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307 옮긴이의 글

1860년대의 과학적 토대에서 1960년대의 파리를 상상하고 쓴 소설을 2020년대에 서율에서 읽는다.

저자의 미래와 우리의 과거가, 상상 세계와 실제 세계가 ,하구와 리얼리티가 기억과 정보를 바탕으로 교차되고 결합된다.

[12장 여자에 대한 캥소나의 견해]
..
"그러니까 여자란 이미 사라진 종족이라는 당신의 원래 견해를 철회할 수 없다는 거군." 미셸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이봐, 미셸. 19세기의 위대한 모럴리스트들은 이런 재난 상황을 예견했어. 그걸 알고 있던 발자크는 스탕달에 게 보내는 유명한 편지에다, 
‘여자는 열정이고 남자는 행동이다. 남자가 여자를 숭배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라고 썼지. 
그런데 오늘날에는 여자와 남자 둘 다 행동이야.
프랑스에는 더 이상 여자가 없어."
- P200

"캥소나, 당신은 그러니까 결혼에 반대한다는 거지?"

"난 그저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어. 가정이 붕괴되고,
가족 구성원 각각의 이해관계가 서로를 흩어지게 하고 무슨 수를 써서든 부자가 되어야 한다는 요구 때문에 다정한 감정이 죽어버리는 이 시대에 결혼 같은 건 불필요하다고 말이야. 

지난 시대 작가들에 따르면 당시의 결혼은 전혀 다른 것이었던 듯해. 옛 사전을 뒤적여보면 가정이니 본가니 집이니 거처니 인생의 동반자니 하는 말들이 툭툭 튀어나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어. 
하지만 이런 표현은 이제 그 의미와 더불어 사라진지 오래야. 이제 사람들은 더 이상 그런 걸 필요로 하지 않아. 과거에는 ‘부부‘이 단어 역시 의미를 잃고 말았지가 친밀하게 생활을 공유했어. 다들, 여자의 충고는 대단한 게 아니지만, 미치지 않고서는 무시할 수 없다는 산초‘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고! 당시 사람들은 그런 말을 귀담아들었어.

 하지만 이제 얼마나 달라졌는지 봐. 오늘날에는 남편이 아내와 떨어져 살아. 모임에 참석해 거기서 점심을먹고 일을 하고 거기서 저녁을 먹고 거기서 즐기고 거기서 잠을 자. 아내는 아내 나름대로 일을 하고, 두 사람이 길에서 부딪치면 마치 남인 것처럼 인사를 나눈다고. 남편은 이따금 아내를 방문해, 월요일이나 수요일에 들르는 거지. 아내는 때때로 저녁 식사에 남편을 초대하고, 드물게는 저녁을 함께 보내. 

요컨대 오늘날 부부들은 거의만나지도 보지도 대화하지도 마음을 터놓지도 않아. 그저 자식을 낳아야 하기 때문에 서로를 필요로 하는 것뿐이지!"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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