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좋아하는 ㅣ 창비시선 262
김사인 지음 / 창비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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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전, 남해 바다와 밤하늘을 닳도록 보고 왔었다. 한 낮의 푸른 바다와 해질녁의 파스텔 같던 하늘도 좋았지만 어둠에 묻혀 검은 바다를 부수고 있던 하얀 파도와 총총한 별이 더 좋았다. 그 파도와 별을 보며 중얼중얼 말도 많이 하고 왔었다. 그런 중얼거림이 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털어 버리는 행위라고 생각했었는데 시 한편 읽고 나서 그 행위 조차도 기꺼이 수긍할 수 없음이 가히 충격적이다. 김사인 시인도 이런 시 하나쯤은 옮겨적는 것만으로도 새로 시 한벌 지은 셈 쳐주실 수 없냐며 이성선의 시 '다리를 외롭게 하는 사람'을 빌리고 있다. 훌륭한 시가 많아서 이 시를 새로 지은 셈 쳐줄수 없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내가 보기엔 저자의 억지(?)가 끝까지 이어졌음 하는 바람이였다. 저자가 옮겨적은 시에서 나의 행위가 들통났기 때문에 저자의 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음이라. '내 너무 별을 쳐다보아/ 별들을 더럽히지 않았을까/ 내 너무 하늘을 쳐다보아/ 하늘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나는 남해의 하늘과 별들을 더럽혀 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김사인의 '덜덜 떨며 이 세상 버린 영혼입니다' 앞에서 나는 넘어지고 만다. 나는 발붙일 곳 없는 버려진 영혼이 되어 버렸다.

 

  시집을 좋아하긴 하지만 시를 알고 읽는 것이 아니여서인지 마음에 와 닿는 시 한수 남기지 못할 때가 많다. 소설 읽듯 휘리릭 읽어버린 경우도 허다하고 분위기에 이끌려 읽은적도 많기에 시 앞에서 나는 움츠러들기 일쑤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문학처럼 시를 고르는 관점도, 이 시가 어떻더라는 느낌도 내게서 멀어져 있는게 당연하다. 그럼에도 가끔은 시에 끌렸노라, 그래서 밤새워 읽었노라며 말하는 시집이 있다. 그런 시집을 보는 나의 기준은 처음 한 두편의 시를 읽고 나서 판단을 내리는게 전부다. 시가 내 안으로 안착에 성공했냐 아니냐를 보고 다음 시들을 읽어 나가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김사인의 시집은 내 마음으로의 안착에 단박에 성공한 시이다. 첫 시 '풍경의 깊이'의 첫 연은 이렇다. '바람불고/ 키 낮은 풀들 파르르 떠는데/ 눈여겨 보는 이 아무도 없다.' 3행의 시를 읽고 내 눈 앞에는 그런 광경이 펼쳐져 버렸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눈여겨 봐주는 풀 한포기 없이 나라는 사람이 서 있었다.

 

  하지만 이렇듯 시작은 좋았어도 내가 이 시들을 다 이해했던 것은 아니다. 뒤로 갈수록 시의 의미부여는 물론 읽기만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시들이 허다했다. 결국 나는 분위기를 느끼는 것으로 시를 논한다는 생각에까지 미쳤지만 굳이 저자의 의도나 해설가의 해석에 구애받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고 마음 상태에 따라 다르고 내게 처해진 환경에 따라 문학작품의 해석이 갈라지듯 시도 그렇게 읽으면 될 것이다. 내가 느꼈던 것과 저자나 해설가의 설명에 따라가다 무릎을 탁 치며 이런 뜻이 숨겨져 있었구나 라고 느껴도 무방하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들의 언어를 보고 있노라면 감탄사가 절로 나올 수 밖에 없다. 분명 우리가 아는 언어를 쓰고 있지만, 같음에도 다른 언어를 말하고 있다. 어디서 저런 언어들을 찾아내는지 그들의 위대해 보일 정도다. 그러나 그들의 언어가 낯설거나 생경한 것은 아니다. 우리도 알고 있는 것들을 마치 숙련된 지휘자가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듯 조화를 시키고 있었다.

