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Cafe : A to Z 카페 푸드 집에서 만나는 라퀴진의 카페 요리 1
라퀴진 지음 / 나무수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집에서 즐기는 색다른 카페 푸드
- 리퀴진, 『홈카페 - A to Z 카페푸드』를 읽고

 이른 아침, 부드러운 커피 향에 취해 눈을 뜨는 것. 남편이 결혼 생활의 로망 중 하나로 생각한 것이다. 결혼 3년차 우리 부부. 커피 향과 함께 아침을 시작한 것이 몇 번이나 될까. 은은한 커피향이 온 집안을 향기롭게 감싸던 한 때. 그래 한 때였다, 한 때에 불과했었다. 결혼하면 아침밥은 꼭 해달라던 남편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칙칙칙칙 뿜어대는 밥 냄새가 커피 향을 밀어낸 지 오래. 로망은 로망일 뿐?!

 임신과 출산, 모유수유까지…….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커피는 또 왜 그렇게 마시고 싶은 건지. 가끔은 커피향이 집안 가득 퍼지던 시절이 그리워진다. 밥 냄새와 아이 이유식으로 어수선해진 주방을 피해 얼마 전 커피포트를 서재 겸 컴퓨터 방으로 옮겨놓았다. 매일 아침 커피를 내리는 대신 저녁 식사 후 한 번씩 남편과 서재에서 커피를 마시곤 한다. 그럴 때면 신혼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기도. 커피를 내리고 향이 번지는 동안은 굳이 혀끝으로 맛을 확인하지 않아도 마음까지 녹아든다. 이럴 때 곁들이면 좋은 것 하나. 달콤한 쿠키나 케이크, 머핀 같은 것! 카페를 가지 않아도 집안에서 카페 타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 그렇게 해서 만나게 된 책, 리퀴진의 『홈카페 A To Z 카페 푸드』다.

 ‘리퀴진’이란 사람이름이 아니다. 프랑스어로 ‘요리, 부엌’을 뜻하는 말로 음식과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라고 한다. 지난 10년간 개인과 기업은 물론 전문가 양성 과정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추고 끊임없이 발전해 온 리퀴진의 R&D센터. 이 책에는 리퀴진이 개발한 1만여 개의 레시피 가운데 책의 콘셉트에 맞는 것만 선별하여 수록하였다고 한다. 여기서 포인트는 ‘누구나 알고, 쉽게 구하고, 합리적인 가격의 재료’를 알파벳 이름에 따라 A부터 Z까지 분류해 레시피를 정리(본문 중)해 놓았다는 것. 그렇다면 한 번 도전해볼만하지 않을까. 물론 쉽진 않겠지만!

 처음부터 찬찬히 살펴보니 먹음직스런 요리들로 가득하다. 분위기 좋고 맛 좋기로 소문난 카페에 앉아 메뉴판을 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왜 그런 거 있잖은가. 메뉴를 보기만 해도 입 안 가득 침이 고이고 하나하나 다 시켜 먹어보고 싶은. 소스 디저트는 물론 메인요리까지 그 종류 또한 다양하고 화려하다. 따라해 보고 싶은 마음이 불끈 생긴다. 한편으로는 과연 해낼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늘 해 먹는 음식이 아니라 ‘카페 푸드’다 보니 생소한 것이 당연. 갖춰야 할 재료도 많다.

 초보자 입장에서 책을 펼쳐보니 주눅부터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잘만 활용하면 남편과 아이에게(아이는 좀 더 커야 맛볼 수 있겠지만) 특별한 요리를 선사하는 멋진 아내이자 엄마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커피와 함께 곁들이면 좋을 달콤한 케이크, 입맛 살려주는 샐러드, 안주로 활용하면 좋을 요리와 다양한 수프, 파스타까지. 마음 같아서는 첫 요리부터 모두 따라해 보고 싶지만 매일 해먹는 요리가 아니기에 일단 메뉴를 선별한 다음 필요한 재료를 확보해 두어야겠다. 그리고는 즐거운 마음으로 도전! 남편과 함께 갓 구워낸 사과 치즈 머핀에 아메리카노 한 잔 나누고 싶다. 찬바람이 마음까지 에이는 날이면 럼을 넣은 쇼콜라 쇼 한 잔을 진하게 마셔보고도 싶다.

