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밥바라기별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다시 오지 않을 아름다운 시절을 그리며

  세상의 모든 소리들이 사그라드는 새벽녘, 홀로 깨어 침묵 속에 잠겨 본 적이 얼마나 되었는가? 멈출 줄 모르는 생각과 고민들로 수많은 밤을 지새우고 또 지새웠던 청춘의 한 때. 앞날에 대한 걱정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답도 없는 질문들을 끝없이 던지곤 했었다. 그 때는 꿈이 있었고, 꿈을 꿀 줄 알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었던 것 같다.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그 꿈에 부풀어 온종일 설레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을 테지. 인생의 어느 윤곽도 확실하지 않던 시절, 자신과의 대화는 나를 살게 하는 힘이 되었음을 이제야 알 것 같다. 어른이 된 지금은 오히려 이런 것들과 소원해졌다. 고요한 마음으로 자신과 마주한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나질 않는다. 세상의 소음과 잡음에 익숙해져 정작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방법을 잊어버린 건 아닌지.

 [개밥바라기 별]은 청소년에서 어른으로 넘어가는 일곱 명의 인물을 통해 성장 과도기에 놓인 청춘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야기는 베트남 파병을 통보받고 잠시 휴가를 나온 주인공 유준에게서 시작된다. 흥미로운 것은 화자의 이동에 따라 이야기가 전개되는 설정이다. 유준이 회상하는 청소년기의 한 때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그와 더불어 같은 시기를 보낸 여섯 명의 각기 다른 시선이 더해지면서 이야기는 생동감 있게 살아난다.

 학교에는 세 가지 부류의 학생들이 존재한다. 학생이라는 본분에 충실한 우등생, 학생이라는 신분에 충실한 모범생, 학교라는 제도권 교육과는 도무지 체질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주변인,이 바로 그들이다(주변인 중에는 문제아(낙제생) 쪽으로 넘어가는 또 하나의 부류가 존재한다). 이 소설을 만나게 되면 누구라도 자신의 학창시절을 떠올려 보게 될 것이다. 누군가는 학교를 빛내는 우등생이었을 것이고, 누군가는 있는 듯 없는 듯 제 자리를 지키는 모범생이었을 것이다. 또 누군가는 학창시절이라면 떠올리기도 싫은 주변인, 혹은 문제아였을 것이다. [개밥바라기 별]은 예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영원히 존재할 청춘들의 방황과 고뇌를 담고 있다. 부모님 세대가 겪었고 내가 겪었으며 내 아이가 겪게 될 인생의 어느 한 시절. 책장을 넘어 우리 가까이에서 늘 되풀이 되고 있는 그런 이야기인 것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엉거주춤 뒤로 물러서는 법이 없다. 무단결석, 자퇴, 퇴학, 무전여행, 자살 시도, 출가 시도 등 그들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은 다소 격정적이다. 마치 일반적인 잣대를 벗어난 낙오자들의 이야기 같다. 허나 이것이 잘못된 길이라고 누가 섣불리 단정 지을 수 있을까. 길은 걸어본 사람만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다. 잘못된 길도 걸어봐야 훗날 지름길을 찾아낼 수 있는 혜안을 터득하게 된다. 선택에 따라 행동하고, 행동을 통해 결과가 주어진다. 그 결과는 또 다른 과정에 이르기 위한 연결고리일 뿐 인생의 최종 결과물은 아닌 것이다. ‘누구든지 오늘을 사는 거야(p.257)' 라는 대위의 말처럼 오늘 이 순간을 살아가는 마음에 진정성이 있느냐 없느냐가 어떤 길을 걸었느냐 보다 더 중요하다. [개밥바리기 별]은 한 번 읽고 덮어 놓아야 할 책이 아니다. 읽고 또 읽어야 하는 이유는 이러한 진정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굴곡 있는 삶을 선택한다. 녹록치 않은 인생이지만 각자의 진정성을 찾기 위해 치열하게 살았으므로 그 시절이 찬란하게 기억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그 순간에 회한덩어리였던 나의 청춘과 작별하면서, 내가 얼마나 그 때를 사랑했는가를 깨달았다(p.31)는 유준의 고백처럼 평생을 사는 동안 청소년 시절만큼 빛나게 추억될 순간이 또 있을까 싶다. 잘 적응했든 아니면 부적응자로 다른 길을 걸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자신과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자아를 찾아가고, 자신의 선택과 행동을 통해 책임을 배워가는 시기. 무엇을 하든 처음일 수 있었고, 처음이기에 순수할 수 있었다. 그때의 열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밤바다를 비추는 등대처럼 인생의 한 시절을 언제까지나 밝혀주고 있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세월에 아무리 휘둘려도 자신을 바로 세울 수 있는 든든한 힘을 우리는 그때 이미 얻은 셈이다.
 
