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새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99년 11월에 '키친'을 읽었다...
그때 독서록을 쓴다는 것에 회의감을 갖고 있던 터라 책을 읽고 난 후의 글은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키친에 대한 기억은 특별히 없다.. 일본작가의 책을 봤다는거.. 그리고 그 책을 고를때 그냥 그 책이 끌렸다는 정도일가...
그리고는 잊어버렸다.. 다시 그 작가의 작품을 접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도 하지 못한채 말이다..
요즈음 요시모토 바나나 작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데 키친에 대한 기억이(내용이 아니라 앞서 말한 일반적인 기억) 있어서 반갑기도 했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러다가 인터넷 쇼핑몰에서 세일을 하기에 그냥 제목이 맘에 들고 반가움도 있고 해서 구입했다.. 한꺼번에 주문해서 오늘 6권이 왔는데 이 책에 가장 먼저 손이 갔다...
그래서 집에 오자 마자 이 책을 읽었는데 잡자마자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너무도 빠르게 내 손을 거치면서 읽혀져버렸기 때무에 책 자체에 끼워져 이는 책깔피 줄 한번 펴보지 못하고 그냥 그대로 둔채 다음장을 넘겨 버렸다..
책을 샀다는 기쁨.. 새책이라는 뿌듯함을 느낄 겨를도 없이 내 손을 거쳐가서 덮고나니 허무하기도 하지만...
그 여운은 오래 남는다..

이 책에서 가장 높이 살만한 것은 여름의 추억이다...
그 추억의 한가운데 자연이 있었으므로 그 자연에서 느기는 감정들.. 생각들.. 경이로움들이 너무나 좋았다...
그런것들의 한가운데 그들은 함께했고 강한 인상들을 남겼다..
자연속에서 맞이하는 여유로움... 항상 그런것들을 꿈꾸는데 그런 가려움을 긁어주듯이 바닷가의 마을을 여행하고 온 기분이다..
가장 높이 살만한 것을 여름의 추억이라 말한 이유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동안 잊고 지냈던 나의 어린시절이... 그리고 자연속에서 순수하고 맑았던 나의 모습들이 생생하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잠든 부모님 곁을 몰래 빠져나와 밤하늘에 총총 떠있는 별을 보던일... 별자리를 헤아리고.. 좋아하던 오빠네 집에 불빛을 보고.. 그러다가 거짓말처럼 별똥별을 본 일.. 비가오는 날이면 우산을 들고 슬픈 음악을 들으며 한참을 걷던 일...
그리고 그때 품었던 순수함이 섬광처럼 생생하게 밀려 들었다...
발랄하면서도 엉뚱하고 솔직하고 얄미우면서도 절대 미워할 수 없는... 그러나 독하기까지도 한 츠구미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자연의 한가운데 있을때의 나는 츠구미처럼 독자적인 내 세계에 빠져있었다...
그리고 마리아처럼 자연안에 속해있는 나를 한껏 만끽했고 츠구미를 있는 그대로 보듯 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진실로 아는 그런 철석같은 믿음이 있었다..
나와는 상관없는 얘기라 생각했다.. 그러나 읽는 순간에 수많은 추억이 떠오르고 순수함으로 벅차오르는 나를 보고 있으니 언젠가는 존재했던 세상에 만족하며 살던... 나의 모습을 꺼내준... 나의 밑바닥에 깔려 있던 추억의 얘기다 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의 낯설음에 왜 나는 이런 익숙함을 느끼는지 알지 못한다..

츠구미의 병약함.. 그로인한 히스테리한 성격.. 아름다움.. 사랑..
그것들보다... 마리아의 마음에 자리잡고 있는 츠구미.. 바닷가... 아름다운 감수성이 자아내는 여름에 대한 추억이 내게는 더 소중하게 다가온다... 늘 접하면서도 지루하다 느껴버리는 자연을 경이롭게 바라보고 그 안에서 존재해가는 그들이 오늘밤에는 내게 아련한 추억으로 다가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