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근원수필 - 김용준

 

2. 공산당선언 - 마르크스, 엥겔스

 

3. 슬픔이여 안녕 - 사강

 

4. 알랭 어록 - 알랭

 

5. 테메레르 2 - 나오미 노빅

 

6. 엽기 고대 풍속사 - 추수밭

 

7. 오로로 콩밭에서 붙잡아서 - 오기와라 히로시

 

 

 

 

- 책을 얼마동안 정리 안했는지 모르겠다.

지저분한 책장속의 책들이 숨이 막혀서 쓸고 닦고 내게 들어온 책들을 정리를 했다.

책 머리에 간단한 메모를 하고 책도장을 찍고... 정리를 했지만..

여전히 책장은 비좁아 들어갈 곳이 없다.

도무지 책장이 들어올 공간이 없어서 서로 엉켜있는 책들이 짠하긴 하지만...

나의 숨쉴 공간이 책들로 채워지는 것도 과히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며칠동안 들어온 책들을 정리해 보니...

거의 다 받은 책들이다.

알랭 어록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파본으로 교환한 책이고..

나머지는 지인에게 받은 책들이다.

범우문고는 헌책방에서 고른 책들이고..

나머지는 지인이 읽고 보내준 책들이다.

 

이벤트를 끊어서 책들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것 같아도..

이렇게 소리소문 없이 조용히 들어오고 있다.

아.. 책.. 책.. 책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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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았더라면
티에리 코엔 지음, 김민정 옮김 / 밝은세상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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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 청년이 자살을 하려고 한다. 실연의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꽃다운 20살의 청춘을 마감하려 한다. 자신을 이 지경으로 만든 신을 원망하며, 그의 존재를 부정하며 지금의 절망에서 벗어나려 한다. 그것도 그의 생일 날 약, 위스키, 마리화나에 생의 마지막을 걸려고 한다. 사랑하는 그녀가 눈에 아른거리고 부모님이 눈에 밟혀 잠시 망설여지지만 그는 약과 위스키를 삼킨다. 그렇게 지고지순한 사랑에 상처를 받은 채 삶을 포기해 버리고 만다.
 

  그러나 그의 자살은 일러도 너무 이르다. 사랑의 아픔을 이겨보지 못하고 자살을 한다는 것이 이르다는 것이 아니라, 책의 첫장을 열자마자 그의 절망이 드러나며 자살하려 한다는 것이 이르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정말로 약을 삼키고 위스키를 마셔 버림으로써 잠시 다음 이야기의 전개에 의문을 갖게 한다. 그가 죽지 않았을 거라는 사실만 짐작할 수 있을 뿐, 어떠한 모양으로 그려질지 의아하면서도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결국 그는 다시 깨어난다. 그가 원했든 원치 않았던지간에 상황을 파악해 보려 하지만 적응이 잘 되지 않는다. 자신이 그렇게 원했던 빅토리아가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곁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빅토리아는 제레미에게 나긋나긋하다. 현실이 아닌 꿈 같은 상황에서 정신을 차려보려 하지만 자신이 자실을 하려했던 순간만 기억날 뿐, 빅토리아가가 왜 자신곁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더군다나 제레미가 자살했던 날로부터 꼭 1년이 지난 자신의 생일이라는 사실에 놀라울 따름이다.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 1년의 시간, 그 공백기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제레미가 기억하려고 애써도 자살 후의 일들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빅토리아의 말을 들어 봐도 자신이 정말 그랬는지 확신없는 상태에서 솔직하게 기억 상실증에 걸린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빅토리아에게 솔직하게 말하고 지금의 행복을 만끽하려 하지만 무언가가 석연찮다. 기억상실증이라고 하기엔 1년의 일이 생각나지 않는다는 것이 너무 의아하기 때문이다. 거기다 마치 다른사람이 자신의 삶을 대신 살고 있는 듯, 하고 있는 일도 친한친구도 자신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 보기로 하고 입원을 한 제레미는 잠이 들기 전, 이상한 기도 소리를 들으며 알 수 없는 노인의 형태를 본 후 정신을 잃고 만다. 그러나 그가 깨어났을 때는 병원에 입원했던 어제가 아니라 2년의 세월이 흐른 자신의 생일날이었다. 자기 곁엔 빅토리아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 있었고 한 가정의 단란함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그러나 역시 이상했다. 2년의 시간이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2년의 흔적을 좇고 자신의 위치를 찾아 보려 하지만 공중에 붕 뜬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리고 병원에서와 똑같이 갑작스러운 기도 소리와 노인의 출연으로 잠에 빠져들고 그는 계속해서 시간을 건너 뛰며 자신의 생일날 깨어난다.