 한 달 만에 집에 돌아오자 이제 다시는 소년으로 되돌아갈 수 없을 것 같(p.183)다는 유준의 말처럼 우리는 다시는 어린 아이로, 청소년기로, 청년기로 되돌아갈 수 없다.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어른’이라는 최종적인 타이틀. 그래도 그 시절에 꾸었던 꿈과 고뇌의 흔적을 되짚어볼 수는 있다. 소중하게 생각했던 것들, 심지어 목숨조차 걸고자 했던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가만히 떠올려 보자. 아직도 가슴에 불을 지피는 무언가가 남아있다면 적어도 당신은 행복한 사람이다. 그 시절 ‘무엇’ 때문에 하지 못했던 ‘어떤 일’을 지금도 ‘무엇’ 때문에 하지 못하고 있다면, 어쩌면 앞으로 영원히 그 일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유준과 영길, 인호, 상진, 정수, 선이, 미아로 대변되는 청춘들이 자신에게 던졌던 질문들을 더 늦기 전에 나에게도 던져봐야겠다.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늦은 때란 없다. 불같이 타오르는 열정에 치기를 빼고 지혜를 더하면 된다. 지금은 조금 더 현명하게 조금 더 체계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경험이라는 재산을 가지고 있지 않는가. 목마르고 굶주린 자의 식사처럼 맛있고 매순간이 소중한 그런 삶(p.261)을 찾아야겠다. 살아 있음이란, 그 자체로 생생한 기쁨(p.257)인 것. 삶의 활기(p.274)를 찾기 위해서라면 몇날 며칠을 꼬박 지새우고라도 행복할 것 같다. 내 청소년 시절을 오롯이 떠올리게 만든 이 소설로 나는 또다시 열정을 불러일으킬 힘을 얻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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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뭐든지 자기 맘대로야/파란/정말 엄마 맘대로 한다면../ http://blog.aladin.co.kr/754616124/2493640

찌푸린 지구의 얼굴 지구 온난화의 비밀/파란/지구를 살리는 몇가지의 물건/ http://blog.aladin.co.kr/754616124/2495040

내 동생 싸게 팔아요/카라/팔러나온 아이들이 많아지면 곤란한데, 곤란하지 않기 위한 책/ http://blog.aladin.co.kr/726737105/2452676 

올라! 투명한 평화의 땅, 스페인/꾸물꾸물/여행이란 선 안으로 들어가는 것/ http://blog.aladin.co.kr/754199144/2488124

뇌, 생각의 출현/글샘/21세기... 바야흐로, 과학이 뇌에 몰두하는 시대가 온다./ http://blog.aladin.co.kr/silkroad/2435534

강대국의 비밀/까탈이/우리가 로마를 이야기하기 전에 읽어야 할 책/ http://blog.aladin.co.kr/beaeun/2490207

르몽드 세계사/낙서가/모순과 역설의 세계/ http://blog.aladin.co.kr/sinabro/2487681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낮에나온반달/삐끄덕거리고, 삐딱선도 타고./ http://blog.aladin.co.kr/703141123/2439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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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놓음/동행/더 내려놓으라고 웃겨/ http://blog.aladin.co.kr/dp2/2493755 

