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서광 이야기 범우문고 192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이민정 옮김 / 범우사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이 책에 대해서는 할말이 많아진다.

책 그 자체에 대한 얘기. 그리고 책 내용에 대한 얘기. 책의 겉모습과 책 내용이 이렇듯 대립하는 경우를 만난 것이 언제이던가.

우선은 책 속으로 들어가 봐야 할 것 같다.

 

요즘 책들을 보면 책에 관한 책이 참 많다. 요즘에만 그런 책이 많이 나오는 거라 생각했는데 책이 존재하는 순간부터 그런 책이 늘 공존해 오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그런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제목만 봐도 끌리지 않을 수 없다.

비단 나뿐만이 아닌 나보다 책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니 마음의 위안이 되었다.

 

온통 책에 미쳐버린 사람들. 희귀한 책을 구하지 못해 목숨까지 잃고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애서광들의 이야기. 분명 시대만 다를 뿐 현대 사회에서도 그런 애서광들이 넘쳐날 것이다. 그러나 그들과 나는 범접할 수 없는 거리감이 느껴진다.

그런 영향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느껴지는 긴장감 그리고 섬뜩함(나와 너무 비슷해서 느껴지는....)이 덜 느껴지는 탓도 있겠지만 그들은 오로지 책에 올인한 사람들이였다.

많은 것을 즐기면서 책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나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책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것도 감수할 수 있는게 애서광 그들이였다.

책을 차지하기 위해 말도 안되는 결혼을 하고 세상에 단 한권의 책이 존재하게 하기 위해 다른 책을 없애버리고 그 책을 구할 수 없음에 절망하며 목숨을 놓아버리는 등.

그들의 삶의 목적은 책 그 자체였다.

 

읽기의 책 보다 수집의 경항이 더 짙었지만 책에 관한 광적인 집착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다.

나름대로 나도 책을 참 좋아한다고 생각 했었는데 그래서 모든걸 책으로 보고 책으로 생각하고 책 읽는 시간을 뺏기기 싫어 안절 부절 하지 못한 나였는데 그들 앞에서 나는 한없이 작아진다.

책에 집착하는건 그나마 낫다는 위로도 소용 없을 정도로 그들의 열정은 식을 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이 애서광 이야기가 무척 얇고 작아서 금방 읽어 버릴거라 생각했다. 한시간도 안되어서 후딱 읽어 버리고 독후감 쓰자는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책을 집어 들어 보니 결코 나의 생각처럼 움직여 주지 않은게 이 작은 책이였다.

일반책의 반페이지 밖에 안되는 한 면을 읽을때도 다른 책과 똑같이 생각하며 책을 읽었다.

100페이지가 넘는 양을 '다른책의 절반쯤이다'라고 생각한 것이 아니라 그냥 100페이가 넘는 책이라는 생각으로 읽었다.

그리고 이 책에 실린 이야기가 '애서광 이야기'라는  한 개의 이야기였으면 참 짧다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에는 플로베르 외에 여러이야기가 실려 있었고 그 이야기의 안에서 또 이야기가 쪼개지는 것들도 있었다.

아주 짧은 이야기 임에도 왠만한 단편집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건 아마 이러한 이유 때문이였을 것이다.

 

여튼 소책자 였음에도 이런 다양한 기분과 느낌을 가질 수 있어서 이 책에 대한 매력에 제대로 빠졌던 것 같다.

이런 형태다 보니 아껴 읽고자 책을 자주 끊어서 읽었고 그래서 흡인력은 조금 부족했지만 다양한 애서광들을 만나고 고서적을 들추는 듯한 느낌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 케케묵은 냄새가 내 코를 간질이는 것 같았지만 점점 그들처럼 애서광이 되어가고 있는 나를 언젠가 발견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괜히 나의 책 꽃이를 기웃거리며 익숙한 책 냄새를 맡아본다.

썩지 말아달라고, 좀 벌레에 정신을 놓아버리지 말라는 부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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