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선인장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사사키 아츠코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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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가벼우면서도 서정적인 책이 읽고 싶었다...
내가 읽고 있는 책들은 죄다 무겁고 두꺼운 책들이라 잠시 숨을 쉬고 싶었다.. 얼마전에 읽은 '티티새'가 생각이 나 그런 분위기라면 좋겠다는 생각에 책방에 가서 눈씻고 찾아보도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은 보이지 않았다.. 다른때 같으면 다른 책이라도 빌려 올텐데 죄다 무거워 보였다..
빈손으로 집에 왔는데 도저히 나의 책들이 손에 잡히지 않아 다른 책방에 갔다.. 거기는 처음의 책방보다 나았지만.. 책방의 특징인지라 판타지,만화책,하이틴이 주를 이루었고 베스트 셀러중에서도 인기있는 것듯만 있었고 괜찮은 책들은 드물었다...
거기서도 실망을 하고 나올무렵 이 책이 눈에 띄였다..
제목도 몇번 들어봤고 우선 '요시모토 바나나'와 같은 여류작가에 분위기도 비슷할 것 같아서.. 오늘 책방에 온 목적은 가벼우면서도 서정적이기 때문에 이 책을 빌려왔다...
그제서야 내 육체의 무거움이 좀 빠져나간 듯 조금씩 기분이 좋아졌다.. 내친김에 군것질거리까지 사오고 창문을 열어놓고 들이치는 빗소리를 들으며 읽기 시작했다...

오이,모자,2... 독특한 세명의 주인공이 등장했다..
독특한 이름을 가지고 인간인 것 같으면서도 그 이름에 충실한 그들이 만들어 내는 세계는 단순하면서도 독특했다...
오랫동안 웃음을 읽고 지낸 나이에 신경숙의 'J 이야기'에서처럼 작가의 능청스러움에 큰 소리를 내어 몇번이나 호탕하게.. 키득거리면서 웃었다..
전혀 그런 분위기가 아닌 것 같은데도 터져나오는 웃음은...
순수하고 신선한 그들의 서슴없음에서 나오는 것이였다..
전혀 다른 취향의 세사람이 만들어 가는 우정은 끈끈하고 때론 무관심하면서도 존중해 주는 적적한 영역에서의 어울림으로 맺어주었다..
그러기에 그들의 에피소드에 폭소를 터트렸는지도 모른다...
적절한 영역... 우정.. 어울림...그리고 공간의 해체로 인한 헤어짐...
미래를 기약할 순 없지만.. 아쉬움이 남는 그들의 해체...
그 흐름 속에서 그들 개개인의 개성을 보았고 그들이 사는 공간은 사라졌지만 그 공간속에서의 추억이 부러웠다..
아파트에서 산지 오래 되었지만 친구 하나 없는 내가 무색하기도 했고 말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알게 되고 추억을 여행하고 그럴 수 있어서 좋은 분위기였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분위기를 찾아헤맸지만.. 그와 비슷할 거라 생각했지만.. 분위기는 달랐고 내게는 좋은 시간이였다..
오늘 내 기분에 잘 맞는 책이였고 일상에서의 행복을 찾게끔 돌아봐준 책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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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박스
아모스 오즈 지음, 곽영미 옮김 / 열린책들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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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처음부터 끝까지 편지로 이루어진 책이다..
중간에 전보나 짤막한 글들이 있기도 하지만 상처를 주는 것이든.. 보듬어 가는 것이든...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든.. 모든게 편지로 이루어진다...
전화의 보급 문제도 있었겠지만 편지가 유일한 수단인 듯 꼬리에 꼬리를 물고 모두들 편지를 써댄다.. 뒤로 가면 갈수록 터무니없이 길어지는 편지에 지루함을 느끼기도 했지만(내용이 아니라 편지인지라 끝이 보이지 않는 아득함 때문이다....) 잠시 쉬고 책을 열면 다시 그들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7년전 이혼한 남편... 그 사이에 난 아들.. 그리고 재혼한 남편.. 그 사이의 딸.. 그리고 그녀... 전남편의 변호사 등...