*당선작 발표 후, 표절이나 타사 중복 당첨 사실이 확인되면 당첨이 취소될 수 있습니다.
*응모작이 없을 경우에는 자동 제외했습니다.
*당선되신 분에게는 1월 28일 일괄 안내메일이 발송될 예정입니다. 상금이 10만원 이상인 경우에는 제세공과금 22%를 부담하셔야 합니다.
*제세공과금 해당 고객분에게는 2월 17일, 해당 외 고객분에게는 2월 10일까지 발급이 완료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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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메르, 매혹의 비밀을 풀다
고바야시 요리코 외 지음, 최재혁 옮김 / 돌베개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빛이 말을 걸어오다

 마치 멈춰있는 듯 움직임을 절제하는 화폭 속 인물들. 그림 전체를 감도는 온화한 빛이 미세한 움직임마저 제어하고 있는 느낌이다. 살아있는 듯 생생하게, 멈춰있는 듯 간결하게! 베르메르의 작품에는 오묘한 절제의 미학과 탁월한 빛의 마술이 숨어 있다.

 [베르메르, 매혹의 비밀을 풀다]를 처음 읽게 된 건 이 년 전 회사 동료의 권유 때문이었다. 빛의 거장이라 하면 누구나 렘브란트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자신은 주저앉고 베르메르를 꼽겠다던 동료의 말에 호기심이 동해 읽게 된 책. ‘진주 귀고리 소녀’ 외에는 베르메르의 작품을 몰랐던 당시 이 책은 흥미로움 자체였다. 우연한 기회에 2년이 지난 지금 다시 읽어 보게 되었다. 다시 만난 베르메르는 내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것일까.

 이 책은 시작이 아닌 것처럼 시작해서 끝이 아닌 것처럼 끝을 맺고 있는 독특한 형식이다. 1장부터 8장까지는 고바야시 요리코가, 마지막 9장은 구치키 유리코라는 저널리스트가 집필을 맡았다. 그러다 보니 첫 시작과 끝맺음이 불분명한 듯 보인다. 급작스럽게 시작해 급작스럽게 이야기를 끝맺고 있어 다소 당혹스럽지만, 차례를 따라 읽다 보면 베르메르를 만나 델프트를 거닐 듯 자연스럽게 그의 세계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중의적 의미와 군더더기를 배제한 채 최소한의 표현만을 고집한 베르메르와는 달리 그를 설명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이 이 책에 등장한다. 작가는 베르메르에 대한 기존 연구를 소개하는 동시에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새로운 의견을 제시한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르다고 단정 짓지 않는다. ‘단정’보다는 근거 있는 ‘추측’을 통해 가설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덕분에 다 읽고 나면 베르메르에 대한 여러 가설 중 어느 것이 옳다고 손을 들어줄지 고민하게 된다. 베르메르에 관한 다른 책들을 찾아 읽어 가며 나름의 판단 기준을 세우고 싶게 만드는 책. 유수의 미술학자와 연구가들 사이에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화가, 베르메르. 남겨진 작품이 얼마 없기에, 수많은 위작 시비에 휘말렸기에 더 매력적인 베르메르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베르메르, 매혹의 비밀을 풀다]에는 베르메르의 특징적 화풍을 보여주는 것을 시작으로 베르메르가 평생을 살았던 도시 델프트를 소개하고, 17세기 네덜란드의 풍경 및 시대적 상황을 보여준다. 20여년에 걸쳐 변모된 그의 작품 세계를 시대 순으로 정리하고 있으며, 베르메르에 얽힌 위작 시비와 사건들을 소개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17세기 화가의 작품을 21세기 첨단 장비를 통해 재해석한다는 점이다. 컴퓨터그래픽을 통해 다각도의 접근을 시도하는가 하면, X선 사진을 이용해 그렸다 지워진 그림의 원형을 재현해 내기도 한다. 최소한의 등장인물과 최소한의 소품만을 그리고, 등장인물의 관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보는 이로 하여금 여러 해석을 가능하게 만드는 베르메르의 절제의 흔적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작업실에 카메라 옵스큐라를 설치해 보이는 장면을 그대로 그렸을 거라는 기존의 가설을 반박하는 의견도 흥미롭다. 건축가들이 재현해낸 베르메르의 집과 작업실의 구조, 베르메르가 선택했던 원근법의 조작 등은 카메라 옵스큐라를 반박하는 좋은 예가 된다.

