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가는 음식들 - 우리가 잃어버린 음식과 자연에 관한 이야기
댄 살라디노 지음, 김병화 옮김 / 김영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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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음식들

 

음식에 담겨있는 경이로운 생명 메커니즘

 

우리가 잃어버린

음식과 자연에 관한 이야기

 

교양 인문학 / 생명과학 / 생태학

 

저자 _ 댄 살라디노

출판 _ 김영사

 

 

현재의 음식 시스템은

지구 파괴에 기여하고 있다.

식물과 동물 100만 종이

멸종 위기에 몰려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소멸 위기 음식은 지구 전체에서 전개되는 더 큰 위기, 즉 모든 종류의 생물 다양성의 상실이라는 위기의 일부에 불과하다.​​ 『사라져 가는 음식들p.23



 

 

사라져 가는 음식들BBC 기자이자 음식 저널리스트 댄 살라디노가 들려주는 위기에 처한 전통 음식과 자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간단하게 한 줄로 정의하긴 했지만, 이 책은 단순히 음식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먹거리에서 시작해 촘촘하게 얽히고설킨 인류의 역사와 생존에 관한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책을 읽어가는 동안 음식에 담겨있는 경이로운 생명 메커니즘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 후 우리는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일들에 대해 고민해보게 되겠지요.

 

세계화와 대량 생산이 야기한 음식의 종말 뒤에는 인류의 종말이 이어질 수 있다고 단언합니다. 이 끔찍한 경고가 결코 과장이나 억측이 아님을 고증을 통해 밝혀나가고 있습니다. 갈수록 사라져가는 생물 다양성과 인류의 위기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습니다. 이런 불편한 진실을 우리는 체감하지 못한 채 살아갈 뿐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하나의 음식을 구한다는 것은, 하나의 세계를 구하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을 절절히 공감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잃어버린 음식이 인류에게 어떤 위기를 초래할지 생각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인간이 먹어온 식물 6000종 가운데 지금 세계의 대부분이 먹는 것은 고작 9종뿐이며, 그중에서도 밀과 벼, 옥수수 이 3종이 전체 칼로리의 50퍼센트를 제공한다. 여기에 감자, 보리, 야자유, , 설탕(사탕무와 사탕수수)을 더한 것이 인류가 쓰는 칼로리 전체의 75퍼센트를 담당한다. 녹색혁명 이후 인류는 정제된 곡물, 식물성 기름, 설탕, 육류를 더 많이 먹고, 우리가 먹는 식량의 생산지와 거주지 사이 거리는 점점 더 멀어졌다. 수천 가지 음식이 위기에 처하고 소멸하면서, 몇 가지 안 되는 음식이 지배하게 되었다. 이런 일은 흔히 우리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벌어진다.​​ 『사라져가는 음식들p.28



 

세월을 거듭하는 동안 우리가 잃어버린 음식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그 음식들은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역사, 정치, 문화, 공동체 등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책에는 탄자니아 에야시 호수에서 베네수엘라 쿠마나코아에 이르기까지 세계 여러 나라의 도시와 마을을 탐험하며 고증해낸 사라져가는 음식들을 담고 있습니다. 첫 장을 펼치면 책에 수록된 34가지 음식을 세계지도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포함되어 있어서 더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위기에 처한 음식들을 야생, 곡물, 채소, 육류, 해산물, 과일, 치즈, 알코올, , 후식에 이르는 10가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각 장마다 2~4가지 음식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 음식들은 인류가 변형하고 개량하기 이전 태초의 형태를 보여줍니다. 이 기본적인 먹거리들이 인간의 생존에 기여한 놀라운 (영양학적) 가치를 알아가는 과정은 경이로움 그 자체입니다.

 



그중 인류의 운명을 바꾼 음식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 이야기는 특히 흥미롭습니다. 굴이 없었다면 오늘날 인류는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멸종 위기에 내몰린 인류를 구한 음식이 굴이라니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해양 생태계가 파괴되어가는 요즘 이러한 먹거리들은 앞다투어 사라질 전망입니다. 하나의 식재료가 소멸한다는 것은 인류의 소멸과 이어질 수 있다는 역사의 명징한 경고를 더 늦기 전에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굴을 먹지 않는 사람이라도 그들의 운명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그것은 핵심 종이며, 바다에 사는 다른 생명들을 지원한다. 굴 한 마리는 매일 바닷물 200리터를 여과하고 정화하며, 숫자가 늘어나면 다른 해양 동물을 위한 안전한 피신처가 되어줄 수 있다. (중략) 음식으로서 굴은 먹는 사람을 특정한 장소와 시간으로 데려갈 놀라운 힘을 지녔다. ​​『사라져 가는 음식들p.324~325

 

 

 

​​

음식의 다양성이 쇠퇴하고 그토록 많은 음식이 사라질 이기에 처했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라 전적으로 인간이 만들어낸 과정이다. 작물 다양성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몇십 년 동안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그 시기에 작물 과학자들은 인류를 기아에서 구원하기 위해 벼와 밀 같은 곡물을 경이적인 규모로 생산할 방법을 찾아냈다. 세계가 절박하게 필요로 하는 작물은 넉넉하게 길러내려고 다양성을 희생한 것이다. 수천 가지 전통적 품종을 생산량이 극대화된 소수의 신품종으로 대체했다. 이들 식물은 빨리 자라고 더 많은 곡물을 생산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목표를 확실하게 달성하기 위한 전략, 즉 더 많은 농화학물과 더 많은 관개 그리고 새로운 유전학은 '녹색혁명'이라 알려졌다. 그 전략은 엄청나게 성공했다. 최소한 처음 시작할 때는 그랬다.​ 『사라져 가는 음식들p.25

 

현재의 우리는 옛 선조들보다 훨씬 더 풍요로운 먹거리를 향유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그러나 실상은 다릅니다. 우리가 먹는 식품의 대부분은 다양한 동식물의 넓은 범위 가운데 아주 작은 한 부위로 좁혀졌고, 때로 우리는 고작 하나 또는 몇 안 되는 품종에만 의지하곤 합니다. 세계 음식 대부분의 근원, 즉 씨앗이 고작 네 기업의 손에 장악되어 있고, 세계 치즈 생산의 절반이 회사 한곳에서 제조한 박테리아와 효소로 생산되고 있으며, 세계에서 마시는 맥주의 4분의 1이 양조장 한곳에서 생산된다는 것을, 미국에서 중국에 이르는 전 세계의 돼지고기 생산은 단 한 품종의 돼지 유전자를 근거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은 그동안 인류가 얼마나 많은 다양성을 외면해 왔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

 

나치 정권 아래서도 '종자 은행'을 보존하기 위해 목숨을 바쳤던 분들이 있습니다. '맛의 방주' 프로젝트를 통해 전 세계 소멸 위험에 처한 음식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음식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닙니다. 그 지역의 삶의 방식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지식과 기량, 경제와 생태계에 이르기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결국에는 인간의 생명과 맞닿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먹는 식품의 대부분은 고작 하나 또는 몇 안 되는 품종에 의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이것이 위기임을 알아차리고 '농업적 생물 다양성'을 복원하기 위해 세계 여러 곳에서 노력 중이라고 하니 다행입니다.

