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 미제라블 96년 내한공연 팜플릿과 프로그램. 그리고 10주년 기념 콘서트 DVD와 런던 오리지널 캐스트 앨범입니다.

노래 듣기: 'One day more'

뮤지컬 <레 미제라블>. 우리에겐 '장발장'으로 익숙한, 빅토르 위고의 원작 소설을 뮤지컬화한 작품입니다. 그만큼 그 줄거리가 익숙해 솔직히 뮤지컬 작품에 큰 기대를 걸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역시 뮤지컬엔 줄거리를 뛰어넘는 무언가가 있더군요. 바로 아름다운 음악과 어우러져 수십명의 배우가 혼연일체가 돼 부르는 노래였죠.

96년 6월, 뉴욕 브로드웨이와 유럽, 호주 출신 배우 등 다국적으로 구성돼 첫 아시아 순회공연을 나선 레미제라블 인터내셔널팀이 싱가폴과 홍콩에 이어 서울을 찾았습니다. 당시만 해도 수입 뮤지컬은 생소했던 데다 가장 비싼 특별석이 10만원을 호가해 큰 관심을 끌었죠.

마침 유럽배낭여행에서 뮤지컬에 처음 맛을 들인 제가 이 기회를 놓칠 순 없었습니다. 하지만 대학생이어서 금전적 여유가 없던 전 가장 값이 싼 2만원짜리 D석을 끊어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3층 구석에 앉아 이 멋진 작품을 멀찌감치 지켜봐야 했죠. 덕분에 배우 얼굴은 거의 알아볼 수 없었지만 멋진 회전식 무대장치와 배우들의 우렁찬 노래는 지금까지도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오페라의 유령> <캣츠> <미스 사이공>과 함께 세계 4대 뮤지컬로 꼽히는 작품답게 알랭 부빌과 미셀 손버그의 음악은 더없이 훌륭했습니다.

장발장에 의해 구원받는 가엾은 판틴이 부르는 'I dreamed a dream', 장발장이 절규하듯 부르는 독백 'Who am I?', 쫓고 쫓기는 자 장발장과 자베르 경감이 대결하듯 부르는 'A Confrontations', 1막의 대미를 장식하는 합창곡 'One day more', 코제트에게 마음을 뺏긴 마리우스를 짝사랑하는 애포닌의 애절한 노래 'On my own', 혁명을 앞둔 젊은이들의 뜨거운 피가 용솟음 치는 'Red and Black', 민중의 힘에 듣는 이를 전율케 하는 행진곡풍의 'Do you hear the people sing?' 등등 그 어느 뮤지컬보다 명곡이 많기로 유명한 작품이죠.

당시 내한한 인터내셔널팀의 면면 역시 정말 화려했습니다. 장발장역엔 덴마크 출신으로 런던에서 활약한 스티그 로센, 자베르 경감과 판틴역엔 브로드웨이에서 활약한 리처드 킨세이와 수잔 길모어, 애포닌 역은 필리핀 출신으로 <미스 사이공>에서 킴역을 맡기도 한 마앤 디오니시오가 각각 맡았죠. 아역은 우리나라 어린이 가운데 공개 선발했는데, 'castle on a cloud'를 가냘프게 부른 어린 코제트가 누구였는지 아쉽게도 기억나지 않네요. 
 
레미제라블은 2002년에도 세종문화회관에서 내한공연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아직 국내 라이선스 공연은 엄두를 못내는 모양이에요. 주연 뿐 아니라 조연 배우들 하나 하나까지 오페라 가수 수준의 가창력을 요구하는 대작인 탓도 있겠죠.

우리나라에 DVD로 출시된 레미제라블 10주년 콘서트는 세계 14개국에서 온 각국의 장발장들의 합창으로 대미를 장식합니다. 그 가운데는 가까운 일본인 장발장도 있었죠. 머잖아 우리 배우들이 우리말로 노래하는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선보이길 기대해 봅니다.


프로그램을 열어봤습니다. 유명한 바리케이트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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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미피 2004-01-27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제일 좋아하는 뮤지컬이 바로 이 '레미제라블'입니다. ^^ 그래서 반가워서 몇 자 적어봅니다. 전 중학생 때 롯데월드에서 남경주씨 나오던 공연 두 번 보고, 96년 런던에서 한 번 보고 이번 2002년에 봤는데, 몇 번을 다시 봐도 참 좋더군요. 사실 롯데월드에서 했던 공연, 라이센스는 아니지만 꽤 볼 만 했는데 말이지요...이제 와서 라이센스 따서 하긴 레미제라블의 국내 지명도가 떨어지는 모양입니다. 많이 아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