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전에 완성하는 독서 습관 - 우리 아이 평생 공부를 위한
안정현 지음 / 로크미디어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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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평생 공부를 위한

10살 전에 완성하는 독서습관



첫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다.

10살까지 남은 시간은 2년 남짓, 그동안

우리 아이 평생 공부를 위한 독서습관을 제대로 형성해 나갈 수 있을까?


큰 아이를 임신했을 때, 책을 읽은 것 외에 달리 한 게 없는 것 같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 기간 동안 가장 많은 책을 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뱃속 아기를 위해 책을 읽어주기도 했고, 산모의 즐거움을 위해 읽기도 했고, 아이가 태어났을 때도 책을 읽어주었다.

다른 건 못해줘도 책만큼은 좋아하게 만들어야지,라는 생각이 은연중에 크게 자리했던 것 같다.


다행히 아이는 책을 좋아한다. 스스로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는

 한자리에 꽤 오랫동안 앉아 여러 권의 책을 읽곤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아이가 책을 좋아하고 혼자서도 곧잘 읽다 보니 오히려 책육아를 등한시하게 되는 것 같다.

큰 아이가 혼자서 책 읽는 동안 작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게 요즘 잠들 기 전 우리 집 일상이다.


『10살 전에 완성하는 독서습관』은 이런 나에게 경종을 울린 책이다.

독서육아를 함에 있어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부분들을 참 많이도 일깨워 주었다.

한 마디로 축약하자면 이 책이 이야기하는 독서교육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기계적으로 글만 읽는 독서는 무의미하다.

독서 후에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부모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방식은 나이에 대한 한계가 없다.

유아기에도 그림책을 읽은 뒤 상상력을 발휘해 얼마든지 이야기 나눌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읽는다는 행동 그 자체가 아니라 읽고 난 후에 생각하는 태도다. (p.22)


 

독후 활동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막상 실천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그동안은 거의 99% 책을 읽어주거나 아이 스스로 책을 읽는 행위 자체에만 머물렀던 것 같다.

읽은 책에 대해 아이의 생각을 이끌어내는 질문과 토론 혹은 정리의 시간을 가져본 적이 거의 없다.

아이가 책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했는지 알 수 없는 건 당연하다.


독서는 통찰력과 창의력을 길러준다.

단순히 기계적으로 책만 읽는다고 해서 가능해지는 건 아니다.

한 권의 책을 읽고, 신중하게 생각하고, 적절히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독서는 나 자신과 세상을 향한 통찰과 소통의 힘을 길러

 시대가 원하는 융합적 인재상으로 거듭나게 해준다.

읽고 나서 자신이 무엇을 읽었는지 꼭 정리하고 되새기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자신의 언어로 이해한 것은 다음에 들어오는 새로운 지식을 활용하는 원동력이 된다. (p.45)

빌게이츠는 일 년에 두 차례 정도 생각하는 주간을 가지고

그 기간 동안에는 먹고 자는 것 외에 오로지 독서와 사색으로 보낸다고 한다.

 독서를 통해 널리 배우고, 자세히 묻고, 철저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든 다음

 시대가 요구하는 것들을 창조해내는 것이 바로 빌게이츠다.


 

​독서는 단순히 글을 읽는 행위에 그쳐서는 안된다.

 독서의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와 통하는 부분이다.

아이가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무작정 칭찬만 한다면

자칫 아이는 부모에게 보이기 위해 책을 읽어내기에 급급할 수도 있다.

본질은 독서의 양이 아닌 질이다. 독서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정독하기와 낭독하기 그리고 EBS<다큐프라임-슬로리딩>법을 특히 눈여겨보게 되었다.

​PART2에서 다루고 있는 것처럼 '천천히 제대로 하는 독서의 힘'

 어떤 기적 같은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현재 그리고 현재와 근접한 미래를  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고 한다.

시대가 바뀜에 따라  요구하는 인재 상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인문학 열풍도 변화하는 시대와 인재상을 반영한 흐름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독서교육을 통해 내 아이를 시대가 원하는 유연한 인재로 자라게 할 것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것은 단순히 우등생을 만들기 위한 독서의 개념을 넘어선 문제다.

책의 부제처럼 말 그대로 '내 아이의 평생 공부'를 위한 독서교육이다.


그런 의미에서 『10살 전에 완성하는 독서습관』

자녀의 책육아, 독서교육에 대해 고민을 갖고 있는 학부모들에게 올바른 가이드 역할을 해 줄 것이다.

책에는 아이와 함께 바로 실천해보고 싶은 독서교육 팁들이 가득하다.

 따로 노트를 만들어 정리하며 내 아이의 독서교육을 위해 하나하나 적용해 나가야겠다.


 

 

독서가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어쩌면 그동안 너무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독서교육의 실질적인 효과를 제대로 알지 못했기에

그저 아이가 책을 좋아하는 것만으로도 뿌듯해했던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

한 사람의 인간을 올바로 성장시켜나가는데

 독서가 지대하고 긴밀한 영향을 끼친다는 걸 알았으므로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독서교육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요즘 시대에 간과할 수 없는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사람다운 사람을

 독서교육을 통해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얻었다.

