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명록




달아이 2003-09-07  

안녕하세요, 후배님 ^^
이런 일도 다 있군요. 후배를 이렇게도 만나게 되는군요.
그렇잖아도 서재에서 부산분들을 많이 만나
부산에 인재가 많긴 많은 모양이다 하고 있었는데,
편집장님이 학교 후배라니...
괜히 친한척 하고 싶어지는 거 있죠.
앞으로 친한척(?) 하면 선배대접은 필요없고, 흔쾌히 받아주세요.
 
 
starla 2003-09-17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네에~ 제가 글 날리고선 잊고 있었는데, 반갑습니다.
참 추석에 부산 다녀왔는데 하필 태풍 매미 때문에 ㅠ.ㅠ 죽는 줄 알았답니다..
피해 없으신지..
 


starla 2003-09-04  

[starla] 추리소설을 읽는 이유 -이어서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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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을 전혀 안 해봤을 거라고 지레짐작하지는 말라. 시간날 때면 열심히 연마도 해보았다. 한 줄 한 줄이 추리의 맥이요 실타래라는 생각으로 눈에 기합을 넣고 읽어봤다. 등장인물의 이름을 종이에 쓰고 연관관계를 실선과 점선과 동그라미로 표시했다. 각자 주고받는 범행동기를 옆에 썼다. 범행시각과 관련된 알리바이와 범행트릭과 관련된 실행가능도를 메모했다. 하긴, 그러다보면 읽는 속도가 너무나 꾸물꾸물해지기 때문에 약 150페이지를 지나는 시점에서 통상 포기하곤 했다. 나로서도 범인이 궁금하니까 얼른 뒤를 읽어야지 않겠는가?

몇 번의 시도 끝에 속 편하게 포기하기로 했다. 달리 생각하면 나의 탁월한 망각력은 추리소설 독자로서 축복받은 능력일지도 모른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데, 범인이 너무 잘 맞춰지고, 다시 읽으면 첫 장을 넘기자마자 머릿속에 떠오른다면, 얼마나 불행할까? 그러면 아이리쉬처럼 순문학(이런 표현 별로지만)으로도 읽음직한 작가의 책 말고는 다시 펴기 어렵지 않겠는가. 제발 범인을 다 알고도 다시 읽는 것이 즐거우며, 범인을 쉽게 찍어내었을 때야말로 탐정과 진정한 머리싸움을 겨루는 기분이라고 댓글을 달지는 말아달라. (이미 그대를 충분히 부러워하고 있다.)

그러니, 이 글을 읽을 지 안 읽을 지 모를 나의 '무슨 책이든-펴는 즉시-이상하게도-범인의 기색을 느끼며-그것이 대체로 들어맞는다는-누가 수학 전공 아니랄까봐-이상한 부분에서 민감한-그러나 친애하는-친구' refugee여, 추리소설 산 돈 아깝다고 알라딘에 물어달라고 하지 마라.

추리소설은 늙어서나 읽는 거 아니냐고 <독서일기> 5권에서 밝히신 장정일님, 쓰고 보니 굉장히 주제와는 거리가 먼 인용이었습니다만, 저 같은 사람에게는 추리소설은 세상에서 제일 극렬한 두뇌활동임을 알아주십시오. 젊어서 많이 굴려야 치매가 예방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역시나 주제와는 굉장히 거리가 먼 발언입니다만, 저는 당신이 속으로는 너무나 추리소설을 사랑하여, 영광스럽게도 노년에 읽을 부류로 예비해둔 것이라 철썩같이 믿고 있습니다.)

오늘도 한국에 출판되는 모든 추리소설을 섭렵하리라는 꿈으로 책을 읽는 추리소설 독자 여러분, 감히 마지막으로 한 마디 남기겠습니다.

저는 기억력도 이 모양이고 추리소설을 읽는 이유도 이 모양입니다만, 다른 분들은 (놀랍게도) 보통 그렇지 않(은 것이 지극히 정상이)더라고 합니다. 그러니 알라딘에 추리소설 마이리뷰를 써 주실 때는 다함께 스포일러는 자제합시다.
 
