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가는 음식들 - 우리가 잃어버린 음식과 자연에 관한 이야기
댄 살라디노 지음, 김병화 옮김 / 김영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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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음식들

 

음식에 담겨있는 경이로운 생명 메커니즘

 

우리가 잃어버린

음식과 자연에 관한 이야기

 

교양 인문학 / 생명과학 / 생태학

 

저자 _ 댄 살라디노

출판 _ 김영사

 

 

현재의 음식 시스템은

지구 파괴에 기여하고 있다.

식물과 동물 100만 종이

멸종 위기에 몰려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소멸 위기 음식은 지구 전체에서 전개되는 더 큰 위기, 즉 모든 종류의 생물 다양성의 상실이라는 위기의 일부에 불과하다.​​ 『사라져 가는 음식들p.23



 

 

사라져 가는 음식들BBC 기자이자 음식 저널리스트 댄 살라디노가 들려주는 위기에 처한 전통 음식과 자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간단하게 한 줄로 정의하긴 했지만, 이 책은 단순히 음식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먹거리에서 시작해 촘촘하게 얽히고설킨 인류의 역사와 생존에 관한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책을 읽어가는 동안 음식에 담겨있는 경이로운 생명 메커니즘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 후 우리는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일들에 대해 고민해보게 되겠지요.

 

세계화와 대량 생산이 야기한 음식의 종말 뒤에는 인류의 종말이 이어질 수 있다고 단언합니다. 이 끔찍한 경고가 결코 과장이나 억측이 아님을 고증을 통해 밝혀나가고 있습니다. 갈수록 사라져가는 생물 다양성과 인류의 위기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습니다. 이런 불편한 진실을 우리는 체감하지 못한 채 살아갈 뿐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하나의 음식을 구한다는 것은, 하나의 세계를 구하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을 절절히 공감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잃어버린 음식이 인류에게 어떤 위기를 초래할지 생각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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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흐르는 동안 인간이 먹어온 식물 6000종 가운데 지금 세계의 대부분이 먹는 것은 고작 9종뿐이며, 그중에서도 밀과 벼, 옥수수 이 3종이 전체 칼로리의 50퍼센트를 제공한다. 여기에 감자, 보리, 야자유, , 설탕(사탕무와 사탕수수)을 더한 것이 인류가 쓰는 칼로리 전체의 75퍼센트를 담당한다. 녹색혁명 이후 인류는 정제된 곡물, 식물성 기름, 설탕, 육류를 더 많이 먹고, 우리가 먹는 식량의 생산지와 거주지 사이 거리는 점점 더 멀어졌다. 수천 가지 음식이 위기에 처하고 소멸하면서, 몇 가지 안 되는 음식이 지배하게 되었다. 이런 일은 흔히 우리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벌어진다.​​ 『사라져가는 음식들p.28



 

세월을 거듭하는 동안 우리가 잃어버린 음식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그 음식들은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역사, 정치, 문화, 공동체 등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책에는 탄자니아 에야시 호수에서 베네수엘라 쿠마나코아에 이르기까지 세계 여러 나라의 도시와 마을을 탐험하며 고증해낸 사라져가는 음식들을 담고 있습니다. 첫 장을 펼치면 책에 수록된 34가지 음식을 세계지도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포함되어 있어서 더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위기에 처한 음식들을 야생, 곡물, 채소, 육류, 해산물, 과일, 치즈, 알코올, , 후식에 이르는 10가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각 장마다 2~4가지 음식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 음식들은 인류가 변형하고 개량하기 이전 태초의 형태를 보여줍니다. 이 기본적인 먹거리들이 인간의 생존에 기여한 놀라운 (영양학적) 가치를 알아가는 과정은 경이로움 그 자체입니다.

 



그중 인류의 운명을 바꾼 음식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 이야기는 특히 흥미롭습니다. 굴이 없었다면 오늘날 인류는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멸종 위기에 내몰린 인류를 구한 음식이 굴이라니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해양 생태계가 파괴되어가는 요즘 이러한 먹거리들은 앞다투어 사라질 전망입니다. 하나의 식재료가 소멸한다는 것은 인류의 소멸과 이어질 수 있다는 역사의 명징한 경고를 더 늦기 전에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굴을 먹지 않는 사람이라도 그들의 운명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그것은 핵심 종이며, 바다에 사는 다른 생명들을 지원한다. 굴 한 마리는 매일 바닷물 200리터를 여과하고 정화하며, 숫자가 늘어나면 다른 해양 동물을 위한 안전한 피신처가 되어줄 수 있다. (중략) 음식으로서 굴은 먹는 사람을 특정한 장소와 시간으로 데려갈 놀라운 힘을 지녔다. ​​『사라져 가는 음식들p.324~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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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다양성이 쇠퇴하고 그토록 많은 음식이 사라질 이기에 처했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라 전적으로 인간이 만들어낸 과정이다. 작물 다양성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몇십 년 동안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그 시기에 작물 과학자들은 인류를 기아에서 구원하기 위해 벼와 밀 같은 곡물을 경이적인 규모로 생산할 방법을 찾아냈다. 세계가 절박하게 필요로 하는 작물은 넉넉하게 길러내려고 다양성을 희생한 것이다. 수천 가지 전통적 품종을 생산량이 극대화된 소수의 신품종으로 대체했다. 이들 식물은 빨리 자라고 더 많은 곡물을 생산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목표를 확실하게 달성하기 위한 전략, 즉 더 많은 농화학물과 더 많은 관개 그리고 새로운 유전학은 '녹색혁명'이라 알려졌다. 그 전략은 엄청나게 성공했다. 최소한 처음 시작할 때는 그랬다.​ 『사라져 가는 음식들p.25

