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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 2009.가을 - Vol.14
문학동네 편집부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많은 것을 꿈꾸게 만드는 ‘풋’
- 『풋, 2009 가을호』를 읽고
그리 오래 살진 않았지만 지난 시간을 가만히 되돌아보니 인생에서 가장 말갛고 고왔던 한 시절, 여고 시절이 아련한 추억으로 떠오른다. 꿈을 꾸기 시작했고 이루어지리라 믿었다. 꿈이 있어 치열하고도 행복했던 그때. 섣부른 반항 대신 묵묵한 침묵으로 일관했었다. 고요하고 평화롭게 지나 온 듯 보이지만 실은 내면에 무수한 바람이 일었던 시절. 목표가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었던 그때 나를 달뜨게 만든 것은 ‘시’였다. 시로 인해 숨을 쉴 수 있었고 희망이란 걸 품어보게 되었다. 자연스레 문예창작학과를 선택했고 졸업 후에는 카피라이터로 일했다. 보란 듯이 글 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으나 그래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남게 되어 다행이다.
『풋』은 싱그러운 꿈으로 가득했던 여고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다소 무모하기까지 했던 치기어린 열정이 마음가득 차올랐던 그때. 풋사과를 한 입 베어 문 듯 달콤새콤한 이중주에 온 몸의 세포가 스멀스멀 깨어나는 듯 느낌이다. ‘청소년을 위한 전방위 문학문화잡지’라는 표제어를 내건 『풋』은 말 그대로 문학과 문화를 사랑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뿐만 아니라 그들이 이 세계에 한 발 더 깊숙이 들여놓을 수 있도록 심도 깊은 이야기를 포진시켜 지적 호기심을 무한 자극하고 있다.
가을호의 첫 번째 스페셜 테마는 ‘클립’이다. 클립의 기원과 역사는 물론 청소년들의 자작시와 에세이로 이야기는 풍성함을 더한다. 소설가 김숨의 짧은 소설도 만날 수 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전하는 클립에 대한 단상을 소개하고 있다. 하나의 주제가 만들어 내는 만화경 같은 풍경이란 바로 이런 것일까. 클립에 얽힌 오색찬란한 이야기들이 시선을 잡아끈다. 두 번째 스페셜 테마는 ‘책’이다. 다양한 연령과 직업군의 사람들이 들려주는 ‘2009년 가을 우리가 읽고 있는 책 이야기’라고 보면 될 듯하다. 책을 읽다보면 아무래도 관심사 쪽으로 편독을 하게 마련이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심분야를 들여다보니 실로 다채롭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나도 슬쩍 다른 쪽으로 눈을 돌려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풋』의 첫 지면에는 제3회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관련 소식을 전하고 있다. ‘글’에 대한 욕심과 애정으로 똘똘 뭉쳤던 나의 여고시절을 떠올리게 한 대목이기도 하다. 대회 내용과 심사경위 심사평 작품 등이 수록되어 있어 문학을 꿈꾸는 많은 청소년들에게 신선한 자극제가 되어줄 듯하다. 머지않은 미래의 소설가와 시인을 만난 듯 수상자의 이름을 꼭꼭 되씹어본다. 신경숙 작가와의 심도 깊은 인터뷰와 로드 스쿨러 이보라 양의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그 외에도 참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잘 버무려낸 『풋』은 그야말로 전방위 문학문화잡지란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은 책이다. 문학을 사랑하는 청소년이라면 늘 곁에 두고 펼쳐보아야 할 것이고, 문학을 사랑하는 어른들 역시 관심 기울여 볼 만하다. ‘잡지’라는 타이틀을 달고 세상에 태어난 책을 이처럼 꼼꼼하게 살펴 본 것도 오랜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