 
도넛 2003-09-05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옆자리에 앉은 저는 하루에도 열두 번씩 편집장님을 부러워하기도 하지만, 이제까지 중에서 가장 부러웠던 일 중 하나가 편집장님이 '저는 추리소설을 두 번째 읽을 때도 범인이 누군지 몰라요'라고 울부짖었을(!!) 때. 독자로서 그보다 더 큰 축복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돌이켜보니 저또한 '범인을 초반에 알아 재미없다'라는 류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 것 같은데.. 그럼에도 틈날 때 마다 추리소설을 읽으려하는 나는 대체 무슨 까닭을 가지고 있는가,라는 생각이 문득 드는군요. (문장 꼬임. 무슨 말인지 아시리라 믿음. 그보다도 왜 혼자 야근하고 그러세요, 미안시럽슴. 요즘 상태 안 좋으신 것 같슴다. 아, 눈도 찢지 마세요 ㅜ.ㅜ)

도넛 2003-09-05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쓰고보니 진짜로 상태가 안 좋은 사람은 나인 것 같은 생각이 ;;; 용서하시압!

starla 2003-09-05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

starla 2003-09-05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고 제 친구 refugee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1. 범인은 언제나 가장 가까운 사람이다.
2. 미궁에 빠진 사건에 대한 알리바이를 무조건 무시하고, 범행을 저질렀을 때 가장 자연스러운 사람이 범인이다.
3. 정말 확인되지 않은 알리바이는 다시 확인하라. 온갖 것이 다 트릭이다.

역시! 멋져! 라고 생각을. 친구가 수줍음이 대단히 많은 관계로 (으엑) 제가 옮깁니다만, 역시 뭔가들이 다들 있긴 있는 모양이군요. 똑똑하단 말야 -_-;;

卓秀珍 탁수진 2003-09-16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decca 2003-09-19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서재를 찾은 인사를 댓글로 대신하렵니다. 저같은 경우 엄청나게 익숙한 작가라면 범인부터 확인하고 보는 일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 추리소설의 구조를 확인하려는 시도이지만서도.
범인을 알고 보면 작가랑 대화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아하, 당신 여기서 이렇게 속이려고 했군요.' 이런 식으로 말이죠. 그래서 추리소설은 모르고 한번, 알고 한번 읽으면 딱 좋은 듯 합니다.
 


starla 2003-09-04  

[starla] 추리소설을 읽는 이유
이번엔 야근 중 업무가 안되어 소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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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말했다. "난 고전 추리소설을 잡으면 말이지, 백이면 백 초반에 범인을 점찍을 수 있다. 그리고 전부 다 맞아(!!!). 시시해."

장정일이 썼다. "추리소설을 읽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 아주 늙어서 도저히 읽을 게 없을 때 소일거리로 읽는다면 모를까." (워딩은 정확하지 않으니 따지지 말 것)

나는 말한다. "좋겠수다... ㅠ.ㅠ"

난 좀 멍청한 게 틀림없다. 추리소설의 광(狂)이라고 자처하면서도 독서 초반에 범인을 맞춰본 적은 결단코(;;) 한 번도 없다. 정말 한 번도 없다.

하드보일드류는 범인의 윤곽이 사회적으로 정해져 있기 쉬우므로 그만큼 범인을 맞추기도 쉽다. 정의롭지 못한 자가 범인이다. 혹은 억압받는 자가 범인이다. 그러니까 하드보일드지. 그런데도... 나는 맞추질 못한다.

범행과 추적이 동시에 진행되는 소설들도 범인을 맞추기 쉽기는 마찬가지다. 썩 좋은 예는 아니지만 헤닝 만켈의 소설들 같은 것이 그럴 수 있다. (자료조사 필요함) 그런데도 나는 정말로 맞추질 못한다.

내가 추리소설을 읽는 이유는 한 마디로 말해 바로 그것이다. 전/혀/ 범인을 짐작조차 하지 못하니까 얼마나 흥미진진하겠는가? 마치 책을 처음 읽는 아이와 같다.

