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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한국 락, 짧았지만 화려했던 시간의 대표 밴드/앨범 모음. 단, 알라딘에는 없는 밴드/앨범이 너무 많으므로 있는 것만 대강 추린 반쪽짜리임을 유념할 것. 밴드는 있고 해당 앨범이 없을 때는 그 밴드의 앨범 중 아무 거나 넣고 코멘트로 대신했음. 밴드가 종적 없이 사라졌을 때는 개인의 앨범 중 아무거나 넣고 코멘트로 대신했음.(처절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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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집 - 깊은밤의 서정곡
블랙 홀 (Black Hole) 노래 / 케이엠뮤직 / 1995년 1월
11,000원 → 8,800원(20%할인) / 마일리지 90원(1% 적립)
2003년 09월 27일에 저장
품절
89년. '깊은 밤의 서정곡'의 엄청난 인기. 심지어 노래방에도 있다. 블랙 신드롬과 함께, 공연할 때 언제나 검정 옷만 입었던 밴드들의 대표격.
부활 1집 - 희야
부활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2003년 2월
13,000원 → 10,400원(20%할인) / 마일리지 110원(1% 적립)
2003년 09월 27일에 저장
품절
'희야'. 이승철을 메인스트림으로 올린 노래. 사실 부활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어쨌거나 그들의 인기는 실로 대단했다. 재발매. (80년대 트로이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부활-시나위-백두산의 기타리스트인 김대원, 신대철, 김도균은 D.O.A 이전까지 단 한 차례도 함께 공연/작업한 적이 없었다고. 80년대엔 혈기왕성한 젊은이었던 이들은 서로를 경쟁자로 생각하기도 했었다고 한다.)
Stranger
스트레인저 (Stranger) 노래 / 티엔터테인먼트/코너스톤 / 2002년 5월
12,500원 → 10,000원(20%할인) / 마일리지 100원(1% 적립)
2003년 09월 27일에 저장
품절
디오니서스와 마찬가지로 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밴드. 보컬은 디오니서스 해체 후 새 둥지를 튼 이승철(이시영). 디오니서스보다 좀 더 대중적인 바로크 메탈 정도 된다. 89년인가, 90년인가 발표되었었는데.
Legend Of Darkness
디오니서스 (Dionysus) 노래 / 티엔터테인먼트/코너스톤 / 2002년 5월
12,500원 → 10,000원(20%할인) / 마일리지 100원(1% 적립)
2003년 09월 27일에 저장
품절
89년 앨범. 일반적으로 음악적 완성도는 Excalibur(90) 쪽이 더 있다고 평가된다. 바로크 메탈과 헤비메탈의 결합으로 당시 국내에서 꽤 주목받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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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게는, 안 읽고 안 쓰면 학점을 받을 수 없었기에 학생 모두가 읽을 수밖에 없었던 책. "읽었던", 혹은 "다뤘던"은 훨씬 많으므로. 대개 현대소설의 맥락을 짚어주는 재미있는 작품들. 소설 300매 완성과 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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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두는 여자
샨 사 지음, 이상해 옮김 / 현대문학북스 / 2002년 7월
8,800원 → 7,920원(10%할인) / 마일리지 440원(5% 적립)
2003년 09월 08일에 저장
구판절판
다다를 수 없는 나라
크리스토프 바타이유 지음, 김화영 옮김 / 문학동네 / 1997년 1월
6,000원 → 5,400원(10%할인) / 마일리지 300원(5% 적립)
2003년 09월 08일에 저장
구판절판
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2월 26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03년 09월 08일에 저장

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2년 11월
14,500원 → 13,050원(10%할인) / 마일리지 720원(5% 적립)
2003년 09월 08일에 저장
구판절판
이 책은 당시 절판이어서 텍스트에서 제외되었던 듯.
내 눈이 멀어 버릴 것 같은 초반부가 좋다. 중반 이후는 긴장감이 떨어진다. 그래서 좋다는 사람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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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기억력이 거의 메멘토 수준입니다. 쓸데없는 일상은 완벽 재현하면서도 줄거리 이야기하라면 꼭 버벅여요. 그런 탓에, 읽은 줄 모르고 또 읽는 책이 부지기수입니다. 특히 단편집일 경우 아무데다 펼쳐들고 읽었다가 서너편을 다 읽은다음 "어디서 많이 본 이야긴데..."라고 생각하는게 아주 일상이죠. 그치만, 여기의 책들이 재미 없는 건 아니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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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의 생 (특별판)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2003년 08월 15일에 저장
품절
너무 좋다는 사람이 많은데 비해 제겐 감동이 덜했던 책입니다. 수업 시간에 교수님이 침이 마르도록 이 책 이야기를 하는데, 전 그때까지 제가 안읽은 책이라고 생각하고 반성 또 반성을 했더랬지요. 집에 오니 떡하고 책장에 꽂혀있고 메모까지...-_-
많은 별들이 한곳으로 흘러갔다- 우리 소설로의 초대 2 (양장본)
윤대녕 지음 / 생각의나무 / 2001년 10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2003년 08월 15일에 저장
절판
반양장본으로 구입한 책인데, 그만 다섯 번...;; 이나 읽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여기쯤 읽고 나면 아, 그 때 읽었지 그제서야 기억하고 덮고, 그런데 몇 달 후에는 그 사실을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또 들춰내어 읽다가 아차! ...이 자리를 빌어 윤대녕 작가에게 사과의 말을 전합니다. ㅠ_ㅠ
베니스에서 죽다
정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2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2월 26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03년 08월 15일에 저장

