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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쎈연필 > 눈으로만 서로를 알고 있는…

눈으로만 서로를 알고 있는 사람들끼리의 관계보다 더 미묘하고 더 까다로운 것은 없다. 날마다, 아니 매시간마다 서로 우연히 만나기도 하고 쳐다보기도 하지만 인습이나 자신의 기우 때문에 인사나 말을 건네지 않고 짐짓 냉담한 낯설음을 가장한 채 뻣뻣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들 사이엔 불안감과 극도로 자극된 호기심이 있다. 그들 사이엔 인식과 교환에 대한 욕구가 불만족스럽고 부자연스럽게 억압되어 생겨나는 히스테리, 즉 일종의 긴장된 존중의 감정이 있다. 왜 그런가 하면 인간은 다른 인간을 평가할 수 없을 때에만 그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까닭이며, 동경이란 것은 불충분한 인식의 소산이기 때문이다.

ㅡ 토마스 만, <베니스에서의 죽음>(박동자 번역, 민음사, 489-490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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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la 2003-11-24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마스 만... 대학에서인가 기억이 아득한데 숙제로 <베니스에서의 죽음>을 읽었다. 이 구절을 보니 다시 읽어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복은 지리가 맛있다고??? 한마디로 쪽바리같은 소리다. 한국에서 복이 본격적으로 요리되기 시작한 것이 60년대 후반부터 여기저기 생겨나기 시작한 일식집 주방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복요리에 대해서는 일본 풍의 맛과 멋을 기대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기는 하다. 하지만 맛에 관한 취향이랄까... 이런 면에서 한국의 – 특히 삼남지방의 – 것과 일본의 것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

이건 된장만 봐도 알 수 있다. 일본에서는 이걸로 ‘미소시루’라는 국을 끓인다. 그 김밥집에 가면 주는 허여멀건 국이 이거다. 핵심은 바로 이 ‘허여멀건’에 있다. 국을 하도 싱겁게 끓이기 때문에 도무지 한 숟가락의 양으로는 맛의 감이 전혀 안 온다. 그래서 어떻게 하느냐? 한번에 많은 양을 먹기 위해서 그릇째 들고 마신다. (이걸 보고 쪽바리들 교양없다고 하는 양반님네들이 가끔 계신데... 오바다!) 어쨋든 싱겁고 약하다.

반면 한국에서는 무슨 짓을 하느냐? 된장으로 거의 국 안 끓여 먹는다. 찌개 끓인다. 그것도 국자로 팍팍 퍼넣고 바글바글 끓여서 뻑쩍지근하게 먹는다. 한국에서 된장찌개 1인분 끓이는데 들어가는 된장이면 일본에서는 된장국 100인분 끓인다. 한국! 강하고 쎄다.

복요리도 그렇다. 일본식이면 맑게 끓이는 게 어울린다. 어디까지나 가쓰오부시로 기본 육수를 내어 맛과 향을 더해 주는 선에는 그친다. 딱 거기까지가 약하지만 담백하고 가볍지만 뒷맛이 남는 것을 추구하는 일본의 맛이다. 그리고 이런 일본의 맛을 살리기에 가장 좋은 재료가 복이기도 하다.

그런데, 나는 이 맛이 마음에 안 든다. 뭔가 허전하다. 복이라는 재료가 가진 맛의 뼈골까지 다 후벼파고 삭신을 다 쑤셔서 마지막 남은 맛 하나까지 다 빨아먹었다는 생각이 안 든다. 뭐랄까... 복은 원래 독이 있는 생선인데... 웬지 유순하게 길들여진 애완용 복을 요리해 먹은 것 같다고나 할까...

그래서 나는 한국식 복 매운탕이 좋다. 복 대가리 우려낸 국물에 빨간 고추가루 – 아! 물론 고추도 일본에서 들어온 것이긴 하다. 빠가야로! – 팍팍 치고 콩나물 듬뿍 넣고 바글바글 끓여낸 그 국물이야말로 진짜 복의 독과 골수까지 우려먹는 것 같다. 첫 맛은 강하게 딱 때려주고 뒷맛은 시원하게 스르르 불어지는, 이런 게 악녀의 피와 천사의 살을 동시에 가진 복의 진짜 맛이 아닐까 싶다.

먹으면 영혼이 한 50% 쯤 구원받은 느낌이다. 나머지 50%는 물론 소주와 사람들이 구원해 준다.

부산복집은 지하철 충무로역 5번 출구로 나와서 대략 150미터정도 직진하다가 극동빌딩 못가서 골목으로 우회전한 뒤, 국민은행 충무로점 쪽으로 좌회전하면 오른편에 바로 보인다. 바로 앞에 그 유명한 대한민국 죽 2대천왕인 ‘송죽’도 있다. 참, 복매운탕은 9천원이다. 국물 조금 남겨서 꼭 밥을 볶아 먹도록. 그거 안 먹고 오면 후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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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la 2003-11-21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joogong 님의 필설은 한마디로 오바로 시작해서 오바로 끝맺는 수미쌍관의 미덕이 돋보이는 것이 아닌가. 감동 먹었다. 복 안 먹어도 될 것 같다.
 
 전출처 : michelle > 아니 아르노 (Annie Ernaux)

Annie Ernaux
1940년 프랑스 릴본느 출생. 현재 교수로 재직하면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첫 작품 <빈 장롱>으로 주목을 받았고 이후 <얼어붙은 여자>, <어떤 여자>, <단순한 열정>, <밖에서 쓰는 일기>, <아버지의 자리> 등을 발표. 여성의 섬세한 심리와 가족, 출산, 사랑 등에서 나타나는 내면적 갈등을 잘 묘사.

 







1. 단순한 열정  *****
2.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
***
3. 부끄러움
**
4. 포옹(단순한 열정의 남자버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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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la 2003-11-20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끄러움>은 별 세개는 되는 것 같은데 -.- (절대로 내가 리뷰 쓴 책이라고 두둔하는 거 아님! -_-;;;; 덥다...) 아무튼 아니 에르노는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눈을 뗄 수 없는 작가이다. michelle 님의 말처럼 갈등의 근원에 대한 포착에 강한 작가이다.
 
 전출처 : 찌리릿 > 공포의 외인구단, 삼미슈퍼스타즈

재미있게 단숨에 읽었다. 내가 원래 이런 걸 하나 쓰려고 했는데.. 물론 책은 아니고 앞으로 나만의 홈페이지가 하나 생기면, 연재식으로 하려고 했는데.. 안타깝다.
앞으로 80년대를 소재로하는 영화나 드라마가 많았으면 좋겠다. 나의 초.중.고등학교 학창시절인 80년대.. 그 때 추억을 하면 재미있다.
이 책의 저자의 경험담인 듯 싶은데, 정말 초등학교때 프로야구의 인기는 높았다. 맨날 손야구를 하고, 야구선수 스티커 모으기를 하고...
난 경북에서 산지라 모두들 '삼성 라이온스' 팬인데도 불구하고, MBC 청룡을 좋아해서 친구들한테 욕을 먹었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삼성라이온즈 어린이클럽의 옷을 입고 다니는게 얼마나 부럽던지.. 집에 조르다가 얻어터지고..
암튼.. 80년 초에 초등학교를 다닌 남자분들께 재미있는 책이 되지 싶다.
그리고 이책을 읽고 얻은 교훈이 있다. '너무 빡세게 살지말자'다. 오늘부터 정말 느슨하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오늘 당장 정시에 퇴근이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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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la 2003-11-19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러나 철야를 하고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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