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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쿠스틱 라이프 7 ㅣ 어쿠스틱 라이프 7
난다 글 그림 / 애니북스 / 201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둘째라서 그런지 배도 빨리 불러오고 하루하루 살이 늘어난 느낌이 여전히 어색하기만 하다. 두 번째 임신인데도 적응되지 않는 입덧과 그에 따라오는 온갖 자잘한 변화들. 한 생명을 품는다는 건 신기하면서도 조심해야 할 것 투성이라 늘 염려스럽기만 하다. 그래서인지 육아보다는 임신 출산과 관련된 책을 보면 괜히 더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육아는 여전히 서툴러서 느낌을 정리하는 것도 쉽지 않고 공감하는 범위도 너무 넓은데 임신 출산은 두 번째 경험을 하고 있는 거라 괜히 더 공감이 가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랜만에 만나는 <어쿠스틱라이프>에서 난다와 한군이 엄마 아빠가 된다고 하기에 얼른 책장을 열고 싶었는지 모른다.
늘 투닥거리면서도 소소한 일상을 보여주었던 난다와 한군이 엄마 아빠가 된다고 하기에 내 모습과는 어떻게 다를까 궁금했다. 출산과 그 이후의 이야기까지 있는 줄 알고 있다가 좀 아쉬워하긴 했지만 임신 과정에서의 소소한 일상과 변화들에 많은 공감이 갔다. 배가 불러올수록 답답해서 배를 까고 있는 것 하며 예민해지고 감정기복이 심해지는 것들에 미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다만 첫째 아이를 가졌을 때 남편이 한군처럼 다정다감하지 못해 맨날 잔소리하고 별거 아닌 일에 툭하면 눈물 짜던 일들이 생각나 괜히 멋쩍게 웃기도 했다.
주호민 작가의 <셋이서 쑥>을 읽어서인지 내심 이 책에 실린 에피소드도 그런 이야기일거라 혼자 착각하고 있었다. 임신이라는 가장 큰 변화가 있었지만 출산 후의 이야기도 실려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란 아쉬움이 여전했다. 다음 이야기에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를 하면서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난다와 한군을 중심으로 엮어가는 이야기들에 만족해야 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마주하면서 나와 내 남편의 이야기를 쓴다면 과연 소재거리가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만큼 너무나도 다른 남편과 나이기에 깊이 있는 대화라든지 툭하고 내뱉었을 때 내가 듣고 싶은 비스무리한 대답 같은 걸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남편이 고생한 에피소드는 무척 많지만(입덧으로 거의 2달간 집안을 팽개쳐 둔 이야기를 하자면 남편이 정말 불쌍해진다.) 난다와 한군처럼 부부인듯 부부아닌 친구 같은 소재는 없을 것 같다는 말이다.
서로의 체온이 맞지 않아(나는 추위를 잘 타고 남편은 몸에 열이 많다.) 가을부터 각기 다른 방에서 잠을 청하는데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 탓에 추운지 오늘부터 안방에서 자겠다고 남편이 이불을 싸들고 왔다. 그러다 잠자리가 바뀌어서 불편하지 다시 원래 자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 방에는 2면이 내 책들로 가득하고 컴퓨터까지 있는 방이라 아이를 재워놓고 혼자서 책보거나 리뷰를 쓰는 방이기에 그간 제대로 이용을 못하고 있었다. 이랬다저랬다 하는 남편이 얄미워서 리뷰 쓸 거라며 억지로 안방으로 돌려보냈다. 당연히 내가 잘한 일이라 생각했는데 마지못해서 안방으로 들어가는 남편의 모습이 괜히 마음에 걸리기 시작한다. 난다와 한군의 이야기를 곱씹어보니 내가 참 남편에게 못하며 살았구나를 실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이를 키우고, 또 다른 아이를 품고 있다는 이유로 내 권리만 주장하고 있는 요즘의 내 모습이 참 미안해지면서도 그래도 내 남편이니 잘하며 살아야겠단 다짐이 생긴다. 문제는 그 다짐을 실천하느냐 마음속에 품고만 있느냐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