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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아이 - 제25회 눈높이아동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 수상작 ㅣ 눈높이 고학년 문고
남찬숙 지음, 백두리 그림 / 대교북스주니어 / 2018년 8월
평점 :
오늘은 어린이날. 아이들을 위해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겨우겨우 몸을 일으켜 온 가족이 함께 쇼핑몰에 갔다. 둘째는 원하는 게 있어서 할머니께 받은 용돈으로 장난감을 사고, 첫째는 좀 더 고민해 보고 싶다고 하기에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간 김에 낡은 내 운동화를 새로 살 겸 스포츠 매장에 갔다. 마침 가격도 적당하고 신어보니 편해서 몇 년 만에 운동화를 구입해서 왔다. 그렇게 집에 와서 새 신을 신고 외출하고 싶어서 첫째랑 카페에 가기로 했다. 서로 할 걸 챙겨서 카페에 왔는데, 첫째는 그림을 그리고 나는 업무도 처리하고, 리뷰도 한 편 쓰고, 수업도서도 읽었다. 마침 수업도서가 첫째랑 수업해야 하는 도서라고 내가 먼저 읽었는데, 괜히 눈물도 나고 찡해서 얼른 아이한테 읽어보라고 재촉했다.
자유로운 고양이는 늘 선택할 수 있어. 물론 그 선택이 언제나 만족스러운 건 아니야. 그렇지만 그게 어때서? 때로는 성공하고, 때로는 실패하고, 또다시 도전하고……. 그러면서 넌 멋진 고양이가 되는 거야. 12쪽
마침 카페에서 고양이에 대한 책 리뷰를 썼는데, 이 책도 고양이의 시선에서 주인공 지현이네 가족의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시골에서 태어났지만 자신의 가족을 보살펴준 할머니 덕분에 어려움 없이 지내던 고양이는 심심한 시골을 떠나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잠깐 맛 본 독립의 자유를 못 견디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그럴 때 엄마 고양이는 괜찮다고 말해준다. 하지만 다시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주인 할머니의 딸에 의해 사춘기를 겪고 있는 일명 ‘까칠한 아이’ 지현이네 집에서 살게 된다.
지현이는 사춘기를 겪고 있고, 도통 말을 하지 않아 동물을 키우면 좀 나아질까 싶어서 지현이네 엄마가 고양이를 데려왔다. 하지만 고양이는 지현이네 집이 깨끗해서 마음에 들긴 했지만 이내 답답함을 느낀다. 게다가 지현이네 집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공부 잘하는 지수, 어리다는 이유로 오냐오냐 하는 막내 지웅이, 그 사이의 지현이는 다른 형제자매와 비교당하며 까칠한 아이로 낙인 찍혀 있다. 금세 지현이네 분위기를 파악한 고양이는 지현이가 왜 그렇게 변했는지를 알아챈다.
고양이가 보는 지현이네 엄마의 행동들을 보면서 계속 움찔거리게 됐다. 나도 지현이 엄마처럼 내가 아이들한테 하는 행동들이 객관적으로 보일 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말을 하지 않는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내 말들을 쏟아내고, 내가 허락하지 않은 스마트기기를 쓰고 있을 땐 가차 없이 빼앗았다. 차분하게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왜 안되는지를 설명해 주고 싶었는데, 피곤하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이유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했던 말과 행동들이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다녔다.
엄마와 지현이의 갈등은 ‘집을 나가’라는 엄마의 말에 지현이가 집을 나가면서 고조된다. 그때 지현이가 걱정된 고양이가 지현이를 따라가 결국 지현이를 지켜주고, 함께 집으로 돌아오지만, 지현이가 왜 그렇게 까칠하게 변했는지도 알게 된다. 결국 경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 지현이를 보며 지현이 엄마는 울면서 사과를 하고, 경찰관에게 연신 고맙다고 말한다. 그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만약 내 아이가 내가 ‘나가라’는 말에 진짜 집을 나가 행방을 모르다가 누군가의 도움으로 집으로 돌아온다면, 나라도 그렇게 감사를 전하고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 싶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고양이의 시선에서 바라본 지현이도, 엄마도 모두 공감이 가서 내 마음이 갈팡질팡 혼란스러웠다. 지현이 엄마처럼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다가, 엄마 입장에서는 저게 당연한 게 아닌가 싶다가도, 지현이 입장에서는 엄마에 대한 답답함이 느껴져서 자유롭게 해주고 싶었다.
지현이는 그 잠깐의 가출로 아직은 바깥세상이 얼마나 위험하고 어려운지를 알게 된다. 지현이를 따라 나가면서 그토록 원하던 바깥으로 나가게 되었지만, 지현이 만큼이나 짧은 시간 동안 도시에서 고양이의 삶이 팍팍하다는 걸 파악한다. 가출 사건 뒤, 고양이는 지현이에게 ‘별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눈이 별처럼 반짝인다는 이유로 붙여준 이름인데, 별이는 이름을 아주 맘에 들어 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바깥 활동도 할 수 있게 되고, 당분간은 지현이네 집에서 살기로 하며 이야기는 마무리 된다.
책을 읽고 나서 이 마음을 딸아이에게 전달하고 싶어 얼른 읽어보라고 했다. 하지만 딸아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그림을 계속 그리며 책을 읽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몇 번을 권유하다 내 말에 응해주지 않자 반협박을 하는 나를 보면서 내가 책을 읽으며 느낀 감동과 마음가짐이 바로 현실과 부딪히고 있음을 직감했다. 적어도 ‘네 마음을 알아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는 마음에 권하는 책이었는데, 왜 지현이가 그렇게 까칠해졌는지 알지 못하는 지현이 엄마가 된 기분이었다. 어찌어찌 겨우 책을 읽고 있는 아이를 보면서 내 기분대로 아이를 대하는 것이 아닌, 해야 할 것과 하고 싶은 것 사이의 경계를 잘 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엄마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언제 또 무너질지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이 마음을 꼭 지켜보려고 한다. 나의 다짐이 언제 실패할지 모르지만, 그러면 또 도전하고, 실패하고, 그러면서 멋진 엄마가 되어보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