젊은 날의 초상
이문열 지음 / 민음사 / 2005년 11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2003년 08월 15일에 저장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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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돌아왔다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이우일 그림 / 창비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마이리뷰 잘 읽었습니다만, <동정없는...>과 <망하거나 죽지 않고...>가 소설이 아닌 이유를 제출하라는 과제를 김영하 씨께서 낸 적이 없어 글을 올립니다. 아마 <주례사 비평을 찾아서>란 책의 초판을 읽으신 모양인데요 이 때의 일에 대해선 김영하 씨가 이의를 제기하여 홍기돈 씨가 사과를 했고, 초판 이후에는 내용은 그대로 실렸되 주석을 달아 정정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그 다음 해의 강의를 들었습니다만, 당시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과제는 그 두 책을 분석하여 재구성하는 것이었습니다.(일종의 분석적 독후감에 가까웠습니다)

그에 대해 관련된 기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김영하씨 '주례사 비평...'에 정정요구

소설가 김영하(34ㆍ사진)씨가 최근 출간된 문학비평서 ‘주례사 비평을넘어서’(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발행)에서 자신에 관해 거론한 내용 중 사실과 다른 것이 있으니 잘못 발췌되거나 언급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사연을언론사에 보내왔다.

‘주례사…’는 상찬 일색의 문학비평을 비판한다는 기획으로 소장파 문인 9명이 엮은 메타 비평집이다.

평론가 홍기돈씨는 이 책에 실린 글 ‘비평의 유토피아, 총각 딱지 떼기의 후광으로 빛나는’에서 김영하씨에 관해 언급했다. 김씨가 명지대 문예창작과 강의에서 낸 과제에 관한 한 학생의 질문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라왔다는 것.

내용은 김씨가 “이지형 소설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와 박현욱 소설 ‘동정없는 세상’이 소설이 아닌 이유에 대해 써서 제출하라”는 내용의 과제를 냈다는 것이다.

홍씨의 글에 대해 김씨는 “내가 낸 과제는 ‘이지형과 박현욱의 소설을, 자신이 작가라면 어떻게 쓰겠는가, 라는 시각에서 해체적이고 비판적으로 검토하라’는 것이었다”면서 “이 내용이 어떻게 ‘소설이 아닌가’라는 질문으로 변했는지 놀랍다”고 말했다.

그는 “해체적이고 비판적으로 접근하라는 것은 하나의 소설을 정전화하기보다는 개개의 구성요소로 해체하고 그것을 재구성하는 지적인 훈련을 의미한다”면서 “강좌 제목이 ‘소설 창작’인 만큼 중편소설의 모범이 될수 있는 두 편을 선정해 작품을 써야 할 작가의 눈으로 새롭게 보라는 게그 과제의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더욱이 나는 문학동네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박현욱씨 소설의 예심위원이었다”면서 “박씨와 이씨의 소설은, 평자에 따라 논란의 여지는 있겠으나 대학교 학부생들의 창작 텍스트로 삼기에 부족함은 없다는 게 내생각”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저자인 홍기돈씨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과 다르다고 알렸고, 홍씨는 오해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재판(再版)부터는 주를 달아 사실 관계를 적어넣겠다고 약속했다.

