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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도 모르는 북극 이야기 - 지구의 마지막 보물 창고 북극으로 떠나자 ㅣ 토토 과학상자 6
박지환 지음, 김미경 그림 / 토토북 / 2007년 8월
평점 :
이 책을 읽게 된 건, 최근에 읽은 '과학, 우주에 마법을 걸다' 때문이었다. 책이 난해해서 투덜거렸더니 지인이 과학 상식좀 키우라며 이 책을 주었다. 단순히 북극이야기로 알고 이게 무슨 과학 상식 책이냐고 물었더니 딱 내 수준에 맞는 책이니 무조건 읽어보라고 한다. 책도 얇고 과학책이라고 얼마나 어렵겠어 하는 마음에 휘리릭 읽어 나갔는데 책을 읽으면서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른다. 어린이 책이라고 얕보는 마음이 있었던게 사실이지만 이렇게 과학 기본 상식이 없었나 하는 놀라움 때문이었다. 한편으로는 '정말 나에게 꼭 필요한 책이네'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렇게 쉽고 재미나게 설명해 주어서 흥미로움이 컸던 것도 사실이었다. 이런 스타일의 책이라면 과학이 어렵지 않을 것 같고 공부를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으니까.
북극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는가. 거대한 얼음과 북금곰 혹은 펭귄? 이 정도 밖에 떠올리지 못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럴거라 생각한다. 저자도 그런 설레임을 안고 북극으로 향했으니 그의 흔적을 좇는 것만으로도 내가 북극에 닿은듯 떨리기 시작했다. 저자는 북극으로 떠났던 이야기를 서두로, 니알슨 과학 기지촌에 있는 다산과학기지를 중심으로 풀어 나가고 있었다. 우리나라 연구원들이 머무는 다산과학기지는 북극이라기 보다는 평화로은 호숫가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연 친화적인 곳이었다. 그곳에서의 에피소드며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궁금증을 풀어 주었지만, 가장 궁금한건 북극의 모습이었다. 그런 나의 마음을 알기나 하듯이 저자는 북극을 친절히 소개해 주고 있었다. 북극의 위치부터 시작해서 북극을 찾은 탐험가들, 빙산에 오른 이야기며 너무나 재미있게 펼쳐져서 책 속에 푹 빠져 정신없이 읽어 나갔다.
그러나 그러한 즐거움 가운데서도 너무나 기본적인 것들을 몰랐다는 것에 대해 부끄럽기도 하고 이제라도 알게 되어서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교차하기 시작했다. 북극의 위치도 제대로 몰랐고 백야현상이 왜 일어나는지, 환경에 따라 사람들의 눈동자 색이 달라진다는 것도 몰랐다. 거기다 남극과 북극을 비교 설명해 주는 부분에서는 내 지식의 바닥이 여지없이 드러나 민망했다. 그런 민망함은 '북극에 누가 살까?' 하는 부분에서 더 짙어지기 시작했다. 북극에 순록과 여우가 살거라는 생각도, 계절이 있을거란 생각도, 식물이 자라고 있을 거라는 생각도 전혀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거리고 있을 때, 조금씩 북극의 위기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북극의 빙하가 녹기 시작하면서 생태계의 위협을 받는 것은 물론 지구 전체에 위기가 닥쳐왔기 때문이다. 지구가 뜨거워질수록 북극은 타격을 받고 있고 그런 영향이 우리도 느낄 정도 피부에 와 닿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잦은 태풍과 홍수만 보더라도 충분히 직감할 수 있을 정도의 자연파괴가 시작되었다.
그나마 북극이 사람들의 손을 타지 않아, 수 많은 연구에 도움을 주고 있었는데 역효과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고 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빙하가 녹으면서 뱃길이 열리자 여러나라에서 북극계발에 앞장서면서 파괴를 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북극에서 사는 사람들과 동식물들에게 피해가 갈 정도로 외부의 영향이 심해지고 있으니, 북극을 이대로 두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미지의 대륙이었던 북극이 탐험가들에 의해 발견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북극을 연구하며 인류에 도움이 되고자 노력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으니 북극이 몸살을 앓을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이처럼 북극의 작은 것에서부터 큰 문제점까지 북극의 세세한 면을 살펴볼 수 있어서 즐겁고 흥미로우면서도 씁쓸한 시간이었다. 더군다나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차근차근 설명해주며 궁금증을 풀어 나가는 구성은 너무너무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마치 신세계를 여행한듯한 기분과 북극의 신비로움을 만끽하며 과학공부도 했으니, 어린이 책이라고 무시할만한 요소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역시 가장 안타까운 것은 북극이 파괴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노력한다고 단박에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노력을 할 때, 북극을 지키고 지구를 살릴 수 있으니 나의 존재가 미미하면서도 크게 느껴진다. 나 하나로 변화될 순 없겠지만, 나의 작은 노력이 헛되지만은 않으니, 살아가면서 적어도 자연을 해치는 일은 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의 북극 체험에서처럼 자연과 동물과 인간이 스스럼 없이 지낼 수 있는 곳이 거의 없기 때문에 드는 아쉬움이라도 해도 그런 공간이 너무 그리워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