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도토리 쪽빛그림책 1
마쓰나리 마리코 지음, 고향옥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코우의 생일 케잌에 얹혀졌다가 코우에게 특별해진 도토리 한 알인 '토리'. 그 토리가 이야기한다.

코우는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 씨앗들을 너무나 좋아해서 주머니랑 가방 속은 언제나 그런 알갱이들로 불룩불룩하다. 코우는 또래들이랑 어울려 놀 때보다도 숲에서 들판에서 놀 때가 더 많은 것 같은 아이다. 그때 코우에게 가장 가까운 놀이동무가 바로 토리다. 던졌다가 찾아오고 물놀이 때도 같이 놀곤 한다. 토리의 엉덩이에는 코우가 써 놓은 이름 글씨도 있다. 그런 코우가, 숲에서 도토리랑 다른 열매들을 줍는데 너무 열중하다보니 그만 토리가 땅에 떨어지는 걸 미처 보지 못한다. 나중에야 알아채곤 해가 질 때까지 헤매며 찾지만 그 넓은 숲에서 도토리 한 알 찾기야 그야말로 백사장에서 모래알 찾기나 마찬가지다. 토리는 그렇게 숲에 남겨지고, 코우는 어깨가 쳐진 채 집으로 돌아간다... 이제 코우에게는 토리가 마음 속에만 남아 있는, 사랑의 기억이다.

토리도 자신을 아껴주던 코우를 언제까지나 기억하고 있다. 땅에 떨어져있던 토리는 자란다. 한그루의 참나무가 되는 것이다. 코우는? 코우도 자란다. 유치원생이던 코우가 자라서 어느덧 청소년이 되어 교복을 입고 학생 모자를 쓰고 자전거를 타고 토리가 자라고 있는 들판 옆으로 난 굽은 길을 휘돌아 달린다. 이 장면의 아름다움을 뭐라 말로 할 수가 없다... 글과 그림은 숨이 막힐만큼 아름답다. 그 속에 사랑과 이별과 아픔과 안타까움, 성장의 자부심과 함께 흐르는 세월을 온몸으로 감당하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 아이들이란, 사람 아이인 코우와 나무 아이인 토리....

토리는 어른 나무가 되었다. 팔에는 이미 수많은 아기 도토리들이 주렁주렁 매달려있다. 어느날, 그들의 만남. 우연한 듯, 그러나 숙명적인 그들의 재회. 코우는 어느 날 산책길에서 낯익은 느낌에 귀를 연다. 그옛날 토리와 같은 모습의 도토리들을 주렁주렁 달고있는 커다란 참나무 아래서 코우는 " ...토리?" 라고 문득 묻는다. 도토리를 후드득 떨어뜨려 대답하는 토리. 아아.. 내 마음이 행복해진다. 커다란 참나무 아래서 그 나무를 올려다보고 있는 코우. 다음 순간 화면 가득 푸른 이파리를 활짝 펼치고 있는 도토리나무, 토리.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만남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만남이 아닐까? 내게는 그렇게 생각되었다...

나무와 아이의 사랑, 문득 <아낌없이 주는 나무> 생각이 났다. 그토록 아름답지만 그토록 인간인 우리를 회한에 잠기게 하는 한 그루 사과나무의 이야기가 아니었던가. <길 잃은 도토리>를 읽는 내 마음 속에는 쓸쓸한 회한이 아니라 마치 햇살 퍼지는 듯한 따뜻한 행복감이 밀려온다. 아이와 함께 읽는, 사랑하는 책이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