+​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책의 편집 부분이다.

 교정에 좀 더 신경을 썼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초판이라 그런지 아예 반복되는 문장이 등장하기도 한다.

문장부호가 틀린 곳도 있고, 주어와 서술어가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아주 매끄럽게 일사천리로 읽히는 문장이 아닌 경우가 간혹 있고 삽입된 그림이 올드 한 느낌도 지울 수가 없지만

  이런 아쉬움은 책의 내용이 좋아서 사실 용서가 된다. 2쇄부터는 안정적인 책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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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생각
윤태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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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생각. 노무현 대통령에 관한 최초의 팩션!

 

 

책을 받아놓고도 한참을 펴지 못했다. 마음이 아플 것 같아서 눈물이 날 것만 같아서 한동안 펼쳐볼 용기를 내지 못했다. 그러다 읽기 시작한 이 책에서 나는 눈을 뗄 수 없었다. 어디까지가 역사적 사실인지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정확하게 구분할 필요도 없었다. 그냥 읽어나갔다. 상당한 흡입력과 놀라운 속도감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삶과 죽음에 조금은 가까이 다가선 느낌이다.

『오래된 생각』 은 노무현 대통령의 '입'이라고 일컬어지던 참여 정부 청와대 대변인 윤태영이 팩션의 형식을 빌려 쓴  故 노무현 대통령에 관한 첫 번째 소설이다. 대통령을 떠나보낸 후 몸과 마음의 병을 얻었고 그 병을 이기기까지 4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는 윤태영 작가. 이제 오랜 시간을 넘어 그는 이 세상에 노무현 대통령의 삶과 죽음을 정면으로 다룬 한 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최대한 감상을 배제하려는 듯 불필요한 감정선을 끌어오지 않았다. 덤덤하고 때로는 무심하게 읽히지만 저 밑바닥에서부터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슬픔을 억누를 수는 없었다. 아프고 또 아픈 대한민국의 역사와 마주한 시간. 세상 어딘가에 꼭꼭 숨어사는 밀실 속 대통령이 아닌 대중과 늘 가까이 호흡하며 살아갈 수 있었던 대중의 첫 대통령이 스스로의 생을 내려놓기까지 임기 초부터 치밀한 음모가 시작된다.

흔들자, 흔들자, 무너질 때까지 흔들자!(p.160)

김인수가 이끄는 그룹이었다. 정체는 불명하지만 역모의 핵심이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했다.


노동운동가 출신의 임진혁 대통령이 당선되고부터 반대편 세력은 임진혁 정권 흔들기에 돌입한다. 흔들자, 흔들자, 무너질 때까지 흔들자! 소름 끼치도록 서슬 퍼런 주술 앞에 무력해지다가도 극한 슬픔과 분노가 치밀어 오름을 느낀다. 반대를 위한 반대. 권력을 탈환하기 위한 무조건적인 반대가 얼마나 뼈아픈 역사를 남겼는지 똑똑히 보게 되었다. 현시점에서의 대한민국은 어떤가. 그들이 쟁취한 권력이 과연 어떤 결과를 낳았는가. 끔찍한 권력에의 집착. 끔찍한 세력과의 타협이 전 세계 역사상 전무후무한 대한민국의 오늘을 써 내려가고 있는 중이다.

임진혁 대통령은 정권 최초로 검찰과 언론이라는 두 권력과의 선 긋기를 실현함으로써 투명성을 확보했지만 고단한 가시밭길로 스스로 걸어들어가게 된다. 어쩌면 김인수의 말처럼 정치는 권력을 올바로 행사하기 위해 여론을 얻어야 하는 여론정치(309)인지도 모른다. 그러한 여론을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자기 편으로 만들지 않았던 임진혁 정권은 생각할수록 안타깝다. 그가 실현하고자 했던 투명성, 정직성, 도덕성은 반대 세력에 의해 왜곡되고 무참히 짓밟힌다. 임기 초부터 시작된 거대한 음모는 전체 이야기를 통해 하나의 퍼즐로 서서히 완성되어 간다.

그 과정은 손에 땀을 쥐게 할 만큼 흥미(?)롭다. 단순한 소설이었다면 꽤 재미있다 평할 만큼 잘 쓴 소설이다. 다만 『오래된 생각』은 가슴 아픈 팩션이기에 '재미있다'라는 표현이 적합하지 않지만 윤태영 작가의 필력만큼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알고 보니 그는 이미 노무현 대통령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출간했으며 글쓰기에 관한 책도 출간한 바 있는 베테랑 작가였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

 

 

어떠한 이유에서든 스스로 생을 내려놓는 일이 널리 정당성을 확보하게 되는 것은 위험한 일이지만, 임진혁 대통령이 서서히 무너져가는 과정이 하나하나 헤아려져 못내 마음이 아프다. '오래된 생각' 오래 전부터 할 수밖에 없었던 처연함이 내내 눈에 밟힌다. 정권 초기부터 시작된 반대편 세력의 치밀한 작전이 마침내 임진혁 정권을 송두리째 흔들어 버렸다. 무엇도 더는 남길 수 없도록. 무엇도 더는 할 수 없도록!