 

현재의 우리는 옛 선조들보다 훨씬 더 풍요로운 먹거리를 향유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그러나 실상은 다릅니다. 우리가 먹는 식품의 대부분은 다양한 동식물의 넓은 범위 가운데 아주 작은 한 부위로 좁혀졌고, 때로 우리는 고작 하나 또는 몇 안 되는 품종에만 의지하곤 합니다. 세계 음식 대부분의 근원, 즉 씨앗이 고작 네 기업의 손에 장악되어 있고, 세계 치즈 생산의 절반이 회사 한곳에서 제조한 박테리아와 효소로 생산되고 있으며, 세계에서 마시는 맥주의 4분의 1이 양조장 한곳에서 생산된다는 것을, 미국에서 중국에 이르는 전 세계의 돼지고기 생산은 단 한 품종의 돼지 유전자를 근거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은 그동안 인류가 얼마나 많은 다양성을 외면해 왔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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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정권 아래서도 '종자 은행'을 보존하기 위해 목숨을 바쳤던 분들이 있습니다. '맛의 방주' 프로젝트를 통해 전 세계 소멸 위험에 처한 음식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음식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닙니다. 그 지역의 삶의 방식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지식과 기량, 경제와 생태계에 이르기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결국에는 인간의 생명과 맞닿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먹는 식품의 대부분은 고작 하나 또는 몇 안 되는 품종에 의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이것이 위기임을 알아차리고 '농업적 생물 다양성'을 복원하기 위해 세계 여러 곳에서 노력 중이라고 하니 다행입니다.

 


세계 최고의 푸드 저널리스트 댄 살라디노가 10년 넘게 전 세계 곳곳을 다니며 밝혀낸 사라져가는 음식에 관한 이야기. 이 책은 교양 인문학이 자 생명과학의 범주에 들지만 잘 읽히는 소설만큼 매혹적입니다. 저자의 유려한 필력 덕분에 630페이지에 가까운 벽돌책을 기분 좋게 독파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을 권하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합니다.

 

날씨가 거칠어질 때(오크니에서는 매우 거칠 수 있다)는 베어의 회복탄력성이 활성화되는 것을 지켜볼 수 있다. 현대의 난쟁이 곡물들보다 더 높이 1.5미터까지 키가 자라지만, 바람이 그 위로 불어오면 마치 알곡을 방어하듯이 줄기를 굽히고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웅크리고 있다가 수확할 시기가 되면 다시 몸을 세운다. 수천 년간의 적응을 거쳐 베어는 오크니를 잔 견디는 존재가 되었다.​​ 『사라져 가는 음식들p.122

 

어떤가요? 마치 베어의 움직임이 눈에 그려질 듯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으신가요? 책에 수록된 낯선 음식과 식재료들에 호기심을 가지게 만드는 저자의 글솜씨는 이 책의 매력 중 하나입니다.​​

 



각 음식에 담긴 세세한 사연을 알아가는 시간은 즐거움과 충격을 동시에 안겨 주었습니다. 사라져가는 음식에 관한 이야기가 전 인류가 직면한 다단한 위기 상황과 맞닿아 있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책. 한 권의 책을 읽는 동안 이토록 다양한 변주를 접할 수 있다는 건 귀한 경험입니다.

 

생명의 근원을 조작하는 행위는 생명의 소멸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21세기에 자연 그대로의 것을 지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사라져 가는 음식들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그 속에 미래의 해답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음식이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 책은 여실히 보여줍니다. 인간의 모든 삶과 맞닿아 있다는 위기에 처한 음식들을 더 깊이 들여다봐야 할 이유입니다.

 

소멸 음식에 관한 이야기는 결코 한 종류의 음식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음식 이야기를 시작으로 전 인류가 겪게 될 위기를 직시하게 만들어 줍니다. 책에서 다루는 소멸 위기 음식은 지구 전체에서 전개되는 더 큰 위기, 즉 모든 종류의 생물 다양성의 상실이라는 위기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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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사 서포터즈로 활동하면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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