 『홈카페 A To Z 카페 푸드』는 카페 푸드에 관심이 있거나 카페를 운영하거나 카페를 운영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아주 유용하게 활용될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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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동네가 쏘는 통큰 이벤트가 있어 올 가을이 더욱 풍성해지는 느낌입니다.  

 첫번째 이벤트에서는 미끄러졌지만... 두근두근 설렘을 안고 다시 한 번 도전해봅니다. 

 이번에는 어떤 테마로 책을 골라볼까 고민하다가요

 나, 아이, 남편... 이렇게 우리 세 가족이 모두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책 속에서 찾아보았답니다.  

나를 위해선 평소에 눈여겨 두었던 책을 골라보았구요, 

아이를 위해선 다양한 자극과 놀이를 선사해주는 책을 골랐답니다. 

그리고 남편을 위해선  건강하고 맛있는 식단을 책임져줄 고마운 책을 골라보았답니다. 

문학동네 이벤트를 통해 우리 가족이 행복해질 수 있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해봅니다!!! 

(총 51,360원) 

-  나를 위해

 1. 내 젊은 날의 숲 (10,800원)

 풍경과 풍경, 풍경과 사람, 사람과 사람 사이에 다리를 놓는 문장... 이라...

 얼마만큼의 내공이 쌓여야 이러한 문장들을 쏟아낼 수 있을까요.  

 김훈 작가의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제 마음에도  거대한 숲 하나 들어차겠죠. 

 현재의 제 나이를 먼저 살았던... 어쩌면 인생의 선배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소중히 마음에 담고 싶네요. 그러면 좀 더 풍성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요^^  

 

2. 사라다 햄버튼의 겨울 (8,100)  

꼭 챙겨보고 싶은 문학동네 작가상 수상작 중 한 권인 <사라다 햄버튼의 겨울>. 

삶이란 끊임없는 관계맺기...  

간혹 찾아오는 이별의 고통 인내하기...  그리고 또다른 소통 준비하기... 

이 책의 소개글을 읽다보니 이런 생각이 드네요. 

고립 아닌 고립 속에서 자신 혹은 자신과 관계된 사람들을  

돌아볼 수 있게 만들어줄 것 같은 책! 꼭 읽어보고 싶네요^^  

 

3. 봉주르, 뚜르 (8,820) 

분단과 통일... 우리가 직면해 있는 현실이지만  

너무도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여겨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나의 가족'... 더 나아가 '나의 조국'에 대해 심도 있게 생각해보게 만들어줄 작품.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만큼 기대가 크답니다.  

<책과 노니는 집>을 통해 '동화'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었거든요. 

봉주르, 뚜르 역시 기대됩니다^^

  

- 아이를 위해

4. 사과가 아삭아삭 (7,920) / 애플비

 한창 기어다니고 붙들고 서면서 세상을 탐험하기 시작한 울아가를 위한 첫 번째 선물^^  

 후각과 촉각을 동시에 자극할 수 있는 좋은 책을 발견했답니다. 

 가끔씩 사과퓨레를 해서 먹이는데요,  

직접 사과도 보여주고 책 속의 사과와도 만나게 해준다면 아주 좋을 것 같아요. 

 책을 통해 놀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  

5. 찰방찰방 아기 손 목욕책 (6,120) / 애플비

 찰방찰방 물놀이에 흠뻑 빠진 우리 아가를 위한 두번째 선물^^ 

 아기 욕조 가득 물을 담아 놓으면 기우뚱하면서도 첨벙첨벙... 

 손으로 물을 치며 노는 우리 아가에게 꼭 필요한 책이네요. 

 하나쯤 사줘야지 진작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 남편을 위해 

6. 비빔밥 덮밥 75가지 (9,600) / 리스컴 

 결혼 3년차... 아직 요리에 있어서는 초보중의 초보랍니다.  

 이런 제가 아이 이유식까지 만들다보니 

 정작 어른 식사는 매번 신경써서 차릴 수가 없더라구요. 

종종 간단한 덮밥이나 볶음밥으로 한끼 식사를 해결하는 저에게 

안성맞춤인 책을 발견했어요. 바로 <비빔밥 덮밥 75가지>! 