거침없이 헐뜯고 힐난하고 조소와 비방까지 마다않는 그들의 서신은 우리나라의 정서에 비교하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면서도 서서히 들어나는 상처들을 파헤치다가도 때로는 감싸주고 치료해주는 자유스러움이 잠시 부럽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은 현재를 소중히 여기면서도 소중한 것을 놓쳐버리며 살고 있었다.. 서서히 그런 과정을 거쳐 조금은 진실된 모습으로 돌아갔지만.. 그게 행복한 결말이니.. 허무한 결말이니.. 이런 단순함으로 판단하는 대신 그냥 흐름 그 자체였다...
부정하고 솔직함을 보여 주는 것 같으면서도 무언가 훌훌 털어내지 못하는 그들의 내면은 정작 음모가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순간에 최선을 다했고(편지 쓰는 것도...) 그 흐름에 스며든 것이였다.. 그 흐름이 자기의 의도와 계획 없이 멀리흘러가 버린 것이라 해도 그들은 충실했다..
가족이라고 할 수 없는... 그러나 개개인이라고 말하기도 무색한 그들의 얽히고 섥힘이 신기하기도 하고 자유스러워 보였다..
그러나 삶은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충실히 만들어가는 다른 사람의 노력 없이는 어긋나기 쉬운 톱니바퀴가 되는 것이다.. 공동체이면서도 개인인 삶... 둘다 소중히 생각해야 할 것이다...

'나의 미카엘'이후 두번째로 접하는 아모스 오즈의 작품이였다..
나의 미카엘은 서정적이여서 이 책은 어떤 내용일까.. 어떤 분위기일까.. 많이 궁금했었다.. 엇비슷한 분위기 일거라 생각했는데 아모스 오즈의 쌈박함(?)이라고나 해야 할까.... 거칠면서도 유머가 있는.. 그러면서도 간결한.. 그의 다른 스타일을 보게 되었다..
그러나 모두가 아모스 오즈를 칭송하는 말.. 이스라엘의 대표 작가라는 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스라엘의 다른 작가의 책은 읽어보지 않았지만 그의 책을 읽어보면 이스라엘에 대해서 얼마나 잘 쓰고 있는지를 알 수 있으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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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그의 문학속으로 조정래 문학전집 9
조정래 지음 / 해냄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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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되었든간에 2001년 10월부터 읽기 시작한 문학전집을 이제서야 다 읽었다.. 8권까지는 진작 읽었고 그 사이에 조정래의 '한강'도 읽었지만 횟수로는 4년이 되었다..
이 책의 대부분이 사진과 함께 본 조정래의 어린시절.. 문학세계이기 때문에 그만큼 부담을 못 느끼다 보니 이제서야 완결을 보게 되었다..
이 책도 오늘 도착했는데 새책이라는걸 느낄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읽었다.. 사진과 함께 한 짧막한 설명이 대부분이라 그냥 사진구경일거라 생각했는데 작가인지라 사진 설명과 추억의 솔직함이 담겨있어 사진도 아주 재미있게 보았다.. 그러나 태백산맥과 아리랑에 대한 사진을 보면서 부끄러워졌다...
분명 조정래의 문학전집을 읽으면서 단편에 대한 편견이 깨지고..
단박에 조정래의 팬이 되어버렸지만.. 한강을 읽고 그 생각이 더욱 더 굳혀졌지만.. 태백산맥과 아리랑을 읽지 않고 조정래를 논했던 것이 부끄러워 졌다...
왠지 팥 없는 진빵을 파는 느낌이랄까...
문학전집과 한강도 훌륭했지만 태백산맥과 아리랑도 꼭 거쳐야 할 조정래의 문학이다.. 그래서 올초에 세운 계획중에(100권 읽기...) 태백산맥과 아리랑을 포함시켰지만 문학전집 완결을 읽고 나니 빨리 읽고 싶어 안달이 난다..