 베르메르의 작품을 보면 유사한 구도를 자주 접하게 된다. 작가가 만들어낸 디지털 유작(p.160)만 보더라도 베르메르가 선호한 구도를 짐작할 수 있다. 베르메르는 한 명의 인물을 근접 묘사하거나 창이 있는 안쪽으로 깊이 있는 실내 공간을 만들어 인물을 배치하는 구도(p.55)를 즐겼다. 네덜란드의 흐린 날씨로 인해 창문과 빛의 의미가 각별했던 만큼 베르메르의 그림에서도 창과 빛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주로 왼쪽에 위치한 창을 통해 서서히 번져오는 빛은 화폭은 물론 보는 사람의 마음에까지 스며드는 느낌이다. 특히 그가 여러 차례 그려낸 노란색 의상은 빛의 절정을 보여주는 듯하다.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작품에서 은은한 (노란 빛깔의) 후광이 느껴진다. 베르메르의 작품을 통해 한 줄기 빛이 내 마음에도 스며들었다. 무심하게 지나쳤던 노란색이 온화한 햇살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은 기분이다.

 43년을 사는 동안 20여 년 간 화가로 활동한 베르메르는 우리에게 30여 점의 작품을 남겼다. 남겨진 작품이 얼마 없기에 잦은 위작 시비에 휘말렸던 화가 베르메르. 아직도 나타나지 않는 사라진 작품들. 200년이 지나서야 재조명된 베르메르는 그 존재가 알려지고 난 후 지금까지도 여전히 이견이 엇갈리는 화가다. 그에 대한 기록과 정보가 부족하고, 알려진 작품이 몇 점 되지 않기에 더 심도 있는 연구와 관심이 필요할 것 같다. 어쩌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베르메르의 작품이 어딘가에서 세상 빛을 갈구하고 있을지 모르니까.

 책에 소개된 작품을 찬찬히 다시 보고 있다. 무심한 듯 우리를 바라보는 화폭 속 인물들이 말을 걸어오는 듯하다. 표정 없는 얼굴이라 생각했는데 그 속에 특별한 표정이 담겨 있음을 뒤늦게 눈치 챈다. 화폭을 감도는 빛이 수만 가지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 때문일까. 빛이 말을 걸어온다. 마음을 녹여 이야기를 쏟아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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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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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다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 [엄마를 부탁해]를 읽고
 