후다닥 만들어 한 끼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몸에 좋은 재료로 맛깔난 식탁을 차려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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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한 그릇
메이 지음 / 나무수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느낌이 다른 정갈한 요리책
- 메이, 『소박한 한 그릇』을 읽고

 계절이 바뀌면 가장 먼저 옷장을 정리한다. 침대시트며 이부자리 커튼까지 꼼꼼하게 체크를 한다. 특정 계절에만 사용하는 가전제품도 먼지를 잘 닦아내고 다용도실로 옮겨놓는다. 신발장 정리도 빼놓지 않는다. 계절에 맞게 변화된 집안을 빙 둘러보는데 뭔가 허전하다. 옳거니, 매일 먹는 식단에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
 
 올해로 결혼 3년차에 접어들었다. 요리에 서툰 초보 주부가 그렇듯 나 역시 신혼 초에 요리 책 서너 권을 구매했었다. 레시피대로 열심히 정량을 재며 따라했지만 결과는 신통찮았다. 그 몇 권의 책은 초보 주부를 위한 것이라 구성도 엇비슷하고 음식도 별 반 다를 게 없다. 장점이라면 어느 집 냉장고를 열더라도 있을 법한 식재료로 만들 수 있는 요리라는 것. 단점이라면 흔한 식재료로 만들 수 있는 요리라 특색이 없다는 것. 매번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표현이 딱 맞아 떨어진다.

 이젠 요리책을 보더라도 나름의 노하우를 발휘해 요리조리 레시피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고 결코 요리를 잘 하는 건 아니다.) 나름 색다른 요리에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불끈 생기는 요즘. 이왕 요리하는데 시간을 들이는 거라면 기존에 먹어보지 못한 음식에 도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 매일 특별한 요리를 해먹을 순 없겠지만 일주일에 한 두 번은 가족을 위해 특별한 요리를 만들어 보고 싶다. 이런 내 눈에 쏙 들어온 책이 있다. 바로 메이의 『소박한 한 그릇』!

 나무수의 책은 처음인데 느낌이 좋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요리책과는 사뭇 다른 느낌. 소박함보다 정갈함이 어울리는 이 책은 상당히 스타일리시하다. 요리를 소개하는 메이가 푸드 스타일리스트라서 책의 구성과 편집에 특별히 더 신경 쓴 듯 보인다. 완성된 음식과 조리과정, 필요한 재료, 만드는 법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배치되어 있다. 먹어보고 싶고 만들어보고 싶게 만드는 요리 잡지를 보는 느낌이랄까.

 일단 도전해보고 싶은 요리들을 체크해 나가보자. 우선순위는 구하기 쉬운 재료와 간단한 조리법의 요리를 선택하는 것. 하루라도 고기를 먹지 않으면 허전해하는 남편을 위해 ‘비프 차우 펀’을 골라봤다. 쇠고기와 야채, 라이스 페이퍼가 어우러진 맛있어 보이는 요리. 재료 중에선 라이스 페이퍼만 새로 준비하면 될 것 같다. 한 번도 활용해 보지 않아 은근 기대도 된다. 그 다음에 눈에 들어온 건 ‘야키 우동’이다. 이건 내가 좋아하는 음식인데, 막상 먹을라치면 이 흔한 메뉴조차 맛있게 하는 집을 찾기 어렵다. 좋아하는 음식을 내 손으로 만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역시 간단해서 도전해 볼만하다.

 두부가 몸에 좋은 건 알지만 잘 먹지 않는 우리 부부에게 딱 어울리는 음식을 발견했다. 바로 ‘미소 드레싱을 뿌린 두부 샐러드’! 생으로 먹는 두부와 샐러드용 야채의 부드러운 조화가 입맛을 돋운다. 미소드레싱을 만들 재료가 집에 없다는 게 문제. 이번 기회에 땅콩버터, 가쓰오부시 맛국물, 시로 미소를 준비해두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이 음식이야말로 건강과 맛을 동시에 누릴 수 있어 가끔 해먹어 볼만하니까. (무엇보다 간단하다는 것이 큰 매력.) 상상만으로도 부드러움과 아삭함이 입 안 가득 침샘을 가득한다. ‘브로콜리 치즈 수프’ 도 딱 내 스타일이다. 낮에는 혼자서 잘 챙겨먹지 않는다. (대부분의 주부가 그럴지도 모른다. 씁쓸!) 모유수유 때문에 억지로라도 먹어두는데 이런 나에게 ‘브로콜리 치즈 수프’는 정말이지 완소 아이템이다. 브로콜리, 치즈, 수프는 따로도 즐겨먹는 음식들인데다 영양까지 가득하지 않은가. ‘아스파라거스 베이컨롤 그라탱’, ‘차돌박이 샐러드’, ‘베이컨 주키니롤’도 도전해보고 싶다. 남편이 좋아하는 고기류와 별로 좋아하지 않은 야채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 음식이라 입맛도 맞춰주고 건강까지 챙겨주는 똑똑한 레시피가 될 것 같다.

