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산도르 마라이 지음, 김인순 옮김 / 솔출판사 / 200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헝가리 작가 산도르 마라이를 알게 된 건 다른 책을 통해서였다. 어떤 책인지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늘 읽어봐야지 염두에 두다 신현림의 시집을 읽다가 또 다시 언급 되는 것을 보고 바로 구입했다. 꼭 읽어보고 싶은 작가여서 그런지 책이 오자마자 바로 읽었음에도 다 읽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얇은 책이어서 금방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쉽게 간과할 수 없는 내용이었고 거기다 흐름을 놓쳐 버려서 시간이 걸려 버린 것 같다. 어렵지는 않았지만 짧은 소설 안에는 결코 간단치 않은 인생의 응축이 담겨있어서인지 헤맸는지도 모른다.
 

  종종 현재 내가 맞이하고 있는 삶과 내가 이미 살아온 나의 과거의 삶에서, 앞으로 평생 마음에 안고 갈 것이 과연 있을까, 있다면 무엇일까를 생각해본다. 그냥 무난하게 흘러온 삶이라서 그런지 마음에 묻어둔 비밀 같은 것이 없지만, 이 책의 주인공 헨릭은 41년 동안 자신을 짓눌렀던 기나긴 숙제를 풀어낸다. 41년 전 자신의 곁을 도망치 듯 떠난 단짝 친구 콘라드가 자신의 집으로 온다는 소식을 듣는다. 마지막으로 헤어졌던 장소 그대로를 꾸미도록 어릴 적 유모 니니에게 지시해 놓고, 콘라드를 기다리며 그와의 추억을 회상한다. 그리고 콘라드를 만나서 자신이 회상한 추억들과 그에게 물어야 할 숙제까지 편안하게 대화를 하다 몰아치듯 콘라드를 향해 41년 간 쌓았던 응어리를 풀어낸다.

 

  비교적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헨릭은 사관학교에서 콘라드를 만난다. 그들은 첫 만남부터 마치 일란성 쌍둥이인양 급격히 가까워진다. 헨릭의 아버지는 아들의 친구라면 자신의 친구라고 콘라드를 동격으로 보아주기도 하지만, 콘라드가 훌륭한 군인이 되지 못할 거라고 추측하기도 한다. 헨릭과는 반대로 가난한 집에서 성장한 콘라드는 헨릭과 절친한 사이면서도 헨릭의 물질적인 도움을 일체 거절한다. 그러면서도 둘은 영혼을 나눈 것처럼 가까워질 수밖에 없었는데, 41년 전의 어떤 일이 그들을 갈라놓았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재회를 했지만 무언가가 어색했다. 헨릭은 콘라드에게 물을 것이 많아 보였고, 콘라드가 헨릭을 찾은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헨릭이 41년 전 그날의 일을 들추면서 비밀이 풀리기 시작하지만, 그것은 결코 쉽게 답을 얻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고 콘라드는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은 채 떠난다.

 

  헨릭은 41년 전, 자신의 가장 절친했던 친구 콘라드와 사랑하는 부인에게 기만당한 것을 회상한다. 콘라드가 자신의 곁을 떠나 낯선 이국땅으로 가버렸던 그 날, 콘라드의 숙소에서 자신의 부인 크리스티나와 마주친다. 크리스티나를 소개시켜 준 이가 콘라드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상할 것도 없어 보이지만, 그날 새벽 헨릭은 콘라드와의 사냥에서 기묘한 일을 당한다. 콘라드의 총이 사냥감을 맞추려 한 것이 아니라 콘라드가 자신을 쏘려 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헨릭은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당사자에게 물어보지만, 결국 답을 듣지 못한다. 헨릭은 그 일이 있은 후 콘라드가 떠났다는 것, 그리고 콘라드의 숙소에서 크리스티나를 마주쳤으며, 그녀가 '겁쟁이'라고 말한 것을 들은 후, 직접 확인해 볼 필요도 없이 기만당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헨릭은 콘라드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지만, 크리스티나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별채에서 칩거한다. 크리스티나는 도망친 콘라드와 자신을 거부하는 남편의 틈바구니에서 8년 후 죽음을 맞이한다. 콘라드는 감당할 수 없는 내면의 격정 때문에 모든 것을 버리고 열대 나라로 가버렸지만, 그 고독을 41년간 지내 온 헨릭은 죽음을 맞이하기 전에 응어리를 풀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 그에게 콘라드가 찾아왔고, 모든 것을 풀어 놓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오랜 시간을 기다려온 만큼 콘라드는 하룻밤 사이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내면의 모든 것을 털어 놓는다. 거의 혼잣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자신을 괴롭혔던 수십 년간의 이야기는 그렇게 흩뿌려졌지만 콘라드에게서 들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말을 한 순간 상처가 치유된다는 것을 입증하기라도 하듯 헨릭은 많은 애기를 쏟아놓지만 콘라드는 거의 묵묵부답이었다.

 

  41년간을 기다려온 보람(?)도 없이 콘라드에게 제대로 된 대답하나 듣지 못하고 그들의 짧은 만남은 그렇게 끝이 난다. 그러나 헨릭의 장광설 안에는 인생의 참 뜻이 많은 부분 드러나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격정에 쌓여 콘라드를 향해 비난을 보낼 수도 있었지만, 그 동안 쌓인 내면의 울분과 시간의 흐름에 따른 깨달음이 내포되어 있었다. 콘라드를 향해 오랫동안 하지 못했던 질문(그 때 자신을 쏘려 했던 것인지, 그 사실을 크리스티나가 알고 있었는지)을 던졌지만, 결국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했다. 헨릭이 기나긴 열변에 의해 콘라드의 대답이 성의 없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많이 흐른 후라도 결코 쉽게 답변할 수 없었음을(콘라드도 자신의 인생 절반을 의도와는 다르게 살아 왔으므로) 어느 정도 수긍하는 바이다. 노인이 된 그들이 하룻밤에 나눈 대화치고는 가볍지 않았지만, 그만큼 기억 속에 자리한 응어리는 풀어질 수 없음을 깨달았는지도 모르겠다.