 위태로운 산비탈에 매달려 나물을 캐고 있는 한 여인. 바지런한 손놀림에 봇짐은 점점 부풀어 오른다. 어느새 자신보다 커져버린 나물을 한가득 어깨에 짊어진 채 분주히 걸음을 옮긴다. 무게에 짓눌려 잔뜩 내려앉은 모습이지만 여인의 어깨는 흔들림이 없다. 한 발 한 발 내딛는 걸음이 강단 있어 보인다. 해거름 속으로 총총히 사라지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어디가서 내 고향이 울릉도라고 하면 첫 반응이 좋겠다, 혹은 부럽다, 이다. 그 다음으로는 구경할 만한 곳을 소개시켜 달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이 질문 앞에서는 항상 멈칫, 하게 된다. 고향이긴 하지만 어쩌면 관광객들보다 울릉도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고 자란 곳에서는 사는 게 목적이다. 고향이 아무리 관광지라 해도 곳곳을 다니며 살펴보기는 쉽지 않다.
 지난 8월, 태어나서 처음으로 고향의 낯선 땅을 밟아봤다. 결혼 후 첫 휴가를 받아 갔더니 이웃에 사시는 분께서 차를 내어 구경을 시켜 주겠다고 하셨다. 나보다는 남편을 위해서였을 것이다. 이른 아침을 먹고 찾아간 곳은 북면에서도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홍문동 부근. 집 앞에서 바라볼 때는 평범하던 풍경도 그 곳에 서니 한 편의 수채화가 되어 신비의 섬이라는 타이틀을 실감나게 해 주었다. 관광코스에 속해있지 않는 곳이라 나조차도 태어나서 처음 밟아보는 고향땅의 일부.
 감상에 젖어들어 걷던 중, ‘이곳이 자네 어머니와 우리 어머니께서 젊은 시절 자주 나물을 하러 오시던 데’라며 가이드를 자청한 이웃분이 험난한 산비탈을 가리키셨다. 턱, 하고 숨이 멎을 뻔 했다. 오로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엄마가 매달렸을 산비탈. 그곳을 포함한 산허리를 딸인 나는 절경이라 감탄하며 관광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차를 타고 다니기에도 가파른 길을 차도 없던 시절, 엄마는 두 다리에 의지에 걷고 또 걸으셨을 것이다. 머리 혹은 어깨에 무거운 짐을 가득 지고서! 얼마 전부터 엄마는 골다공증 약을 드시기 시작했다. 한 평생 고된 노동이 엄마의 몸을 조금씩 갉아먹었는지 모른다. 뼈와 거죽이 만져지는 엄마의 마른 몸, 그 연약한 몸을 한시도 쉬지 않고 바지런히 움직이는 여인을 나는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엄마를 부탁할 일은 생기지 말았어야 했다. 엄마를 잃어버리다니!
 잃어버리고 난 뒤 선명하게 떠오르는 엄마에 대한 기억들. 그 기억을 다문다문 쫒아가는 발걸음이 초조하다. 어쩌면 잃어버리기 훨씬 전부터 엄마는 잊혀진 존재였는지 모른다. 누군가의 엄마로, 누군가의 아내로, 한 집안의 며느리로 살아왔던 세월. 그 세월에 가려 엄마는 자신을 돌보지 못했고, 그 누구도 엄마이기 전의 한 여자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엄마를 부탁해]는 엄마를 잃어버린 이야기로 시작한다. 생일을 맞아 서울로 상경한 부모님을 마중 나가지 않았다가 결국 엄마를 잃어버린 것이다. 엄마를 찾기 위해 모여드는 가족들. 전단을 만들어 정처 없이 곳곳을 찾아 헤맨다. 방금 떠나간 기차마냥 뿌연 연기만 남긴 채 늘 한 발 앞서 사라지는 엄마의 그림자. 서울에서 엄마가 찾아갈 곳이라고는 한 군데도 없기에 막막하고 더 절망적이다. 신기하게도 목격담과 제보를 통해 전해지는 엄마는 늘 자식들 곁을 맴돌고 있다. 과거에 자식들이 머물렀던 동네와 살았던 집을 따라 엄마의 발걸음이 옮겨지는 동안 새록새록 엄마와의 추억이 떠오른다. 그 추억의 중심에는 언제나 엄마가 자리하고 있다. 그곳이 엄마의 자리가 아니라 생각했는데 되돌아보니 엄마는 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러면서도 제대로 된 관심 한 번 받아 본 적 없는 사람. 엄마의 부재를 실감하고 나서야 엄마라는 큰 산이 그동안 어떻게 숲을 건사해 왔는지 가늠해 볼 따름이다.

 단 한 번이라도 엄마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본 적이 있었나, 생각해 본다. 없다,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본 기억이 나질 듯하다. 처음부터 그러진 않았으리라. 자신의 생각과 이야기를 가끔씩이나마 꺼내 놓으셨겠지만 길게 이어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절제되어 있던 엄마의 말. 다 알고 있다는 듯, 귀찮다는 듯 응수하는 자식 앞에서 엄마는 어떤 말을 더 할 수 있었으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하고 산다는 건 가려가면서 말하는 것과는 다른 의미다. 마음에 말이 쌓여가는 동안 엄마는 자신의 이야기를 꺼낼 줄 모르는 사람이 되어 버린 것은 아닐까. 어느 순간부터 잦아들던 엄마와의 대화, 대화랄 것도 없는 단답형의 오가는 말 속에서 엄마는 눈치를 보셨던 것도 같다. 자식들이 잘라먹는 말 속에 남편의 무심한 말 속에 엄마의 말은 흔적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늘 무언가로 분주한 엄마. 뭐 그리 할 일이 많을까 싶지만 엄마의 손을 거치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었음을 결혼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엄마의 헌신과 보살핌 속에서만 모든 것이 제자리를 지켜왔다는 사실을. 둘째딸의 넋두리처럼 나도 엄마처럼은 살지 못할 것 같다. 자신을 버리고 누군가의 무엇으로 살아간다는 건 얼마나 잔인한 고문인가. 그 고문을 인내하며 고스란히 받아들인 우리의 엄마들. 그러는 사이,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인 듯 살아가야 했을 것이다. 몰래 장독뚜껑을 깨는 것으로 한순간 울분을 토로하지만, 새로운 뚜껑으로 갈아 덮는 사이 엄마는 다시 우리가 아는 엄마로 돌아갔던 것처럼.