 위에서 나열한 몇 가지 음식은 우리 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아직 요리 솜씨가 변변찮아 갖추고 있는 소스와 재료가 많지 않지만, 집에 구비해 둔 식재료가 다양하다면 충분히 활용 가능한 음식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일본 가정 요리’라서 그런지 무엇보다 정갈한 멋이 일품이다. 나에게는 생소한 소스와 재료가 더러 있지만 일본 요리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 도전해 봐도 좋을 것 같다.

 책에 수록된 요리를 모두 따라해 보려면 갖춰야 할 것들이 많다. 평소에 자주 해먹지 않는 일본 가정 요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일 비슷한 음식을 먹는 고통 아닌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은 분들이라면 한 권쯤 소장해도 좋을 것 같다. 때로는 쉽게 때로는 도전정신을 발휘해 시도해볼만한 요리가 그득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요리책은 예쁘다. 주방 한 켠에 꽂아둔다면 왠지 뿌듯해질 것만 같은! 에세이를 읽듯 요리를 읽고 만들 수 있는 책. 『소박한 한 그릇』은 느낌이 다른 요리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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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장미 문학동네 청소년문학 원더북스 13
캐서린 패터슨 지음, 우달임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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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혹은 사회적 존재로서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
- 캐서린 패터슨, 『빵과 장미』를 읽고

     -그저 벗어나고만 싶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술에 취해 온 동네가 떠나갈 듯 고함을 질러대는 아버지가 죽도록 미웠다. 머리가 아플 정도로 우는 날이 많았다. 친구들을 집으로 데려 갈 수도 없었다. 저녁 5시 무렵이면 벌써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술주정은 밤늦도록 이어졌다. 무한 반복되는 횡설수설들. 그러는 짬짬이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만드는 고함이 섞여있었다. 울다 지쳐 잠이 들면서 늘 바랐다. 어서 이 집을 떠나게 해 달라고! 다행히 그 소원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섬에 산 덕분에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선 필히 도시로 나와야 했으니까.

 여기 나와 같은, 아니 나보다 훨씬 더 처지가 좋지 않은 소년 제이크가 있다. 부랑자에 가까운 아버지와 단 둘이 살아가는 제이크는 오직 생계를 위해 학교 대신 공장을 선택한다. 그나마 받아온 돈마저 아버지의 술값으로 빼앗겨버리기 일쑤다. 모진 매질까지 당하는 날이면 한동안 노숙을 해야만 한다. 간간이 원치 않는 도둑질까지도. 이런 제이크에게 파업은 배고픔과 추위를 가중시키는 불필요한 일에 불과하다. 당장 일을 하지 않으면 아버지의 매질이 더 심해지기 때문이다.
 로사 역시 파업에 동참한 엄마와 언니 애나가 못마땅하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자식을 학교에 보내고 배를 곯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로사의 입장. 한없이 자애로웠던 엄마가 투쟁으로 인해 거칠게 변해가는 모습이 싫기만 하다. 무엇보다 과열되는 파업 때문에 가족을 잃고 혼자 남게 될까봐 그것이 가장 두렵다.

 내일의 충만한 삶보다 오늘 이 하루의 안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제이크와 로사. 이들에게 1912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 로렌스에서 일어난 이주노동자들의 대규모 파업은 상관하고 싶지 않은 일일뿐이다. 미국인인 것을 속이고서라도 당장의 먹을거리를 구하고 싶은 제이크, 교양있고 존경받는 미국인이 되기 위해 공부에 목숨을 건 로사. 이들의 ‘희망’은 무엇일까. 이들에게 ‘탈출구’는 무엇일까.