 

  그는 깨어 날때마다 자신의 위치와 가족들의 상황을 파악해야 했고 언제 잠이 들어 깨어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자신의 삶의 방식이 아니더라도 빅토리아와 두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의 삶을 대신 살고 있는 또 다른 제레미는 가족과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만 주는 악랄한 모습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런 상황의 절정에서 진짜 제레미로 돌아와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지만, 가짜 제레미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준 상처를 캐내 가면서 잃어버린 삶 보다는 그들의 행복을 찾아주려 애쓴다. 그것은 가짜 제레미가 가족들에게 접근을 못하게 하는 방법이라 생각하고 조취를 취해보긴 하지만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 자신은 불행에 불행을 거듭하여 빅토리아와 두 아들, 자신의 부모님의 삶도 망쳐 버리고 깊은 상처와 회한과 운명에 관한 단념으로 늙어 갈 뿐이었다.

 

  자신에게 삶이 얼마 남지 않았았을 때, 한 랍비와 만나게 된다. 그 랍비는 자신이 감옥에 있을 때 자신의 상황을 모두 고백하고 도움을 청했던 랍비였다. 그때 랍비는 자신의 말을 다 들은 후 짐작을 하면서도 결국 답을 주지 않고 떠나버렸다. 그리고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음을 느낄 때, 그 랍비는 자신이 왜 그런 상황에 놓여 있는지 말해준다. 제레미는 자살을 한 날 실제로 죽은 것이다. 가짜 제레미가 뜯어 버렸던 시편을 중심으로 수수께끼를 풀어 나가 보니, 그의 자살은 신에 대한 도전이었고 신은 그에 대한 응징을 했으며 결국은 용서를 해주신다는 의미였다. 제레미는 자신의 그런 상황에서 용서를 빌어 본 적이 없다. 랍비의 이야기를 들은 후 자신이 충실히 살아갈 수 있었던 소중한 삶, 가족의 소중함, 사랑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잘못을 깨달으며 용서를 빈다. 그리고 그는 목구멍으로 튀어 나오는 알약을 뱉기 위해 빅토리아의 이름을 부른다.

 

  이 기이한 이야기를 읽고 난 후, 내 가슴을 훑고 지나가는 뜨거움은 나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제레미처럼 신에 대한 기만이라기 보다, 나의 삶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고 대충 살아 버리는 교만 때문이었다. 제레미의 자살 이후로 펼쳐지는 그의 삶은 가슴이 저릿저릿 거릴 정도로 불행하고 상처 투성이인 삶이었다. 제레미 자신에게만 그 상처가 닿았다면 견딜 수 있었을지도 모르나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고통을 당하는 모습은 제레미가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사람이 누굴까, 왜 저러는 것일까 제레미 뿐만이 아니라 나에게도 수 많은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제레미 안에 존재하는 또 다른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충격에 빠져 버렸다. 선한 모습이 드러 나는게 자신의 모습이라면 그 반대의 요소가 짙게 나와 버렸던게 가짜 제레미였던 것이다.