 

  그러나 시인의 숙명은 무엇일까. 언어를 잘 쓰는 것, 사물을 다르게 바라보는게 그들의 일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 시인의 숙명에 정의란 없다. 그러나 김사인 시집의 해설을 해주었던 임우기님의 말을 들어보면 시인은 숙명적으로 우주 자연과의 교감의 삶을 살게 된다는 것, 그래서 시인은 우주 자연 속에서 새로운 시적 사유와 변신능력을 부여 받는다고 말하고 있다. 나의 모호한 생각을 똑부러지게 말해주고 있어 무릎을 탁치며 '그래 시인은 그런 것 같아'라고 인정하고 만다. 시는 특별한 일, 의미있는 일들을 전달하기도 하지만 내가 시에게서 멀어지지 않는 것은 어쩌다 내게도 한번쯤은 스쳤을 생각들을 잘 나타내고 있기에 그런것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 시인의 개인적 경험, 시인의 의식속에 감추어진 함축적인 의미들을 드러내는 시가 분명 더 많다. 그러나 그런 시들을 읽으며 나는 위로를 받고 있었다. 숙명이기도 하고 고통이 되기도 하는 그들의 소산물들을 보며 그 안에서 나는 다시 일상을 살아가는 힘을 얻는다.

 

<조용한 일>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것이다

 

  그래서 나의 삶이 고요하다해도 무작정 서럽지만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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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선생님이 들려주는 축소지향의 일본인 세트 - 전2권 - 우리 아이들을 위한 지식의 샘
이어령 지음, 김준연 그림 / 생각의나무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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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말도 알고, 싫은 상대일수록 알아야 비판을 한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예외시키고 싶은 것도 참 많은게 사실이다. 하나의 예를 들어 그것이 일본이라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앞의 말이 무산되기 쉽다. 세계 강대국인 일본을 '쪽바리'들이라며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만 무시한다는 우스겟 소리도 있지만 그만큼 일본과 우리나라의 골은 깊다. 그래서 일본을 알아가는 이 책을 읽는게 내키지만은 않았다. 아이들을 위한 책이라서 부담감은 덜어졌다는 것 외에는 말이다.

 

  반성하건데 지금까지 나는 일본을 너무 몰랐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확연히 깨닫게 되었다. 단순히 일본의 땅덩이와 그들의 기질을 왈가왈부 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인들의 정신세계를 몰랐던 데에서 오는 오해와 미움이 존재했다는 것을 알아갔다. 일본이라는 나라를 보면서 참 독특하다고 인식하면서도 이질감과 이해심은 늘 밑바닥에서 치고 올라오지 못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난 지금은 그들을 이해심으로 대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 생각의 이면에는 저자의 객관성이 한 몫 했던것 같다. 한국인으로써 일본을 냉정하게 바라보기 힘들었을 터인데,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이끌어 가면서도 일본에 대한 적대감을 심어주지 않았던 것, 그것이 좋았다.

 

  이 책은 '축소지향의 일본인'이 어린이 판으로 나온 것이다. 요즘 어린이들의 수준을 잘 모르기에 읽으면서도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단원의 끝자락마다 서술했던 것에 대한 만화가 삽입되어 있고, 주석 또한 풍부해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의의는 전달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가장 큰 주제는 축소지향으로 바라보는 일본인이지만 책에서 수없이 강조되고 사례를 통해 전개되므로 축소지향 하면 일본인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저자는 6가지의 축소지향 모형을 통해 일본인을 말하고 있다. 과연 6가지의 모형으로 일본인을 파악할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들었지만, 그 모형을 통해 지금껏 내가 알고 있었던 일본에 대한 조각조각의 지식들이 맞춰지는 느낌이였다. 하나하나 떼어놓고 보면 이질감이 뚝뚝 흐르는데 그 안에서 그들의 의식을 찾으니 비로소 객관적으로 그들을 바라볼 수 있었다. 이레코, 쥘부채, 아네시마 인형, 도시락, 노멘, 문장을 통해 바라본 축소지향의 일본은 흥미로웠다. 앞에서 나열한 6가지의 특징은 축소된 것에 내포되어 있는 일본인들의 정신이였다. 그들이 확장형으로 나아가면 평상시에 지니고 있었던 사고와 판단력이 흐려지는 예를 보아왔듯이 6가지의 모형을 통해 일본이 작은 것에서 추구하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 충분히 알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작은 공간 속에서 단아함과 정갈함을 추구하는 것이 그들의 특징이지만, 그런 축소의 정신이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나기도 했다.