 


세계 최고의 푸드 저널리스트 댄 살라디노가 10년 넘게 전 세계 곳곳을 다니며 밝혀낸 사라져가는 음식에 관한 이야기. 이 책은 교양 인문학이 자 생명과학의 범주에 들지만 잘 읽히는 소설만큼 매혹적입니다. 저자의 유려한 필력 덕분에 630페이지에 가까운 벽돌책을 기분 좋게 독파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을 권하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합니다.

 

날씨가 거칠어질 때(오크니에서는 매우 거칠 수 있다)는 베어의 회복탄력성이 활성화되는 것을 지켜볼 수 있다. 현대의 난쟁이 곡물들보다 더 높이 1.5미터까지 키가 자라지만, 바람이 그 위로 불어오면 마치 알곡을 방어하듯이 줄기를 굽히고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웅크리고 있다가 수확할 시기가 되면 다시 몸을 세운다. 수천 년간의 적응을 거쳐 베어는 오크니를 잔 견디는 존재가 되었다.​​ 『사라져 가는 음식들p.122

 

어떤가요? 마치 베어의 움직임이 눈에 그려질 듯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으신가요? 책에 수록된 낯선 음식과 식재료들에 호기심을 가지게 만드는 저자의 글솜씨는 이 책의 매력 중 하나입니다.​​

 



각 음식에 담긴 세세한 사연을 알아가는 시간은 즐거움과 충격을 동시에 안겨 주었습니다. 사라져가는 음식에 관한 이야기가 전 인류가 직면한 다단한 위기 상황과 맞닿아 있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책. 한 권의 책을 읽는 동안 이토록 다양한 변주를 접할 수 있다는 건 귀한 경험입니다.

 

생명의 근원을 조작하는 행위는 생명의 소멸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21세기에 자연 그대로의 것을 지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사라져 가는 음식들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그 속에 미래의 해답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음식이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 책은 여실히 보여줍니다. 인간의 모든 삶과 맞닿아 있다는 위기에 처한 음식들을 더 깊이 들여다봐야 할 이유입니다.

 

소멸 음식에 관한 이야기는 결코 한 종류의 음식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음식 이야기를 시작으로 전 인류가 겪게 될 위기를 직시하게 만들어 줍니다. 책에서 다루는 소멸 위기 음식은 지구 전체에서 전개되는 더 큰 위기, 즉 모든 종류의 생물 다양성의 상실이라는 위기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합니다.


​​

 

 

김영사 서포터즈로 활동하면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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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학부모님께 - 자녀의 미래를 위해 부모가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
이수형 지음 / 김영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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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학부모님께

 

 

국내 최고 데이터 경제학자가

경험과 데이터를 통해 알려주는

자녀 교육을 위한 인사이트

 

 

저자 _ 이수형

출판 _ 김영사

 

 

대학입시가 최종 목표가 아닌

직업의 선택이 최종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자녀의 취업능력 배양이라는 과제를 가지고, 앞으로 노동시장이 어떻게 재편될지, 어떠한 능력이 취업 관문을 넘기 위해서 필요할지, 영어 수학 국어 능력이 취직에 필요한 능력과는 어떤 관련이 있는지, 대학 전공은 어떻게 선택해야 하는지, 만약 대학입시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한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의 현실적인 질문에 대해서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연구한 결과를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대한민국의 학부모님께14

 

 

사람과의 경쟁을 넘어 A.I와 경쟁해야 하는 미래 사회에 내 아이가 갖추어야 할 핵심 역량은 무엇일까요?

 

 

대한민국의 학부모님께에서는 자녀가 성인이 된 후의 사회 경제적 환경을 미리 전망하고 대비할 것을 강조합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대학입시가 최종 목표가 되어서는 승산이 없습니다. 직업 선택을 최종 목표로 자녀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본인이 원하는 진로가 무엇이며 그 진로가 요구하는 실력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야 합니다. 자신의 강점을 차별화된 능력으로 발전시켜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즉 자신만의 핵심 가치와 삶의 무기를 장착할 수 있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처음 제목과 표지를 보았을 때 이 책은 뼈 때리는 조언들로 가득할 것만 같았습니다. 마음 단단히 먹고 읽어야 할 것 같은 매운맛의 기운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예상은 일부 적중했습니다. 냉철한 현실 직시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교육 방법을 고민하게 만듭니다. 남들과 보조를 맞추기 위한 사교육이 미래에 과연 유용할지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 책을 권하고 싶은 진짜 이유는 저자의 '매서운 당부' 속에 독자를 향한 '따뜻한 진심'이 전해지기 때문입니다. 마라 맛 조언이 아닙니다. 진심 어린 당부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인생 목표가 대학 진학이 되어서는 안되잖아요. 이제는 높은 성적과 좋은 대학이라는 근시안적 목표를 벗어나야 합니다. 한 인간으로서 스스로의 인생을 잘 살아낼 수 있는 조금은 다른 차원의 목표를 새롭게 설정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학부모님께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전략적 학습 방법을 모색하게 해줍니다. 그 과정에서 부모의 결단과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지요.

 

 

 

 

 

눈앞의 성적보다 사람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 소양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책. 삶을 지탱하고 발전시켜 나갈 핵심 가치에 대해 알려주는 책. 자녀의 삶뿐 아니라 부모의 삶까지도 새롭게 설계해 보고 싶게 만드는 책. 목표를 이룬 미래의 행복이 아닌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순간순간의 행복을 삶 속에 스며들게 해주는 책.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응용 계량경제학을 전문 분야로 하는 이수형 저자의 설득력 있는 당부를 대한민국의 많은 부모님들께서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저자 소개 및 목차 살펴보기

 

 

저자 소개 _ 이수형

 

국내 최고 데이터 경제학자

 

서울대학교 국제 대학원 교수 및 학생부원장.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 수석 졸업, 42회 행정고시 재정직 차석 합격 후 1999년부터 2002년까지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 사무관으로 근무.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엮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앨빈 로스 교수 초청으로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에서 펠로우 근무. 2016년 서강대학교, 2022년 서울대학교 우수강의상 수상 등 자세한 이력은 책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목차 살펴보기

 

PART 1. 자녀 교육의 패러다임부터 바꿔야 한다

PART 2. 일자리 지형 변화와 취업

PART 3. 이제부터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PART 4. 현실 이슈에 맞서는 지혜

 





 

PART 1. 자녀 교육의 패러다임부터 바꿔야 한다

 

PART 1-1 일자리가 교육의 성패를 가른다

PART 1-2 대학과 직업은 비례하지 않는다

PART 1-3 '수포자'는 되지 않게

PART 1-4 한국의 인스턴트 학습 문화

PART 1-5 자녀 교육도 투자수익률을 생각하자

PART 1-6 성적보다 건강

 

부모로서 해야 할 역할은 무수히 많겠지만, 자녀를 교육하는데 있어서 '내 자녀가 사회인이 될 무렵에는 사회가 어떤 모습일지, 그 미래 사회에서는 어떤 능력을 가진 사람을 필요로 할지, 그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 우리 아이가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를 계속 고민하고 탐구하셔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학부모님께24

 