 

  300페이지가 안 되는 짧은 책 안에서 41년 전의 한 사건을 통해 인생의 긴 터널을 맛 본 기분이다. 헨릭은 자신에게 한 질문인지 콘라드에게 한 질문인지 모를 정도로 그렇게 살아 온 삶에 대해 대답 없는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그런 일을 겪으며 살아온 것이 헛산 것이 아니라는 자조적인 질문이었다. 그 대답에 대한 답 또한 제대로 듣지 못했지만, 헨릭과 콘라드 그리고 크리스티나의 삶의 비극은 너무 많은 아픔을 지닌 채 방치되어 왔다는 생각이 든다. 하룻밤의 이야기로 그 많은 응어리가 떨쳐지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짧은 만남으로 인해 그동안에 품고 있던 상처를 조금은 덜어냈을 거라 생각한다. 삶에서 열정적으로 살았던 한 순간만 떠올려도 위로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헨릭의 고백 속에서, 나는 어떠한 응어리를 내려놓지 못하는지, 어떠한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고 싶은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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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 읽은 책
 
 
1. 혼자 놀기 - 강미영
2. 코기빌 마을 축제 - 타샤 튜더
3. 조혜련의 박살 일본어 - 조혜련
4. 책 그림책 - 밀란 쿤데라 외
5.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습니다 - 이철수
6. 아픔의 기록 - 존 버거
7. 인간 실격 - 다자이 오사무
8. 코기빌 납치 대소동 - 타샤 튜더
9. 섬 - 장 그르니에
10. 코기빌의 크리스마스 - 타샤 튜더
11. 속 깊은 이성친구 - 장 자끄 상뻬
12. 건강한 생리 - 조연경.김경숙
13. 배고픈 새 - 이덕무
14. 바쇼의 하이쿠 기행 1 - 마츠오 바쇼
15. 타샤의 특별한 날 - 타샤 튜더
16~17. 미트포드 이야기 1,2 - 잰 캐런
18. 바쇼의 하이쿠 기행 2 - 마츠오 바쇼
19. 지구 속 여행 - 쥘 베른
20. 고래 - 천명관
 
------------------------------------------------------20권
 
 

2월에 읽은 책
 
 
21. 꼬마 난장이 미짓 - 팀 보울러
22. 꼬마 인형 - 가브리엘 벵상
23. 타샤의 그림 인생 - 해리 데이비스
24. 암리타 - 요시모토 바나나
25. 시계탑 - 전아리
26. 바시르와 왈츠를 - 아리폴먼, 데이비드 플론스키
27. 트와일라잇 - 스테프니 메이어
28. 뉴문 - 스테프니 메이어
29. 동정없는 세상 - 박현욱
30.~31. 이스트 사이드의 남자 1,2 - 칼렙 카
32. 홍길동전 - 허균
33. 이클립스 - 스테프니 메이어
34. 박사가 사랑한 수식 - 오가와 요코
35. 셜록홈즈 이탈리아인 비서 - 칼렙 카
 

-----------------------------------------------------15권

 

 

 

3월에 읽은 책
 
 
36. 동경만경 - 요시다 슈이치
37. 사랑을 말해줘 - 요시다 슈이치
38. 이니시에이션 러브 - 이누이 구루미
39. 우리는 사랑일까 - 알랭 드 보통
40. 스웨터 - 글렌 벡
41. 아빠 어디 가? - 장 루이 푸르니에
42. 죽음의 중지 - 주제 사라마구
43기적의 양피지 캅베드 - 헤르메스 김
44. 파리의 스노우캣 - 권윤주
45. 태양을 기다리며 - 츠지 히토나리
46. 루머의 루머의 루머 - 제이 아셰르
47. 안과 겉 - 알베르 카뮈
48. 백치(상) -도스또예프스끼
49. 하루 24시간 어떻게 살 것인가 - 아놀드 베넷
 
--------------------------------------------------------------14권
 
 

4월에 읽은 책
 
 
 
50. 위저드 베이커리 - 구병모
51. 일본 전산 이야기 - 김성호
52.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F.스콧 피츠럴제럴드(노블마인)
53. 옛 소설에 빠지다 - 조혜란

54. 엄마의 은행통장 - 캐스린 포브즈

55. 워렌 버핏과 함께한 점심 식사 - 고수유

56. 굼벵이의 노래 - 황원교

57. 어설픈 경쟁 - 장 자끄 상뻬

58.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 - 아툴 가완디

59. 꿈꾸는 토르소맨 - kbs 스페셜 제작팀

5월에 읽은 책

 

 

60. 트와일라잇 - 화보와 비하인드 스토리

61. 아름다운 날들 - 장 자끄 상뻬

62. 개가 남긴 한마디 - 아지즈 네신

63. 이렇게 왔다가 이렇게 갈 수는 없다 - 아지즈 네신

64. 당나귀는 당나귀답게 - 아지즈 네신

65.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 데이비드 콜버트

66. 스타트 신드롬 - 김진세

67. 퇴계잡영 - 이황

68. 지로 이야기 1 - 시모무라 고진

69. 셜록 홈즈 최후의 해결책 - 마이클 셰이본

70. 인터월드 - 닐 게이먼, 마이클 리브스

71. 키다리 아저씨 - 진 웹스터

72. 비밀의 화원 -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73. 드로잉 일본 철도 여행 - 김혜원

74. 1은 하나 - 타샤 튜더

75. 어두워지면 일어나라 - 샬레인 해리스

76. 댈러스의 살아있는 시체들 - 샬레인 해리스

77. 강철군화 - 잭 런던

 

