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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내가 그리스도 안에
이재훈 지음 / 두란노 / 2018년 3월
평점 :
이 책의 중반쯤부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감정을 격하게 만들어 눈물을 떨어트리고 싶었지만 일부러 그러지 않았다.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계시다는 고백을 시작으로 이 책을 마주하고 싶었지만 자신이 없었다. 이유를 생각해 보니 ‘우리의 죄를 그리스도께 전가함으로 그리스도께서 대신 집행되고 우리의 죄를 그리스도께 전가함으로 그리스도께서 대신 형벌을 받으셨’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어느새 나는 율법에 갇혀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고, 그럴 만한 자격이 없다는, 가장 기본적인 믿음도 잊어버린 상태였다. 그리고 이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고 안타까운지 하나씩 알게 됨에 따라 마음 가운데 주님의 사랑이 서서히 스며들어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축복 받은 사람인지, 얼마나 귀한 은혜를 잊고 있었는지를 더 깨닫고 싶었다.
내가 가장 크게 범하고 있었던 잘못은 그리스도 안에 사는 삶이라는 게 모든 걸 완벽하게 이룬 상태에서 살아가는 것이라고 여겼다는 점이었다. 절대 완벽할 수 없는 존재임에도, 그렇게 사는 것이 하나님의 자녀됨이라고 믿었다.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을 어리석게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어서 주님과 내 사이에 커다란 벽을 스스로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랬기에 나는 늘 죄인이었다. 죄인일 수밖에 없는 존재고 죄성을 타고 났지만 내가 생각하고 있는 죄는 좀 달랐다. 하나님께 고백하지 못하고, 구하지 못하고, 제대로 하는 게 없다는 사실 때문에 스스로 정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에서는 ‘스스로를 정죄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먼저는 ‘우리를 정죄하실 수 있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정죄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우리 자신을 정죄해서는 안’되며, ‘생명의 성령의 법이 우리를 그 법으로부터 자유롭게 만들었기 때문’에 정죄 받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나는 그 사실을 제대로 알지도 못했고,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이미 사하해 주신 죄와 내려주신 은혜를 받을 통로를 스스로 차단하고 있었다. ‘우리 마음에 무거운 짐이 있는 것은 100퍼센트 확실하게 교만이 있기 때문(172쪽)’이라고 했듯이 내 안에는 나도 모르는 교만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하나님께서는 나를 비롯한 우리를 계획하실 때부터, 모든 것을 예비해 놓으셨을 뿐 아니라 은혜 속에서 충만하게 살아가도록 우리의 죄를 위해 대신 십자가에 매달리셨다. 하지만 왜 그게 나 때문인지, 그것이 의미하는 것인지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면 주님께서 주신 은혜를 팽개쳐 버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요구하시기 전에 그리스도를 통해서 그 풍성하신 사랑을 우리에게 부어 주시는 사랑의 하나님(135쪽)’이란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이러한 사실들을 하나씩 알아갈 때마다, 이미 부어주신 은혜를 받아 하나님의 자녀라 하면서도 성령을 외면하고 살아갔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하나님께서는 한 번도 나를 외면하신 적이 없고, 지금도 나를 위해서 부지런한 농부가 되어 나를 염려하고 보살피고 계심에도 나는 교만에 빠져 모든 걸 외면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러한 반성의 눈물이 아닌, 하나님의 나에 대한 사랑의 깊이에 대해 감격하는 눈물이 나왔던 것이다.
