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한 그릇
메이 지음 / 나무수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느낌이 다른 정갈한 요리책
- 메이, 『소박한 한 그릇』을 읽고

 계절이 바뀌면 가장 먼저 옷장을 정리한다. 침대시트며 이부자리 커튼까지 꼼꼼하게 체크를 한다. 특정 계절에만 사용하는 가전제품도 먼지를 잘 닦아내고 다용도실로 옮겨놓는다. 신발장 정리도 빼놓지 않는다. 계절에 맞게 변화된 집안을 빙 둘러보는데 뭔가 허전하다. 옳거니, 매일 먹는 식단에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
 
 올해로 결혼 3년차에 접어들었다. 요리에 서툰 초보 주부가 그렇듯 나 역시 신혼 초에 요리 책 서너 권을 구매했었다. 레시피대로 열심히 정량을 재며 따라했지만 결과는 신통찮았다. 그 몇 권의 책은 초보 주부를 위한 것이라 구성도 엇비슷하고 음식도 별 반 다를 게 없다. 장점이라면 어느 집 냉장고를 열더라도 있을 법한 식재료로 만들 수 있는 요리라는 것. 단점이라면 흔한 식재료로 만들 수 있는 요리라 특색이 없다는 것. 매번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표현이 딱 맞아 떨어진다.

 이젠 요리책을 보더라도 나름의 노하우를 발휘해 요리조리 레시피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고 결코 요리를 잘 하는 건 아니다.) 나름 색다른 요리에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불끈 생기는 요즘. 이왕 요리하는데 시간을 들이는 거라면 기존에 먹어보지 못한 음식에 도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 매일 특별한 요리를 해먹을 순 없겠지만 일주일에 한 두 번은 가족을 위해 특별한 요리를 만들어 보고 싶다. 이런 내 눈에 쏙 들어온 책이 있다. 바로 메이의 『소박한 한 그릇』!

 나무수의 책은 처음인데 느낌이 좋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요리책과는 사뭇 다른 느낌. 소박함보다 정갈함이 어울리는 이 책은 상당히 스타일리시하다. 요리를 소개하는 메이가 푸드 스타일리스트라서 책의 구성과 편집에 특별히 더 신경 쓴 듯 보인다. 완성된 음식과 조리과정, 필요한 재료, 만드는 법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배치되어 있다. 먹어보고 싶고 만들어보고 싶게 만드는 요리 잡지를 보는 느낌이랄까.

 일단 도전해보고 싶은 요리들을 체크해 나가보자. 우선순위는 구하기 쉬운 재료와 간단한 조리법의 요리를 선택하는 것. 하루라도 고기를 먹지 않으면 허전해하는 남편을 위해 ‘비프 차우 펀’을 골라봤다. 쇠고기와 야채, 라이스 페이퍼가 어우러진 맛있어 보이는 요리. 재료 중에선 라이스 페이퍼만 새로 준비하면 될 것 같다. 한 번도 활용해 보지 않아 은근 기대도 된다. 그 다음에 눈에 들어온 건 ‘야키 우동’이다. 이건 내가 좋아하는 음식인데, 막상 먹을라치면 이 흔한 메뉴조차 맛있게 하는 집을 찾기 어렵다. 좋아하는 음식을 내 손으로 만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역시 간단해서 도전해 볼만하다.

 두부가 몸에 좋은 건 알지만 잘 먹지 않는 우리 부부에게 딱 어울리는 음식을 발견했다. 바로 ‘미소 드레싱을 뿌린 두부 샐러드’! 생으로 먹는 두부와 샐러드용 야채의 부드러운 조화가 입맛을 돋운다. 미소드레싱을 만들 재료가 집에 없다는 게 문제. 이번 기회에 땅콩버터, 가쓰오부시 맛국물, 시로 미소를 준비해두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이 음식이야말로 건강과 맛을 동시에 누릴 수 있어 가끔 해먹어 볼만하니까. (무엇보다 간단하다는 것이 큰 매력.) 상상만으로도 부드러움과 아삭함이 입 안 가득 침샘을 가득한다. ‘브로콜리 치즈 수프’ 도 딱 내 스타일이다. 낮에는 혼자서 잘 챙겨먹지 않는다. (대부분의 주부가 그럴지도 모른다. 씁쓸!) 모유수유 때문에 억지로라도 먹어두는데 이런 나에게 ‘브로콜리 치즈 수프’는 정말이지 완소 아이템이다. 브로콜리, 치즈, 수프는 따로도 즐겨먹는 음식들인데다 영양까지 가득하지 않은가. ‘아스파라거스 베이컨롤 그라탱’, ‘차돌박이 샐러드’, ‘베이컨 주키니롤’도 도전해보고 싶다. 남편이 좋아하는 고기류와 별로 좋아하지 않은 야채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 음식이라 입맛도 맞춰주고 건강까지 챙겨주는 똑똑한 레시피가 될 것 같다.

 위에서 나열한 몇 가지 음식은 우리 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아직 요리 솜씨가 변변찮아 갖추고 있는 소스와 재료가 많지 않지만, 집에 구비해 둔 식재료가 다양하다면 충분히 활용 가능한 음식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일본 가정 요리’라서 그런지 무엇보다 정갈한 멋이 일품이다. 나에게는 생소한 소스와 재료가 더러 있지만 일본 요리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 도전해 봐도 좋을 것 같다.

 책에 수록된 요리를 모두 따라해 보려면 갖춰야 할 것들이 많다. 평소에 자주 해먹지 않는 일본 가정 요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일 비슷한 음식을 먹는 고통 아닌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은 분들이라면 한 권쯤 소장해도 좋을 것 같다. 때로는 쉽게 때로는 도전정신을 발휘해 시도해볼만한 요리가 그득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요리책은 예쁘다. 주방 한 켠에 꽂아둔다면 왠지 뿌듯해질 것만 같은! 에세이를 읽듯 요리를 읽고 만들 수 있는 책. 『소박한 한 그릇』은 느낌이 다른 요리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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