 

  자신이 아니라고 거부할 수 없는 제레미의 독특한 삶을 보면서 많이 우울했었다. 너무나 어두웠고 희망이라곤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모든것을 제레미는 되돌려 보려 했지만 가끔씩 깨어나는 자신의 생일 날 하루로는 부족 했었다.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을 했는지 뼈저리게 느낀 셈이니 그 과정은 가혹했으나 다행일지도 모른다. 반전이 있었기에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지도 모르지만, 또 다른 제레미가 되기 전에 내 삶 뿐만이 아닌, 타인의 삶의 소중함을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우리는 혼자서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그 관계 속에서 때로는 실수도 하고 상처도 주지만, 그런 소중한 사람들로 인해 내가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인간인 우리가 그것을 깨닫지 못했기에 신의 개입을 나타냈을지는 모르나, 용서를 빌면 된다 생각하고 잘못을 저지르는 어리석음을 나타내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은 아니였을까. 모든것을 쉽게 생각하지 말지어다. 그 댓가는 가혹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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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도 모르는 북극 이야기 - 지구의 마지막 보물 창고 북극으로 떠나자 토토 과학상자 6
박지환 지음, 김미경 그림 / 토토북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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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게 된 건, 최근에 읽은 '과학, 우주에 마법을 걸다' 때문이었다. 책이 난해해서 투덜거렸더니 지인이 과학 상식좀 키우라며 이 책을 주었다. 단순히 북극이야기로 알고 이게 무슨 과학 상식 책이냐고 물었더니 딱 내 수준에 맞는 책이니 무조건 읽어보라고 한다. 책도 얇고 과학책이라고 얼마나 어렵겠어 하는 마음에 휘리릭 읽어 나갔는데 책을 읽으면서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른다. 어린이 책이라고 얕보는 마음이 있었던게 사실이지만 이렇게 과학 기본 상식이 없었나 하는 놀라움 때문이었다. 한편으로는 '정말 나에게 꼭 필요한 책이네'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렇게 쉽고 재미나게 설명해 주어서 흥미로움이 컸던 것도 사실이었다. 이런 스타일의 책이라면 과학이 어렵지 않을 것 같고 공부를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으니까.

 

  북극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는가. 거대한 얼음과 북금곰 혹은 펭귄? 이 정도 밖에 떠올리지 못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럴거라 생각한다. 저자도 그런 설레임을 안고 북극으로 향했으니 그의 흔적을 좇는 것만으로도 내가 북극에 닿은듯 떨리기 시작했다. 저자는 북극으로 떠났던 이야기를 서두로, 니알슨 과학 기지촌에 있는 다산과학기지를 중심으로 풀어 나가고 있었다. 우리나라 연구원들이 머무는 다산과학기지는 북극이라기 보다는 평화로은 호숫가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연 친화적인 곳이었다. 그곳에서의 에피소드며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궁금증을 풀어 주었지만, 가장 궁금한건 북극의 모습이었다. 그런 나의 마음을 알기나 하듯이 저자는 북극을 친절히 소개해 주고 있었다. 북극의 위치부터 시작해서 북극을 찾은 탐험가들, 빙산에 오른 이야기며 너무나 재미있게 펼쳐져서 책 속에 푹 빠져 정신없이 읽어 나갔다.

 

  그러나 그러한 즐거움 가운데서도 너무나 기본적인 것들을 몰랐다는 것에 대해 부끄럽기도 하고 이제라도 알게 되어서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교차하기 시작했다. 북극의 위치도 제대로 몰랐고 백야현상이 왜 일어나는지, 환경에 따라 사람들의 눈동자 색이 달라진다는 것도 몰랐다. 거기다 남극과 북극을 비교 설명해 주는 부분에서는 내 지식의 바닥이 여지없이 드러나 민망했다. 그런 민망함은 '북극에 누가 살까?' 하는 부분에서 더 짙어지기 시작했다. 북극에 순록과 여우가 살거라는 생각도, 계절이 있을거란 생각도, 식물이 자라고 있을 거라는 생각도 전혀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거리고 있을 때, 조금씩 북극의 위기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북극의 빙하가 녹기 시작하면서 생태계의 위협을 받는 것은 물론 지구 전체에 위기가 닥쳐왔기 때문이다. 지구가 뜨거워질수록 북극은 타격을 받고 있고 그런 영향이 우리도 느낄 정도 피부에 와 닿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잦은 태풍과 홍수만 보더라도 충분히 직감할 수 있을 정도의 자연파괴가 시작되었다.