회사에서는 바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사람 즉 실력을 갖춘 사람을 선호합니다. 자녀가 자신이 원하는 분야의 직업인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할 수 있으려면 해당 분야의 '실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높은 학교 성적좋은 학벌 좋은 직장만족스러운 삶'은 오래된 고정관념에 불과합니다. 대학 입시와 성적만을 강조하는 우리 사회는 이제 혁신적인 의식 변화를 꾀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단기간에 점수를 올리는 암기, 비법 위주의 교육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미국은 원리를 강조하는 교육을 통해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합니다. 똑같은 질문을 던졌을 때 한국 학생들보다 미국 학생들이 생각하고 질문하며 흡수해 자신의 커리어에 맞게 적용해 나가는 능력이 훨씬 뛰어나다고 합니다. 저자는 우리나라의 이런 교육 시스템을 '인스턴트 학습 문화'라 꼬집습니다. 근본적인 교육 시스템의 변화를 촉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녀교육도 투자 수익률을 생각하자'라는 대목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에듀 푸어 Edu Poor'라는 용어, 혹시 알고 계시나요? 막대한 비용을 자녀 교육비로 지출하는 동안 나머지 소비에 압박을 받고 있는 가정 상황을 말합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과 노인 자살률이 최고라고 합니다. 자녀 교육에 지나치게 투자하는 반면 노후 대비에는 소홀하다는 반증이겠지요.

 

 

이런 극한의 상황을 겪지 않으려면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자녀가 사회인으로 잘 자라는 것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부담스러운 사교육은 지출할 필요가 없다고 단언합니다. 그러한 결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부모가 먼저 미래 경제 환경에 대해 공부를 해야 합니다. 아이의 적성을 파악해 무엇이 최선의 선택인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남들만큼 해주기 위해 불필요한 사교육을 지속하는 대신 가정 상황과 아이의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 내릴 수 있어야 합니다.

 

 



자녀가 공부를 잘하는지 못하는지 파악하기 전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바로 아이의 자존감을 체크해 보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성적보다 건강입니다. 학업 성적보다 스스로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고 자존감을 높게 가져야 주체적이며 당당한 삶을 살아나갈 수 있습니다. 저자는 특히 어릴 때부터 체력 증진과 정신 건강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직업인으로서 능력을 발휘하는 건 차후의 문제라고 합니다.

 

 

자녀의 성적이 좋은 나쁘든 자녀가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해 주는 것이 기본이라는 말에 울컥합니다. 자녀 교육의 본질을 일깨워주었기 때문인데요, 이 책의 전체적인 기조가 바로 이것입니다. 아이의 근본을 바로 세우는 이야기에 관한 책이라는 것!



 

 

 

 

PART 2. 일자리 지형 변화와 취업

 

PART 2-1 인공지능의 영향력은 어디까지일까?

PART 2-2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업무

PART 2-3 글로벌 정세 변화

PART 2-4 녹록지 않은 국내 환경

PART 2-5 인적자본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

PART 2-6 '대졸자 프리미엄'의 현황

PART 2-7 취업에 필수인 비인지적 능력

 

여러분의 자녀들이 사회에 진출할 무렵에는 동년배인 사람과 일자리를 두고 경쟁해야 하는 게 아니라,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로봇 또는 프로그램과도 경쟁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다시 말해서, 자녀가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입사하고자 하는 기업에 '인공지능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보다, 자신을 고용하는 것이 어떠한 면에서 더 유리한 일인지'를 명확하게 설명하고 납득시켜야 하는 세상이 온다는 얘기지요. 대한민국의 학부모님께p.74

 

2부에서는 급변하는 글로벌 정세에 맞춰 자녀 교육에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는 점에 특히 주목하고 싶습니다. 우리나라 경제 구조는 해외 의존도가 높습니다. 국제 정세의 변화에 따라 한국 경제와 한국인의 생활이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지요. 이런 불안이 내재된 상황에서 앞으로는 해외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의 경기가 나빠진다고 해도 차선책을 모색할 수 있으니까요. 혹시 또 모르지요. 차선책이 최선책이 될지도요. 이것이 한류와 원격 근무를 가능케하는 신기술 발달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자녀가 전 세계 어느 국가에 위치한 기업에든 전문 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면 한 국가의 흥망성쇠에 영향을 받지 않으며 안심하고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87)입니다. 대학 입시 등과 같이 현재 한국의 교육 시스템에만 갇혀 있지 말고 시야를 넓혀 보는 건 어떨까요? 자녀가 세계 시민으로 살아가며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으려면 어떤 능력을 키워야 할지 고민해 볼 문제입니다.

 

이런 세상에서 갖추어야 할 역량은 '세상을 살아내는 실력'입니다. 인공지능으로 대체되지 않을 진짜 실력 말입니다. 삶을 단단하게 영위할 만큼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저자는 '인적 자본'을 높이는데 주목하라고 말합니다. 인적 자본이란 사람이 일자리에서 얼마만큼 능력을 발휘하는지 측정하는 개념으로 같은 시간 동안 더 많은 효율을 보여주는 능력을 말합니다.

 

여러분이 자녀 교육의 방향을 잡을 때 '어떻게 하면 내 아이의 인적 자본을 높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염두에 두시면 좋겠습니다. 인적자본은 IQ와 같은 단순한 지능 수준의 개념이 아닙니다. 아무리 IQ가 높더라도 일을 잘 해내는 데 기초가 되는 배경지식이 없다면 일을 잘 할 수 없겠지요. 

이에 더하여 일을 할 때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나 사람들과 협업하는 능력, 어려운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아내는 끈기와 용기 등의 능력도 필요합니다.​ 『대한민국의 학부모님께95



 

저자는 이런 인적 자본을 인지적 능력과 비인지적능력으로 나누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인지적 능력은 교육 수준, 학업 성적, IQ 등이 해당합니다. 자발성, 계획성, 성실성, 절제, 자존감, 끈기, 집요함, 매력, 책임감 등 사회성 혹은 EQ는 비인지적능력에 해당합니다. 인지적 능력이 일자리를 구하거나 사회생활을 할 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책을 통해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자녀를 전문가로 키우고 싶다면 문이과 계열 상관없이 문해력과 수리력을 높이는데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도 기억해야 할 부분입니다.

 

2부를 읽다 보면 냉엄한 현실에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됩니다.

 

특히 주요 국가를 기준으로 분석한 '대졸자 프리미엄 현황'은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경제적 여건이 허락한다면 대학 졸업장을 얻는 것이 유리한 이유를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알려줍니다. 대학에서의 전공 선택 이전에 고등학교 때의 문·이과 선택이 생각 이상으로 자녀의 장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이런 주장들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응용 계량경제학을 전문 분야로 다루고 있는 저자의 생각이기에 더 설득력이 높습니다.