 잃어버린 엄마를 찾아 헤매는 동안 불쑥불쑥 떠오르는 엄마에 대한 기억으로 남은 사람들은 괴롭다. 이름과 생년월일, 실종 당시 입고 있는 옷 외에는 달리 엄마를 설명할만한 방법이 없다. 엄마에 대해 세상 사람들에게 알릴만한 것은 이것이 전부다. 그런데 어쩌자고 기억은 갈수록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것인지. 엄마라는 이름으로 삶의 주체에서 밀려나 버린 가엾은 여인. 대체 엄마는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던 것일까. 늘 주변부에 머물러 있다 생각했다. 그 존재조차 아득히 잊어버릴 때가 많았다. 실은 나의 전부를 채워줬던 엄마인데. 엄마가 실종되는 순간, 횡환 빈자리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찬바람이 매섭게 빈자리를 훑고 지나간다. 한 차례 또 한 차례 또 또 또…….
 엄마의 행적을 쫒아가는 동안 나 역시 내 기억 속 엄마를 더듬어 보게 되었다. 어린 시절 엄마는 책 속의 엄마처럼 언제나 머리에 수건을 쓰고 계셨다. 그 수건으로 똬리를 틀어 무거운 짐을 이거나, 흘러내리는 땀을 닦거나, 뜨거운 뙤약볕을 근근이 가리셨다. 쉬지 않고 일하는 엄마, 그래도 늘어나지 않는 살림살이. 멈춰있다 생각했다. 엄마의 고단한 노동도, 나아질 것 없는 우리 형편도 제자리걸음이라 생각했다. 가만히 되짚어 보니 멈춰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엄마의 품속에서 우리 사남매가 자랐고 어느 덧 각자의 가정을 꾸려가고 있다. 엄마가 한 평생을 바쳐서 성실히 노력한 결과가 자식들의 삶 속에 그득히 들어차 있다.
 
 시작부터 끝까지 가슴을 미어지게 하는 책. 읽는 내내 참고 또 참았던 눈물이 ‘엄마를, 엄마를 부탁해’라는 마지막 한 마디 말에 왈칵 쏟아져 나왔다. 끝끝내 인정할 수 없는 엄마의 실종. 마지막 장에 접어들면서 엄마는 자식과 남편 그리고 독자에게도 위로를 건넨다. 이제 이별을 인정해야 할 때라고. 엄마의 시선이 닿는 곳마다 절절하게 묻어나는 사랑의 흔적들. 찾아 헤매는 마음도 마음이지만 작별인사 한 마디 남기지 못하고 떠나야하는 마음은 오죽할까. 살아있는 동안 큰마음으로 모든 것을 품었던 엄마는 마지막 순간까지 어떠한 원망도 하지 않는다. 다만, 더 돌보지 못하고 떠나야 함을 미안해할 뿐이다. 책을 읽는 동안 ‘제발’이라는 단어를 얼마나 되뇌었는지 모른다. 큰딸에서 큰아들, 아버지로 시선이 옮겨질수록 점점 커져가는 엄마라는 존재가 거짓말처럼 다시 눈앞에 나타나기를 바랐다. 그러나 엄마는 모든 것과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별을 받아들이라는 듯 마지막장에서 나직이 속내를 털어놓는다.