------------------------------------------------------18권

 

 

6월에 읽은 책

 

 

78. 왜들 그렇게 눈치가 없으세요? - 아지즈 네신

79. 세라 이야기 -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80. 세드릭 이야기 -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81. 왜 미술관에는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 - 플로렌스 포크

82.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루이스 캐럴

83. 2백년 전 악녀일기가 발견되다 - 돌프 페르로엔

84. 아빠, 나를 죽이지 마세요 - 테리 트루먼

85. 마음은 언제나 네 편이야 - 하코자키 유키에

86. 브레이킹 던 - 스테프니 메이어

87. 퍼펙트 블루 - 미야베 미유키

88. 두 개의 달 위를 걷다 - 샤론 크리치

89.~94. 배터리 1~6 - 아사노 아쓰코

95. 붉은 손가락 - 히가시노 게이고

96. 모방범 1 - 미야베 미유키

97. 나의 엄마, 타샤 튜더 - 베서니 튜더

 

----------------------------------------------------------20권

 

 

7월에 읽은 책

 

 

98. 그레이브야드 북 - 닐 게이먼

99. 설득 - 제인 오스틴

100. 타샤의 식탁 - 타샤 튜더

101. 정체성 - 밀란 쿤데라

102. 바쇼의 하이쿠 기행 3 - 마츠오 바쇼

103. 쉿, 조용히! - 스콧 더글러스

104. 도가니 - 공지영

105. 닌자 걸스 - 김헤정

106. 르노와르 - 가브리엘레 크레팔디

107. 아주 특별한 시 수업 - 샤론 크리치

108. 열린다 성경 - 류모세

 

---------------------------------------------------------11권

 

 

8월에 읽은 책

 

 

109. 면도날 - 서모셋 몸

110. 소송 - 프란츠 카프카

111. 베일 - 오츠이치

112. 카오스 - 지아우딘 사르아르

113. 내 안의 타락천사 - A.M 젠킨스

114. 침대를 타고 달렸어 - 신현림

115.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장영희

116. 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 - 필립 퍼키스

117. 졸업 - 히가시노 게이고

118. SP - 가네시로 가즈키

119. 생각 - 이어령

120. 내 생애 단 한번 - 장영희

121. 행복한 파스타 만들기 - 샤론 크리치

122. 4teen - 이시다 이라

 

---------------------------------------------------------14권

 

 

9월에 읽은 책

 

 

123. 일요일들 - 요시다 슈이치

124. 빅마우스 앤드 어글리걸 - 조이스 캐럴 오츠

125. 주홍색 연구 - 아서 코난 도일

126.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 앤 라이스

127. 네 사람의 서명 - 아서 코난 도일

128. A가 X에게 - 존 버거

129. 배움 - 김대중

130. 바스커빌 가문의 개 - 아서 코난 도일

131. 타샤의 ABC - 타샤 튜더

132. HEAL THE WORLD - 국제아동돕기연합UHICU

133. 무지개 - 요시모토 바나나

134. 카라바조 - 질 랑베르

135. 파울로 우첼로 - 엘케 폰 라치프스키

136. 정어리 같은 내인생 - 샤론 크리치

 

-------------------------------------------------------------14권

 

*붉은색 - 좋았던 책

 

 

- 다양한 책 읽기를 하고 싶었으나, 역시 문학에 많이 치우쳤다.

미술책, 아동책도 끼어 있음에도 골고루 읽지 못한 느낌이 든다.^^

당분간은 그냥 내키는 대로 읽고, 11월 중순부터 계획된 독서를 좀 해봐야 겠다.^^

 

 

 

2009년도에 생긴 책

 

 

420. 나폴리의 잠자는 미녀 - 아드리앵 고에츠


421. 나목 - 박완서

422. 임꺽정, 길 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 - 고미숙

423. 모래의 여자 - 아베 코보

424. 러시아 사상가 - 이사야 벌린

425. 거울 나라의 앨리스 - 루이스 캐럴

426. 오즈의 마법사 - L. 프랭크 바움


427. 제5도살장 - 커트 보네거트

428. 슬림독 밀리어네어 - 비카스 스와루프

429. 빌 브라이슨의 재밌는 세상 - 빌 브라이슨

430. 달나라 도둑 - 김주영

431. 내몸 대청소 - 프레데릭 살드만

432. 톨스토이 단편선 - 톨스토이


433.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 - 알랭 드 보통

434. 우주와 인간 사이에 질문을 던지다 - 김정욱 외


435. 위험한 독서 - 김경욱

436. 시지프 신화 - 알베르 카뮈

437. 미셸 오바마 - 엘리자베스 라이트폿

438. 파이 이야기 일러스트 - 얀 마텔

439. 칼잡이들의 이야기 - 보르헤스

440. 이방인 - 알베르 카뮈

441. 셰익스피어의 기억 - 보르헤스

442. 파우스트 2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443. 뉴 마인드 뉴 섹스 - 김해준

444. 월드 체인징 - 알렉스 스테픈

445. 성스러운 세 도시 - 르 클레지오

446. 제주 걷기 여행 - 서명숙

447. 디자인은 보이지 않는다 - 루치우스 부르크하르트

448. 인간의 지성을 진화시킨 세계 고전 200문장

449. 제 7의 인간 - 존 버거, 장 모르

450.~451. 황제의 밀사 1,2 - 쥘 베른

452~454. 신비의 섬 1,2,3 - 쥘 베른

455. 시민의 불복종 - 헨리 데이빗 소로우

456. 넛지 - 리처드 탈러, 캐스 선스타인

457. 꽃피는 자궁 - 이유명호

458.~459. 괴물 1,2 - 이외수

460. 고양이는 과학적으로 사랑을 한다? - 다케우치 가오루, 후지이 가오루

461. 나를 사랑하는 법 - 엔도 슈사쿠

462. 한국의 인터넷을 論하다 - 권헌영 외

463. 웨이벌리 - 월터 스콧

464. 지구에서 달까지 - 쥘 베른

 