내가 하고 있는 수많은 고민들에 ‘영원’을 넣어보라는 말처럼, 한순간에 쓸데없는 걱정을 털어버리게 하시고, 내가 하는 많은 일들이 ‘그리스도 안에 거하는 것이 아니라면 다 불필요한 것일 뿐’이라는 말씀이 나를 점점 하나님께 다가가게 만들었다. 또한 나를 가장 잘 안다고 다짐하면서도 잘 몰라 늘 헤매기 일쑤인데 ‘놀랍게도 그리스도의 생명이 들어오면 내가 누구인지를 알게 되는 것’도 경험했다. 나는 무엇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고, 하나님의 자녀가 될 수 없는 존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나를 사랑으로 이 세상에 내보내시고 영생을 주셨다는 사실을 어찌 믿지 않을 수 있을까? 그 사실을 통절히 깨닫는 순간 그제야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누구에게도 할 수 없었던 마음의 걱정과 근심이 이 사실을 깨닫는 순간 온전히 주님께 나아감을 경험한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앞으로 이 깨달음을 어떻게 드러내며 살아가야 할까? 예수님이 우리에게 말씀하신 자아는 ‘너 자신을 부인하라.’였다. ‘우리의 옛 사람은 죽음으로 끝내지 않고는 해결책이 없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하지만 적확하게 보여주고 계신다. 즉 ‘옛 자아가 솟구쳐서 자아가 영광 받고, 자기가 드러나고, 자기로 충만해지는 것을 십자가에 못 박는 것’이라고 했다. 이 과정을 통하지 않고서는 하나님께 나아갈 방법이 없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어느 순간 자아도취와 교만에 의해 내 영광을 더 드러내고 사탄의 유혹에 따라 세상에 쏠리고 천국을 지루한 곳이라고 여기게 된 것이다.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내가 그리스도 안에 거하는 삶이 한편으로 마음에 부담이’ 되는 이유도 내 힘으로 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내 힘으로 결코 할 수 없고, 성령의 교통하심의 은혜를 입어야만 가능하다고 했듯이 오로지 주님께 맡기고 순종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러려면 사랑하는 수밖에 없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때론 용서하기 힘든 사람들도 사랑해야 한다 말하고 있다. ‘사랑하면 순종할 수밖에 없’다는 말씀 앞에 무슨 핑계를 댈 수가 있겠는가. 종종 우리가 그 사실을 망각하고 ‘우리의 삶이 땅에 파묻혀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열매를 맺지 못할 때 우리는 들어 올리’신다고 했다. 그 과정이 때로는 고통스럽지만 그것이 우리가 살 길이기 때문에 끝까지 들어 올리신다고 말이다. 그렇기에 사랑이 바탕이 된 순종이 뒤따르지 않으면 우리는 하나님이 주신 은혜를 놓쳐버리기가 쉬워진다. 우리가 영원한 관점을 가지지 못하는 이유가 늘 눈에 보이는 것에 집착하게 하고, 이 세상에 머무르게 하고, 우리의 시선을 속이는 사탄의 공격과 시험이라고 했듯이 늘 하나님 곁에 바짝 붙어있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길을 잃어버리지 않는 유일한 길이다.
우리는 죽으면 끝나는 인생으로 창조된 것이 아니라 영원한 존재로 계획하고 창조하셨다고 했다. 주님께서는 이 모든 것을 은혜로 대가 없이 주셨으니 그 영광이 우리에게 허락되었다는 사실을 믿고 바라보고 나아가라고 했다. 얼마나 든든한 말씀인지 모른다. 왜 이 사실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내 안에, 세상에 갇혀 살아왔는지 많은 반성을 하게 된다. ‘우리의 몸은 아직 하나님 나라에 합당하지 않기 때문에 이 땅에 머물고 있지만 우리의 마음은 얼마든지 하늘에 올라갈 수 있습니다. 이 땅을 살 때 천국을 경험할 수 있는 것입니다.(83쪽)’이라고 했으니 이보다 더 든든한 후원자가 어디 있겠는가.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다. 하나님께 다가가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온갖 율법에 얽매인 허례허식들을 모두 제쳐버리고 오로지 주님께 나아가기로 했다. 그렇게 할 때에 진짜 내가 사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낱낱이 목도했다.
그리고 이런 기도를 드렸다. ‘세상에 있으나 세상에 속하지 않은 자로 살아가’게 해달라고, ‘그리스도의 영이 인도하시는 대로’, ‘그리스도처럼 살’게 해달라고 말이다. 어느 때보다 마음이 평안했다. 내 안에 가득 차 있던 온갖 더러운 생각과 반성을, 모르던 죄와 해결책이 없던 문제들까지 모두 하나님의 은혜로 휩쓸려 사라졌다. 매일 매일 기도하지 않으면, 하나님이 주신 복음의 은혜를 깨닫지 않으면 언제든지 내 마음에 가득 들어찰 것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더 이상 과거의 나로 돌아가 스스로를 정죄하며 쩔쩔매지 않을 것이다. 나는 새 사람이 되었고, ‘죄가 아니라 은혜가 더 필요하’므로, 그 ‘은혜 앞에서 한없이 낮추는 것’부터 시작하기로 다짐했기 때문이다. 오늘의 나의 눈물도, 내게 와 닿은 수많은 말씀과 성령 충만한 은혜도 모두 예비하고 계셨다 여기면 그저 나는 하나님께 엎드려 회개하고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수밖에 없다. 어느 때보다 이런 기도를 드릴 수 있는 사실이 너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