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갈의 향기 - 황금이삭 2
이시영 지음 / 큰나(시와시학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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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인과 밥을 시켜놓고 기다리는데,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지인이 시 한편을 들려 주었다. 소설가 김동리와 시인 서정주가 술자리에서의 에피소드를 다룬 시였는데, 어찌나 우습던지 그 시가 실린 시집을 사달라고 했다. 그 뒤로 잊어먹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책이 한 권 배달되어 왔다. 전에 말했던 시가 든 시집을 찾았다며 읽어보라는 것이었다. 아아, 감동의 물결. 내가 흘린 말을 주워 담아 깜짝 놀래주는 사람들이 있어 내가 하루르 살아가는 힘을 얻곤 한다. 그 시집이 바로 <아르갈의 향기>이다. 책을 받자마다 지인이 얘기해 주었던 시를 찾아 보았다. <젊은 동리>라는 시였는데, 직접 읽고 나니 젊은 동리와 젊은 미당이 술자리에서 대화했던 모습이 아련하게 떠올라 오랜만에 시를 읽는 즐거움에 빠지고 있었다.

 

  시 한 편 때문에 시집을 사 본게 얼마만이던가.  한 곡의 노래가 좋아 음반을 사본적은 자주여도 시 한 편 때문에 시집을 사본 적은 참으로 오랜만이었다(내가 직접 산 시집은 아니지만). <젊은 동리>를 여러 번을 읽고 나니 남은 건 다른 시였다. 깊은 밤, 창문을 열고 가을이 오는 냄새를 담뿍 맡으며 <아르갈의 향기>를 펼쳤다. 아르갈이 무슨 뜻일까 궁금하던 차였는데, 책을 펼치자 마자 아르갈의 정체가 드러났다. 몽골에서 귀한 연료로 쓰이는 말린 쏘똥이 아르갈이었다. 한참 가을 향기를 만끽하며 시를 느끼려 하던 내게 소똥이 아르갈이라고 하니, 잠시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tv에서  아르갈이 어떻게 쓰이는지 본 기억이 있어 그 향기가 고약할거라고 생각되진 않았다. 서문에서 시인이 말했듯이 저녁 무렵 양떼를 몰고 초원을 달려 온 몽골 소년들은 어머니의 겔에서 피어오르는 이 연기를 보고 지극한 평화를 느낀다고 하지 않았던가. 어린시절 동네 놀이터에서 놀다 저녁 먹으라고 악다구니를 쓰던 엄마가 무서워 부리나케 달려가면서도 굴뚝에서 피어오르던 저녁밥 짓던 연기를 보며 느꼈던 감정이 그런 것이 아닐까.

 

  아르갈을 알고, 엄마를 떠 올리고, 어린시절을 좇다보니 추억이 더 또렷해진 느낌이다. 시인 또한 고향인 전남 구례의 이야기며, 지인들의 이야기로 시를 채워가고 있었기에 추억의 농도는 짙어지고 있었다. 지금껏 어려운 시를 많이 접해서인지 서정시를 오랜만에 대하는 나도 즐거워졌다. 시인에겐 세상의 모든 것이 시의 재료가 될 수 있지만, 이시영 시인의 시를 읽고 있자니 시인의 안목에 대해 새삼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자신의 경험을 털어 놓기도 하고, 주변에서 들은 얘기를 시로 풀어 놓기도 한다. 시인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시를 옮기거나, 시대에 관한 시들은 종종 나의 이해력을 요구할 때도 있었다. 다시 곱씹어봐도 어떤 상황을 말하는 것인지 모를 때가 있었다. 그럴 땐 멍하니 시를 바라보며 무슨 뜻일까를 생각하며 멍하게 있기도 했다. 그런 시간이 좋았다. 읽힘으로 따지자면 금방 읽어 버릴 수 있는게 시다. 그 안에서 시인의 의도를 알아채거나 아니면 전혀 다른 해석을 내 놓더라도 그게 시를 읽는 과정안에 포함된 매력이다. 내가 이시영 시인의 시를 이해하지 못했더라도 잠시나마 고민하는 시간이 그래서 좋았는지도 모른다.