465. 돌연변이들 - 로빈 브랜디

466. 자연이라는 개념 - R.G. 콜링우드

467. 2009 이상문학상 작품집 - 김연수 외

468. 불한당들의 세계사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467. 일상적인 삶 - 장 그르니에

468. 북학의 - 박제가

469. 픽션들 - 보르헤스

470. 알렙 - 보르헤스

471. 2009 열린책들 편집 매뉴얼 - 열린책들 편집부

472. 정의의 사람들, 계엄령 - 알베르 카뮈

473. 행운을 부르는 아이, 럭키 - 수잔 패트런

474. 결혼, 여름 - 알베르 카뮈

475. 바덴바덴에서의 여름 - 레오니드 치프킨

476. 구스타프 클림트 - 에바 디 스테파노

477.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 정민

478. 메구스타 쿠바 - 이겸

479. 미성년(상) - 도스또예프스끼

480. 랜드마크 - 요시다 슈이치

481. 금각사 - 미시마 유키오 

482. 태양의 후예 - 알베르 카뮈

483. 칼리굴라 . 오해 - 알베르 카뮈

484. 누구를 위한 인터넷 규제인가 - 이수운

485. 인터넷에 관한 몇가지 진실과 오해 - 최순욱

486. 저작권 오디세이 2009 - 한정훈

487. 무선망 개방 해외에서 길을 묻다 - 김민수

488. 정재승의 도전 무한지식 - 정재승, 전희주

489. 과학해서 행복한 사람들 - APCTP 기획

490. 21세기를 사는 지혜 배신 - 김용철 외

 

491. 영원한 남편 외 - 도스또예프스끼

492. 백야 외 - 도스또예프스끼

493. 지하로부터의 수기 - 도스또예프스기

494. 적지와 왕국 - 알베르 카뮈

495. 이기는 습관 2 - 김진동

496. 클림트 황금빛 비밀 - (주)문화에이치디

497. 사랑 후에 오는 것들 - 츠지 히토나리

498. 생각 없는 생각 - 김홍호

499. 사람을 욺직이는 기술 히든 커뮤니케이션 - 공문선

500. 행복한 죽음 - 알베르 카뮈

501. 페스트 - 알베르 카뮈

502. 작가수첩 3 - 알베르 카뮈

503. 황천의 개 - 후지와라 신야

504. 라틴 소울 - 박창학

505. 어머니를 돌보며 - 버지니아 스템 오언스

506. 잘가요, 언덕 - 차인표

507. 고릴라 왕국에서 온 아이 - 단 프린스-휴즈

508. 캐테 콜비츠 - 캐테 콜비츠

509. 당나귀의 지혜 - 앤디 메리필드

510. 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어산책 - 빌 브라이슨

511. 다른 남자 - 베른하르트 슐링크

512. 네이버 트렌드 연감 2008

513.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 사이먼 싱

514. 숲에게 길을 묻다 - 김용규

515. 파이 이야기 - 얀 마텔

516. 라쇼몽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517. 빅스위치 - 니콜라스 카

518. 대한민국 표류기 - 허지웅

519. 드림위버 - 잭 보웬

520. 비밀의 요리책 - 엘르 뉴마크

 

521.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F. 스콧 피츠제럴드(문학동네)

522. 전략의 탄생 - 애비너시 딕시트, 배리 네일버프

523. 메이저리그 경영학 - 제프 엥거스

524. 청소년을 위한 자유로운 글쓰기 - 김주환

525. 닥터, 좋은 의사를 말하다 - 아툴 가완디

526. 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 1 - 리처드 파인만

527. 여행자의 편지 - 박동식

528.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 김희경

529. 내사랑 카사사기 - 제임스 미키

530. 한 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 무라카미 류

531. 고통받는 환자와 인간에게서 멀어진 의사를 위하여-에릭J. 카셀

532. 생사불명 야사르 - 아지즈 네신

533. 지로 이야기 2 - 시모무라 고진

534. 내 심장을 쏴라 - 김유정

535. 지로 이야기 3 - 시모무라 고진

536. 나의 관타나모 다이어리 - 마비쉬 룩사나 칸

537. 복떡방 이야기 - 정정섭

539. 집단지성이란 무엇인가 - 찰스 리드비터

540. 변신이야기 2 - 오비디우스

541. 하이디 - 요한나 슈피리

542. 피드 - M.T 앤더슨

543. 제비호와 아마존호 - 아서 랜섬

544. 백치 (하) - 도스또예프스끼

545.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 케니스 그레이엄

546. 보물섬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547.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 로맹 가리

548. 일식 - 히라노 게이치로(양장)

549. 루비 홀러 - 샤론 크리치

550. 모방범 2 - 미야베 미유키

551. 모방범 3- 미야베 미유키

 

552. 그 후 - 나쓰케 소세키

553. 파리의 노트르담 2 - 빅토르 위고

554. 고야 - 줄리아노 세라피니

555.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 김동영

556. 청춘불패 - 이외수

557. 헉! 아프리카 - 김영희

558. 경제학, 현실에 말을 걸다 - 이면희

559. 요셉과 그 형제들 6 - 토마스 만

560. 요셉과 그 형제들 깊이 읽기 - 장지연

561. 그건 사랑이었네 - 한비야

562.~566.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키차히커를 위한 안내서 1~5) - 더글러스 애덤스

