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열린다.
독서는 싦을 향한 통로를, 삶이 지나는 통로를, 출생과 더 불어 생겨나는 느닷없는 빛을 더 넓게 확장한다.
독서는 자연을 발견하고, 탐색하고, 희끄무레한 대기에서 경험이 솟아오르게 한다. 마치 우리가 태어나듯이. - P13
fur(도둑)
‘세 글자로 불리는 사람‘, 이것이 도둑을 칭할 때 로마인들이 에둘러 사용했던 표현이다. 라틴어로 도둑이라는 명사는fur였다. 그런데 고대 로마인들은 자신이 언급하는 행위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려는 의도가 있는 한 감히 노골적으로 그 단어를 입에 올리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고대 이탈리아 숲에서 멧돼지와 맞서 싸우며 살았고, 늑대들의 도움을 받았으며 심지어 암늑대들의 온정으로 최초의 두 왕이 생존했으므로 높은 하늘에서 맹금들이 말없이 자신들의 운명을지배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지극히 미신을 믿는 나라를 세웠기 때문이다.
오직 고대 신부들만이 왕정시대에, 즉 숲의 시기에, 다시 말해 늑대와 멧돼지들이 출몰하고 맹금들이 선회하는 숲으로 뒤덮인 일곱 구릉시대에 의례적인 속담으로 그 단어를 말하곤 했다. "사고, 죽음, 행복, 사랑, 욕망, 꿈, 황홀경, 이런 것들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밤의 도둑처럼 솟아오른다."
Sicut fur in nocte(밤의 도둑처럼).
왜냐하면 시간의 왕국들에서는, 다름 아닌 죽음만이 옛날에 유일한 왕이었기 때문이다.
죽음은 여전히 왕으로 남았다.
죽음은 세월의 왕이다.
사람들의 거처로 찾아와 ‘furfurtif(은밀한 도둑)‘처럼 세상에서 노획물을 거둬들이고, 한밤중에 별장, 오두막, 궁전, 저택, 대성당, 교회, 지성소로 침입하는 Rex saeculorum (세월의 왕)이다.
나중에 신부들은 진짜 도둑에게 당할까 두려운 나머지 속담을 없애버렸다.
혹시라도 재물을 훔치는 자를 가리키는 단어를 계속 입에올리면 자신의 재물을 빼앗기게 될까봐 전전긍긍했기 때문이다. - P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