 

  그나마 북극이 사람들의 손을 타지 않아, 수 많은 연구에 도움을 주고 있었는데 역효과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고 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빙하가 녹으면서 뱃길이 열리자 여러나라에서 북극계발에 앞장서면서 파괴를 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북극에서 사는 사람들과 동식물들에게 피해가 갈 정도로 외부의 영향이 심해지고 있으니, 북극을 이대로 두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미지의 대륙이었던 북극이 탐험가들에 의해 발견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북극을 연구하며 인류에 도움이 되고자 노력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으니 북극이 몸살을 앓을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이처럼 북극의 작은 것에서부터 큰 문제점까지 북극의 세세한 면을 살펴볼 수 있어서 즐겁고 흥미로우면서도 씁쓸한 시간이었다. 더군다나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차근차근 설명해주며 궁금증을 풀어 나가는 구성은 너무너무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마치 신세계를 여행한듯한 기분과 북극의 신비로움을 만끽하며 과학공부도 했으니, 어린이 책이라고 무시할만한 요소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역시 가장 안타까운 것은 북극이 파괴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노력한다고 단박에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노력을 할 때, 북극을 지키고 지구를 살릴 수 있으니 나의 존재가 미미하면서도 크게 느껴진다. 나 하나로 변화될 순 없겠지만, 나의 작은 노력이 헛되지만은 않으니, 살아가면서 적어도 자연을 해치는 일은 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의 북극 체험에서처럼 자연과 동물과 인간이 스스럼 없이 지낼 수 있는 곳이 거의 없기 때문에 드는 아쉬움이라도 해도 그런 공간이 너무 그리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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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테러
테리 이글턴 지음, 서정은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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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부제목은 '서구 문명사에 스며있는 테러의 계보학에 대한 고찰'이다. 대충 무엇을 말하고자 함인지 파악은 가능하나 너무 광범위하다는 생각에 도통 감이 잡히지 않는다. 분명히 테러에 대한 일반적인 의견이 아닌 다양한 시각에서 보여지는 테러를 말하고 있을텐데, 그런 테러에 '성스러운'을 붙이다니. 읽기가 녹록치 않아 보인다. 또다시 마주하게 된 인문서적을 보고 있자니 이젠 수련을 하는 기분조차 든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내가 넘기 힘겨워하는 산을 넘어보고 싶은 욕망이 이는 것도 제재할 수 많은 없었다. 책을 한 권 읽는 것에 이런 각오와 다짐이 필요하다는 것이 우스워 보일지 모르지만, 때론 내가 읽고 싶어 하는 책만 읽을 수 없는 상황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게 자의든 타의든 한번쯤은 시도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거라 생각하며 힘겹게 힘겹게 책을 읽어갔다.

 

  이 책을 마주했을 때의 마음을 길게 늘여 놓았던 건, 그만큼 내가 소화 하기에 무리가 가는 책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그렇더라도 최소한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주요 개념은 무엇인지 파악을 하고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서문을 꼼꼼히 읽어 보았지만 역시 내가 이해할 수 있는 한계는 '테러라는 개념을 좀더 고유한 맥락, 즉 넓은 의미에서 '형이상학적' 이라 부를 수 있는 맥락에 위치시키려는 시도'라는 것이었다. 그 형이상학적인 면모 외에도 신학적 연구의 국면에서 나온 성과라고 하니 조금은 구미가 당기기도 했다. 실제로 내가 종교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가지지 못했던 성찰이 깃든 글을 자주 발견 했으니 초반의 호기심은 조금이라도 충족한 듯 보였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내가 생각했던 광범위한 테러 보다는 더 넓게 퍼지고 있는 것을 느껴 갔기에 늪으로늪으로 빠지는 기분이었다. 옮긴이도 이 책의 매력은 이론적 정교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온갖 종류의 문학과 철학을 넘나들며 숱한 허구적 인물과 개념적 틀을 빌려 정작 전하고 싶은 단 하나의 메세지를 다양하게 변주하는데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이니 저자의 변주에 중심이 없는 나는 휘둘리기 마련이었다. 저자가 이끄는 대로 따라갈 수도, 동감할 수도 없었으니 안타까운 마음만 그득했다.