567. 미친 별 아래 집 - 다이앤 애커먼

568. 왕처럼 화내라 - 크리스토프 부르커

569. 유모차를 사랑한 남자 - 조프 롤스

570. 하하 미술관 - 김홍기

571. 트루먼 스쿨 악플 사건 - 도리 힐레스타드 버틀러

572. 플라이트 - 셔먼 알렉시

573. 사진찍기 - 최정호

574. 경제학의 탈을 쓴 자본주의 - 정승현

575. 민희, 파스타에 빠져 이탈리아를 누비다 - 이민희

576. 페트로폴리스 - 아냐 울리니치

577. 카레 소시지 - 우베 팀

578. 문학의 숲을 거닐다 - 장영희

579. 지구 위의 작업실 - 김갑수

580. 노란 불빛의 서점 - 루이스 버즈비

581. 공포의 계곡 - 아서 코난 도일

582. 셜록 홈즈의 모험 -아서 코난 도일

583. 셜록 홈즈의 회상록 - 아서 코난 도일

584. 셜록 홈즈의 귀환 - 아서 코난 도일

585. 홈즈의 마지막 인사 - 아서 코난 도일

586. 셜록 홈즈의 사건집 - 아서 코난 도일

587. 실종자 - 프란츠 카프카

588. 꿈 같은 삶의 기록 - 프란츠 카프카

589.~621. 도쿠가와 이에야스(1~32) - 야마오카 소하치

622. 의뢰인은 죽었다 - 와카다케 나나미

623. 내추럴 셀렉션 - 데이브 프리드먼

624. 도착의 론도 - 오리하라 이치

625. 아일랜드 - 올더스 헉슬리

626. 테라 마들 - 반다나 시바

627. 우주 콘서트 - 태의경

628. 세계 끝 여자친구 - 김연수

629. 유언 - 산도르 마라이

630. 천로역정 - 존 버니언

631. 일의 기쁨과 슬픔 - 알랭 드 보통

632. 행운아 - 존 버거, 장 모르

633.~634. 저주받은 자들의 여왕 1~2 - 앤 라이스

635.~636. 뱀파이어 레스타 1~2 - 앤 라이스

637. 8일째 매미 - 가쿠타 미쓰요

638. 반듯하지 않은 인생, 고마워요 - 박은기 외

639. 그 순간 역사가 움직였다 - 에드윈 무어

640. 여기, 우리가 만난 곳 - 존 버거

641. 우리 시대의 화가 - 존 버거

642. 모든 것을 소중히하라 - 존 버거

643. 재판하는 사람 집행하는 사람 -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644. 소년은 자란다 - 아라이

645. 뒤바뀐 딸 -  세락 가족, 반 린 가족, 마크 탭

646. 빈센트 반 고흐 - 인고 발터

647. 괴짜 사회학 - 수디르 벤카테시

 


 

--------------------------------------------------------10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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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어리 같은 내인생 일공일삼 55
샤론 크리치 지음, 김영진 옮김 / 비룡소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집에서 내가 가장 견디기 힘든 건 소음이다. 조카들이 넷이나 되다 보니 아무리 조용히 시킨다고 해도 소음은 막을 방도가 없다. TV를 볼 때나 잠 잘 때 외에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소음이 나를 괴롭히기에 늘 귀마개를 달고 산다. 그러나 귀마개 틈으로 늘 소리는 끊이지 않고, 조카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고래고래 소리만 지르게 되며, 복도식 아파트라 특히 소음이 심해 늘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어쩔 때는 내가 왜 이곳에 이러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런 환경에서 독서를 해왔다는 것이 마냥 신기할 정도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하소연을 해도 그냥 들어주는 시늉만 할 뿐이지만, 이 책의 주인공인 레오에게는 왠지 말이 통할 것 같다. 자신의 처지를 통조림 속에 들어있는 정어리 같다고 했으니 레오와 내가 크게 다를 것 같지 않았다.
 

  나도 대식구 안에서 자라 레오의 고충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고 하지만, 레오도 나름대로 딱한 면이 있다. 삶에 찌들어 있는 엄마와 아빠, 누나, 남동생 둘만으로도 벅찬데, 거기다 조부모를 비롯한 고모들, 삼촌, 사촌까지 그야말로 조용할 날이 하나도 없었다. 형제들도 각각 성향이 달라 레오와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엄마는 집안일에 찌들어 있고, 아빠는 늘 무언가 불만이었다. 누나 콘텐토는 사춘기라서 그런지 민감했고, 남동생 피에트로는 럭비에 빠져 있었고, 막내 눈치오는 응석받이였다. 거기다 친척들도 늘 바쁘고 소란스러우니 레오가 그런 불평을 할만도 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레오는 학교 연극반에서 맡은 '꼬부랑 할멈' 역할을 연습하면서, 삶에 대해 조금씩 시각을 트여갈 정도로 비교적 밝게 성장해 가고 있었다.

 