 

  일본은 시대의 흐름을 잘 갈아타는 반향자로써 다른 문화를 베끼기 좋아한다고만 알고 있었다. 일본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난이 발휘되었던 생각이기도 한데, 일본이 지금의 경쟁 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베끼기를 넘어 축소지향의 의의가 서려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만들어진 상품을 다시 다듬고 보완하여 더 편리하게 만듦으로써 수 많은 사람들이 편해졌고 경제에 자신감을 드러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일본의 동향이 긍정적인 것들만 낳았던 것은 아니였다. 역수출 속에서 세계 여러 나라의 경제를 혼란스럽게 하기도 했고, 확장형으로 시선을 돌릴 경우에 나타나는 행동들은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지금껏 일본이 이러했다면 확장형의 일본인으로 성장하여 다른 나라와 그들의 문화와의 충돌을 피하라며 이 책은 마무리 하고 있다.

 

  확장형을 추구 했다가 실패한 아시아 여러나라에 끼친 상처들을 보듬어 주지 못하고 나몰라라 하는 일본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일은 많다. 축소에 긍정적인 시각만을 둘 수는 없지만 그들에게 배워야 할 것들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가장 염두해야 할 것은 일본의 문화를 통해 그들을 이해하려는 자세일 것이다. '이러하니 일본이 이럴수 밖에 없지' 하며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무조건적인 경쟁의식과 미움은 그들이 더 잘 알고 있을 테니 지켜보는 마음을 기르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우리가 손놓고 의식하지 않으면 일본은 우리에게서 더 멀리 달아날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이 저지른 과오와 축소지향에서 나오는 결점을 보완하지 않는한 그들의 한계는 분명 올 것이다.

 

  우리는 축소지향의 일본인을 통해 일본의 과거, 현재, 미래를 내다볼 수 있었고 일본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 이런 객관성을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현재 어른들이 가지고 있는 일본에 대한 의식은 적대감 밖에 일으키지 않을 뿐더러 제자리의 한국과 일본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백전백승을 하든, 비판을 하든 우리가 먼저 해야 할 것은 일본을 아는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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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몽 8
조설근 외 지음, 안의운 외 옮김 / 청계(휴먼필드)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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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반에서 서서히 종반을 향해가는 홍루몽은 갈수록 번잡해지는 느낌이다. 무언가가 툭하고 터져 버릴 듯한 긴장감을 감춘 채, 폭풍전야의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어렸던 자매들이 하나둘씩 시집을 갈 나이가 되었고, 집안은 하루하루 사건이 터지지 않는 날이 없다. 워낙 큰 집안이니 사건이 없다는 것이 이상하게 보이겠지만 일상의 자잘한 사건들이 아니라 무언가가 불안정하고 실속없이 들썩이는 느낌이 든다. 마치 무너질 준비를 위해 여기저기 구멍이 뚫리고 있는 기분. 분위기가 안정적이지 못하다.

 

  어디에서건 사람과 사람간의 믿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8권을 읽으면서 한번 더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서로에게 믿음을 심어주고 그것을 보여줄때 어떤 사건 앞에서도 어느 정도의 바람막이가 되어 줄 터인데, 8권에서 그런 신뢰가 무너지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사람이 많은 곳에는 시기, 질투, 모함이 없을 수는 없지만, 현명한 관리도 자기 집안일은 지혜있게 처리하지 못한다고 했으니 집안 곳곳에서 그런 모습이 없을 수가 없었다. 가장 큰 사건은 간계에 넘어간 왕부인이 시녀들을 비롯한 대관원의 자매들의 방을 샅샅이 뒤진 사건일 것이다. 음흉한 주머니가 발견 되어서 그 주인을 찾고 기강을 바로 잡겠다는 목적이 있었지만 그런 과정에서 사사로운 감정이 안 들어갈 리가 없다. 왐부인이 보옥을 걱정하여 그런 단속을 시작했지만 실질적으로 움직여 주는 사람은 왕부인이 아닌 밑의 사람일 터, 객관성을 기대하기란 힘들었다.

