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에는 치러야 할 값이 있는 거죠. 저애가 머지않아 그걸 깨달았으면 싶네요." - P93

"저들이 행복해하는 걸 봐라." 그가 웃음기 없이 말했다. "물가로 가는 어리석은 짐승 무리 같구나. 우리 모두는 저렇다. 무지 때문에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편협한 존재들이다. 저들이 뭣 때문에 흥분하는지아니?" - P174

"산 위에서는 빛이 초록색이었어요."그가 말했다. 

"내가 상상한 적이 없는 빛이었어요. 그리고 공기는 깨끗이 씻긴 것 같았어요. 아침에햇빛이 눈 덮인 봉우리를 비추면 영원처럼 느껴졌어요. 결코 변하지않을 순간처럼 말이죠. 늦은 오후가 되면 물가에서 목소리가 하늘을향해 높이 올라가요. 우리는 어느 날 저녁 산을 올라가다가 폭포 옆에서 멈췄어요. 아름다웠어요.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어요. 나는 그렇게아름다운 것을 본 적이 없어요. 거기서는 신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었어요. 그런데 한 남자가 오더니 우리를 쫓아내려고 했어요. 밤낮으로사방이 무슨 소리로 진동하고 윙윙거리고 흔들렸어요. 어느 날 오후호수 가까이에서 물수리 두 마리가 고무나무 가지에 조용히 앉아 있는것을 보았어요. 그런데 갑자기 두 마리가 고개를 뒤로 젖히고 부리를벌리고 하늘을 향해 힘차게 두세 번 소리를 지르더니 날개를 파닥이고몸을 팽팽하게 피더군요. 잠시 후 희미한 응답이 호수 건너에서 돌아왔어요. 몇 분이 지나자 흰 깃털 하나가 수컷 수리의 몸에서 빠져 적막속에서 천천히 땅으로 떨어졌어요."
-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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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마라, 세상은 모순적이란다 난장판이야. 유령,나치, 성자,그 모두가 동시대에 살아 숨쉬지. 어느 한 곳에는 더없는 행복이 있는가 하면 바로 그 옆에는 지옥이 도사리고 있어. 이렇게 엉망진창인 곳은 다시없을 게다." - P8

증오심이란 어쩌면 민감한 영혼의 매끄러운유리에 남겨진 지문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냥 내버려두어도 저절로 없어지는 손자국 같은 것. 지브릴? 흥! 잊어버렸다. 더는 존재하지도않는다. 

봐라 적대감을 벗어던지면 자유로워진다.
- P175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일은용서하지 말아야 한다. 
구멍의 크기만으로는 내면의 상처를 가능할 수 없는법이다. - P205

악이란 우리가 흔히 믿고 싶어하는 것처럼 우리의 내면에 깊이깊이 감춰진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사실 우리는아주 자연스럽게 악에 빠져든다고, 다시 말해서 악은 우리의 본성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라고. 그리고 살라딘 참차가 지브릴 파리슈타를 파멸시키기로 작정한 것도 결국 그러기가 너무 쉬웠기 때문이라고 악의 진정한 매력은 사람이 유혹을 느낄 정도로 악의 길로 접어들기가 그만큼쉽다는 점이라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중에는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도 덧붙이도록 하자.) -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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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사라지자 그토록 오랫동안 향기로웠던 이름에서 악취가 나기 시작했는데, 일주일 후 핌플 빌리모리아의 퇴장보다 훨씬 더 비극적인 퇴장 사건이 일어나며 냄새가 더욱 지독해졌다. 

지브릴은 이제 스크린을 떠나 세상으로내려온 셈인데, 영화와 달리 현실에서는 남들도 냄새를 알아차리기 마련이다. - P30

그녀의 도발적인 한마디, 

삶을 바꾸지 못한다면 생명을 되찾은들 무슨 소용인가요, 그 말에 넋을 빼앗기고 말았지. - P56

다시 태어나려면 우선 죽어야 한다.
p.137
......