김씨는 “문제가 되는 부분은 모두 빼고 새로 쓰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그럴 수 없다면 각주 등을 통해 전후를 밝히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동의했다”면서 “재능 있는 두 사람의 신인 작가가 사실도 아닌 선배의말에 상처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해명의 글을 보낸다”고 적었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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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뭐랄까 넌... 예의바르고 도덕적이고 곧아. 그런데 약간 엉뚱해. 넌 그 도덕적인 첫인상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줄거고 엉뚱함 때문에, 내가 옛날에 주창했던 3단 이론대로라면 이른바 최측근인 '1단계 친구'들에겐 사람 냄새 풀풀 나는 매력적인 애로 비칠거야. 재미없는 범생이 같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도 거기에 있을 거고. 음, 도덕성은, 이를테면 그런 부분에서 느껴져. 내가 만약 도끼로 사람을 찍어 죽였다고 해. 아마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은 너겠지만 너의 도덕성 때문에 좀 망설일거고, 그런데 엉뚱한 따스함 때문에 결국 너에게 갈거야. 넌 내게 사람을 죽일만한 이유가 있었다 신뢰하고 달래주고 숨겨주고 혹은 도피방법을 함께 모의하겠지. 그렇지만 하루 이틀 지나면 내게 자수를 권할 거야, 그게 너야. 음, 어쩌면 지금의 넌, 그 총대를 매기 싫어서 자수하라고 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내가 만약 사형이라도 받는다면, 그런 생각 할테니까. 하지만 어찌되었건 내가 아는 너는 그래. 그런데 그렇다면, 나의 캐릭터는 뭐지?"

"너는, 너 역시 매력적인 캐릭터야. 그러니까 내가 먼저 다가갔겠지. 알잖아, 이제껏 살아오면서 내가 먼저 다다간 사람은 너 하나야."

"알지, 넌 가만히 있어도 천부적으로 사람을 끄는 타입이니까. 아마 정치해도 잘할거야."

"정치나 할까, 그럼?"

"게으름부터 청산하고."

"시작이네. 그런데 너 매력은, 분명히 좋은 부분도 있는데 , 그러니까 너가 못되었다거나 하단 소리가 아니라, 음, 나쁜 매력도 공존해. 너 역시 나처럼 예의바르고 곧고 도덕적이야. 그리고 사람들에게도 잘 해. 그런데 넌... 좀, 제멋대로야."

"맞아, 나 제멋대로야."

"이걸로 그 제멋대로가 설명이 될까 모르겠지만, 내 경우 1단계와 2단계와 3단계의 선이 분명한 데 반해, 넌 그 경계를 넘나들어. 너가 일부러 그러는 건 아냐, 그냥 타고난 게 그래.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이 너에게 대단히 소중하다고 착각했다가 한순간 그게 아니라고 생각했다가 다시 소중한 것 같기도 하다고 생각했다가.... 혼란스럽게 되지. 이미 너와 1단계인 사람이라면 너의 "상냥함"의 경계를 알아차리겠지만, 2단계나 3단계라면 절대 알 수 없어. 어느 순간 넌, 정말 모든 걸 다 줄 사람처럼 보이거든. 1단계에 근접한 2단계 사람들은 혹은 너를 자신의 1단계 범주에 넣은 사람들은,  너가 "아무에게나 잘해준다"고 생각하고 불만이고, 넌 그들에겐 특별하다고 항변할거야."

"너도 내게 그 이야기 했었어. "넌 모두에게 잘해주잖아."라고."

"기억해. 지금은 알지, 내게 특별하다는 걸. 또한 너의 그 상냥함은, 나와 마찬가지로 사랑받고자 하는 욕망에서 나온다는 걸. 무의식이지만 그것은 또한, 나보다 강하지.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좋아보이면서도 나는, 그게 가끔 안타까울 때가 있어. 그래, 넌 사람을 뒤흔들어. 어쩌면 남자애들이 너에게 자꾸 고백을 해오는건, 너 외모나 개성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 종잡을 수 없는 태도때문이겠거니 하는 생각도 들어. 옆에서 보면 어떨 때는, 그 애가 사귀자고 하면 정말 당장 그럴 거 같이 보이기도 하거든. 절대 가식은 아니야. 너무나 자연스럽게 몸에 밴 너의 습관 같은거야."

"인정해... 그런데 아마 지금은 예전만큼 사람들에게 친절하지 않을거야. 언젠가도 한 소리지만 "한없이 착하게 살았던 시절"이 있었다면 지금은 아니거든. 나이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변하는 것이겠지만 내 경운, 그 과정이 자연스럽지만은 않았지. 너무 많은 나쁜 사건을 겪었고... 지금 와서야 말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냐만... 설령 습관이었다고 해도, 그것이 진심까진 아녔더라도 진실이오 사실이었는데, 내 행동을 두고 그들은 가식이라 욕했었지. 그때까진 착하게 살겠다 생각한 적 없었는데, 계속 욕을 먹고 배척 당하면서 착하게 살겠다 다짐했고, 자연스럽게 하던 일이 다짐으로 되면서 뭐랄까 인위적인 것이 되었지. 한 마디로 살기 참 힘들었단 거지. 내가 적당히 가식적이 되어 못되게도 굴고 적당히 농담도 하게되면서부터 난 쿨한 사람이 되었어. 그게 현실이야. 가식적인 내가 진실된 나보다 더 환영받아. 물론, 이건 그렇게 단순하게 설명되는 건 아니지만, 과정이 순탄치 못해서 최근의 내가 더 오락가락 하는 것도 같아. 말 꼬인다."