 

  시를 쓰는 건 제쳐두고라도 시를 읽는 다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멋모르고 시가 좋다고 시를 읽어대다가 어느 순간 시의 높은 경지를 깨닫고 나니 그 전처럼 자유롭게 시에 다가가지 못한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시집을 만날 때면 내가 시를 좋아하던 시절로 들어가게 된다. 내 주변의 이야기들, 혹은 다른 사람의 추억 속으로 들어가는 일. 그런 일이 자유로운 것이 서정시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인지 가을로 접어드는 초입에 이시영의 시를 읽었던 것이 기대 이상으로 다가왔다. 시는 깊은 밤에 읽어야 제맛이 나고, 초가을에 읽어야 찰지듯이 한껏 물이 오를 때 만난 시는 포근했다. 시인의 모든 경험과 내면 세계가 한 편의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그 경험들이 모두 내 것인양 나를 대입 시켰던 밤이었다. 한 편의 시로 인해 인연을 맺게 된 시인. 시를 통해 계절을 느꼈고, 시를 통해 깊은 밤이 정적을 알았던 시간. 시를 읽었기에 하룻밤의 꿈일지라도 행복했던 밤이었다.

 

 

 

 

젊은 동리

 

                      - 이시형

 

 

 

  술이 거나해지자 젊은 동리가 젊은 미당 앞에서 어젯밤에

잠 아니와서 지었다는 자작시 한 수를 낭송했다. "벙어리도

꽃이 피면 우는 것을." 미당이 들고 있던 술잔을 탁 내려놓

고 무릎을 치며 탄복해 마지 않았다. "벙어리도 꽃이 피면 우

는 것을......이라. 내 이제야말로 자네를 시인으로 인정컸

다. 그러자 동리가 그 대춧빛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대꾸했

다. "아이다 이 사람아. 벙어리도 꼬집히면 우는 것을......

이다." 미당이 나머지 한 손으로 술상을 쾅 내리치면서 소리

쳤다. "됐네 이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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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쿼시 - 그림자 소년, 소녀를 만나다
팀 보울러 지음, 유영 옮김 / 놀(다산북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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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나에게 닥칠 아픔을 예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니면 나로 인해 상처받고 있는 타인의 고통을 알아챌 수 있다면 말이다. 내 곁의 사람들에게 나는 어떠한 사람인지 한번쯤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한 남자의 독선으로 엉망이 되어버린 가정을 얘기하고 싶어 미래의 한 부분을 알고 싶다고 떼를 써본다.

  제이미는 스쿼시를 좋아하는 16세 소년이다. 스쿼시 선수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스쿼시를 좋아하게 되었고 어느 정도 소질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제이미는 스쿼시에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다. 경기 성적도 부진했고, 무엇보다 아버지와의 관계가 숨 막혔다. 스쿼시를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점점 자신감을 잃어 갔다. 아버지는 승부만을 강요했고, 제이미를 무조건 몰아 붙였다. 힘든 훈련과 경기를 마치고 와도 독선적인 아버지와 늘 불안한 어머니가 있는 집이 제이미는 안락하지 않았다. 오히려 혼자 있고 싶을 때 찾아가는 창고가 제이미를 편안하게 해 주었다. 그 날도 제이미는 아버지의 오해로 꾸중을 듣고 창고로 향했다. 그러나 자신만의 공간이라 생각했던 창고에 다른 존재가 있었다.

 



  제이미 또래의 소녀가 있었다. 한눈에 봐도 불룩한 배가 불편해 보였고, 힘겨워 보였다. 제이미의 심정도 여의치 않았지만, 그 소녀에게 도움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 소녀는 제이미의 도움을 철저히 거부했고 방어만 하고 있었다. 그런 소녀에게 제이미는 자꾸만 마음이 씌였다. 도움을 주고 싶었고,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 자신에게 닥친 시련이 가장 크다고 생각했는데 그 소녀를 보고 있자니 묘한 동질감을 느끼면서 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소녀는 생각보다 위험에 처해 있었고, 제이미의 상황도 점점 나빠져 가고 있었다.



  무엇이 제이미를 궁지로 몰고 있었던 것일까. 아버지의 승부욕은 도를 지나쳤고, 스쿼시에 흥미를 잃어가는 자신을 드러낼 수 없어 답답했다. 거기다 자신의 창고에 몰래 기거 하고 있는 소녀의 일까지 신경 써야 했으니 제이미는 온 세상의 짐을 떠 맡은 듯 하다. 어디로도 출구가 보이지 않았고, 현재의 자신을 감당하기에 너무나 벅찼다. 어느 것 하나 나아지는 것은 없었고, 소녀와의 대화를 통해 조금씩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현재 처해진 상황을 해결방법이라기 보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스스로 그림자라고 자처한 소녀는 세상으로 나가기를 권유하지만 제이미에게 그럴 용기가 없었다. 자꾸만 조급해 지는 마음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제이미는 결국 집을 나가기로 결심 한다. 소녀가 아기를 출산하기 위해 머무를 곳까지만 따라가기로 한다. 그 과정에서 소녀를 쫓는 사람들에게 맞기도 하고, 친구에게 큰 돈을 빌리기도 하고, 스쿼시를 하지 않겠다고 아버지에게 대들기까지 했다. 앞으로 자신에게 펼쳐질 미래가 어떤지 알지 못하지만 제이미의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해보기로 한다. 처음으로 제이미는 숨막히는 자신의 생활에서 빠져나와 소녀와의 동행을 감행한다.