 

 

 

PART 3. 이제부터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PART 3-1 미래의 커리어는 강의실에서부터

PART 3-2 진로의 설계도를 그리다

PART 3-3 혼자만의 능력으론 불가능하다

PART 3-4 누가 나에게 도움을 줄 것인가

PART 3-5 문해력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

PART 3-6 표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세대

PART 3-7 자녀의 인간관계를 위하여

PART 3-8 스트레스가 일상이 된 아이들

PART 3-9 성공의 경험이 필요하다

PART 3-10 개방성이 필수 덕목인 시대

 

대학입시 때와 달리, 대학에서의 성공은 학점이 전부가 아닙니다. 내가 어떠한 진로를 택하고 싶은지, 내가 가고 싶은 진로에 어떠한 과목이, 혹은 어떤 교수님이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파악한 뒤 이에 맞게 수업을 들어야 합니다. 그냥 수업만 열심히 들어서는 안 되고, 장래 내 커리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교수님께 내가 누구이고, 무엇에 관심이 있으며, 어떤 일을 잘할 수 있는지 적극적으로 알리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대한민국의 학부모님께134

 

3부에서는 원하는 커리어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줍니다. 우선 자신의 미래를 큰 그림으로 그려보아야 합니다. 분명한 설계도와 목적의식을 가지고 필요한 역량들을 쌓아나가기 위해 거시적인 것에서부터 점점 구체화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시대의 흐름을 감지할 수 있는 안목도 길러야 합니다. 상황에 따라 생각의 틀과 진로를 바꿀 수 있는 유연함도 장착하면 좋겠지요.

 

자신감을 기르기 위해서는 성공의 경험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작은 성공이라도 경험해 볼 것을 강조하는데요, 부모로서 어떤 태도로 아이를 이끌어야 할지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합니다. 통제 가능한 목표를 세우는 방법 중 하나로 '역진귀납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주어진 마감일을 기준으로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목표를 설정한 후 시간을 역순으로 세부 계획을 세우는 방법입니다. 아이 뿐 아니라 어른의 삶에도 적용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여러 자기계발서에서 강조하는 '스몰 윈'을 위한 전략적 스텝일 수 있겠지요.

 

만약 기말고사 때까지 수학 학습지를 두 번 풀기로 목표를 정했다면, 남은 날짜를 계산해서 하루에 어디까지 풀지 계획을 세우는 것이지요. 만약 본인이 생각할 때 하루에 해내야 하는 공부의 양이 너무 많다면 최종 목표를 낮춰야 합니다.

예를 들어 책 한 권을 두 번씩 모두 다 푸는 것이 아니라 한 번만 푼 뒤 틀린 문제만 복습하는 것으로 목표를 잡거나, 아니면 나오는 문제 중에서 홀수 번 문제만 다 풀겠다고 목표를 잡으며 되지요. 자신이 어느 정도 기량이 되는지를 잘 파악하는 것이야말로 중요한 능력이거든요.​ 『대한민국의 학부모님께190

 

 

 

PART 4. 현실 이슈에 맞서는 지혜

 

PART 4-1 영어유치원에 보내야 할까?

PART 4-2 그럼에도 필요한 영어 능력

PART 4-3 특기 교육을 할 때 고려할 점

PART 4-4 시험 성적을 올리는 전략

PART 4-5 시험도 연습이 필요하다

PART 4-6 국어와 수학을 왜 공부해야 할까?

PART 4-7 두려움이 선행학습을 만든다

PART 4-8 장래를 좌우하는 문이과 선택

PART 4-9 적극적 네트워킹이 필요한 시기

PART 4-10 수저계급론과 차별

 

 

영어 유치원에 보내야 하는지 고민이 많으실 텐데요, 저자는 세계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본인 전문 분야의 실력이 우선이라고 말합니다. 영어 실력은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치는데 방해되지 않을 정도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놓을 수 없는 영어. 저자는 읽기, 말하기, 듣기, 글쓰기로 나누어 전문가로서 영어 능력을 개발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줍니다. 책을 참고하셔서 영어 교육에 관한 계획과 철학을 점검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교육열이 남다른 우리나라는 어릴 때부터 특기 교육 하나쯤 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저자는 개인적 경험에 빗대어 특기 교육을 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을 냉철하게 분석합니다. 자녀의 열정과 재능에 대해 서로 정직하게 대화할 것을 먼저 권합니다. 설령 모든 걸 다 갖추었다고 해도 자녀가 전문가로 성장할 때까지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부모의 경제적 시간적 지원입니다. 여러 상황을 고려해 지원 가능 여부를 냉정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밑빠진 독에 물 붓기를 계속하다가는 부모의 삶까지도 휘청할 수 있으니까요.

 

 

시험 성적을 올리는 전략 중 부모의 자세를 언급한 부분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학습을 방해하는 여러 요인들을 분석하고 해법을 제시합니다. 그 근원에는 흔들림 없는 부모의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공부를 잘할 수 있는 방법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필요한 건 멘탈 관리입니다. 아이의 멘탈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부모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책을 통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부모님은 정신적으로 자녀의 마지막 피난처이자 흔들리지 않는 기둥 같은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부모님이 자녀보다 더 불안해하고, 우왕좌왕하고, 상황을 과대 해석하면 아이들은 부모님을 믿을 수도, 의지할 수도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학부모님께p.237

 


 

 

대한민국 학부모님께를 정리하자면

 

자녀가 직장에서 마음껏 능력을 펼치고 새로운 경력을 개척해 나가며, 본인들의 결혼 및 자녀 양육에 온전히 에너지를 쏟으려면 부모님들께서 마치 고3 학생이 대입 준비를 하는 것처럼 본인의 건강 관리에 진지하게 임하셔야 합니다. 자녀들에게 더 좋은 학원에 마음껏 보내지 못해서, 더 좋은 학군의 학교에 보내지 못해서, 혹은 외국에 유학을 보내주지 못해서 미안해하지 마시고, 대신 자녀에게 짐이 되지 않도록 우선 본인의 건강을 잘 챙기시길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278)

 

 

저자는 책을 마무리하며 '부모님 자신을 잘 돌보시라'라고 당부합니다. 이것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뼈 때리는 현실 조언입니다. 부모님들이 건강 수명인 66세에 도달할 즈음 자녀의 나이는 대략 36세가 됩니다. 자녀가 대학을 졸업하고 어렵게 첫 직장을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부터 부모님의 건강 문제로 신경을 써야 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지요.

 

 

, 어떠신가요? 뒷골이 서늘해지지 않으신가요? 저는 그랬습니다. 마흔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 조금씩 건강을 염려하고 있는데요, 20년 후엔 어떨지 솔직히 두렵습니다. 건강을 챙긴다는 건 자녀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함만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책임감과 경각심을 가지고 건강 관리에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교와 학원에서 시키는 대로 열심히 공부하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는 있습니다. 그다음은 어떻게 될까요? 한국의 인스턴트 교육 시스템 안에서 수동적인 삶을 살아온 우리 아이들. 대학에 진학했다고 해서 갑자기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사고할 수 있을까요? 기껏 죽을 힘을 다해 대학에 들어간 후 정작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맥없는 시간을 보낸다면 얼마나 허망할까요.