아니, 죽음이 아니다: 탄생이다.
p.141 - P137

새로움은 어떻게 세상에 등장하는가? 어떻게 태어나는가?
어떤 융합, 변환, 결합을 통해 이루어지는가?
새로움이란 극단적이고 위험한 것인데 그후 어떻게 살아남는가?
거인부와 파괴의 천사와 단두대를 피하려면 어떤 절충, 어떤 타협이필요하고 또 자신의 어떤 은밀한 본성을 스스로 배반해야 하는가?
탄생이란 항상 추락인가?
천사에게 날개가 있을까? 인간도 날 수 있을까? - P22

삶은 산 자들을 손상시킨다. 아무도 본래의 모습을 지키지 못한다.

지금의 우리는 우리가 아니다. - P107

빌랄, 너의 고통은 우리의고통이기도 하다. 

그러나 권력의 집에서 자란 사람은 그곳의 언행에물들기 마련, 네가 억압받은 까닭은 피부색 때문이건만 바로 그 피부를 통하여 못된 것들이 스며든다. 
권력이라는 습관, 그 성격, 그 태도, 남들을 대하는 자세, 빌랄, 그것은 가까이 있는 사람을 모두 감염시키는 질병이니라. 권력을 가진 자들이 남을 짓밟을 때 그들의 발바닥을 통해서도 질병 옮겨지느니라. - P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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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변의 미래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 간에 한 가지 확신하고 있는 일이 있다. 여전히 나라는 존재는 지금까지 줄곧 미래를 결정해 왔고, 앞으로도 줄곧 결정할 과정의 일부라는 점이다.

내게 그보다 큰 자유는 없다.

그보다 큰 책임도.

- The Hundred-Light-Year Diary 중 - P71

행복이 없는 인생은 견딜 수 없지만, 행복 그 자체는 목표가 되지 못한다.
나는 행복의 이유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또 그런 선택에 만족해할 수도 있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자력으로 만들어 낸 나의 새로윤 자아가 어떤 감정을 느끼든 간에, 나의 모든 선택이 잘못되었을 가능성은 상존한다.

- Reasons to be Cheerful 중에서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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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부수는 도끼여야 한다‘는 카프카의 명제에 『숨그네』보다더 부합하는 작품이 있을까"라고 안드레아 쾰러는 말했다. 누군가가프리쿨리치의 이마에 도끼를 꽂았듯, 작가는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에 도끼를 내리친다. 다행히 『숨그네』는 독자의 공감을 통해 그 얼음이 깨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분노 속에서도 희망을 갖게한다.

- 해설 중 - P343

많은 사람이 사라졌가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내 눈앞에서 쓰러진 경우가 아니면 죽은 사람으로 치지 않았다. 나는 그들이 지금 어디 있는지 묻지 않으려고 애썼다. 나보다 빨리 사라져간 사람들에 대한 시각적인 기억이 많을수록 두려움도 커졌다. 두려움은 시간이 흐를수록 커지다가 무심의 경지에 이른다. 그러지 않고서야 죽은 사람을 발견하자마자 어떻게 그리 민첩하게 행동할 수 있겠는가. 죽은 사람을 보면 팔다리가 굳기 전에, 다른 사람들이 가져가기 전에 서둘러옷을 벗겨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오기 전에 그가 아껴둔 빵을 베개에서 꺼내야 한다. 그렇게 말끔히 정리하는 것이 우리가 애도하는 방식이다. 막사에 들것이 도착하면 수용소 간부들이 시체만 가져갈 수 있게 다른 것은 없어야 한다.


죽은 사람과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가 아니라면 전리품만 보인다.
시체를 그런 식으로 처리하는 것은 악의적인 행동이 아니다. 입장이바뀐다면 죽은 사람도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다. 그리고 누구든 기꺼이 받아들였을 것이다. 수용소는 실용적인 세계다. 수치심과 두려움은 사치다. 흔들림 없이, 어설픈 만족감으로 시체를 처리한다. 남의불행을 기뻐하는 감정과는 다르다. 죽은 사람 앞에서 부끄러움이 줄어들수록 삶에 더 악착같이 매달리게 되는 듯하다. 그만큼 착각은 더심해진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다른 수용소로 간 거라고 혼잣말을중얼거린다. 사실은 효력이 없다. 사람들은 그 반대를 믿는다. 빵 법정처럼 시체 처리도 현재만을 안다. 하지만 난폭하지 않다. 공정하고순하게 진행된다.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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