  레오는 연극반 선생님이 내주신 숙제를 통해 아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연극반 선생님은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해 그 역할의 과거를 생각해 보라는 숙제를 내주셨다. 그러나 레오가 맡은 꼬부랑 할멈의 과거에 대해 전혀 언급이 되어 있지 않았기에 그 숙제는 얼토당토않다고 생각한다. 레오의 여자 친구인 루비는 '당나귀' 역할을 맡았는데, 둘에게는 그 숙제가 무리일 수밖에 없었다. 루비와 함께 자신이 맡은 역할과 다른 아이들이 맡은 역할, 그리고 연극 <룸포포의 베란다>의 미래에 대해서 대화를 통해 자신들의 생각을 분출해 낸다. 그렇게 과거를 생각하다 자신의 가족에게 시선을 돌리게 되는데, 레오는 아빠에게 어떠한 과거가 있었으며 지금도 불행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빠는 늘 음울했고, 예민했으며,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다락방에서 아빠가 14살 때 쓴 자서전을 발견하게 되고, 아빠도 처음부터 불행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자서전을 읽으면서 현재의 아빠와 과거의 아빠, 그리고 자신과 가족들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 아빠의 자서전에서 로자리아 고모에 대한 글과 사진을 발견한 후 그 분이 누구일까 의문을 품게 된다. 그러다 가족들이 모두 모였을 때 로자리아 고모가 누군지 묻게 되는데, 할머니는 바로 울음을 터트리고 만다. 무슨 사연이 있다고 생각한 레오는 다음에 직접 할머니에게 로자리아 고모에 대해서 물을 기회를 만나는데, 로자리아 고모가 아빠와 친했다는 것과 부모와 연락을 끊은 채 집을 나가 여전히 소식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할머니는 그런 로자리아 고모를 기다리는 눈치였는데, 그런 이야기를 레오에게 털어 놓는 순간 레오가 무슨 일인가 해 줄 수 있을 거라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레오는 에피소드가 있을 때마다 그 아래 자신만의 허황된 상상력을 심어 놓는다. 자신이 유명한 과학자가 되는 것, 노벨상을 타는 것, 코치가 되어 팀을 잘 이끄는 것, 로자리아 고모를 집으로 데려오는 것 등 많은 상상력이 늘 레오의 머릿속을 차지했다. 그런 상상을 읽어 나가다 보면, 나도 어릴 적에 저런 허황된 상상을 한 적이 있다는 생각에 빙그레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다. 그렇게 레오는 조금씩 성장해 가고 있었고, 시간에 흐름에 따라 연극에 대한 자리매김도, 가족들에 대한 사랑확인도 나름대로 구축해 갈 수 있었다. 그 과정이 썩 흡인력 있게 펼쳐지지 않았지만, 물 흐르듯 적정 수준에서의 분위기를 늘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레오에게 기대했던 '무언가는' 끝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다(어쩌면 레오의 그런 생각자체만으로도 이미 변화는 시작되고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샤론 크리치의 소설들은 늘 뒷심이 강했기에 어느 정도의 결론이 마련될 거라 생각했다. 로자리아 고모가 돌아온다든가, 레오의 헛된 상상 하나가 실현 되는 것, 아빠가 다시 예전의 모습을 되찾는 것 등 나름대로 순위를 정해놓고 있었다. 그러나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준 채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다. 레오가 여전히 성장 중이고, 시간이 좀 더 흘러야 뚜렷한 형상을 드러낼 것들이 대부분이었으므로 그런 마무리가 더 자연스러운지도 모르겠다. 열린 결말은 성장소설의 매력이기도 하고, 생각을 틀에 가두지 않는다는 점이 있긴 하지만 왠지 조금은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샤론 크리치의 소설은 늘 감동적이고, 웃기고, 메시지가 뚜렷했기에 레오의 이야기가 조금은 심심했는지도 모른다. 레오의 이야기 안에는 이미 충분한 삶의 모습이 녹아 있고, 어른인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것들도 많았지만 물 흐르듯 자연스레 흘러가는 모습에서 무언가 서운함을 느꼈나 보다. 그러나 앞으로도 샤론 크리치가 그려내는 성장소설의 세계에 계속 관심을 가질 것이며, 신간을 기다리는 묘미를 만끽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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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올로 우첼로 - 원근법을 사랑한 화가 내 손안의 미술관 7
엘케 폰 라치프스키 지음, 노성두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파올로 우첼로를 알게 된 것은 존 버거의 글 때문이었다. 존 버거의 책을 읽다 파올로 우첼로의 그림을 비평하는 글을 보았는데, 지금은 생각이 나지 않지만 너무나 궁금해서 바로 책을 주문했다. 그러나 내 책장에 쌓인 수많은 책들의 운명처럼, 책을 구입한지는 2년이 훨씬 지나 있었다. <카라바조>를 읽고 나서, 미술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샘솟아 꺼내 들었는데 그 긴 공백 기간이 무색할 정도로 재미나게 읽어 버렸다. '내 손안의 미술관' 시리즈를 두 권을 읽은 상태에서 세 번째로 마주해서인지 독특한 구성이 그다지 낯설지 않았다. 그러나 역시 이 책을 통해 파올로 우첼로를 알았다기보다, 한 편의 역사소설처럼 흘러가는 가운데 파올로 우첼로를 만났다고 하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내 손안의 미술관' 시리즈는 화가가 중심 선상에 있긴 하지만 화가만 콕 집어서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다. 화가가 살았던 시대의 배경을 훑고 지나가면서 어떠한 분위기 속에서 어떻게 그림을 그려 나갔는지를 꿰어 맞추듯이 풀어 나간다. 파올로 우첼로에 대해서 온전히 알아가길 원했던 독자라면 이러한 구성에 조금은 당황스러울 수 있다. 나 역시 이 시리즈를 처음 대했을 때 그랬고, 과연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단편적으로 한 인물에 대해서 끌어내기보다 주변 환경과 시대적 배경을 생각해서 여러 가지를 보여 주는 것은 독특한 시도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화가의 인생 전반에 걸친 많은 것들을 한 권의 책을 읽어도 부족한데, 오히려 조연이 되고 있으니 자칫 방심했다간 화가의 행방을 놓칠 수도 있다.