 

이제는 부모가 먼저 현실을 냉정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가정 상황과 아이의 상태를 고려해 불필요한 사교육은 과감히 중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래 경제 환경을 공부하며 아이의 적성과 진로를 파악해 나가야 합니다. 필요한 역량은 무엇이며 그 역량을 키우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누구의 도움을 받으면 좋을지를 전략적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주요 국가별 전공과 직업군에 따른 연봉 비교 그래프를 찬찬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고등학교의 문 이과 선택이 중요한 이유와 수포자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를 책을 통해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당장 성적을 올리게 해주는 학습 비법서가 아닙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아이의 장래를 설계하는데 도움을 주는 책입니다. 자녀가 건강한 인격체로 성장하는데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자녀가 세계 시민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소양을 길러주고 싶다면 대한민국의 학부모님께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김영사 서포터즈로 활동하면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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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말 - 솔직하면서도 상처 주지 않는 대화의 기술
알랭 드 보통 기획, 인생학교 지음, 조동섭 옮김 / 오렌지디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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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말

 

 

'더 나은 말'의 기술과 태도에 관한 이야기

 

 알랭 드 보통 _ 기획

 인생학교 _ 지음

 

 

내 감정과 기분을

 솔직하게 말하고 싶지만

 다정함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이들에게 전하는 의사소통 지침서

 

 

 

인생학교란? 알랭 드 보통이 주축이 되어 만든 프로젝트 학교입니다. '배움을 다시 삶의 한가운데로'라는 모토 아래 2008년 런던에 처음 문을 열었다고 해요. 그 후 암스테르담, 베를린, 파리, 상파울루 등에 분교를 열고 삶의 본질과 연결된 다양한 질문에 대해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인생학교'에서 지은 이 책이 우리 삶에 어떤 이로움을 안겨줄지 지금부터 살펴봐 드릴게요.

 

​​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요?

 

 


나이가 들수록 말하는 게 조심스러워집니다. 말의 무게를 조금씩 느끼고 있기 때문일텐데요, 그럼에도 가끔은 제 안에서 나가는 말들에 화들짝 놀라기도 합니다. 말이 곧 그 사람의 인생을 반영하기에 가벼운 말들을 내어 놓기가 망설여집니다. 애써 꾸미고 포장하려는 게 아닙니다. 솔직하면서도 정중한 말. 무례하지 않고 다정한 말. 어쩌면 이것이 '더 나은 말' 아닐까요.

 

 

말을 건네는 사람도

 

그 말을 듣는 상대방도

 

미묘한 감정 대립없이

 

맺고 끊음을 부드럽게 할 수 있는

 

 

'더 나은 말'의 기술과 태도에 관한 이야기

 

 

가끔 내적 흥분 끝에 하지 말아야 할 말까지 홍수처럼 쏟아낼 때가 있습니다. (저만 그런가요?) 겉잡을 수 없이 내뱉고 나면 후회가 밀려옵니다. 자신에게 실망한만큼 상대방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들지요. 저처럼 이런 경험이 있다면, 좀 더 나은 말을 하고 싶다면 더 나은 말을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오늘부터 당장 삶에 적용할 수 있는 20가지 실전 대화법, 더 나은 말

 

 

상대방 존중하기, 자신의 잘못 인정하기, 진실을 유연하게 다루기, 나쁜 행동 못 본 체 하기, 적절한 순간 찾기, 비관주의를 바탕에 두기, 터놓고 말하기 등 말 잘하는 사람들의 외교 원칙을 먼저 언급합니다. 이 원칙 아래 '연애, 우정, 업무, 가족, 타인'과의 관계에서 할 수 있는 <더 나은 말>을 제시하고 있지요.

 

 

이 책은 '외교'를 다룹니다. 외교라고 해서 의아했는데 곧 의문이 풀렸습니다. 책에서 강조하는 외교란 불필요한 흥분을 일으키는 대참사를 불러오지 않고 생각을 반전시키는 기술을 의미합니다. 국가간의 문제에만 국한된 게 아니었어요. 책에서 다루고 있는 연애, 우정, 업무, 가족, 타인 등 삶의 전반에 외교는 필요한 기술입니다.

 

외교적인 사람은 날카롭고 깔끔하게 한 방을 날린다. 희망 고문을 하지 않는다. 터놓고 말함으로써 상대에게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미움받기를 감수한다. (중략) 타깃을 더 정확하고, 더 효과적으로 맞히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 상대방에게 솔직하면서도 다정하게 말하는 방법을 깨우칠 수 있다.

 

더 나은 말p.14

 

 



더 나은 말내용 살펴보기

 

 

더 나은 말에는 20가지 실전 대화법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질문(혹은 상황)은 스무 가지지만 답변은 훨씬 더 많아요. 질문 하나 당 여러 경우의 수를 두고 해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각자 상황에 맞게 활용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연애>

 

친구로 지내자 / 아직도 나를 사랑해? 그만 헤어져 / 00할 때 하고 싶은 게 있어 / 그래, 내가 바람 피웠어

 

 

''에 관해 꽤 디테일한 부분까지 다루고 있어 놀랍고 당황스러웠어요. 쉽게 드러내지 못할 성적 판타지에 관한 고민을 정면으로 다룰 줄이야. 은밀하고 내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드러냅니다. 그 당당함에 난감했던 마음을 조금씩 추스를 수 있었어요. 사실 이런 접근법이 낯설어서 어안이 벙벙합니다만, 연애할 때 빠질 수 없는 고민일 수 있기에 마음을 열고 읽어보았습니다. 이런 주제를 이런 책에서 다룰 수 있다는 놀라움을 안겨준 이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책으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 일부러 궁금증을 유발하기 위해 애둘러 이야기하는 건 아닙니다. 주제의 특성상 애매모호한 표현으로밖에 전달할 수 없음을 양해바랍니다.

 


 

<우정>

 

 

우리 친구 할래요? / 더는 친구로 지내고 싶지 않아 / 사랑해 / 네 성공을 못 견디겠어 / 덕분에 즐거웠어

 

 

우정에 금이 갈때가 언제라고 생각하시나요? 자신과 동등한 위치에 있을 것 같은 친구가 앞서나가기 시작할 때 미묘하게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질투가 나지만 솔직하게 표현하기는 힘듭니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가 부러워하는 사람들 속에 자신이 그리는 미래의 퍼즐 조각이 들어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질투를 하면서도 그 조각들을 찾아내 퍼즐을 완성한다면 '진정한 자아'를 발견할 수 있다고 해요. 질투심이 차오르면 그 감정에 매몰되기 전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길 권합니다. '여기서 내가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업무>

 

내가 다 망쳤어 / 넌 이게 문제야 / 주말 잘 보냈어? / 지금 당장 해! / 당신 해고야

 

 

업무를 하다 일을 망쳤을 때 더 현명하게 대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섯 가지 조언 중 마지막 조언을 마음에 담아봅니다. 앞으로 나아갈 능력을 기를 것. 지나칠정도로 사과를 하거나 공허한 선언을 한다면 오히려 신뢰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성숙하고 유능한 사람임을 확인시켜주기 위해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더 빈틈없이 일해야 합니다. 자신감을 잃지 않은 채로 당당하게 말이지요.