 

  제이미가 결정한 행위의 이면을 제이미 자신이 볼 수 없는게 당연하다. 학교에서, 집에서, 주변에서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전혀 알 수 없기에 현재의 자신을 밀고 나갈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을 알아 가는 것, 자신 곁에 있는 소녀를 도와주는 것이 제이미에게 처해진 상황이었다. 그러나 제이미가 다시 돌아왔을 때 감당해야 할 상처는 더욱 더 커져 버렸다. 독자도 제이미도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반전이었기에 마음이 저릿저릿 아파왔다. 꼭 이렇게까지 아프고 힘든 상처를 들쑤셔야 했을까 하고 작가를 원망해 보기도 했다. 소녀가 제이미에게 풀어놓은 사실들도 충격이었지만, 제이미가 감당해야 할 마음의 상처가 두려웠다. 도피성 가출을 했지만 제이미가 얻은 것보다 잃어 버린 것이 더 커보였다. 그 일로 인해 아버지는 달라졌다. 제이미도 치열한 성장통의 과정을 거쳐면서 달라졌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팀 보울러의 책을 기다리고 있던 터라 반가운 마음에 집어 들었다. 그러나 저자가 펼쳐놓은 세계는 치열했다. 십대들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깊이 파고든 이번 작품에서는 피하고 싶었던 주제들을 많이 만났다. 부모의 욕심, 임신, 돈, 폭력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십대의 심리를 그대로 드러냈기에 우울한 감이 없지 않았다. 그동안 십대들의 문제를 알면서도 그들을 이해하려 하기 보다는 피해버리고 색안경을 끼고 보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내면을 정면으로 파고든 저자의 역량에 힘을 더해주면서도 극단적인 방법 밖에는 없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무리 극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안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현재의 나를 피할 수는 없더라도 다가올 미래는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하고 픈 마음. 제이미의 아버지로 인해 엉망이 되어 버렸다고 했지만, 그것은 치뤄야 할 댓가였다. 각자에게 문제점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문제를 인정하고 헤쳐 나갈 때에 진정한 가족이 될 거라 생각한다. 제이미의 아버지는 새로운 가족의 보금자리를 만들어 줄 것이고, 제이미도 마음을 열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최소한 가식적인 자신을 드러내지는 않을 것이다. 치열한 십대를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현재의 고통 속에서 자신이 중점이지만 곁에는 더 소중한 사람들이 있노라고. 그리고 그 고통을 충분히 보듬어 줄 사람들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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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니, 선영아
김연수 지음 / 작가정신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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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문 때문에 김연수 소설은 어렵다 생각해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집어든 소설은 <꾿빠이 이상> 이었고 역시 녹록치 않아 소문의 진상을 확인했다고 생각했다. <사랑이라니, 선영아>를 읽고 나니 김연수 소설에 대한 두려움을 스스로 조였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후련함을 느끼기도 전에 또 다른 생각들이 나를 파고들어 혼란스러움을 가중시켰다.
 

  책의 시작은 우울했다. 기뻐야 할 결혼식임에도 신랑 광수는 자꾸만 신부 선영이 들고 있던 부케의 꽃대에 집착한다. 한 때 선영의 애인이었던 진우가 결혼식 직전, 선영의 곁에 머문 뒤로 꽃대가 꺽였다 생각한 광수는 그 꽃대를 시작으로 자신과 광수, 선영의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더불어 질투어린 시선과, 의심까지도 서슴없이.