 

  책의 시작은 파올로 우첼로와 연관성이 있긴 하지만, 그의 등장부터 시작한 것이 아니라 그의 그림 가운데 유명한 <산로마노 기마전투> 연작이 탄생하게 된 배경으로 시작한다. 피렌체에서 태어난 우첼로였기에 그 당시의 피렌체의 분위기가 어땠는지 거대한 <산로마노기마전투>를 주문한 사람이 누구였는지부터 책은 시작된다. 당시 피렌체에서 큰 상인이자 은행가였던 코시모 데 메디치는 시에나 군과의 전투에서 승리하자 그 상황을 그림으로 남기고 싶어 했다. 전쟁 상황을 사실적으로 남기고 싶어 했던 코시모는 원근법에 뛰어나다고 소문난 우첼로를 불러들인다. 그리고 자신의 집에 걸고 싶은 그림의 특징을 쭉 설명해 가면서 그림에 필요한 모든 것에 아낌없는 후원을 하겠다고 말한다. 쟁쟁한 화가들이 많았던 피렌체에 이제 막 떠오르기 시작한 우첼로가 코시모의 눈에 든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바로 원근법에 의한 화법이 새로운 회화 시대를 열어가고 있던 때에 원근법을 잘 살린 그림을 그렸기 때문이었다.

 

  우첼로는 <산로마노 기마전투>에서 원근법에 의해 그림을 그렸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미술의 장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근법에 의한 그림을 그린 것이 우첼로가 최초가 아니었음에도 원근법과 기하학을 이용해 실감 있게 그려낸 화가는 우첼로가 독보적이었다. 당시 최고의 조각가였던 기베르티 공방에서 7년 동안 수학한 그는 말이 없고, 고집쟁이였으나 한 번 무언가에 빠지면 깊이 파고드는 성향이 있었다. 우첼로는 원근법에 순식간에 매료되어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고 그림을 그린다. 실전보다 이론에 중점을 둔다고 비웃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당시에는 원근법과 기하학 등 다양한 이론을 제대로 섭렵하지 않고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예술가로서 자질 부족을 의미했다. 공방에서 수학하더라도 지금과는 무척 다른 공부가 많았지만(자질구레한 일들만 몇 년씩 거듭하기도 한다.), 당시의 분위기를 감안한다면 원근법에 의한 그림은 많은 사람들에게 신기한 효과가 아닐 수 없었다.

 

  이런 식으로 우첼로의 그림세계에 대한 많은 설명보다 그 시대를 통째로 끌고 가는 분위기 덕에 원근법과 피렌체, 당시의 예술에 대한 분위기 접근이 더 용이할지도 모른다. 우첼로의 그림보다 다른 화가들의 그림을 보면서 비교할 수 있는 공간이 더 많았고, 15세기 피렌체의 모습을 엿보는 시간도 많았다. 저자는 우첼로의 그림을 보려면 제대로 읽을 줄도 알아야 한다면서 그림 보는 법, 그림을 읽는 법에 대해서 설명을 하기도 한다. 당시에는 후에 많은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할 인상주의에 대한 그림이 드물었기에 주로 인물이나 건축물에 대한 그림이 많았다. 원근법이 새롭게 대두된 만큼 원근법에 자연물을 집어넣는다는 것은 실로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우첼로의 그림을 읽는다는 것이 쉽게 와 닿지 않았다. 중세미술을 어느 정도 답습하고 그 안에 자신의 그림방식을 집어넣긴 했으나, 전체적인 분위기를 보건데 조금은 뻣뻣하고 두루뭉술한 그림들이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 이유도 있었다. 21세기에 살아가고 있는 내가 15세기의 원근법을 보고 감탄을 터트리기엔 무리가 있으나, 당시에는 파격적이고 사실적인 그림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파올로 우첼로가 그린 피렌체의 대성당 벽화인 기마상을 보고 뒷날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감탄하며 원근법을 공부했을 정도라고 한다. 그만큼 15세기 초와 중부의 미술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우첼로의 그림은 미술사에 또 다른 가치가 아닐 수 없다. 당시에는 조롱을 받기도 하고, 제대로 평가되지 못한 점도 있지만 원근법을 너무나 사랑한 우첼로의 열정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인정됐으리라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서 파올로 우첼로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더라도, 우첼로가 살았던 15세기 이탈리아 피렌체로의 시간여행을 통해 당시의 숨결을 느껴볼 수 있어 색다른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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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바조 Taschen 베이직 아트 (마로니에북스) 6
질 랑베르 지음, 문경자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5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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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서 하릴없이 뒹굴다 보면 3면이 책으로 둘러싸여서 그런지 온통 책 밖에 안 보이는 방 구조에 늘 흐뭇하다. 그러나 시선이 한정 되어 있어서인지 나의 눈높이가 닿는 책장에만 눈길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 조만간 책장의 책들 위치를 좀 바꿔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이, 만날 보는 책만 보고 있으니 안 읽었으면서도 읽은 느낌이 들기도 하다. 그에 반해 자꾸 쳐다보니 읽고 싶은 마음이 생겨 손을 뻗기도 하지만 그래도 정기적으로 책장의 책들을 바꿔 주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나의 시선이 자주 가는 책장의 책들은 산문, 미술, 순서를 지켜서 읽어야 할 책들이다. 그러다 보니 그 책장에서만 골라보는 책들이 많아졌는데, 오랜만에 미술에 관해 모아둔 책들에 시선을 돌렸다. 오랫동안 미술 장르에 관한 책을 읽지 못해서인지 보는 것만도 반가웠다. 여러 책들을 꺼내서 훑어보다 어느 책에선가 보고 구입한 <카라바조>를 읽기 시작했다.
 

  미술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지만, 오로지 그림 보는 것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관련된 책을 잔뜩 구비하고 있다. 세 칸의 책들에 빽빽이 꽂힌 미술에 관한 책들은 주인의 손길을 받지 못하다가, <카라바조>를 시작으로 다시 나의 관심을 받고 있다. <카라바조>를 읽으니 다른 책들도 읽고 싶어 며칠 동안 열심히 책장을 둘러 봤지만, 역시 꺼내다 넣어다를 반복할 뿐 한 권의 책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이 책을 통해서 다시 미술에 관심을 돌린 것이 내심 반가울 뿐이다. 책도 재미있었고, 오랜만에 그림을 실컷 구경하고 나니 마음이 평안해졌다. 읽기와 보기를 병행하는 미술 책이 한 권씩 나를 거쳐 갈 때마다 내 안에 쌓인 것은 무엇인지 공허한 마음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우선은 이런 관심 안에서만 만족하기로 하고, 다시 일어난 관심을 좀 더 지켜가기로 했다.