 가장 작은 나라의 장미 묵주 하나만 사달라고 하셨던 엄마. 엄마는 자신은 괜찮으니 이제 마음의 짐 내려놓으라는 듯 딸을 피에타 상 앞으로 인도하신다. 엄마도 엄마가 필요했겠지. 엄마도 따뜻한 엄마 품이 그리웠겠지. 태초의 엄마 품으로 돌아간 듯 딸을 성모의 품 안으로 들여 놓으신 엄마. 엄마가 쓰다듬어 주지 못한 슬픔을 위로 받으라고 엄마는 그렇게 딸을 이끈다.

 엄마와 마주하고 앉아 있어도 특별히 해 드릴 것이 없다. 어떤 음식을 좋아하시는지, 어떤 상황을 불편해 하시는지, 어떤 이야기를 원하시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한 번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씀해 보신 적이 없기에 무엇을 해드려야 할 지 늘 헤매게 된다. 엄마에게 무언가를 받고 나면 ‘아, 이것도 필요했었지’ 생각한다. 자식에게 필요한 것이라면 하나에서 열까지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는 엄마. 그런 엄마에게 정작 나는 해드릴 것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엄마를 부탁해]는 우리가 때때로 잊고 살았던 엄마라는 존재를 가슴속에서부터 차오르게 만드는 책이다. 엄마니까 희생해야지, 엄마니까 당연한 거 아니야, 엄마니까 그래도 돼, 엄마니까, 엄마니까, 라며 은근히 무시했던 우리의 엄마가 얼마나 위대한 사람인지를 절감하게 해준다. 뼈 속 깊이 저며 드는 엄마를 향한 그리움과 미안함에 가슴 치며 울게 될지도 모른다. 조금이나마 후회를 줄이려면 사랑할 수 있을 때 충분히 사랑해야 한다. 지금 당장 시작해도 엄마의 크신 발걸음은 다 따라가지 못하겠지만. 엄마를 한 사람의 여인으로 바라봐 주고 싶다. 엄마는 어떤 인생을 살고 싶었는지, 엄마는 어떤 여자이기를 바랐는지, 엄마는 어떤 꿈을 꾸고 싶었는지, 지금 혹시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엄마가 보고 싶다. 엄마이기 전 한 사람의 여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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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밤길
공선옥 지음 / 창비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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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과 희망 사이, 용기를 발견하다
- [명랑한 밤길]을 읽고
 