 

 

<가족>

 

실망시켜서 미안해 / 나 화났어 / 널 사랑하지만 우리는 공통점이 없어 / 숙제부터 해

 

 

널 사랑하지만 우리는 공통점이 없어. 이것이 가족의 현실일 수 있습니다. 가족 구성원들과 살가운 정을 나누려고 해도 공통의 관심사가 없다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조금은 느긋하게 서로의 삶을 바라보는 건 어떨까요? 나한테는 그다지 관심 없는 주제라도 가족 구성원들의 삶에서 중요하다 싶은 부분을 자세히 들어보는 거예요. 이야기를 듣다 보면 경쟁, 실망, 간절한 희망, 두려움, 한계, 동경, 작은 즐거움, 뜻밖의 행복 등 삶의 더 깊은 이야기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타인>


 

수프에 파리가 있어요

 

 

만약 주문한 음식에서 이물질을 발견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주 가끔은 이런 일을 겪기도 하는데요, 돌아보면 그 날 기분에 따라 저의 태도도 조금씩 달랐던 것 같아요. 이런 불쾌한 상황에 놓인다면 어떤 말을 해야 할 지 한 번쯤 입장을 정리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불같이 화를 내는 건 모두가 바라지 않을 거예요. 만약 온 몸으로 불만을 표출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 상황이 지나면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으로 아찔해질 것입니다.

 

 

'일부러 집어넣지 않은 걸 알지만 파리가 수프에 빠졌어요'

 

 

이 말 어떤가요? 중요한 것은 가벼운 말투입니다. 내 입장에서는 충분히 화날 만하다는 인상을 주는 동시에, 고의가 아닌 것을 안다고 넌지시 알릴 수 있어야 합니다. 상대에게 모욕을 주는 대신 약간의 교훈을 건넬 수 있는 이런 태도. 예의를 잃지 않으면서도 솔직 담백하게 의도를 전달한다면 서로 좋지 않을까요.

 

 


 


더 나은 말구성 살펴보기

 

 

 

5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디자인이 깔끔해요. 표지는 물론 내지까지 군더더기 없이 단정한 느낌입니다. 대화 코칭을 받고 있는 것처럼 쏙쏙 이해가 되는데요, 한 눈에 어떤 내용인지 알수있도록 가독성을 고려해 디자인 한 덕분인것 같아요. 특정 상황이 궁금해지면 바로 골라 읽기도 쉽습니다.

 

 

표지와 내지에 쓰인 컬러가 몇 안되는데요, 파스텔톤이라 눈과 마음에 부담이 없습니다. 책을 편안하게 읽을 수 있어요. 사이즈와 부피감이 컴팩트해서 가지고 다니기에도 좋습니다.

 

 



삶을 유연하고 풍성하게 만들어 줄 더 나은 말의 기술과 태도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수많은 문제와 맞닥뜨립니다. 그때마다 회피한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겠지요.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는 건 어떨까요? 질문을 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어느 새 삶은 원하는 모습으로 향해 갈 것입니다. 그 과정에 나와 타인을 이어줄 '더 나은 말'이 뒷받침 된다면 한결 충만해지지 않을까요.

 

 

대화의 기술은 화려한 미사여구에 있지 않습니다. 솔직하면서도 담백한 예의를 갖춘 말 속에서 여러 관계들은 돈독해지고 발전해나갈 것입니다. 인생을 살아갈 동력이 되어 줄 '더 나은 말'의 기술과 태도를 장착해 보세요. 삶은 더 유연하고 풍성해질 것입니다.

 

 

 


 

 

 

_ 오렌지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은 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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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으로 키워라 - 약점은 강점으로 강점은 탁월함으로
박소연 지음 / 김영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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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으로 키워라

 

 "내 아이 강점 찾기 프로젝트"

 

 탁월함은 강점을 

어떻게 키우느냐에 달려 있다

 

 저자 _ 박소연 

출판 _ 김영사

 

 강점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자꾸 무언가를 하고 싶고, 잘하고, 그것을 할 때는 시간 가는 줄 모르며, 하고 나면 또 하고 싶은 무언가가 바로 강점 신호입니다. (중략) 잘하는 것을 반복적으로 하고 그로 인해 성공 경험이 누적되었을 때, 재능은 마침내 강점이 됩니다.

 

강점으로 키워라p.41


 

육아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올바른 주관을 가지지 않는다면 시종일관 흔들릴 수 있습니다. 부모의 흔들림은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달되겠지요. 1등만이 성공하는 시대는 진즉에 끝이 난 듯한데, 여전히 공부를 놓을 수도 없습니다. 강점으로 키워라는 아이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5단계 강점 육아법을 통해 자존감 높은 자기주도적인 아이로 성장시킬 방법을 제시합니다. 마지막 4장에서 강점을 활용한 공부법을 다루기도 하는데요, 책의 핵심은 '베스트'가 아닌 '유니크'에 주목한다는 점입니다.

 

 

'베스트'만을 향해 나아간다면 1등이 아니면 다 실패입니다. '유니크'의 가치를 이해한다면 모든 사람이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남과 다른 내 아이의 특별함에 주목하게 만들어 줄 강점 육아 솔루션. 수많은 육아법속에서 이리저리 휘둘리고 있다면 '강점'에 주목한 이 책을 읽어보세요. 약점을 고치려 과도하게 에너지를 소비하는 대신 강점에 집중하는 것이 삶의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

 

강점으로 키워라는 서울아산병원 소아치과 전문의이자 갤럽 인증 감정 코치 박수진 교수가 쓴 강점 육아법에 관한 책입니다. 아이의 약점을 고치기 위해 과도하게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대부분의 부모들에게 경종을 울릴만한 책입니다. 아이의 약점에 집중하는 대신 내 아이만의 강점 찾기 프로젝트! 가지지 못한 것에 집중하는 대신 아이가 가진 강점을 찾아내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왜 중요한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알려줍니다.

 

 

아이가 성장하는데 '단 하나의 정상적인 경로'란 없습니다. 이 말은 다른 아이와 내 아이를 비교할 필요가 없다는 것! 대신 아이가 세상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아이의 강점은 무엇인지, 부모로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남과 다른 특별한 점을 찾아내고 강화시켜 나간다면 그것이 바로 세상을 살아갈 힘이자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프롤로그부터 마음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책.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점에서 아이를 바라보게 만드는 책. 유용한 육아 팁과 새기고 싶은 좋은 말들로 가득한 책.

 

 

무엇보다 이 책은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뿐 틀린 것이 아니라는 큰 깨달음을 안겨줍니다. 그동안 저는 누구의 기준에 맞춰 아이를 바라봤을까요? 저도 모르게 채근하고 밀어붙였던 시간들을 반성해 봅니다. 이제는 조금 느긋하게 아이를 바라보며 아이가 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리기 위해 노력해 보려 합니다. 그 신호를 끝끝내 알아채서 아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자양분으로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그러니 우리 이제부터는 아이가 지닌 강점에 주목해 보는 건 어떨까요? 잘하는 것은 원래 그런 게 아닙니다. 내 아이만이 지닌 특별함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강점을 강화시켜나갈 수 있는 방법과 아이만의 특별함으로 키워나갈 수 있도록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이유입니다.

 

 

반대로 약점을 부각시키지는 말아요. 약점이 도드라지지 않도록, 약점에 주눅 들지 않도록 현명하게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 스스로 강점을 강화시키고 약점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으려면 가까이서 오랜 시간을 함께하는 부모부터 태도를 바꿔야 합니다.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며, 가치 있는 존재라고 여기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아이를 대해야 합니다.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 자존감 높은 아이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을 테니까요.