책을 처음 읽는 아이는 스토리의 고정화된 전개방식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하므로, 책장 한 장을 넘길 때마다 가슴이 뛴다. 익숙한 독자라면 익숙한 타이밍에 반전이라거나 멎음, 회상, 페이드 아웃 등등의 분위기를 '이미' 기대할 대목에서, 책을 처음 읽는 아이는 어쩔 줄 모를 정도로 놀라버리는 것이다. 빠져나가지 못할 정도로 사로잡힌다.

추리소설을 읽을 때 나는 그렇다. 이 글을 쓰면서 다시 생각해봐도 한심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이제껏 내가 읽은 추리소설이 물경 수백권(그래봤자 2,3백권인가)은 될진대, 어찌하여 나는 서당개 삼년 풍월 어쩌구도 잊고 이토록 탐정으로부터 배운 것이 없단 말인가!

심지어는 읽은 책을 다시 읽어도 범인을 모른다. 한번 읽었다는 것까지는 안다. 스토리도 안다. 분위기는 더 잘 안다. 물론, 피해자도 알고 소품도 알고 트릭도 알고. 범인은 모르쇠. 읽은 책을 다시 읽으면서 "아 그 때도 범인이 놀라운 사람이었어, 이번에도 잘 모르겠다!!!" 이렇게 외치는 독자를 상상해보았는가? 그러면서 심지어 두근두근하기까지 하다니.

그런고로 무궁무진하게 많은 이유로 뭇 독자들이 추리소설을 찬미할 때에도, 나는 그저 조용히 구석에 찌그러져, 범인을 맞추지 못하는 독자로서의 원초적인 기쁨을 홀로이 누리며 읽는 것이다.
 
 
digitalwave 2003-09-05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리가 너무 좋으면 두번 세번 뒤집어 생각하다가 범인을 헛짚지요. 꼭 별거 아닌 건 복선처럼 보이고, 정작 중요한 건 놓치고... 아아. 저도 어릴 적 애거서 크리스티한테 무지하게 당했죠. 한번만 이라도!!! 맞추고 싶다는 그 어릴 적 열망이 생각나 버렸습니다.
 


starla 2003-09-03  

[starla] 상상의 서재에 이미 보관된 책들에 바침
* 일이 하도 안되어 잠시 업무중 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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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너무 비싸서 살 수 없던 때가 있다. 대학시절, 게을러 빠져서 남들 다 하는 아르바이트도 하지 않았던 나는 늘 용돈이 궁했다. 용돈은 궁해도 갖고 싶은 건 많았다.

기숙사에 들어있었기 때문에 세간살이가 필요한 건 아니었다. 화장도 안 했으니 몸치장에 돈이 드는 것도 아니었다. 오로지 갖고 싶은 것은 책 뿐이었던 시절이다.

그렇다고 무진장 자주, 많이 책을 샀던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학교 도서관에 있는 책들로만도 충분하고도 남았다. 하루키도, 이윤기도, 카잔차키스도, 도스토예프스키도, 모두 도서관의 먼지나는 서가 사이에 서서 읽었다.

그러나 어느 학교도서관이나 그렇듯, '새' 소설에 관해서는 도서관이 도와줄 바가 없었다. 문예계간지의 연재에는 한국작가의 소설 밖에 없어서 계간지만 내리 반나절을 뒤적이고 난 오후엔 마치 한쪽 바퀴로 고속도로를 달리는 고물차가 된 기분이었다.

그러면 그 때는 비로소 학교서점에 갈 시간이다. 대체로 한산한 캠퍼스의 기분좋은 공기를 마시면서 서점에 당도한다. 그리고 읽어내린다. 서가에 꽂힌 책들의 제목을. 간혹 수줍고 간혹 도도하고 간혹 요염하게 서가에 꽂힌 자태들의 면면을 본다. 손짓해 부르는 책도 있고 조용히 쏘아보는 책도 있다. 때로는 아무 말도 안 해주는 책에 눈길이 붙잡힌다.

한 시간여를 서가 앞에서 서성이다가 마침내 한 권을 고를 때의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선택에는 책값이 싸서, 라는 이유가 흔했다(어처구니없는가?). 두꺼우니까, 도 흔했다.