현재 읽어야 할 책들을 어느정도 정리한 다음 태백산맥부터 읽어야 겠다...

조정래의 문학은 특별한 그의 노력이 있기에 그의 책 한권만 읽어도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나는 특히 그의 군더더기 없는 문체와 인간 감정의 극을 보여주는 아찔한 묘사가 좋다...
허구이면서 사실적인 것들.. 그래서 더 그의 글에 빠져든다...
그의 고초와 고뇌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얼굴을 보면 삶 자체가 문학인 그의 세계가 보인다..
그러나 분명 즐겁게 문학을 하셨고 그 사실이 나또한 즐겁다...
그 결과가 나같은 독자들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온통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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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로부터의 수기 외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6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이덕형.계동준 옮김 / 열린책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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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권의 전집중에서 이제 6권을 읽었다...
6번째의 책에는 '죽음의 집의 기록'과 '지하로부터의 수기' 두편이 실려 있었다.. 그러나 해설까지 하면 670페이지 정도라서 결코 짧은 건 아니였다... '죽음의 집의 기록'이 훨씬 길었지만.. 도스또예프스끼의 경험이 깃든 유형생활을 바탕으로 쓴 감옥에 관한 얘기라서 그런지 지루함 없이 즐겁게(?) 읽었다.. 그 당시의 감옥의 모습이 아주 생생했고 도스또예프스끼의 사상과 주장이 뒷따라서 감옥 생활과 개인 개인의 죄에 대한 인식등.. 주변 환경뿐만 아니라 심리에 대해서도 다양함을 볼 수 있었다...
6권의 작품집을 읽으면서 도스또예프스끼는 심리학자라는 말을 인정하게 되었지만 죽음의 집의 기록에서 그 사실을 확실히 인정하게 되었다...
도스또예프스끼에게 나에 대해서 묘사해 달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정확한 판단과 너무나 솔직한 그의 묘사가 감옥의 죄인이 아닌.. 그 사람의 지금까지 삶을 통째로 보여주기에 충분한 묘사이므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래서 감옥의 그들에게 때론 연민을.. 천진난만함을.. 무지함을.. 단순하을 엿볼 수 있었다...
그 당시의 러시아의 처벌이나 주변 정세에 대해서도 충분히 알 수 있었고 제목 그대로 기록이기 때문에 끝도 없을 것 같은 감옥이야기를 매끄럽게 잘 이끌어 내었다.. 내가 감옥에서 관찰자로 다녀온 듯한 간접경험을 충분히 하고서 말이다...

그러나 '죽음의 집의 기록'에 대한 반면 '지하로부터의 수기'는 처음부터 쏟아내는 비난이 혼란스러웠고 결말에서도 그 혼란은 계속되었다..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었고.. 지하 생활자라는 인식도 없이 혼란스러운 전개가 주인공 만큼이나 혼동스러웠다..
주인공의 스타일은 몇몇의 에피소드를 보면 알수 있듯이 전형적인 도스또예프스끼 작품 다운 인물이다... 몽상가에 소심하고 우울하고 자기 세계에 빠져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을 이번 작품에서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고...이해해주지 못해서 그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러나 그런 혼란스러움은 꼭 나쁘게 보진 않는다..
해설을 읽어도 이해할 수 없는 도스또예프스끼의 세계가 있기 때문이다... 나의 무지함으로 돌려도 상관없고.. 그런 혼란하고 몽롱한.. 내가 이해할 수 없었던 세계도 나름대로 괜찮았기 때문이다...
다음책도(7번째 전집) 사 놓았는데 읽기가 아깝다..
8권째부터는 장편이 시작되므로 편하게 편하게 읽어야 겠다..
여전히 도스또예프스끼의 세계는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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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티새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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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11월에 '키친'을 읽었다...
