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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줘
기욤 뮈소 지음, 윤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 식스 센스가 연상 되는 소설이였다.
식견을 넓히지 못해 작은 예시들로 이 두 작품을 연상해 냈지만 너무 짧은 시간에 읽어버린 탓인지 내가 생각할 수 있는 틀이 이 정도 밖에 안되는가 보다. 그러나 400페이지를 순식간에 읽게 만드는 마력은 분명 있었다.
책의 제목과 겉모습과는 달리 그리고 줄리에트와 샘의 만남에서는 전혀 이런 결론과 과정을 생각해 내지 못했다.
그런 반전과 예상할 수 없는 스토리의 전개가 있었기에 그리고 글 속에 빠져들게 만드는 작가의 문체도 한 몫해서 순식간에 읽어 버렸다. 그러나 저자가 바란 대로 책을 덮고 나서 나는 큰 행복에 휩싸이지 않았다. 내가 경험한 책과 영화가 바로 연상이 될 만큼 어느정도 결과가 예측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지 미세한 헛점에 정신을 팔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줄리에트의 어머니의 이야기는 왜 이어지지 않았을까...
최소한 가족에게 생존해 있고 어떻게 된 연유인지 뒷 이야기로나마(알고 있겠지만..) 나타났어야 할텐데.. 그리고 조디의 구출과정과 조금은 허무하게 사라진 마약상인들의 모습이 아쉬웠다.(정말 자질구레한한 것들인가...) 그러나 이렇게 옆길로 한정 없이 새면 안된다. 나의 말처럼 미세한 것들을 들추고 있다가는 본질을 잃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내내 그레이스가 왜 샘과 줄리에트의 사이에서 방황하는지 그리고 줄리에트를 왜 하늘나라로 데려가야 하는지 조금은 쌩뚱맞았다. 불쑥 튀어나온 무언가가 자꾸 걸리는 듯한 느낌.
그레이스가 그랬다.
그래서 초반에 샘과 줄리에트의 사랑만으로 꾸려질거라는 상상을 뒤집어 주었지만 끝을 보기 전까지(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그레이스가 낯설었다. 10년전에 죽은 전직 형사였기에 자꾸 과거를 들출 수 밖에 없었고 샘도 아내의 죽음 그리고 그 죽음의 원인을 얘기 하자면 과거로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레이스는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온 영혼이였고 샘은 그런 그레이스를 죽인 사람이였다. 둘다 그 사실을 정확히 모르고 있었기에 그들의 만남이 낯설고 엉뚱해 보였던 것이다.
샘은 죽은 아내 페데리카를 구하기 위해 마약 상인을 찾아갔고 그 마약상인을 검거하기 위해 그레이스는 변장을 해서 그 소굴로 들어간 것인데 샘은 마약상인을 죽여야 겠다고 판단한 순간 총을 발사했고 마약상인은 방패막이로 변장한 그레이스를 죽게 한 것이다.
그레이스는 그러한 사실을 모르고 죽었기에 자신의 죽음이 기억나지 않았고 샘의 행도에 대한 뒷처리를 친구 셰이크가 했기에 누구를 죽인지조차 모른 상태였다.
과거의 상처에 치유되지 못한채 희망 없이 살아가는 샘에게 줄리에트와의 만남은 희망 그 자체였다. 그러나 그런 줄리에트를 그레이스가 데려가야 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한다. 줄리에트까지 잃어 버리면 더이상 살 수가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빈민가에서의 힘들었던 유년시절. 그 과거를 뚫고 의사가 되었지만 사랑하는 페데리카는 끝내 구하지 못했다. 그 죄책감은 말로 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자신이 죽인 형사가 가까스로 찾은 희망 줄리에트를 데려가려 한다니. 운며은 샘 앞에서 절대 호락 호락 하지 않았다.
그레이스도 자신이 줄리에트를 데려가야 한다는 신념은 있었지만 자신의 죽음을 알기까지 왜 줄리에트여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결국 그레이스와 함께 하늘로 올라간 사람은 줄리에트가 아니였다. 그레이스를 사랑하고 있던 동료 형사 루텔리가 그레이스를 따라 갔다. 루텔리가 죽자 마약 중독자가 되어 버린 그레이스의 딸 조디를 자연스레 샘이 도와준다.
미국에서의 성공을 꿈 꾸며 프랑스에서 건너온 줄리에트는 프랑스로 떠나기 며칠 전에 만난 샘과 그렇게 뉴욕에서 살아갈 것이다.
과연 사랑에 운명이 있을 것인가.
지금의 진실한 사랑은 만나기까지 과정을 단순히 운명의 장난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 흘러가는 책을 읽으며 그런 구성에 덤덤하면서도 늘 익숙한 그런 질문을 다시 한번 던져주고 있었다.
단숨에 읽어 버리는 마력이 숨겨 있는 책이였지만 함께 하게 된 샘과 줄리에트의 삶을 온전히 축복해 줄 수 많은 없었다.
거대한 도시 뉴욕이 안고 있는 삶의 본질하며 더 넓게 세계를 돌아 보고 보이지 않는 다른 세계를 생각하게 만들어 주었기에 단순히 그 둘의 행복만으로 귀결될 수는 없었다.
삶의 앞에 나타나는 수많은 역경과 상처, 사랑, 죽음등 그것들을 내 자신이 뚫고 가지 않는 한 스스로 바뀌어 질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삶에서 밀리언 달러 베이비 같은 만남은 분명 존재감을 덧 입혀 줄 것이다.
그런 만남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런 상대가 되어 주는 것을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