 

  그러나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문학속으로의 통찰이었다. 정말 많은 예를 들고 있는 문학작품과의 관계는 내가 읽지 않은 책이 허다해(읽었더라도 저자가 말하는 인물이 기억이 나지 않는)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 책들을 찾아서 다 비교해 보며 다시 이 책을 읽고 싶은 충동이 들 정도였다. 잠깐잠깐씩 스쳐가는 작품들도 많았지만 이런 생각이 강하게 들었던 것은 후반부에 나왔던 로렌스의 '사랑에 빠진 여인들' 때문이었다. 저자는 치명적 의지의 본질을 파헤친 작품중의 하나라고 했지만 그 가운데서 보이지 않는 테러, 혹은 더 많은 분석과 가능성이 돋보이는 작품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테러에 대한 여러 갈래의 성찰을 이해할 순 없더라도 문학작품을 빌어서라면 저자가 말하고자 했던 것들을 어렴풋이나마 공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 부분이었다.

 

  문학작품을 예시로 드는 부분에서 저자의 저력을 엿볼 수 있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 것은 테러에 대한 개념이었다. 책의 초반에 디오니소스를 중심으로 자신의 고견을 밝혀갔지만 내가 생각하는 테러와는 너무 다른 개념이라 정의 하기가 쉽지 않다. 이제는 '테러' 라는 단어가 일상화된 세상에 살아가고 있는게 현실이다. 9.11 테러 이후로 전 세계인에게 각인된 테러의 개념을 고대까지 올라가 끌어내는 저자가 마냥 놀라울 뿐이다. 그만큼 여러 각도에서 점철시키는 테러의 다양한 면은 내가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해도, 틀에 박힌 테러의 개념을 벗어나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발견한다는 것은 신선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닌만큼 나의 공감도 부족했지만, 이론적 정교함을 피력하는 글이었다면 진즉 책을 덮어 버렸을지도 모른다. 나의 기본지식이 부족하지 않았다면 좀더 즐겁게 읽었을 수도 있겠다는 아쉬움이 들었지만 현재의 나의 수준에 만족하며 조금씩 시야를 넓혀가는 것도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과정이 힘겨워도 반복되다 보면 언젠가는 책의 본질을 꿰뚫지는 못하더라도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거라는 위로를 던져보며, 책 속의 문학작품부터 찾아 읽어봐야 겠다. 그 작품을 읽게 된다면 저자의 다양한 시각을 빌어 더욱 더 풍족하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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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사고치다
공성수 지음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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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을 보고 있자니 살짝 머리가 아파온다. 현재의 나와는 거리가 먼 논술이지만 무시할 수만은 없을 뿐더러 고등학교 때 국어 실기 평가였던 논술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논술이라고 하기도 뭣한 글짓기 정도의 수준이었지만 한시간을 책상 머리에 앉아 백지를 채워갔던 기억은 그다지 유쾌한 추억이 아니다. 책을 좋아하니 그럭저럭 쓰겠지라는 자만은 성적에서 늘 배신감을 안겨주었고, 그러다 보니 논리적으로 글을 쓴다는 것은 늘 피하고만 싶었다. 그래서 현재의 나와 상관이 없더라도 이 책을 마주하고 있는 것 자체가 바늘 방석이었다. 맘 편히 보자고 해도 나에게 부족한 것을 파악한다는 것도 쉽지가 않다. 그만큼 내게는 부족한게 논리적인 사고였다.