그때 독서록을 쓴다는 것에 회의감을 갖고 있던 터라 책을 읽고 난 후의 글은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키친에 대한 기억은 특별히 없다.. 일본작가의 책을 봤다는거.. 그리고 그 책을 고를때 그냥 그 책이 끌렸다는 정도일가...
그리고는 잊어버렸다.. 다시 그 작가의 작품을 접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도 하지 못한채 말이다..
요즈음 요시모토 바나나 작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데 키친에 대한 기억이(내용이 아니라 앞서 말한 일반적인 기억) 있어서 반갑기도 했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러다가 인터넷 쇼핑몰에서 세일을 하기에 그냥 제목이 맘에 들고 반가움도 있고 해서 구입했다.. 한꺼번에 주문해서 오늘 6권이 왔는데 이 책에 가장 먼저 손이 갔다...
그래서 집에 오자 마자 이 책을 읽었는데 잡자마자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너무도 빠르게 내 손을 거치면서 읽혀져버렸기 때무에 책 자체에 끼워져 이는 책깔피 줄 한번 펴보지 못하고 그냥 그대로 둔채 다음장을 넘겨 버렸다..
책을 샀다는 기쁨.. 새책이라는 뿌듯함을 느낄 겨를도 없이 내 손을 거쳐가서 덮고나니 허무하기도 하지만...
그 여운은 오래 남는다..

이 책에서 가장 높이 살만한 것은 여름의 추억이다...
그 추억의 한가운데 자연이 있었으므로 그 자연에서 느기는 감정들.. 생각들.. 경이로움들이 너무나 좋았다...
그런것들의 한가운데 그들은 함께했고 강한 인상들을 남겼다..
자연속에서 맞이하는 여유로움... 항상 그런것들을 꿈꾸는데 그런 가려움을 긁어주듯이 바닷가의 마을을 여행하고 온 기분이다..
가장 높이 살만한 것을 여름의 추억이라 말한 이유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동안 잊고 지냈던 나의 어린시절이... 그리고 자연속에서 순수하고 맑았던 나의 모습들이 생생하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잠든 부모님 곁을 몰래 빠져나와 밤하늘에 총총 떠있는 별을 보던일... 별자리를 헤아리고.. 좋아하던 오빠네 집에 불빛을 보고.. 그러다가 거짓말처럼 별똥별을 본 일.. 비가오는 날이면 우산을 들고 슬픈 음악을 들으며 한참을 걷던 일...
그리고 그때 품었던 순수함이 섬광처럼 생생하게 밀려 들었다...
발랄하면서도 엉뚱하고 솔직하고 얄미우면서도 절대 미워할 수 없는... 그러나 독하기까지도 한 츠구미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자연의 한가운데 있을때의 나는 츠구미처럼 독자적인 내 세계에 빠져있었다...
그리고 마리아처럼 자연안에 속해있는 나를 한껏 만끽했고 츠구미를 있는 그대로 보듯 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진실로 아는 그런 철석같은 믿음이 있었다..
나와는 상관없는 얘기라 생각했다.. 그러나 읽는 순간에 수많은 추억이 떠오르고 순수함으로 벅차오르는 나를 보고 있으니 언젠가는 존재했던 세상에 만족하며 살던... 나의 모습을 꺼내준... 나의 밑바닥에 깔려 있던 추억의 얘기다 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의 낯설음에 왜 나는 이런 익숙함을 느끼는지 알지 못한다..

츠구미의 병약함.. 그로인한 히스테리한 성격.. 아름다움.. 사랑..
그것들보다... 마리아의 마음에 자리잡고 있는 츠구미.. 바닷가... 아름다운 감수성이 자아내는 여름에 대한 추억이 내게는 더 소중하게 다가온다... 늘 접하면서도 지루하다 느껴버리는 자연을 경이롭게 바라보고 그 안에서 존재해가는 그들이 오늘밤에는 내게 아련한 추억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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