 

  보옥이 평상시에 시녀들과 자매들과 어울리는건 사실이지만 보옥이 그들을 다른 마음으로 대하거나 시녀들 또한 보옥에게 잘 보이겠다는 분위기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런데 모함에 눈을 뜨지 못한 왕부인은 하나하나 들춤을 믿고, 감정대로 시녀들을 내친다. 사기는 대관원에서 안좋은 모습을 보여서 쫓겨 났다고 쳐도 가장 억울한건 청문이였따. 보옥의 시녀로써 보옥과 잘 지내고 또 몸이 안 좋아서 늘 앓고 있었는데 그의 행실을 트집잡아 쫓아 버리고 만다. 결국 마음의 병까지 얻어 세상을 등져 버리지만 집안에 부는 점잖지 못한 바람은 그치지 않는다.

 

  8권의 시작부터 오해에서 비롯된 사건들을 복잡하게 엮어 가는 것이나, 한바탕 집안을 뒤집어 놓는 수색이나 대관원의 분위기는 계속 심상치 않게 흘러간다. 거기다 보채까지 거처를 옮기고 영춘은 시집을 가서 고생을 하고 가장 큰 타격을 받은건 보옥이다. 사건이 터지기 전의 대보름 축제도, 아버지의 칭찬도 보옥에게는 활력이 되지 못한다. 그전처럼 자매들이 다 모여서 시회를 열고 즐겁게 지내는 분위기를 그리워 할 뿐, 일상에서의 즐거움을 찾지 못하고 있다. 나이가 어려 집안의 분위기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더라도 이제 예전 같은 평화는 누릴 수 없다는 것을 서서히 깨달아 가고 있다. 자신에게 초점이 맞춰지고 자신의 혼사가 논의될 때의 보옥의 심정은 어떠할지 미리부터 걱정이 되는건 이른 생각일까.

 

  완만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기 전에 집안 분위기는 심상치가 않고, 어떠한 바람이 불지 조마조마한 가운데 읽어내는 홍루몽은 즐겁지가 않다. 그 자리에서 계속 머물수는 없지만 결과를 앎에도 그 과정을 지켜 보는게 유쾌하지 않아서 그럴 것이다. 미리 알려준 결과가 변할리는 없겠지만 몇줄로 써놓은 미래를 자세히 풀어서 읽는 일이 갈수록 힘들어 진다. 가독성 높게 읽히는 책이고 그들이 사는 시대의 분위기에 어느 정도 적응을 했지만 그들의 불행을 지켜 보는건 쉽지 않다. 우울하고 결말이 안 좋게 흘러 가는 걸 별로 안좋아 한다는 푸념으로 생각되어 질수 있으나 그걸 뒤집을 수 없는 것 또한 인정해야 할 것이다. 소설이긴 하지만 읽으면서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삶을 그려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처럼 혹여나 그들의 삶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꾼다 해도 그것을 지켜 보며 나는 만족할 수 있을까. 그 안에서는 현실감이 결여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을 끌어 내기도 부족할 것이고 그들의 이야기는 독창성을 잃어버릴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들을 지켜보는 것 뿐이다. 지켜보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사고와 감정들이 기분 좋은 것들이 아니더라도 나는 그것을 받아 들여야 한다. 꿋꿋하게 삶을 살아가는 것은 그들이고 그것 또한 내 삶의 방편이 될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 흐름에 나의 마음이 한쪽으로 치우쳐 버리더라도 따르는 것 밖에 없을 것이다. 현실로 돌아와 내 인생에서는 수 많은 가능성을 헤쳐 보는 시도를 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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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 - 오츠이치

 

2. 센스 영어 - 조영민

 

3. 내 영어수첩을 공개합니다 - 오자키 데쓰오

 

4. 과학, 우주에 마법을 걸다 - 에르빈 라슬로

 

5~6. 이어령 선생님이 들려주는 축소지향의 일본인 1,2 - 이어령

 

7. 빈곤의 종말 - 제프리 D. 삭스

 

 

 

 

- 3일간의 휴가가 끝났습니다.

