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쌓여 있음에도 이렇게 많이 주문한 책들. 모르겠다. 나도.

아모스 오즈의 신간 때문에 장바구니에 있는 책을 더 사버렸다. <보통날의 파스타>와 <성경 66권 공부>는 중고샵에서 주문했다. <보통날의 파스타>가 품절이기도 했고 <성경 66권 공부>는 밑줄을 죽죽 긋고 읽고 싶어서 중고로 구입했다. 편하게 읽어야 할 책도 조심스레 넘기고, 줄 하나 긋지 않는 성격 때문에 이 책은 줄을 박박 그어가면서 읽고 싶어서 중고로 샀더니 효과가 있다. 빨간색 펜을 들고 와서 줄을 긋고, 메모하고 싶은대로 하면서 읽으니 좋다. 그리고 조금 밖에 안 읽었지만 정말 나에게 꼭 필요한 책이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아모스 오즈 책을 읽고 있어서 너무 좋다. 이제 겨우 조금 읽었을 뿐이지만 무척 맘에 들거란 예감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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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스 오즈의 신간을 읽기 시작했다. 국내에 번역된 작품은 모두 읽었을 정도로 좋아하는 작가다. 신간 소식에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국내 초역에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여자를 안다는 것>을 번역하신 최창모 님의 번역이라 믿음직하다. 책을 읽는데 행복하단 기분이 들었다. 몇장 읽지 않아도 이 소설을 좋아하게 될 거란 기분이 들었다. 이 행복한 순간을 맘껏 누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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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코로스, 어머니 만나러 갑니다 페코로스 시리즈 1
오카노 유이치 지음, 양윤옥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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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능적으로 엄마, 부모에 대한 이야기는 피하게 된다. 타인의 이야기일지라도 분명 그 안에서 나의 부모를 떠올릴 것이고, 당신의 자식이라서 행복하다는 기쁨보다 너무 못난 자식이 되어서 미안하다는 탄식이 먼저 나올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전에 조금은 망설여졌다. 내 엄마를 어떻게 떠올릴까, 울컥하지는 않을까, 괜히 우울하지는 않을까 등등 책을 읽기도 전에 쓸데없는 걱정들이 한껏 올라왔다.


  이런 나의 걱정이 기우에 지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주폭도 심하고 환청, 환각에 시달리는 아버지와 곁에서 힘들어하는 어머니를 두고 도망치듯 도쿄로 떠난 주인공. 그리고 이런저런 사연으로 젖먹이 아이만 데리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지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때부터 치매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어머니의 모습을 자신이 몸 담답고 있던 잡지에 조금씩 만화로 그려나갔다고 한다. 그렇게 어느 정도 분량이 되자 자비로 출판했고 우연한 계기로 이 만화가 퍼져나가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고 한다. 그 감동이란 게 무엇일까. 아무리 많은 타인이 감동을 받았다 하더라도 내가 받지 않으면 그건 끝까지 타인의 이야기로 치부 될 뿐이다. 감동의 농도는 다를지라도 저자의 만화를 보면서 찡함보다 안도감을 느낄 수 있어서 오히려 나는 다행이었다.


  50~60대가 두려워하는 질병 1위가 치매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었다. 의학이 발달해서 검사를 통해서 치매를 예방할 수도 있다는데(검사 비용은 좀 비싸다고 한다.), 나 역시 치매에 걸린 내 모습을 상상하고 싶지 않다. 직접 겪어보진 않았지만 치매 환자를 돌보면서 힘들어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누누이 들어온 터라 이 책의 내용이 결코 가볍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20대 초반에 엄마가 밭에 농약을 뿌릴 때 마스크를 하지 않아 중독으로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는데 며칠 간 엄마를 간호한 적이 있었다. 약 때문에 환상이 보이는 엄마가 굉장히 낯설게 느껴지고 두려웠던 기억이 있었는데 치매 환자도 그와 비슷한 양상이 아닐까 생각하면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굉장히 귀엽고 낙천적이고 사랑스럽게 표현해냈다. 지방의 무명 만화가의 만화가 엄청난 사랑을 받는 것도 부족해서 드라마와 영화로 만들어진 건 분명 나름의 매력이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거기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저자가 그려낸 어머니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귀엽게 드러낸 것이 아닌가 싶다. 대머리인 자신을 양파에 비유하면서 작아지고, 점점 동글동글해지는 어머니 또한 사랑스럽게 그려냈다.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고, 늘 돌아가신 아버지를 만나는 어머니. 그런 어머니를 지켜보는 게 고통이 아닌 오히려 잃어버린 기억 때문에 아버지를 만나는 것을 다행으로 여긴다. 역자의 말마따나 아버지의 연금으로 요양원에 계신 어머니를 모시고 있다는 표현이 민망하다고 했지만, 그런 어머니를 만나러 가고 만화로 담아내는 게 나 역시 대단하다고 느끼고 있다.