 

 

 

 

이 책에 강점을 키우는 5가지 행동 강령이 있습니다. 적용하고 실천한다면 분명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강점 공부법까지 알려주고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분명 육아서인데 자기 계발서 같은 책. 아이를 위해 읽기 시작했지만 부모인 나의 삶에 적용해 보고 싶은 꿀팁들로 가득한 책. 부모이자 어른인 제가 먼저 이 책의 내용들을 제 삶에 세팅해 놓고 싶은 마음입니다. 마땅히 그래야 하고요. 책에서도 말합니다. 아이의 자존감은 강점에서 나오며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기 위해선 부모의 자존감 회복이 우선이라고 말이지요.

 

 

'너무나도 소중한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님들이 이 책을 보고 아이들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위로를 느끼셨으면 좋겠다'라는 프롤로그의 말을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아이의 강점 찾기 프로젝트이자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책이기도 하니까요.

 

 

페이지마다 마음에 새기고 실천해야 할 말들이 알알이 들어차 있는 이 책을 꼭 많은 분들이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지금은 품 안의 자식이지만

 

금세 훌쩍 자라 우리 곁을 떠납니다.

 

아이가 떠난 뒤에는 관계를

 

저축하고 싶어도 못할 수 있습니다.

 

 

아이의 눈동자가

 

온전히 나로 채워져 있는 지금,

 

더 충분히 관계를 저축하세요.​​

 

 

강점으로 키워라p.96

 

 


 



 

<김영사 서포터즈로 활동하면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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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의 단어들
이적 지음 / 김영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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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의 단어들

 

 이적의 생애 첫 산문집

 

 저자 _ 이적

 출판 _ 김영사

 

 

 

한 해 한 해 나이를 더해갈수록 인생의 지혜를 미약하게나마 깨달아가는 듯합니다. 그 깊이와 넓이는 사람이 살아온 시간과 닿아 있겠지요. 이적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펼쳐든 책 이적의 단어들. 그가 살아온 시간이 궁금하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적의 단어들은 이적이 쓴 생애 첫 산문집입니다. 그의 마음과 시선이 가닿은 101개의 단어와 그 '단어들에서 촉발된 단편들'을 만나볼 수 있는 책입니다. 5부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인상 깊었던 몇몇 '단어들'을 중심으로 소개해 드릴게요.

 

​​

 



 

1. 인생의 넓이

 

인생 / 인생 2 / 지혜 / 스타 / 홍어 / 상처 / 신발 / 이어폰 / 악순환 / 엇갈림 / 쓰레받기 / 멀미 / 가치 / 투표 / 지폐 / 고스톱 / 시간 / 성탄절 / 송년

 

 

 

상처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받은 인성 교육 이야기를 들려준다.

 

"종이에 사람을 그리세요. 그리고 그 사람에게 나쁜 말을 하며 종이를 구겨보세요. 이제 좋은 말을 하며 종이를 다시 펼치세요. 어때요. 구겨졌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죠? 그래요. 나쁜 말을 하고 나면 나중에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상처가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답니다. 그러니까 친구한테 나쁜 말을 하면 안 되겠지요?"

 

이적의 단어들p.25 '상처' 전문


 

하루를 시작하거나 마무리할 때 삶을 돌아보며 조망하는 시간을 가져본 적이 있으신가요? 그럴려고 노력은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바쁠 때는 더더욱 힘들고, 느슨하게 사는 중에도 온전히 자신을 들여다볼 여유는 부족한 듯합니다. 가끔은 아이들의 이야기에서 진리를 깨달을 때가 있습니다. 아이에게만 필요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교훈과는 멀어진 어른에게도 이런 말은 때때로 필요합니다.

 

 

 


 

2. 상상의 높이

 

영화관 / 리셋 / 라면 / 가르마 / 가방 / 라이터 / AI / 절연 / 악마 / 좀비 / 가상 인간 / 물수제비 / 불멸 / 서재 / 물방울 / 평행우주 / 중앙선 / 불면증 / 공포증 / 눈사람 / 위기 / 기차 / 샤워볼 / 베개 / 휴지 / 회전문 / 보조개 / 세포

 

 

 



리셋

 

 

여기 모든 것을 5년 전으로 되돌릴 수 있는 버튼이 있습니다. 한층 젊어질 것이고, 실패 또한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습니다. 재도전할 시간을 벌 수도 있지요. 실패가 원점으로 돌아가듯 성공과 성취 또한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당신은 리셋 버튼을 누르시겠습니까?

 

쉽지 않은 결정의 상황에 놓인다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삶은 크고 작은 결정의 연속입니다. 그 결정들이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원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해 온 일들이 가치 없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리셋, 하고 싶은 순간일수록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위해 더 신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서재

 

읽지도 않으면서 그녀는 더 많은 책을 주문했다. 사방의 책장에 책을 넣고 그 제목들만으로 이야기를 만들었다. 새 이야기를 위해서 책들의 배열을 바꿨고 모호한 부분이 생기면 새 책을 주문했다. 그녀는 서재를 읽고 있었다. 그 방의 이야기를.

 

이적의 단어들p.81 '서재' 전문



 

책 제목을 조합해 짧은 글을 지어 본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있습니다.

 

책장을 쓰윽 둘러봅니다. 제목들을 이리저리 읊조려 봅니다. 그러다 서너 권 골라 책등이 보이게 위치를 재배열합니다. 다시 읽어보기. 어느 순간 뚝딱 글 한 편이 완성됩니다. 뭔가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있어 새 책을 주문해 본 적은 없지만 책 제목만으로 글을 지어 본 경험이 있는 저에게 이 글은 묘한 동질감을 안겨주었습니다. 이런 상상이 저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아가는 것 또한 책 읽는 즐거움 중 하나이지요.

 

 


 

눈사람

 

눈사람 덕분에 다행히 남자 친구와 헤어진 어느 여자분의 이야기입니다.

 

최근 들어 데이트 폭력 사건을 종종 접하다 보니 작은 일 하나도 허투루 보아 넘길 수 없습니다. 사연인즉슨, 폭설이 내린 다음 날 A 씨는 남자친구와 눈 쌓인 거리를 걸었다고 해요. 그때 길가에 놓인 아담한 눈사람을 남자친구가 사정없어 걷어차 버립니다. 그 상황만으로도 충분히 당황스러운데요, 눈사람을 걷어찬 후 남자친구는 크게 웃으며 즐거워했다고 합니다.

 

 

눈사람을 파괴할 수 있다면 동물을 학대할 수 있고 마침내 그 폭력은 자신을 향할 수 있다는 공포에 휩싸인 A . 구구절절 설명 대신 이별을 고했다고 합니다. 상상이 지나치다고요? 과연 그럴까요? 무심코 하는 행동 하나가 그 사람의 전부 혹은 숨겨진 이면일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난 후 한동안 선연했습니다. 폭설이 이런 상황에서는 다행 일수 있겠다 싶기도 했고요.