이번 휴가는 출근을 하지 않았다는 것에 의의를 두는 휴가였던 것 같습니다.

아무런 계획도 열정도 없이 맞이한 휴가에...

첫날은 보길도를 다녀왔습니다.
충동적인 여행이였다는 것도 어느 정도 포함해서 인지...

교통비도 많이 들었고, 바다를 봤음에도 해수욕을 안해서인지..

보통이였습니다.

윤선도가 머물렀다던 세연정은 정말 아담하고 좋았지만요....

 

여튼... 나머지 이틀은 가족들의 잡무를 봐주고 중고등부 교회 수련회를 다녀왔습니다.

교회에서 해서 커다란 문제는  없었지만 이틀을 그렇게 보내니..

저의 휴가는 끝났더군요.

 

이번 휴가때는 책을 별로 읽지 않았습니다.

이상하게 책을 보지 않았다는 것이 신기했지만 그만큼 자유로웠던 것도 사실이였답니다.

 

그런데....

집에 도착해 보니...

세곳의 출판사에서 온 책들이 넘칩니다.

 

황매 모니터 요원을 하고 있어서 황매에서 온 책이 세권...

생각의 나무 서평단을 하고 있어서 거기서 온 책 세권...

21세기 북스 리뷰를 올렸더니 읽고 싶은 책 한권 말하라고 해서 고른 '빈곤의 종말'까지...

책을 버리고 갔더니 7권이나 쌓여 버렸네요.. ㅠㅠ

 

앗... 갑자기 휴가의 기억들이 흐물흐물해지고....

책들에게 가위를 눌릴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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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
오츠이치 지음, 김수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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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시절, 나의 여름은 논 기억 뿐이다. 공부는 팽개치고 소꿉놀이, 물놀이, 봉숭아 물 들이기 등 어떻게 하면 밖에서 재미있게 놀 수 있을까 그런 연구만 한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가 나의 여름 추억 한가지가 섬뜩하게 다가오고 말았다. 사건의 발단이 된 나무위의 아지트 때문이였다. 너무나 평범한 나무였지만 그 평범함은 어느 누구에게나 다가올 수 있었기에 더 섬뜩했다. 어렸을 때 시골에서 자랐다면 한번쯤은 나무 위를 올라가 봤을 것이다. 나 또한 동네 동생과 자주 오르던 야트막하고 가지가 편안한 소나무를 한그루 알고 있어서 자주 오르곤 했었는데, 그 나무 위에서 누군가를 밀어 버리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할 수 조차 없었다). 그러나 야요이는 사쓰키를  밀어 버렸다. 자기 오빠를 좋아한다는 이유 만으로.

 

  단순히 사건의 발단이 된 곳이 나무위이고 시골이라는 데에서 오는 공통점으로 섬뜩했던 것만은 아니다. 책 속의 배경이 내가 자주 오르던 나무와 비슷했다고 해도 내가 놀랬던 건 긴장감 때문이였다. 책 속의 주인공들은 어린 아이들이다. 그렇기에 충동적인 질투심에 야요이가 사쓰키를 밀어 버렸다고는 하지만 사쓰키의 사체를 대하는 야요이와 켄 남매는 어린애 답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 순간 겁을 먹고 사스끼의 죽음을 숨기려는 마음은 이해가 가나 너무도 태연한 켄의 모습과 심리는 섬뜩할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살펴도 사쓰키의 시체를 숨기는 일에 즐거움을 느낀다고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어린 아이들이 사체를 숨기는 일은 한계가 있을 터, 긴장감 있게 흘러가는 어린 남매의 사체 숨기기는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순간순간의 위기와 대상의 낯섬이 때로는 부족하게 다가 오기도 했지만 저 아이들의 죄를 숨기기도 전에 더 큰 위험앞에 서 있는 그들을 보면서 여운은 더욱 더 으스스하게 남았다.