  대부분 휠체어에 앉아 있는 어머니지만 어머니의 기억을 좇다 보면 젊은 시절 두 형제를 키우면서 고생한 어머니, 아버지의 술주정으로 힘들어한 어머니의 모습을 낱낱이 만날 수 있다. 그럼에도 어둡지 않고 아련하게 추억할 수 있게 만드는 그림의 힘을 느꼈으며 그렇게 자신을 힘들게 했음에도 남편을 만나는 것을 기뻐하고, 그런 추억에 갇혀 있는 저자의 어머니의 모습이 찡했다. 당장 우리 엄마를 찾아가서 어리광을 피우고 싶은 충동까지는 아니더라도(난 불효자인가 보다. 흑), 내가 기억하고 있는 엄마의 모습은 어떠하며 앞으로 기억하게 될 모습은 무엇일지 생각하니 마음이 먹먹해졌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보면서 웃을 수 있고 함께 보낸 시절을 추억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몇 번인가 나도 만화를 보면서 풋, 웃음을 터트렸고 우리 엄마가 내 곁에 오래 있어줬으면 좋겠다는 이기적인 생각도 해보았다. 앞에서는 엄마한테 달려가 어리광을 피우고 싶을 정도의 충동은 아니라고 했는데 이렇게 나의 엄마를 곱씹어보니 역시나 엄마가 보고 싶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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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안전성
A.M. 홈스 지음, 이수현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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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머릿속에서 순간적으로 나쁜 생각이 떠오르는 일이 잦다. 일어난 일에 대한 생각이 아닌 지금 이 순간 갑자기 이러이러한 일이 벌어진다면과 같은 가정 하에 필름처럼 결과가 끔찍하게 지나가는 것이다. 왜 이런 생각들이 자주 드러나는지 모르겠지만 그럴 때마다 고개를 흔들어서 생각을 지워버리거나 짧게 기도를 한다. 이런 생각들이 나를 지배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누군가에게 섣불리 말할 수도 없고, 말하고 싶지 않은 요즘의 이런 생각들을 애써 떨쳐내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마음이 쿵하고 내려앉은 기분이었다.


  오래전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막 나쁜 짓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었다. 그 나쁜 짓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건지도 모르면서 타인을 생각하지 않고 이기적으로 살아볼까 하는 그런 거였다. 소심한 나는 생각에 그치고 말았지만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순간적으로 품었던 그런 생각을 누군가가 구체적으로 말해주는 기분이 들었다. 요즘 내가 생각하는 나쁜 상상과 전혀 연관성은 없어 보이지만 과장해서 말하면 내면의 깊이 숨겨져 있는 또 다른 나의 본능이 드러나는 것 같았다. 나는 그런 본능을 꾹꾹 누르면서 표면으로 올라오지 못하도록 노력하고 있는데 저자는 버젓이 드러낸 데에서 오는 충격이 있었다. 굳이 끄집어내어서 들려줄 정도로 건강한 이야기들이 아닌데 왜 저자는 그런 이야기를 이 책에서 하고 있는 것일까?


  꼭 기억에서 지워내고 싶은 이야기들의 나열 같았다. 이야기의 흐름도 갑자기 툭툭 튀어 나와서 안정적이지 못한 매끄러움과 자주 마주하다 보니 집중도 잘 되지 않았다. 그런 이야기 속에서 인물들의 행동은 더 가관이었다. 식물인간 아들에게 끔찍한 행동을 하는 엄마,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몸을 마당에서 드러내고 있는 소녀, 바비 인형을 인간화 시키는 소년하며, 납치극을 다룬 이야기도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모처럼 결근을 해야 하는 변호사가 출근을 꼭 해야겠다는 이야기는 소소할 지경이었다.


  이런 이야기들이 드러날 때마다 불편했다. 고삐가 풀려버린 본능이 가감 없이 드러나는 것 같았고, 종종 선을 넘는 이야기들도 있었다. 종종 나의 내면에도 이렇게 고삐가 풀려버리고 싶었던 상황이라던가 그런 상상을 해 본 적이 있기에 피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비슷한 욕망이 존재한다고 해도 범죄와 연결되는 내용들은 공감하기 힘들었고 어찌되었든 여전히 감추고 싶었다. 무조건 감추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잘못 된 방향으로 흘러가는 욕망의 분출이라면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설이기에 어쩌면 내가 분출하지 못한 어긋난 욕망에 대한 해소가 될 수도 있겠지만 나의 일상이 이렇게 어긋나는 건 원치 않는다. 그 욕망의 분출이 다른 방법으로도 드러날 수 있다고 믿기에 소설은 소설로 간주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내가 너무 소설을 소설로 보지 못한 걸까 고민할 때, 김영하 작가의 산문집에서 이런 글귀를 발견했다. ‘사실 생각도 함부로 하면 안 되잖아요? 좀 무서운 생각을 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 경험 다 있잖아요? 이렇듯 보통 사람들은 생각도 범위를 제안하면서 살고 있는데, 작가들은 보통 사람들을 대신해서 상상하고, 이상한 세계를 탐험하죠. 물론 여기서의 이상한 세계는 물리적인 세계가 아니라 정신적인 세계예요.(말하다, 112쪽)’ 이 문장을 통해서 어쩌면 작가는 보통 사람인 나를 대신해서 이상한 세계를 탐험하고 보여준 게 아니었을까 생각하니 그제야 나를 너무 깊게 개입시키지 않고 소설을 소설로 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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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어둠의 이야기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1
아모스 오즈 지음, 최창모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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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모스 오즈 신간!! 아마 처음으로 2권 짜리가 아닌가 싶다! 그만큼 기대도 크다. 너무 너무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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