 

  이런 나의 마음을 알아서인지(대부분 사람들의 마음이라 그랬는지도...) 책의 초반은 거부감 없이 다가왔다. 논술에 대한 오해를 풀어 주면서 논술의 필요성을 설명해 주고 있었다. 대학을 가려면 논술이 필수가 되는 세상이 되었고, 그러한 논술은 하루아침에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고 있었다. part 1에서는 아예 '논술은 사기다'라는 소제목으로 논술에 대해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것, 반드지 숙지해야 할 것을 알려주며 긴장을 풀어내고 있었다. 그런 긴장의 풀어짐 속에는 저자의 언어의 독특함이 한몫 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는 독자층이 학생들이라는 것을 감안해서인지 가벼워 보이기도 하고 장난스러워 보이기도 하는 요즘 아이들의 언어에 맞춘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 언어들이 내게는 혼란을 주면서도 긴장을 풀어 주었던 것은 사실이나 자칫 논술의 중요성을 잊어 버리지 않을까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그런 워밍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조금씩 깨달아 가고 있었다. 논술을 다루고 있는 책이니 논술에 관한 여러가지를 차례차례 만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만남 속에는 처음의 거부감 없애기 만큼이나 녹록했던 것은 아니었다. part 2에서 부터 part 4까지는 그야말로 실전에 필요한 내용을 담고 있었기에 헤메었던 것도 사실이다. part 2에서는 글쓰기 즉, 논술을 쓰기에 갖춰야 할 기본상식들과 각 대학에서 제시하는 주제들을 파악하는 방법들을 알려 주고 있었다. 비교적 쉽게 서술하고 있어 내가 읽기에도 무리가 없었지만 조바심이 들기 시작했다. 논술을 쓰려면 그래도 구첵적인 예시와 실전이 필요할텐데, 도대체 그런 것들은 언제 나오는 걸까 하는 생각으로 조금씩 안절부절이 되어 갔다. 그러나 part 3과 part 4를 마주하고 보니 나의 조바심이 차라리 나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7년이 지나서인지 아니면 명문대학의 수준에만 맞춰서인지 내가 보기에도 녹록치 않은 주제들이 대부분이었다. 한 주제에 대한 예시도 실려 있었지만 내가 소화하기에는 무리일 정도의 글로 채워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part3에서 헤메고 있다 part 4로 넘어 갔지만, 산 넘어 산이라더니 part 3보다 더 고난이도의 사고를 요구하는 것들로 채워져 있어 당황스러웠다. 내가 실전 연습하듯 차근하게 읽어가며 기본 다지기를 한것이 아니라고 해도 논술적인 사고가 하루아침에 갖춰지지 않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논술의 주제는 광범위 했고,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글쓰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감에 따라 논술을 준비하는 시기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책의 초반에 저자가 말했듯이 수능이 끝나고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는 논술학원들의 질에 대해서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한번만이라도 각 대학들의 논술 문제를 비교해 본다면 수능이 끝난뒤에 준비해서 될 성질의 것이 아님을 알것이다.

 

  part 3과 part 4를 보면서 느끼게 된 것들이지만 역시 논술도, 대학 입학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었다. 꾸준히 준비하고 노력할때에 들어가는 대학이 달라진다는 것과, 이왕이면 고등학교 이전부터 준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고등학교 전이라고 해서 무리하게 논술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도 말했듯이 일주일에 두어시간 이라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장르에 치중하는 독서가 아닌 균형적인 독서 습관을 들일 때,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부록으로 딸려온 '48주 독서노트'를 참고해도 좋겠지만 내가 봤을때 조금은 어려워 보이는 책들인 건 사실이다. 요즘 학생들의 수준을 알 수 없으니 하는 말이지만, 꼭 부록의 목록이 아니더라도 조금씩 균형적인 독서 습관을 들여간다면 충분히 그 책들도 소화할 수 있을 거라 본다. 나도 거듭 강조하고 싶은 것은 논술은 하루아침에 잘 써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준비할 때, 가고 싶어 하는 대학에 조금은 유리하지 않을까. 방법을 알기 전에 하고자 하는 의지가 더 중요하지만 방법을 아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이제 열정을 채워 볼지어다.

 

 

 

오타발견

 

p230. 표

 

4녕제 -> 4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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