 절망과 희망 사이, 그 어디쯤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고자하는 용기가 자리하고 있다. 그 용기를 끄집어내 희망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건 오로지 각자의 몫이다. 우리는 종종 이 같은 사실을 망각한다. 자신을 뒤덮어오는 삶의 무게에 허덕이며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도 희망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명랑한 밤길]에는 누가 봐도 녹녹할 게 하나 없는 인생들이 등장한다. 한 번쯤 악다구니 치고 싶은 사연을 간직한 사람들과 악다구니조차 마음 놓고 칠 수 없는 사람들이 바로 주인공이다. 우리는 이들을 흔히 ‘사회적 약자’로 분류한다. 가진 것이 별로 없고, 평범하게 사는 것조차 어려운 사람들.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진 채 불균형한 삶을 살아가는 그들의 공통점은 하나쯤 가슴 아픈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다.
 작가를 꿈꾸지만 생활이 우선인 문희가 그렇고, 이국에서 남편을 잃고 홀로 된 도넛이 그렇고, 공원 잔디밭에 몰래 토마토를 심는 노숙자가 그렇다. 한데, 이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결코 허망하지 않다. 팍팍한 인생에도 나름의 생존 법칙은 존재하는 법. 그들은 남들이 하찮고 사소하게 여길지라도 저마다의 희망을 일구며 살아간다. 힘에 겨워도 앞으로 한 발 내디딜 줄 아는 사람들인 것이다. 비록 앞이 보이지 않는 슬픔 속에 허덕이고 있을 때일지라도.
 온 몸이 진저리 쳐질 만큼 슬픔에 녹아들어도 자기가 울어야 할 때를 아는 영희의 슬픔은 고단하다. 졸지에 남편을 잃고 속절없이 울음을 토해내는 인자의 슬픔은 외로운 메아리가 되어 가을 산천을 가득 메운다. 제발 떠나달라고 남편의 공공연한 비밀이 된 여자 기화 앞에서 눈물 삼킨 분노도 쏟아낸다. 울음! 끝없이 터져 나오는 주체할 수 없는 울음, 막막하고도 기막힌 울음. 혹은 민망한 울음, 출처 없는 울음일지라도 울기 시작한 다음에는 모두 쏟아내야 한다. 다 울고 나면 속이 후련해진다. 슬픔의 밑바닥까지 모두 비워내야 살아갈 힘이 생긴다. 마른 울음까지 모두 걷어 내고 나면 살아야 할 이유들이 눈에 들어온다. 힘껏 울어 새롭게 살아갈 힘을 얻으라고 [명랑한 밤길]은 말해주고 있다.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은 잃을 것도 별로 없다. 반대로 지켜야 할 것, 꼭 지켜내야 하는 것이 있다. 하나를 잃으면 전부를 잃는 것과 같은 것, 바로 가족이다. 가족은 곧 나를 대변하는 것과 다름없기에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내야 한다. 가족은 내가 누구인지 말해주며, 나를 바로 세울 길이기 때문이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굵은 빗속에서 달아올랐던 몸을 식히며 가족에게로의 귀가를 서두른다. 가벼운 일탈조차 스스로 허락하지 않은 것은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버려졌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버려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또 다른 한 명, 엄마의 얼굴이 떠올라 정신이 번쩍 든다. 멸시와 경멸의 대상으로 여겼던 외국인 노동자가 희망가를 부른다. 내가 미처 보지 못한 어둠 속의 달을 볼 줄 아는 그들이 어찌 나와 다른 부류의 사람들이겠는가? 그들처럼 희망가를 부르며 명랑하게 밤길을 헤쳐 엄마에게로 간다.
 달은 그대로 있는데 비가 올 뿐인데, 달은 빗속에 숨어(p.194) 있을 뿐인데,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우리는 달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달을 볼 수 없는 추석날 밤에는 소원조차 빌지 않는다. 어디 하늘에만 구름이 있겠는가. 마음에 한 가득 먹구름이 몰려오면 갈피를 잡지 못한다. 무엇을 위해 살고 무엇을 바라며 살고 무엇을 하며 사는지 도무지 방향이 잡히지 않는다. 그래도 [명랑한 밤길]에 나오는 주인공들처럼 돌아갈 곳을 알고 있다면 흔들렸다가도 다시 중심을 잡을 수가 있다. 자신의 위치를 망각하지 않는다는 것은 얼마나 고맙고 또 감사한 일인지!

 공선옥 작가를 통해 나는 소외의 밑바닥까지 가로질러 내려가 보았다. 그 속에서 내가 만나게 된 것은 절망이 아닌 ‘희망’이다. 희망을 말할 줄 아는 ‘용기’있는 가슴이다.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은 욕망을 품고 살지만 가진 것이 얼마 없는 사람은 희망을 품고 산다. 희망을 발견하는 길은 멀지 않다. 우리 눈이 가장 먼저 닿는 가족, 이웃들 곁에 소소한 희망이 떠다니고 있다. 그것을 내 것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추운 겨울에만 몸과 마음이 움츠러드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타인이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 사소한 행동 하나에 시시각각 얼어붙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 또한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인 셈이다. 남을 나와 다르게 바라보는 편견이 얼마나 많은 가슴에 생채기를 내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마음에 상처가 생기고 아물기를 반복하면 처음보다 더 단단해질 것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상처에 단련된 몸과 마음은 세상사 모든 희로애락에 무뎌질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희망을 품고 살아야 한다. 미역국조차 삼키지 못한 열다섯 살의 생일을 훌훌 털어버리고, 나를 낳고 미역국도 먹지 못했다는 엄마의 한 맺힌 지난날을 날려버리고, 엄마에게 동생을 낳아달라고 미역을 사러 가는 ‘악아’처럼 사랑으로 보듬을 수 있는 희망을 품고 살아야 한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인생에도 언젠가는 볕들 날이 있다. 그 한 줄기 빛을 발견하기 위해서라도 악착같이 살아야 한다. 악착같은 인생을 사는 나를 그들을 사랑해야 한다. 지긋지긋한 인생일지라도 그래도 사는 게 더 나은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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