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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의 장보기 - 동물들이 골라주는 여러가지 자연 식품 ㅣ 날마다 그림책 (물고기 그림책) 2
조반나 조볼리 글, 시모나 모라짜니 그림, 김호정 옮김 / 책속물고기 / 2010년 10월
평점 :
거의 매일 동네 마트에 간다. 저녁거리, 아이들 간식, 생필품 등등 필요한 게 매일 생긴다. 그런데 마트에서 내 동선을 살펴보면 변화가 거의 없다. 야채코너부터 시작해서 가공식품, 유제품을 지나 해산물, 육류 코너를 살핀 뒤 과자 코너에서는 굉장히 신중해진다. 아이들에게 간식으로 과자가 아닌 과일을 주려는 노력 때문이다. 그렇게 고민하고 난 뒤 생필품 코너를 지나 과일을 살펴보는 것으로 마무리 한다. 구입하는 품목도 거의 비슷하다. 그렇다 보니 늘 마트에 가도 별거 없다고 투덜대는 지도 모르겠다. 또한 마트에서 한 번도 사지 않은 물건이 있는데 그건 주류 종류다. 술을 전혀 먹지 않는 남편과 나는 주류 코너는 아예 지나가지도 않는다.
내가 마트에서 이런 동선으로 물건을 사는 것과는 달리, 기린 마트에서는 오로지 자연 식품만 판매한다. ‘피자 같은 건 아예 꿈도 꾸지 말’라는 것을 보니, 아이들과 함께 구경을 가보고 싶을 정도다. 아마 먹을 게 없다고 금방 나와 버릴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마트의 풍경은 흥미롭다. ‘부지런한 달팽이가 제일 먼저’ 들어와 양상추와 민들레를 사간다. 그다음엔 코끼리 아주머니가 들어오는데, 아카시아 잎을 세 트럭이나 싣고 간다. 곰 가족은 블루베리를 사러 왔고, 북극곰은 생선 코너를 기웃거린다.
그 외에도 고양이, 원숭이, 물개, 멧돼지 등등 다양한 동물들이 구입하는 품목을 보면서 자연스레 무얼 먹는지 알 수 있다. 동물들의 표정을 보면 거의 다 무표정한데, 처음에는 왜 그럴까 의아했다가 마트에서의 내 표정을 보고 조금 알 것 같았다. 마트에서 음식을 살 때 ‘정말 맛있겠다.’를 상상하며 기쁜 표정을 짓지 않는다. 대부분 가격과 유통기한을 살피느라 심각하고, 이 재료로 무슨 요리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느라 바쁘지 기대감에 찬 표정은 잘 나오지 않는다. 그렇기에 대부분 의무감으로 물건을 살 때가 더 많다. 그런 나를 떠올리며 동물들을 살펴보니, 아마 그들도 그런 이유 때문에 표정이 잘 드러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가끔 구입한 물건을 낑낑대며 들고 가다 정말 중요한 걸 빼먹어 다시 마트로 돌아간 적이 있다. 심지어 집에 도착해서 빠진 물건에 좌절하고 간 적도 허다하다. 제일 먼저 마트에 도착한 달팽이도 그랬다. ‘샐러드에 넣을 버섯’을 빠뜨렸다며 다시 마트로 헐레벌떡 들어왔다. 버섯이 없으면 대충 먹지 다시 마트에 올 필요까지야, 싶다가도 재료의 빠짐으로 맛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알기에 그런 달팽이의 심정도 이해가 갔다. 이를테면 된장찌개에 호박이 없다던가, 봉골레 파스타에 생마늘이 없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마트로 되돌아간다. 달팽이도 그런 이유로 돌아왔다 생각하면 문 닫기 전에 버섯을 사 간 것에 내심 안심이 되었다.
한 끼만 굶어도 심하게 배가 고파지는 것을 느낄 때면, 먹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건강한 음식을 어떻게 먹느냐가 중요해진 요즘, 자연식품을 먹는 동물들을 보면서 되도록 가공이 많이 되지 않은 음식을 먹도록 노력해보고 싶어졌다. 편리하다는 이유로, 익숙한 맛이라는 이유로 가공 식품을 자주 먹게 되는데, 동물들이 다양하게 먹는 식품들을 보면서 우리 집 식탁을 곰곰 따져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