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파롤란토 > 그런데 레닌이 누구야?

"너무 재밌다...그런데 레닌이 누구야? 주인공은 알렉스잖아."
<굿바이 레닌>을 보고 나온 20대 초반 여성 관객의 멘트다.
지난해 FILM2.0에 실린 '말말말'중 단연 으뜸이다.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다.
레닌을 모른다고 탓할 수도 없지만,그렇다고 그냥 넘어가기엔
뭔가 엄청난 문화적 재앙이 도래할 것만 같다.

- FILM2.0 162-163 합본호 <편집장의 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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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la 2004-01-30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실히 웃을 수도 울 수도 없구나. 역시 film2.0의 편집장이니까 이 일화에서 '문화적 재앙'을 예감하는 구나, 싶어서 재미있기도 하지만 - 재앙으로 말하자면 어디 문화적 재앙 뿐이겠는가... 그보다도 대체 저 관객은 어떻게 [굿바이 레닌]을 볼 생각을 했던 건지... 뭐가 그리도 재미났는지가 불현듯 궁금해졌다. 흐흐흐...

▶◀소굼 2004-01-30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단순히 통일독일을 숨긴다는 것만으로 웃기다고 한걸지도;으음, 달력에 15일 굿바이레닌DVD출시라고 써놨었네요...그냥 지나쳤으면서;

땡구 2004-01-31 0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그래도 “문화적 재앙”운운은 좀 오바...인네...싶네요. 필름2.0 편집장이 누군지는 몰라도 그렇게 겸손하지 못하게 말하면 안되죠. 저로 말할거 같으면 대학 3학년 영미비평 수업시간에 후배 여학생이 발표하면서 계속해서 ’미셀 포컬트(Michel Foucault)‘, ’미셀 포컬트‘ 할 때 이후로 그런 부분은 웃으면서 덮어주자!.... 했다면 당연히 거짓말이겠고, 가만 생각해 보니 저 역시 [푸코의 추]를 읽기 전까지는 움베르토 에코와 미셀 푸코를 잘 구분하지 못했던거 같기도 하고... -_-;;

여튼... 레닌..하니 91년도 겨울에 어찌 어찌해서 모스크바에 갔던 기억을 떠올립니다. 삭풍이 불던 붉은 광장, 테트리스 성을 등지고 왼쪽의 레닌묘에 늘어선 관람객 만큼이나 오른쪽에 길게 줄지은 맥도날드 입장 행렬! 음식이 입에 안맞아서 너무 배가 고픈 나머지... 레닌묘 입장 행렬의 맨 끝에서 찰칵 사진 한 장만 찍고 바로 맥도날드로 달려갔던 기억이 나네요. 햄버거 먹고 조금 더 돌아다니니...묘지 뒤켠에 멋드러진 레닌 동상이 있어서...이야 반갑다! 하면서... V 하면서 사진 찍고 그랬죠. 아...근데.. 오래된 객지 생활에 그 사진들이 다 어디 갔는지 모르겠네요. 찾고 싶은데....흠흠..

비로그인 2004-01-31 0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7년 여름이었던가 러시아에 갔었는데... 그 때는 이미 레닌 동상은 고사하고 조그만 석고 흉상 하나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레닌 동상을 배경으로 사진 한방 찍고 기념품 하나 사가야지 했던 바램이 여지없이 무너지나 싶던 순간... 시장을 돌다 티셔츠 가계에 레닌 얼굴이 크게 찍힌 여름 반팔티를 발견하고는 막 달려갔죠.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 레닌 머리 위로 노란색 아치가 그러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 "Mac Lennin"이라고 써 있더군요. 그 때야 황당하고 서글프고 했었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자본주의의 포식성이 섬뜩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좀더 예의바르고 정갈한 자본주의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요...쩝...


▶◀소굼 2004-01-31 0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란색 아치의 레닌은 깨는군요-_-;;언제 어디서나 어떻게든 맥도날드인건가;;

starla 2004-01-31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ac lennin 이라 ㅠ.ㅠ

실상 모든 문화적 체험의 생산자는 듣는 대상을 염두에 둘 수 밖에 없는 거겠죠. [굿바이 레닌]을 그냥 본 저 관객은 나름대로 레닌에 대한 추억들까지(!) 간직한 위의 댓글러;;; 들과는 다른 대상이었고, 그 관객이 뭐라고 한다고 [굿바이 레닌]의 문화적 가치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런 의미에서 정말 '문화적 재앙'이란 표현은 좀 오버인지도 흐흐... 책에도 그런 책은 많아요. 정말 재미있는데, 이 유머의 코드는 스키마를 필요로 한다, 라고 판단될 때. 아무리 재미있어도 그런건 내가 누군가의 스키마를 통째로 알지 못하는 이상 추천하기 어렵잖아요. 이럴 때는 마구잡이로 추천하고는 이해 못한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이 문제겠죠...

아 횡설수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