 

  책 제목과 세 주인공의 얽힘을 알았을 때, 나만의 스토리는 이미 구축되었다. 소설을 많이 읽었다는 자신감으로 선영과 진우의 관계가 심상치 않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한 나는 지지부진한 시선을 던졌다. 광수의 우울한 고백에서 복선을 만났다 생각했기에 그들의 이야기를 쫓는 것이 흥미롭지 않았다. 질투와 의심으로 얼룩져 가는 광수를 보는 것이 안쓰러웠고, 사랑에 관한 정체성의 모호함을 잔뜩 안겨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작가는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나같은 단순한 독자를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독특하게 풀어 나갔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중점에는 광수가 있었기에 주인공으로써의 역할을 톡톡히 할 줄 알았다. 그러나 책을 덮고 나니 주인공은 광수도 아니었고, 진우나 선영도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셋은 교묘히 섞인 사랑의 요소 역할에 충실 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오히려 주요 인물에게 세세히 박아 놓은 작가의 사랑관이 눈길을 끌었다. 광수를 중심으로 점철되어지던 사랑관이 선영과 진우를 통해 새롭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결혼한 선영의 곁을 멤돌면서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를 외치며 광수의 존재를 생각해 주지 않은 진우. 진우 때문에 자신의 사랑의 흔들림을 발견했다 믿는 남자 광수. 사랑이라는 감정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자신에게 사랑의 감정을 주입시키는 것 같은 여자 선영. 이 셋의 모습은 또렷했다. 그리고 셋이 만들어 내는 사랑은 환상이라곤 존재 하지 않은 지극히 현실적인 사랑이었다. 그래서 선영의 고백에 '사랑이라니, 선영아'를 되묻는 광수가 당황했던 것일까.

 

  저자는 마치 언어의 유희를 즐기듯 그들의 이야기 속에 생소한 어휘를 펼쳐 놓기도 한다. 세 사람의 사랑과 맞물리듯 펼쳐지는 생소한 어휘들은 현재와 발견되지 못한 세계를 가늠하듯 맛깔나게 버무려지고 있었다. 저자가 펼쳐놓은 사랑에 관한 다양한 생각들은 세 인물을 혼란스럽게 하기도 했다. 저자는 사랑을 하기 위해서 우리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내는 것이라고 했다. '사랑해'라고 말하는 건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냈다는 뜻이라고. 그들은 사랑을 찾아 헤멘 것이 아니라 자신이 누구인지 몰랐기에 헤멨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결국, 저자의 사랑관이 녹아 있는 주인공들을 통해 자신의 사랑을 구축시키는 것. 구축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신의 사랑을 점검해 보는 것. 그것이 저자가 연애소설을 쓴 이유가 아닐까. 책 곳곳에 시대의 패러디를 해 놓은 저자의 의도는 어쩌면 타인의 사랑을 쫓지 말라는 경고일지도 모른다. 사랑이라니, 선영아에 자신의 이름을 대입시켜서 생각해 보길 바란다. <사랑이라니, 선아야>. 아주 어색한 제목이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 사랑 얘기가 펼쳐질 것 같아 조금은 두려워 지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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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르갈의 향기 - 이시영

 

 

- 어제 이 책이 구겨져서 왔길래...

교환 신청을 했더니..

답변도 바로 주더니... 금방 책이 도착했다.

오오.. 그래 이십사 아주 좋아요!

어제 책보다 상태가 좋아서 마음에 든다.^^

이 시집을 지인에게 졸라서 산건...

지인이 말해 준 시 하나 때문이었다.

어찌나 배꼽을 잡고 웃었던지...ㅋ

그 시 때문에 구입하게 되었으니.

그 시를 공개해야지..^^

저작권에 걸리는 건 아니겠지?ㅋㅋ

 

 

 

젊은 동리

 

                      - 이시형

 

 

 

  술이 거나해지자 젊은 동리가 젊은 미당 앞에서 어젯밤에

잠 아니와서 지었다는 자작시 한 수를 낭송했다. "벙어리도

꽃이 피면 우는 것을." 미당이 들고 있던 술잔을 탁 내려놓

고 무릎을 치며 탄복해 마지 않았다. "벙어리도 꽃이 피면 우

는 것을......이라. 내 이제야말로 자네를 시인으로 인정컸

다. 그러자 동리가 그 대춧빛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대꾸했

다. "아이다 이 사람아. 벙어리도 꼬집히면 우는 것을......

이다." 미당이 나머지 한 손으로 술상을 쾅 내리치면서 소리

쳤다. "됐네 이 사람아!"

 

 

<아르갈의 향기/ 시와시학사>

 

 

- 이 시 때문에 지인에게 시집을 사달라고 조른 것이다. ㅋㅋㅋ

젊은 동리와 젊은 미당이 시를 논했을...

꽃이 피면과 꼬집히면을 논했을 모습이 상상이 간다.