 

  종종 한 사람의 삶을 알아가다 보면 희열보다는 안타까움이 많이 들 때가 있다. 그가 좀 더 나은 시대에 태어났다면, 마음속의 열정을 끝까지 가지고 있었더라면, 자신을 잘 다스렸다면 좋았을 거라는 안타까움이다. 카라바조 역시 그랬다. 카라바조는 그가 태어난 고향 마을 이름이고 본명은 미켈란젤로 메리시인 그는 당시에 좋은 평판을 얻지 못했다. 그림에 대한 재능이 뛰어났음에도 불한당 같은 행동을 많이 하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다 다른 화가들로부터 질투심을 많이 불러 일으켰다. 거기까지였다면 인간이기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싸움쟁이에 주정뱅이인 그는 감옥에 갇히는 일이 많았고, 결국 감옥에서 탈출해서 떠돌다 로마에서 짧은 생을 마쳤다. 타살일 가능성도 높다고 하는데, 그만큼 그의 삶은 파란만장하다 못해 역경에 역경이 거듭 그를 둘러싸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다. 그런 만큼 그의 화가로서의 능력도, 그에 관한 기록도 오랫동안 기억 속에 파묻혀 있었던 것도 어쩜 당연했는지도 모르겠다.

 

  그가 활동하던 시기의 사회적 분위기도 한 몫 했겠지만, 신비에 둘러싸여 있다 보니 그에 관한 제대로 된 평가가 있기까지는 30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19세기 말 비평가 로베르토 롱기 덕분이라고 하는데, 발레리의 비서였던 앙드레 버른 조프루아는 "한마디로 말해, 르네상스 직후 카라바조와 더불어 근대 회화가 시작되었다"고 했다고 한다. 그가 어느 시대에 활동을 했든, 어떠한 사연을 가지고 있던 지간에 먼저 그의 그림을 보면 발레리의 비서의 말이 과찬이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요즘에야 회화에 대한 사람들이 시각이 많이 넓어지고 관심이 많아서 다양한 의견을 내 놓을 수 있지만, 카라바조가 어떤 시대에 활동했는지 알지 못한 채 그의 그림을 본다면 익숙함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롱기는 "그가 없었다면 리베라, 베르메르, 조르주 드라 투르, 그리고 렘브란트는 결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들라크루아와 쿠르베, 마네의 그림도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라고 말한 바 있다. 뒷날 바로크 예술이라 이름 붙는 시기의 정점인 16세기에서 17세기로 넘어가는 전환기였던 시대에 활동했던 카라바조는 천재성과 동시에 파문을 몰고 다니는 화가였다.

 

  카라바조의 화풍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빛의 처리다. 명암법의 효과를 발견하게 해준 인물은 조바니 지롤라모 사볼도라고 추측하는데, 그런 인물과의 만남에 카라바조의 천재성을 덧붙이니 훌륭한 그림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했다. 빛의 화기인 렘브란트의 미래를 점쳐보는 듯한 착각이 일 정도로 명암처리가 뚜렷해, 무척 사실적인 그림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의 순탄치 못했던 삶이 너무나 안타깝다. 경제적인 이유, 명예의 문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방황에 방황을 거듭하다 결국은 쓸쓸한 죽음을 맞이한 그였기에 그의 그림들은 익숙하면서도 무언지 모를 어둠이 존재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자화상을 많이 그리기도 했는데, 아프거나 늙고 지친 자신의 모습이 많았다. 그림 속에 묻히듯이 드러나 있는 자신의 존재를 그만큼 슬프게 그려낸 화가가 있었던가. 카라바조의 화풍이 일취월장하는 것을 볼 때마다 순탄치 못한 삶을 산 그를 보는 시선이 촉촉해 질 수밖에 없다.

 

  그가 자신을 다스리지 못해서 일어난 파문도 많았지만, 충격적인 그림 때문에 일어난 파문도 많았다. 그의 능력을 알아본 몇몇 사람들의 주선 가운데 교회에 쓰일 그림들을 그리기도 했는데,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그림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작품도 많아 논란에 논란을 거듭하게 만들었다. 나의 식견이 짧아서 그림 속에 어떠한 메시지가 담겨 있는지, 당시의 배경에 어울릴법한 그림인지 아닌지를 설명을 들으면서도 확연히 구분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런 논란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그의 그림이 파격적이라는 생각보다 무척 자연스럽고 사실적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종교화에는 신성적인 면이 어느 정도 담겨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꼭 그렇게까지 팍팍하게 굴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카라바조는 그들과의 타협을 잘 못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몇 점의 종교화 덕에 그의 명성이 더 높아질 때도 있었지만, 그나마 황금기였던 그의 짧은 시절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의 그림은 시간이 흐를수록 뚜렷한 성장을 보이지만 그는 삶을 빨리 마감하는 쪽으로 인생을 몰아가고 있었다. 무엇하나 제대로 풀리지 않는 그의 고난은 그칠 줄을 몰랐으며, 따지고 보면 그의 고난이 그림 속에 고스란히 들어있음을 발견할 때마다 그가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좀 더 보살펴 주고, 자신을 다스렸더라면 훌륭한 그림들을 더 많이 볼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이제라도 재조명 되어 그의 가치를 발견하고, 그 이후에 나타난 화가들의 발자취를 캐낼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됨됨이를 알고 같은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평가보다, 작품 속에 녹아든 삶에 대한 광기와 치열함, 천재성을 발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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