단 한 권을 계산대에 올리고 돌아서면 최종심에서 탈락한 책들이 뒤통수를 노려보는 것 같았다. 서너번의 서점회람에서 번번이 탈락하고 만 어떤 책은 다시는 내가 사서는 안될 것 같았다. "그렇게 나를 무시한 주제에"라고 책이 말할 것 같았다.

늘상 마지막 순간에 선택되지 못한 책들이 아직도 뇌리에 선하다.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어제>, 페터 회의 <눈에 대한 스밀라의 감각>, 헨리 밀러의 <북회귀선>... 이들 대신에 선택된 작가들은 아직도 '잘 나가'는 데 말이다. 폴 오스터도, 줄리안 반즈도, 알랭 드 보통도.

선택하지 못한 책들을 생각하면 어떻게 빌어도 다시는 용서받지 못할 것 같은, 울적한 마음이 되고 만다. 하지만 돈이 없어서 그랬던 것을 난들 어찌할까. 이미 수십번 넘게 그 제목 앞에 서성인 끝에 내 맘대로 소설의 스토리까지 짐작해버린 저 책들은, 어쩌면 좋을까.

상상의 서재에는, 아니 혹은 지금의 이 '나의 서재'에는 남들 모르게 그런 책도 슬쩍 가져다 둘 수 있겠다. 책 한 권 사는 것이 한 주 최고의 도락이었던 그 시절의 나를 증거하는 '구입되지 않은 책들'에게 용서를.
 
 
卓秀珍 탁수진 2003-09-17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져요 멋져@. @

starla 2003-09-04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그래도 zooey님의 서재 어디에선가 <어제>를 보고 생각나서 쓴 글이지요. 다들 이렇게 맨날 사려다가 못 사서 이제 거의 읽은거나 진배없는 책들, 있으시지요? ^^

zooey 2003-09-04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소장함이군요. 그런 책들이 참 많죠. 근데 영화가 더 많은 것 같아요. 하도 여기저기서 영화 줄거리 소개를 해주는데가 많아서. -_-; (예를 들어 난 '죽은 시인의 사회'나 '사랑과 영혼', '서편제'도 안 봤음;;)

panky 2003-09-03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편집장님. 글을 정말 잘쓰세요.

_ 2003-09-03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상이라하기에는, 개인 수필집에 실려 있는 하나의 깨끗한 수기같네요. 멋진 글이네요, 반하겠어요 ^^ (글에 말입니다. ^^;;)

zooey 2003-09-03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멋진 글이네요. 크리스토프의 <어제>는 제가 상반기에 읽은 소설 중 손꼽히는 책이었어요...
 


panky 2003-09-02  

명남 언니~
자기 소개가 너무 멋집니다.
마치, "나는 모르는 사람에게 자기소개를 하는 것을 가장 싫어하는 사람입니다"라고, 모모씨가 싸이월드의 미니홈피 자기 소개에 써놓은 글을 보게 되었을 때, 그 기분이에요.
으, 그치만 뭐 언젠간 좋은 날도 오겠죠!
점심 먹으러 추석 전에 가는게 좋을까요?(아, 이건 예린씨 서재에 가서 물어야 하나?) 추석 이후는 제 삶도 유동적.. ㅎㅎ
공부 많이 해서 좋은 글 쓰게 되면 일순위로 보여드리지요. 감상문 삼백자... 아시죠? ^^;
 
 
도넛 2003-09-03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누구는 ~언니고 누구는 ~씨란 말인가 -_-

starla 2003-09-03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니 -_- 아직 화분을 못 찾았음 오바.

panky 2003-09-03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헉~~~ 편집장님 미워~~ 낼 출근하시면 꼭 세리씨에게 물어봐주세요... 화초가 목말라 죽어가고 있어요... 징징징...

저기, 예린 언니. 예린 언니라고 부르는게 좋다는 건지, 씨가 더 좋다는 건지...-_-;; 명남 언니라 했다가 편집장님이라 했다가... ㅎㅎㅎ

panky 2003-09-02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오늘은 화분에 물 주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