     -그 날도 아버지는 술을 드신 것 같았다. 평소와 다른 것은 한 손에 검정색 비닐봉지를 들고 계셨다는 것. 그 속에는 온갖 종류의 과자와 사탕, 심지어 껌까지 종류도 다양하게 들어 있었다. 그.날.은. 바로 나의 생일이었다. 막내딸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 수 없었을 아버지는 동네 구멍가게에서 과자란 과자는 죄다 쓸어 오신 모양이었다. ‘무슨 생일 선물이 이래?’라고 생각 할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최고의 선물로 기억된다. 바로 아버지의 사랑을 처음으로 느낀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 날도 아버지의 술주정은 이어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때를 떠올리면 오로지 투박하고 거친 아버지의 손이 건네준 검정색 비닐봉지만 기억에 남는다. ‘아, 아버지도 나를 생각해주고 계시는구나.’라는 생각에 울컥했던 기억. 가슴 저 깊은 곳에서 뭔가가 끓어올라 뜨끈했던 기억. 참으로 따스했던 순간! 그 기억이 힘든 시간을 견뎌내게 했다. 집을 떠나온 후에도 다시 집을 찾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끈’ 역할을 한 셈이다. 온통 먹구름으로 가득했던 유년의 하늘 아래 스며든 한 줄기 빛!

 파업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먹고 입고 자는 기본적인 생존권마저 위협받게 된 아이들. 이런 아이들을 돕기 위해 버몬트주 배러에 사는 사람들이 당분간 아이들을 맡아 주기로 했다. 그 대열에 합류해 원치 않게 집을 떠나게 된 로사, 로사와 동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제이크. 둘은 남매를 가장해 제르바티씨 댁에 머무르게 된다. 집안에서조차도 추위를 걱정해야 했던 로렌스에서의 삶과는 달리 제르바티씨 집은 온기로 가득하다. 맛있는 먹을거리, 따뜻한 잠자리, 좋은 옷까지.

 파업에 상관하려들지 않는 두 아이의 입장과 파업에 목숨까지 건 노동자들의 투쟁이 선명한 대비를 이루면서 ‘빵’과 ‘장미’의 의미를 더 깊이 생각해보게 만드는 소설. 이미 100여 년 전, 미국 이주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생존권(빵)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장미)을 보장받기 위해 치열하게 투쟁해 나가는 모습은 우리의 지나온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말 그대로 피비린내 나는 투쟁의 역사가 오늘의 이 사회를 만들어낸 밑거름임을 알고는 있지만 나와는 상관없다 생각했던 일. 그러나 따지고 보면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들이 겪었던 일. 누군가는 쟁취를 했을 것이다. 누군가는 좌절을 맛봤을 것이다. 투쟁의 현장에 있지 않는 사람들까지도 한 목소리를 냈던 시절, 그 속엔 분명 절망보다 희망이 더 크게 자리하고 있었다. 나의 일이 아니더라도 함께 아파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조차 함께 투쟁해나가려 했던 사람들. 그 시절의 끈끈한 연대는 어디로 사라져버린 것일까. 쉬이 끓어오르고 금세 식어버리는 강단 없는 열정이 안타깝다. 누구도 탓할 수 없는 습관처럼 굳어버린 우리의 잘못된 근성…….『빵과 장미』에서 보여주는 끈끈한 연대에 대해, 우리의 역사에 각인된 투쟁의 의미에 대해 한 번 쯤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물심양면으로 돌봐준 제르바티 부부의 돈을 훔쳐 달아나려고 한 제이크. 당장 죄 값을 물어도 시원찮을 상황에서 오히려 제이크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제르바티 부부. 온통 절망만으로 가득했던 제이크의 삶에 희망은 그렇게 찾아왔다. 로렌스의 파업이 노동자들의 승리로 끝나면서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 로사. 파업 현장에서 누구보다도 열정적이고 헌신적이었던 엄마를 통해 눈앞의 ‘빵’보다 보이지 않는 ‘장미’의 의미를 알아가게 된다. 투쟁의 진정한 의미를 말이다. 겉모습으로나마 완벽한 미국인을 꿈꾸던 어린 소녀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뼛속까지 당당한 이탈리아인으로 한 뼘은 더 성장한 듯 보인다.

 ‘빵과 장미’라는 구호를 통해 우리 사회를 잠시 되돌아보았다. 일정부분은 분명 투쟁으로 일궈낸 오늘의 모습. 그 분들이 꿈꾸던 사회가 과연 이런 모습이었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뜨끈해지며 송구한 마음이 든다. 행동하려 들지 않는 젊음, 연대하지 않으려는 개인, 헌신적인 역사의 가르침 앞에 무덤덤한 오늘의 우리. 개인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는 것은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사회와 역사 속에서의 개인의 역할(소명) 또한 중요하다. 이 부분에 대한 입장 정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필요한 지금이다.