이렇게 재미난 시를 만들다니...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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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9-02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이래서 한편의 시가 탄생했군요. 이거 보면서 생각난 것~~
위기철의 '아홉살 인생'에서 여민이가 미술대회 입상한 그림 제목이 '꿈을 따는 아이'였는데~~정작 여민이는 '꾸물대는 아이'라고 쓴 거였죠.ㅎㅎㅎ

안녕반짝 2008-09-02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시 너무 웃겨요. 괜히 푸근해 지기도 하고..^^ 꾸물대는 아이, 꿈을 따는 아이.. 아핫.. 비슷하네요..^^
 
소녀 소년을 만나다 세계신화총서 8
알리 스미스 지음, 박상은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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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 크레타 섬의 한 여인이 임신을 했다. 남편은 딸을 원치 않았다. 그래서 그 여인은 이시스 여신에게 기도를 했다. 이시스 여인은 응답을 해주었다. 딸이든 아들이든 괘념치 말고 키우라고. 딸아이라면 키울수 없다고 말하는 남편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그 여인은 딸을 낳는다. 이름은 이피스. 사내아이로 속여서 키웠다. 이피스는 명문가의 딸 이안테와 사랑에 빠지고 결혼식 날짜가 잡혔다. 크레타 섬의 축제가 될 만큼 둘의 결혼식은 기대로 부풀어 올랐다. 결혼식 전날 밤, 이피스의 어머니는 또 다시 신전에 가서 기도를 했다. 그랬더니 이피스가 남자로 변했다. 그렇게 둘은 결혼식을 치르고 이피스는 이안테를 아내로 맞아 들였다. 이 야기는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의 <이피스 신화>다. 저자는 이 책을 내용을 <이피스 신화>에서 따왔다고 했다. 저자는 어떻게 이 신화를 현대 적으로 풀어냈을까.

 

    앤시아는 언니 이모겐의 소개로 대기업에 취직 하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회사를 관둔다. 그러다 도시 곳곳에 날카로운 메세지를 남기는 로빈을 만나게 된다. 로빈의 메세지는 성적 소수자와 소외받는 이들을 위한 메세지였다.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를 다룬 글을 서슴없이 건물에 남기는 로빈을 마주한 순간 앤시아는 사랑에 빠진다. 그 옛날 이피스와 이안테가 그랬던 것처럼. 로빈을 만나기 전까지 무미건조한 삶을 살던 앤시아는 비로소 숨겨진 자아를 찾게 된다. 철저히 둘 만의 세계에서 공감할 수 있는 사랑이라고 해도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변화해 갔다. 가장 먼저 변화를 맞이한 사람은 이모겐이었다. 상사가 지시한 잘못된 일을 행하지 않고 내면의 소리에 의해 자유로워 진 것이다. 이모겐의 변화를 보며 저자가 따로 마련해 놓은 반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별이 바뀌는 반전은 기대하기 힘들기에 앤시아와 로빈을 통해 새로운 변화를 기대해 보려는 것. 그것이 현대에 어울리는 신화적인 풀이가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피스 신화를 전혀 모른 상태에서 책을 읽었기에 처음엔 저자의 문체가 답답하다는 느낌 뿐이었다. 이 책은 색다른 문체로 씌여 있었다. 지금껏 마주했던 독자가 읽기 편한 문체가 아닌 저자의 이끔에 동행해야 다가설 수 있었다. 스토리를 훤히 꿰뚫어 보고 싶었던 나는 그의 문체가 흐름을 더디게 만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거기다 앤시아와 로빈의 사랑을 온전히 받아들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도시에 행해지는 낙서와 그들의 사랑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신화속에서는 동성을 인정할 수 없었던 사회이기에 남자로의 변신이 있었다. 하지만 현대에서는 동성간의 사랑이 어느 정도 받아들여지는 실정이다. 동성의 사랑을 말하기 위해 저자는 이피시 신화를 따온 것이 아닐까. 외적인 메세지는 앤시아와 로빈이 행할 운동으로 인한 새로운 변화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적인 메세지는 동성의 사랑을 이해시키려 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신화와 얽힌 현대사회의 이슈들은 그렇게 펼쳐지고 있었지만, 그 안에서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세계신화총서라는 분류도 생소했지만 이 책을 꺼내들게 된 건 지인의 추천에 의해서였다. 나름 괜찮은 것 같다며 내게 건네준 책이었는데, 나는 온전히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지 못한 느낌이 든다. 동행하지 못하고 관찰자가 된 느낌. 현실 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였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현실 속에서 가능을 염두하지 않았기에 동떨어진 세계로 치부해 버린 것일까. 하지만 생각에 생각을 거듭할 수록 신화와 현대가 적절히 섞인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곱씹어야만 진가가 살아나는 이야기. 그것이 신화총서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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