 

  이책에는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외에 '유코'라는 단편이 실려 있었는데 전편에 비하면 무난하게 흘러 간다고 생각했다. 식모로 들어온 키네요의 시각으로 펼쳐지는 도리고에가의 모습은 평범했다. 단, 아직 한번도 본적이 없는 마사요시의 부인 유코를 제외 한다면 말이다. 키네요는 식모로 들어왔지만 다정다감한 주인 때문에 편안하게 보낼 수 있었는데, 갈수록 유코에 대한 의문은 증폭되어 가고 자신만의 추리를 해가며 유코를 의심하게 된다. 키요네는 분명 주인이, 없는 부인을 대하며 그리움을 달래는 것이라 생각했다. 집에서 멀지않는 대밭의 무덤이며, 사모님은 2년전에 돌아가셨다는 주변 이야기도 그렇고, 키네요는 주인이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주인을 보며 키네요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궁금증도 일고 주인과 유코의 실체를 알기 위해서 주인의 작업실에 들어 갔다가 유코라고 불리우는 인형을 본 것이다. 키네요는 슬픔에 빠진다. 또한 주인을 구하고 싶다. 그래서 주인이 멀리 간 사이에 키네요는 인형을 불태워 버리고 만다. 마사요시가 돌아왔지만 이미 늦어 버렸다. 인형이 아닌 진짜 사람 유코는 불에 타서 죽은 후다. 마사요시가 이상한 것이 아니라 키네요가 집에서 열리는 열매를 먹고 환각상태를 일으킨 것이다. 그래서 아픈 유코를 인형으로 밖에 볼 수 없었다.

 

  전편에 비하면 후편은 잔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기이하면서도 평범한 이야기는 반전을 만나면서 180도 달라지는 양상을 보였다. 도저히 17세의 나이에 썼다고 믿겨지지 않는 이야기 들이다. 전편에서 어린남매의 시선도 그렇고 반전을 가미하는 '유코'에서도 그렇고, 'zoo'를 먼저 읽고 이 책을 대했지만 저자는 이런 장르에 탁월한 감각이 있는 것 같다. 'zoo'는 10편이나 되는 단편이 있었고 끔찍한 모습도 많아 우울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였는데, 이 책은 초기작 두편이 실려 있어 저자의 분위기를 느끼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에서는 심리묘사와 탄탄한 구성이 돋보여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흡인력을 가지고 있었다. 17세의 저자의 부족함도 조금은 엿보였지만 나의 사체를 바라보는 사쓰키의 시선을 따라가며, 나의 사체는 어디에 있는지 한순간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 너무나 태연하게 흘러갔기에 그들이 들키지 않길 바라는 마음까지 들었으니 저자 능력에 감탄을 보태도 부족하지 않으리라. '유코' 또한 전편에 비하면 소박 했지만 역시 여운이 길게 남는 이야기였다. 한편의 기담 같아서 오래도록 생각나는 분위기의 흐름은 전편과의 다른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분명, 이런 장르의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zoo'를 읽고 이질감에 몸을 떤 기억이 나는데 한 작가의 손에서 다른 분위기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던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는 색다르게 다가왔다. 가끔은 나의 호기심을 밀어내는 장르도 읽어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였다. 이 여름, 오츠이치의 책을 읽는다면 순간이나마 더위를 이길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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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8-27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극취호님, 리뷰 당선 축하합니다. 오랜만에 들렀어요.^^

순오기 2007-08-27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시절, 나의 여름은 논 기억 뿐이다." 놀았던 기억 뿐이라는 말인데, '벼가 자라는 논(?)' 잠시 착각했습니다~ㅎㅎ 알라디너들의 리뷰를 통해 관심 밖의 책들을 만나는 것, 참 즐겁습니다. 이 책도 그런 즐거움을 선사하셨기에 감사 ^*^
이주의 리뷰로 뽑히신 것 축하합니다!

안녕반짝 2007-08-27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알라딘에서 리뷰에 뽑히다니. 꿈의 마일리지를 받았어요.. 너무 신기해요..^^
감사드립니다 혜경님.. 순오기님 저도 리뷰 올리고 보니깐 그 논을 좀 신경쓸걸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저 책에 정말 논에 시체를 잠시 숨기는게 나오는데.. 갑자기 섬뜩해지네요..ㅋㅋ

돌이 2007-08-29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낯익은 이름이길래 들어왓더니 맞네요. 리뷰 당선된거 축하드려요~

안녕반짝 2007-09-02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돌이님.. 제 닉네임까지 기억해 주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