"추측컨데 아마 내 성격상 우리가 처음만났던 고등학교 때, 널 2단계로 쫓았던 적이 있는 것 같아. 내가 먼저 다가선 최초의 사람인데 넌 기대만큼 내게 오지 않았지. 참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그랬어. 알잖아, 나 결코 호락호락 1단계에 넣어주지 않는다는 것. 그런데 넌 결코 널 보여주지 않았어. 너 이야기를 하지도 않았어. 아까 말했든 도대체 내가 소중해서 잘하는 건지 아님 모두에게 그러는건지, 당시의 나로썬 알 수도 없었고. 굳이 딱 표현하자면 넌, 결정적인 순간 내게 믿음을 주지 못했었어."

"그랬을 거야... 너가 다가온 게 2학년 3월 중반이었지. 넌 내 뒷자리에 앉게 되었고 내게 편지를 써서 줬었어. 너 캐릭터를 생각하면 아직도 신기한게 넌 그 때 여자애들이 흔히 주고받던 편지 답장도 잘 안써주는 애였잖아, 너. 그러니 너가 '먼저' 편지를 쓴 건 정말 고교 생활 통틀어 나 하나밖에 없을 거야. 야, 이거 자부심 느껴진다. 그런데 내가 널 1단계의 범주에 넣은 건 여름방학 중간이나 끝나서였던 것 같아. ** 자살 사건 첫번째 기억해? 그 무렵이었어. 나로선 굉장히 빠른 진도였지만 그 사이에 분명히 갭이 있지. 우린 매일 한반에서 부대껴야 했으니까. 아마 여름 무렵 넌 마음에서 날 떨어뜨렸을 거고, 근데 이번엔 내가 잡았겠지. 그 때... 그 롯데월드 근처서 한 이야길 생각해보면 둘 다 다가서본 적은 없었던 아이들이라 탐색이 길었는지도 몰라. 혹은 상대의 패턴을 눈치채어 부러 더 역방향으로 가려 했을지도."

"맞아, 어렴풋하게, 2학년 2학기 쯤이 널 1단계에 넣었던 때라고 기억해. 너가 정말 큰힘이 되었었어. 잘하기도 했고."

"사건들도 많았고, 어쩌다보니 사건의 중심에 둘이 있었고, 그리고 항상 옆에 있어줬으니까. 뭐 정신적으로나, 아님 환경미화같은 자잘한 일... 반장이었으니까, 너. 이후 그 이상의 뭔가가 우리 사이에 있지."

"야, 사건. 어찌나 많았는지 정말 기억도 안난다, 이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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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쓴 건 짧은 한토막에 불과한 이 날의 긴 대화는-설령 그녀와 나 둘 다 "데니스는 통화중" 모드인 점을 감안해도 엄청났던-, 96년 잠실 롯데월드 아이스링크를 내려다보며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던 그녀와 내가 나눴던 짧은 이야기를 기억함에서 비롯되었다. 3월이었고, 그녀때문에 치킨을 먹을 수 있게 된 내가 아직은 치킨을 먹지 못할 때였고, **빌라에서 **으로 이사하기 전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삼성동에 사는 그녀와 대치동에 살던 내가 왜 굳이 잠실까지 갔는지(롯데월드에서 논 것도 아니었다!) 그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어쨌거나 학교 근처가 아닌 장소에서 처음으로 둘이 만난 날이었다. 함께 영화를 보고 중국요리를 먹고 껌을 씹고 서점에서 영어 잡지를 뒤적이고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샀다.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다가 그녀가 무슨 말인가를 했었고, 그래서 난 "너 머리 좋잖아. 난 부러워."라고 말해줬다. 진심이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다들 그렇게 말하지만 난 내 머리가 날 망쳤다고 생각해." 정도.

불현듯 떠오르는 그런 기억이 있다. 듣는 모든 이들을 감동시켰다던 그놈의 "3단계 이론"도 좀 구체적으로 생각이 나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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