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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 안에 든 게 뭐야? ㅣ 징검다리 그림책
김상근 글.그림 / 한림출판사 / 2015년 6월
평점 :
가방을 멘 귀여운 표정의 개구리가 있는 표지부터 궁금증을 일으킨다. 정말 가방 안에 든 게 뭐냐고 물어보고 싶어진다. 개구리는 작은 웅덩이를 보고 서둘러야겠다며 가방에 무언가를 담고 뛰기 시작한다. 표정이 자못 심각한 게 중요한 일을 맡고 있는 것 같다. 빨간 가방을 메고 달려가는 개구리를 보며 동물들은 궁금증이 생긴다. 가방에 든 게 무엇인지 상상하면서 각자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린다. 다람쥐는 도토리를, 토끼는 홍당무를, 원숭이는 바나나, 곰은 연어를 상상한다.
임무를 맡은 것 같은 진지한 표정의 개구리와 달리, 자신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상상하는 동물들의 표정은 생생하다. 나라면 무얼 상상했을까? 배가 고프다면 맛있는 스파게티를, 식후라면 달콤한 디저트를 생각했을 것 같다. 따스한 색감의 그림과 터치가 정말 가방 안의 물건이 상상하는 것이 되길 바랄 정도다. 동물들은 가방에서 좋아하는 음식의 냄새가 난다고 착각까지 한다. 그래서 각자 상상한 음식이 들어 있다 생각하고 모든 동물들이 줄을 지어 개구리의 가방을 쫓아간다. 개구리는 그런 동물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이동했고 절벽 같은 곳에서 가방을 던진다.
음식을 상상하며 따라왔던 동물들은 개구리가 가방을 던지자 모두 먹고 싶었던 음식의 이름을 외친다. 바나나, 도토리, 홍당무, 연어를 외치며 개구리를 붙잡아 보지만 이미 늦었다. 동물들도 가방과 함께 떨어지고, 가방 안에서는 뭔가가 튀어 나오고 있었다. 가방에서 튀어 나온 건 작은 올챙이들이었다. 동물들이 놀라서 올챙이를 잡으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웃기기도 하고 뭉클하기도 하면서 모두 함께 웅덩이에 풍덩 빠진다. 그들의 몸에 달라붙어 있는 올챙이들이 너무 귀여워서 보고만 있어도 푸근해진다.
드디어 올챙이들은 집을 찾았고, 올챙이들을 구하려 했던 동물들에게 보상이라도 하듯, 그곳에는 동물들이 각자 먹고 싶었던 음식들이 있었다. 그리고 각자 음식을 들고 달아나는 동물들의 뒤를 개구리가 빨간 가방을 멘 채 ‘나도 줘!’하면서 쫒아가는 모습에 역전당한 듯한 동물들의 표정이 귀엽다.
빨간 가방 안에 든 게 올챙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올챙이들이 집을 찾고, 동물들도 원하는 음식을 찾는 장면이 참 좋았다. 절로 따뜻한 웃음이 배어나고, 자연스레 색감에 젖어드는 멋진 이야기였다. 무엇보다 동물들의 표정이 생생해서 함께 동화되어 가는 과정이 즐거웠다. 동물들이 각자 먹고 싶었던 음식을 상상했던 모습을 떠올리니, 갑자기 배가 고파진다. 오늘은 무얼 먹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