 제이크와 로사를 통해 유년시절로 시간여행을 다녀왔다. 정말 암울했던가 싶을 정도로 무사히 건너온 것이 스스로도 대견하다. 그 시절에 만난 한 줄기 빛은 나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다. 어떠한 시련과 절망의 순간도 견뎌내게 만들었던 희망의 빛. 절망의 고통이 곧 희망의 씨앗이 될 수 있음을 제이크와 로사도 충분히 경험했을 것이다. 한숨 돌리는 순간, 어느새 훌쩍 자라버린 자신과도 만날 수 있었을 것이다.

『빵과 장미』는 개인 혹은 사회적 존재로서의 ‘나’를 되돌아보게 만든 의미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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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다, 된다, 된다... 원하면 된다!!!

독서의 계절, 가을 맞이 문학동네의 화끈한 이벤트. 

된다, 된다, 된다... 당첨이 된다...라는 주문을 무수히 외우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문동의 책들을 훑어보았답니다.  

눈에서 눈물이 날 정도로 열심히 고르고 골라... 아래 다섯권으로 결정^^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지는 미지수지만... 

책을 고르는 동안 정말 행복했습니다. 

이런 즐거움을 준 문학동네에게 꾸뻑^^ 감사의 인사를!!!

총 금액 : 51,040

  

 하루키 라는 작가의 명성을 실감할 수 있었던 1Q84...  

1권과 2권은 임신기간 중 구매해서 읽었는데요, 

3권은 육아때문에 바쁘다는 핑계로 아직 읽어보지 못했답니다. 

열정적으로 하루키에 빠져들었던 한 때...  

마음껏 책만 읽을 수 있었던 그 시절이 살짝 그립네요!  

1권 2권에 이어 3권까지 완독은 해야겠죠^^ 

 (- 14,220원) 

 

모 인터넷서점에서 매월 발간하는 책정보지(?) 10월호에서 '퀴즈쇼'를 보았답니다.   

언젠가 읽어봐야지 생각만하다가.. 다시 만나니 꼭 한 번 읽어보고 싶더라구요. 
책 속의 인용구절 한 대목만을 봐도
’그래 그래, 이 책 읽어봐야 겠어’ 라는 생각이 드는 책.

- 우리는 단군 이래 가장 많이 공부하고, 제일 똑똑하고, 외국어에도 능통하고,
첨단 전자제품도 레고블록 만지는 다루는 세대야. 거의 모두 대학을 나왔고 토익점수도
세계 최고 수준이고 자막 없이도 할리우드 액션 영화 정도는 볼 수 있고... 그런데 왜 지금
우리는 다 놀고 있는 거야? 왜 모두 실업자인 거야? 도대체 우리가 뭘 잘못한 거지? 
공감이 가는 이 구절...    

비슷한 일을 겪으며 살아가는 동시대인으로 읽어봐야 할 것 같은 책입니다.(- 11,700)  

 

떨리는 마음으로 '브리다'를 예약했답니다. 

코엘료의 책을 여러 권 소장하고 있는데요, 정작 '순례자'는 아직 만나보지 못했답니다. 

많은 이들의 삶에 깊이 각인되고, 많은 이들을 순례길에 오르게 하고, 

그 경험으로 인해 인생을 바꾸게도 해주고 있는 책, 순례자!
 

이제는 정말 만나봐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7,120) 

 

'문학동네 작가상 수상' 이라는 타이틀만으로도 꼭 읽어보고 싶은 책! 

내용을 살펴보니 역시나...! 전 수상작 장은진작가의 '아무도편지하지않다'도  

살짝 생각나면서... 읽다보면  관계맺기에 대한 고단함에 괜스레 씁쓸해지다가도

마음이 따뜻해질 것 같은 책이네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도 어려운 일 중 하나인 사람과의 관계맺기...  

후회하는 일을 만들지 않으려면 이 책을 읽어봐야 할 것 같네요^^ 

(- 8,100)  

 

 1Q84를 읽었다면 한번쯤 읽어봐야할 책이 아닐까요. 

 순서가 바뀌었을지도 모르지만, 저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답니다. 

 문동의 쟁쟁한 세계문학들을 제치고 당당히 읽고 싶은 순위의 윗부분을 차지한 

1984.... 뭐... 이게 다 하루키 영향이긴 하지만... 이번 기회에 꼭 만나보고 싶네요^^ 

 

(- 9,9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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