다리, 환상적인 속도로 대기를 가르며 달리는 멋진 열차, 이 모든 것을 우리 조상이 보았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너무나도 놀란 나머지 믿기지 않아 자기 살을 꼬집어 보았으리라.  하지만 1960년대의 사람들은 이런 놀라운것들에 더 이상 감탄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것들을 당연한 듯 이용하면서 과거보다 더 행복해졌다고 느끼지 않는 듯했다. 사람들의 바쁜 듯한 태도, 서두르는 몸짓, 미국인들 같은 성급함을 보면, ‘자본의 악마‘가 휴식도 감사도 허락하지 않고 그들을 끊임없이 앞으로 떠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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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그리고
인생의 흐름

우주의 모든 것은 흐른다.
물을 움켜쥔다고 해서 잡을 수는 없다.
하지만 움켜쥔 손에 힘을 빼면 물의 흐름을 경험할 수 있다.
나이를 먹으면 알게 된다.
모든 삶의 경험이 모두 이 흐름과 관련이 깊다는 것을. - P91

언제나
추락이 먼저다

살면서 내가 이룬 모든 진전에는, 그에 앞서 항상 ‘추락‘이 있었다. 비단 나뿐 아니다.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눠보니, 중요한 변화 이전에 추락이 먼저 일어난다는 것은 거의 보편적으로적용되는 일종의 법칙이었다.
추락은 당황스러운 사건임에는 분명하다. 알코올 중독, 우울증, 심각한 사고와 부상, 사업 실패, 파산,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등등은 우리 삶에서 언제든 일어나는 추락이다.
추락이 발생하면 우리는 절망이 아니라 오히려 희망을 가져야 한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추락은 한 걸음 더 나가는 진전의 전조이니까 말이다.

바닥에 이른 것을 두려워할 이유가 전혀 없다. 오히려 감사하라. 놀랄 준비를 해야 한다. 추락이 예상치 못하는 순간에 찾아오듯, 비약적인 성장의 순간 또한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
우리가 할 일은 예상치 못한 성장이라는 손님을 맞이할 준비다.
준비된 학생이 되면 실제로 스승이 나타난다.
내가 만난 모든 인생 현자들의 조언을 종합해보면, 추락이 성장보다 먼저 이루어지고, 그 결과 바닥으로 떨어지는 순간, 이기적인 삶에서 목적 있는 삶으로 방향을 바꾸는 변화에 필요한 에너지가 생긴다. - P92

로프트를
사랑하라

한계 없는 삶이란 무엇인가?
한계를 뚫고 나가면 무엇이 존재하는가?
우리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한계를 뛰어넘으라‘는 조언을 들어왔다. 하지만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해선 아무런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 ‘나 자신을 이겨야 한다‘는 메시지는 너무나 잘 알지•만, 왜 나를 이겨야 하는지에 대해선 별로 생각해본 적 없다.
전 세계를 순례하며 마침내 자신의 삶에 대한 많은 지혜를 얻은 사람이 있다. 그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진정한 여행자는 꼭대기를 오르는 사람입니다. 로프트를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볼 수 있는 모든 것을 보고 나면, 화가나 음악가처럼 영감에 찬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생겨납니다. 창의적인 삶을 살고 싶으면 사다리의 맨 위로 올라가야합니다.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것은 바로 이런 의미입니다. 창의적인 사람이 타인이 보지 못한 것을 보는 게 아닙니다. 타인이 보지 못한 것을 보고 나면 누구든 창의적인 예술가가 될 수 있는 겁니다. 이 미묘한 차이를 알면 인생이 달라집니다."
한계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니 언제나 끝까지 가야 한다.
언제나 높은 곳을 오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때, 당신은 비로소 한계를 넘어가고 있는 중이다. - P58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한다

인생은 마법 같고 불가사의한 1나노초 사이에 우리가 비존재에서 존재로 옮겨지면서 출발했다. 이 찰나의 시간 사이에 우리가 살이라고 부르는 여정에 필요한 모든 것이 처리되었다. 눈에보이지 않는 힘이 가동을 시작해 우리의 신체적인 특징을 채웠다. 궁극적인 신장, 체형, 눈, 피부, 머리색, 언젠가 나타날 주름죽음까지 모든 것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질서정연하게 결정되었다.
그러니 삶에서 우리가 할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생생하게 깨닫는 것이다.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일어나지 않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 진리의 질서가 모순되거나 부정된 적은 한 번도 없다.
무언가를 더 일찍 깨닫기 위해 노력할 이유도 없고, 늦게 깨달았다고 해서 후회할 필요도 없다.
우리가 미리 알면 좋은 것은 오직 이것뿐이다.
‘모든 것은 순차적으로 일어났다가 사라질 뿐이라는것.‘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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