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재능을 숨김 - 오묘한 제목학원 100 고양이의 순간들 1
이용한 지음 / 이야기장수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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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우고 싶은 동물이 있냐고 물으면 고민 없이 바로 ‘고양이’라고 대답한다. 그렇다고 길에 있는 모든 고양이를 좋아하고 반겨하는 건 아니지만 고양이에 대한 거부감은 없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고양이를 키울 수 없으니 고양이 책으로 마음을 달랠 수밖에 없다. 운명처럼 나에게 다가온 이 책을 보면서 고양이에 대한 사랑을 듬뿍 드러낼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고양이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던 이유를 생각해 보니 어릴 때 직접 고양이를 키웠던 경험 때문이었다. 초등학교 때(정확히는 국민학교) 친구네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다며 한 마리 데려가라고 해서 엄마에게 허락을 맡고 직접 친구집에 가서 새끼 치즈냥이를 데려왔다. 친구집과 우리집이 멀어서 조그마한 종이가방에 새끼고양이를 넣어서 시골 버스를 타고 왔는데, 버스 안에서 고양이가 계속 울어댔다. 그 당시는 이렇게 동물을 데리고 타도 허용해주던 시기라 그렇게 데려온 새끼 고양이를 애지중지 키웠다. 따로 내 방이 없어서 안방에서 고양이를 키웠고, 윗목에 볼일을 보면 그게 더러운지도 모르고 내가 치웠다. 잘 때는 이불 속에서 함께 잠이 들었고, 고양이의 그 ‘갸르릉’ 거리는 소리와 체온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학교에 갈 때가 가장 어려웠는데, 학교에서 고양이 생각이 나고 보고 싶어서 어쩔 줄 몰랐다. 얼마의 시간동안 고양이와 함께 했는지 모르겠지만 어느 날 학교에서 다녀오니 고양이가 없었다. 엄마 말로는 탈출해서 밖으로 나갔다고 하는데, 시골집이라 방문을 나가면 온통 산과 들이었다. 그렇게 고양이와의 짧은 시간을 보냈지만 그 기억이 평생 고양이를 좋아하게 되는 계기가 된 것만은 분명하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 우연히 찍힌 고양이의 숨겨진 재능들을 보다 보면 웃음이 난다. 귀엽기도 하고, 어떻게 이런 순간을 포착했는지 고양이에 대한 저자의 사랑이 느껴진다. 모든 게 고양이로 시작되어서 고양이로 끝나는 책을 보고 있으면 행복했다. 고양이 세상에 인간이 잠깐 실례를 하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고양이의 세계를 포착한 사진들은 헛웃음이 날 때도 있었고, 사랑스런 시선으로 고양이를 바라보게 만들 때도 있었다. 식빵굽기, 땅콩, 냥아치 등 고양이에게만 쓸 수 있는 표현들과 그런 상황을 나타내는 절묘한 사진들이 온통 고양이의 세계로 들어가게 만들었다. 영화 <파묘>가 상영될 때 ‘파묘’라는 절묘한 고양이 사진이 사랑받는 이유를 보고 나 또한 사랑스런 눈빛으로 보게 되었다. 이런 사진을 좋아하는 건, 그만큼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증거가 아닐까?

이 책에는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고양이들만 나오는 게 아니라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고양이들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외모는 조금 다를지라도 습성이라던지 사람들이 고양이를 대하는 행동들이 비슷해서 고양이란 존재에 대해 더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식빵굽기’라는 표현에 대해서 일본에서 굉장히 신기해 하고, ‘법당 고양이’를 일본 잡지의 표지로 실을 만큼 고양이에 대해 이국적인 표현과 배경이 결국은 고양이를 더 돋보이게 해 주는 것 같았다.

저자가 굉장히 오랜 시간을 들이고, 절묘한 순간을 포착해 찍어낸 사진들을 너무 쉽게 보고 넘기는 것 같아서 가능하면 오래오래 사진들을 들여다봤다. 이 고양이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길고양이들은 평균 수명보다 훨씬 짧다고 하는데 모든 고양이를 도와줄 수 없는 현실의 삭막함에 막막하기도 했다. 그게 고양이들에게 주어진 삶이라고 생각하면 적어도 인간인 내가 고양이에게 해를 주지는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지만 잘 지켜지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저자 또한 독자가 이렇게 무거운 마음을 갖게 하기 위해서 이 책을 출간한 건 아닌 것 같았다. ‘힘들고 지친 사람들에게 잠깐이라도 웃음을 주고 어깨를 토닥여주고 싶을 뿐’이라고 했으니, 절묘하고 기묘한 고양이 사진들을 보면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또 다른 생명체에게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사랑스런 눈빛만 보여줘도 그거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분이 들었다. 고양이와 지구에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게 행운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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