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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길
로드 브라운 그림, 줄리어스 레스터 글, 김중철 옮김 / 낮은산 / 2005년 4월
평점 :
마치 시와 같은 울림을 주는 이 책의 글과, 그저 놀랍다고밖에 말 할 수 없는 이 책의 그림. 이 책의 그림을 그린 로드 브라운은 1961년 이래로 '노예'를 주제로 7년간 36점의 그림을 그려 뉴욕, 워싱턴에서 전시를 했던 사람이라고 한다. 이 책의 그림들이 그 그림들일까? ... 그 그림들을 시작으로 하여 이 책이 만들어졌다.
한 장 한 장, 너무나 참혹하여 보기에 끔찍하고 안타까운 이 그림들은, 전혀 과장이 아니다. 그것을 알길래 이 책을 보는 심정은 더욱 무참하다.
차곡차곡 쌓여있어/ 관처럼 좁고, 관처럼 캄캄한, 그런 판자 위에 똑바로/ 차곡차곡 쌓여있어/ 산 채로, 산 채로, 그렇게 산 채로.
이런 글이 적힌 책의 다른 한 면에는 그림이 펼쳐진다. 그들은, 정말로 산 채로, 묶인 채로, 몸을 일으킬 수도 돌릴 수도 없는 상태로 정말로 차곡차곡 쌓여있다. 더럽고 축축하고 어두운 배 바닥에 마치 짐짝처럼 놓여져있다. 그렇게 몇 달을 실려갔다. 그들을 그렇게 싣고 갈 수 있었던 것들은 악귀들인가? 살아있는 생명을 그렇게 유린할 수 있는 심성은 과연 인간의 것인가?... 절망적인 느낌이 든다. 아프리카에서 아메리카로 끌려간 노예들의 참혹한 삶을 모르는 바도 아니었으나, 그림과 글로 이토록 정직하게 바라본다는 것은 여전히 충격이고 고역이다. 그래서
분노는 가슴 속에/ 분노는 증오와 함께/ 분노는 커져 가고/ 분노는 깊어 가네.
그렇게 되지 않을 수가 없다. 독자는 작가들의 손을 잡고 동참의 길을 따른다. 마음 속에 충격과 분노와 회한과 쓰라림을 안고...
노예 제도의 어처구니없음, 그 야만적인 폭력성을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죽음과도 같은 그 상황 속에서도 좁디좁은 자유의 길이 있고, 사람들은 그 길을 연다. 그토록 좁던 그 힘든 고통의 길은, 자유의 길은 피를 먹고 자란다. 누가 그 길을 여는가? 에이브러햄 링컨이? 책은 사실적으로 이렇게 이야기한다.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을 자유롭게 해 줄 수는 없어./ 스스로 자유를 찾아야만 해./ 누군가 잠긴 문을 조금 열어줄 수는 있지만, 그 문을 나서는 건 스스로 해야 해./ 스스로 그 문을 나서야만 해.
인류의 역사는 어처구니없는 모순과 과오로 뒤틀려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의 과오는 잊혀지겠지만 또 새로운 과오가 그 위에 쌓인다. 지난 과오가 풀리지도 않은 채, 그 위를 덮으며. 누군가는, 묻혀있는 그것들을 드러내야 하고, 그래서 그것은 철저히 풀려야 하리라. 눈을 통해 보고, 귀를 통해 듣고, 입을 통해 이야기하며 마음을 통해 뚫어야만 하리라. 뚫리지 않고 풀리지 않은 인간의 과오가 되풀이, 되풀이되고만 있는 걸 안타까이 보고만 있다.
이 세상 어느 곳이라도, 억압과 착취가 있는 곳에서라면 엄숙하게 교과서로 배워야할 것만 같은 책이다. 억압의 부당함을 고발하고 자유의 값짐을 이야기하는 방식에서 이처럼 통렬하고도 아름답게 할 수 있다면 교과서의 수준들도 몇 단계는 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