 

 

 

 

3. 언어의 차이

 

앞뒤 / 두려움 / 원만圓萬 / 변화 / 누다 / 개떡 / 클리셰 / 공감 능력 / 가스 / 부분 / 친절 / / 칫솔 / 인과因果

 

 

앞뒤

 

자칫 말장난 같기도 한데 사뭇 철학적입니다.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미묘하지만 극명한 언어의 차이를 이적만의 시선으로 풀어냅니다. 가령 '10년 앞을 내다보라'라는 말과 '10년 뒤를 내다보라'라는 말은 정확하게 같은 뜻이라는 것. 시간의 '앞뒤'를 바라볼 때와 '전후'를 바라볼 때, 우리의 시선이 향하는 쪽과 우리가 등진 쪽은 어디일까요? 깊은 사유를 이끌어내는 반전의 시선이 느껴집니다.

 


 

원만 圓滿

 

무릇 뾰족한 사람을 두려워하지 말고 둥글둥글한 사람을 어려워하라. 사실 그는 모든 것을 파악하고 예민하게 주시하는이다.

 

이적의 단어들p.117 '원만' 중에서


 

둥글어진다는 건 무뎌진다는 것일까요? 아니면 뾰족했을 때보다 더 많은 것을 섬세하게 느낀다는 것일까요?

 

2차원에서 선으로 그린 땅 위를 별 모양이 구른다고 상상해 볼까요. 별 모양은 땅에 닿는 부분과 닿지 않는 부분이 극단적으로 나뉩니다. 닿는 부분은 무척 민감할 것이고 닿지 않는 부분은 둔감할 수밖에 없지요. 반면 둥근 원은 모든 부분이 빠짐없이 닿기 때문에 땅 위의 모든 것을 민감하게 느낄 것입니다. 뭔가 뾰족한 사람보다 둥글둥글한 사람을 더 어려워해야 하는 이유 짐작이 가시지요?


 

이적의 글 속에 담긴 의미를 쫓는 동안 독자의 생각도 깊어질 것 같습니다.

 

 

​​


 

4. 노래의 깊이

 

기타 / / 창작 / 사고실험 / 멀티태스킹 / 거위 / / 하늘 / 빨래 / 매듭 / 거짓말 / 렛잇고 / 산토끼 / 라이브 / 층간 소음 / 콘서트 / 피아노

 

 

드디어, 마침내, 비로소 이적의 음악을 만날 수 있는 장이 4<노래의 깊이>에서 펼쳐집니다. 그의 명곡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떤 고민으로 탄생했는지 엿볼 수 있는 부분이지요.

 

 

 

멀티태스킹


 

무언가를 할 때 음악을 틀어놓는 편이신가요? 저는 그렇습니다. 집안일을 할 때, 서평을 쓸 때 심지어 책을 읽을 때도 종종 음악과 함께 합니다. 뮤지션은 어떨까요? 이적은 '뮤지션에게 음악은 언제고 뒤에 깔아놓는 '백그라운드 뮤직'없다고 단언합니다. '음악이 들리는 순간, 좋든 싫든 화성 진행을 파악하고 악기 연주를 품평하고 사운드 믹싱을 분석하며 속절없이 끌려다닌다'라고 해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부분이지만 그럴 수 있다 싶어요. 직업인으로서의 뮤지션의 고충은 생각보다 크네요. 음악을 음악으로 즐길 수 있으면 좋으련만.

 

 

거짓말

 

아이를 버리고 가는 비극적인 사건이 종종 일어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날따라 가진 것 중 가장 좋은 옷은 입히고 손에는 풍선을 쥐여주고 솜사탕도 사줍니다. 곧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영영 사라져버린 부모. 아이는 화장실 한 번 가지 못한 채 몇 시간째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합니다. 얼마나 두려울까요. 얼마나 슬플까요. 얼마나 무서울까요. 얼마나 원망스러울까요. 마음 어느 자리가 뻥 뚫린 듯 아이의 마음을 감히 가늠해 볼 수조차 없습니다. 그런 마음을 헤아려 탄생한 명곡이 있지요.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은 그날의 아이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해 언제 들어도 아프고 슬프고 처연합니다.

 

관심을 기울이고 공감하려 노력하는 동안 명곡은 또 탄생하겠지요.

 

 

 


 

5. 자신의 길이

 

씨앗 / 짜증 / 경우 / 솜사탕 / 눈물 / 이석증 / 고수 / 지속 가능성 / 강박 / / 삼시 세끼 / 나이 / 커피 / / 거울 / 욕심 / 성공 / 부작용 / 수염 / 자유 / 근심

 

 

눈물


 

삶의 유한성을 언제 깨달으셨나요? 혹시 아직도 삶이 영원할 것만 같으신가요?


 

마흔이 넘어서부터 한 번씩 뒤를 돌아보게 됩니다. 오늘이 생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자각 때문이지요. 그렇다고 두려움에 사로잡혀 걱정을 끌어안고 사는 건 아닙니다. 단지 불시에 놓고 떠날게 될 흔적들을 떠올려 보는 것이지요. 당장 정리를 하면서 사는 건 또 아니지만요.


 

<눈물>이라는 글을 읽는 동안 삶의 유한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봅니다.

 

 

 

 

 

지속 가능성

 

일도 연습도 운동도 공부도 취미도 지속 가능한 방식을 택한다. 한두 번 영혼을 불사를 듯 무리하여 깜짝 성과를 낼 순 있지만 자기 속도와 맞지 않으면 금방 멈춰 서게 되고, 심하면 넌덜머리가 나 아예 반대쪽으로 튈 수도 있다. 달리지 않고 적정한 보폭으로 적당히 숨찰 정도로 걷는다. 게을러 보일 수도 있고 승부욕이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스스로는 안다. 어디로 가는지, 잘 가고 있는지. 그렇게 오늘도 타박타박 걷는다. 계속 걸을 수 있는 페이스로 가끔 쉬기로 하며. 흥분해서 내딛다 탈진하지 않도록.

 

이적의 단어들p.193 '지속 가능성' 전문



 

'타박타박 걷는다'라는 말속에는 의욕 충만한 열정이 없어 보입니다. <지속 가능성>이라는 글을 읽는 동안 '타박타박 걷는다'라는 말을 곱씹어 보았습니다. 저마다 걸음의 속도와 방법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디로 가는지, 잘 가고 있는지, 계속 걸어갈 수 있는지는 결국 자신만 알 수 있습니다.

 

 

남들이 보기에 안일해 보일 수 있어도 자신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가는 것은 중요합니다. 우리 세상의 속도전에 휘둘리지 말아요. 각자 자신만의 길을 의연하게 걸어갈 이유가 있으니까요.

 

 

 

​​


 

마지막으로 책의 대미를 장식하는 후주. 을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전문을 옮겨 볼까도 생각했으나 책을 통해 직접 확인해 보시는 게 더 의미 있을 것 같아 여운만 슬쩍 놓고 갑니다. '짙은 숲에서 깊은 숨을 쉬는 것보다 더 기쁜 쉼이 있을까'라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합니다. 소리 내어 읽어보세요. 숲에서 새로운 숨을 얻는 듯 생기로움이 감도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른답니다.

 

​​


 

짧지만 굵직하고

 술술 읽히지만 가볍지 않고

 간간이 웃기지만 우습지 않은

 

생의 경중을

 균형감 있게 녹여낸

 

 이적의 단어들 

 

 

선물하기 좋고 소장하기 좋은 담백하게 예쁜 양장본 이적의 단어들~ 인터넷 서점별 '사인본''양장 노트'를 받을 수 있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김영사 서포터즈로 활동하면서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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