오래된 생각. 잊고 있었던 대목이다. 사실 그리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오래된 생각』을 읽고 나서야 마침내 이해가 된다.

 

 

『오래된 생각』은 두 가지 이야기가 큰 축을 이룬다. 윤태영 작가로 보이는 진익훈 대변인의 이야기와 故 노무현 대통령으로 보이는 임진혁 대통령의 이야기. 과거와 현재 시점을 오가는 구성으로 독자의 흥미를 이끈다. 흡입력이 상당한 소설이다. 한 번쯤은 제대로 바라 보아야 할 역사를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마주하게 된 느낌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권력을 잡으려는 세력간의 다툼이 정치판을 여전히 어지럽히고 있다. 역사를 거울로 삼아 아픈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하는데 자기 밥그릇만 챙기고 있는 듯해 씁쓸하다. 그 어디에도 임진혁 대통령과 같이 국민과 나라를 생각하는 대통령은 없는 듯하다. 권력과 선을 긋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앞장서는 대통령은 없는 것 같다. 제대로된 큰 인물 한 명이 대통령이 되어서 과연 그가 한 번이라도 자기 뜻을 펼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 나라 대한민국에서.

마지막 책장을 덮는데 한기가 돌았다. 봄 날 치고는 쌀쌀한 날이기도 했거니와 8년 전 그 날이 또렷이 떠올랐기 때문이기도 하다.다. 2009년 5월 23일, 지방에 살고 있는 나는 일이 있어 서울에서 하룻밤을 묵었던 터였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보니 세상이 달라져 있었다. 지방이었다면 그리 온몸으로 체감하지 못했을수도 있지만 대통령이 서거한 날, 서울의 풍경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세상이었다.
거리마다 차려지는 빈소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아니 더 또렷이 그 날의 현실을 감정을 기운을 온 몸으로 기억해 놓고 싶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앞으로 태어날 내 아이들에게 떳떳한 어른이 될 자신이 없었다.

장미대선과 관련한 복잡한 사안들에 관해서는 더 언급하지 않겠다. 『오래된 생각』 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이 실현하려고 했던 대한민국을 생각해 본다. 실패한 정책도 많았고 격변의 시기를 건너온 것만은 확실하다. 과연 그 기저에 어떠한 반대 움직임이 있었는지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음이 미안할 뿐이다. 이해보다 실망과 오해가 더 깊었던 것 같다. 그러함에도 변함없이 마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나의 첫 대통령 노무현! 지금도 그 곳에 가면 깊게 패인 주름진 얼굴의 사람 좋은 웃음으로 모두를 반겨줄 것 같은 노무현 대통령. 전혀 다른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2016년 겨울과 2017는 봄의 대한민국에서 다시금 그를 떠올려 본다. 그가 실현하고자 했던 대한민국의 꿈을! 우리가 꿈꾸고 싶은 대한민국을!

 

 

권력기관과 담을 쌓으며 법 위의 권력을 놓아버린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그는 안팎으로, 또 좌우로도 수세적인 위치에 있었다. 그래도 그를 지지해주는 세력이 있기는 했다. 그들은 인터넷 공간에서, 또 저녁 술집에서 자신의 대통령을 위해 토론하고 언쟁했다. 그러나 역부족이었다.(『오래된 생각』 180)

선출되지 않은 권력들이 선출된 권력을 흔들고 있습니다. 그게 이 나라의 현실입니다.(『오래된 생각』 202)

지난 사 년 힘들게 꾸려왔습니다. 부족하다는 생각은 늘 했지만, 그래도 제가 이 자리에 남아 있는 것이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소명의식으로 버텨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한계에 달한 것 같습니다. 시작한 일 어떤 것 하나도 제힘으로 마무리하기 어렵습니다. 모두가 전선이고 모두가 지뢰밭입니다. 앞으로 갈 길은 더욱 험합니다.(『오래된 생각』 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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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산다 - 산뜻하게, 꼭 필요한 것만 두고 행복해지는 법
요코타 마유코 지음, 노경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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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볍게 산다

"미니멀 라이프를 넘어선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 제안"


정말 좋아하는 소수의 물건과

소중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미니멈 리치


 

  어느 순간부터 삶이 물건들에 의해 지배를 당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 시작했다. 물건들로 둘러싸인 집은 갈수록 비좁게 느껴졌고 아늑한 느낌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육아 8년 차에 접어들다 보니 아이들 짐까지 합세해 집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양의 짐을 떠받치고 있는 느낌마저 든다. 버리는 것보다 들이는 것이 훨씬 더 많다 보니 정리도 되지 않는다. 어느 곳에 어떤 물건이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해 이미 있는 물건을 다시 구매하기도 한다. 집의 공간들을 둘러보고 있노라면 한숨부터 나온다. 정리가 되지 않는 공간은 생기를 잃기 마련이다. 생기롭지 못한 공간에서는 삶의 의욕마저 떨어진다. 이런 느낌을 받은 건 꽤 오래 전이고, 그러던 중 미니멀 라이프에 관한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내가 바라던 삶이 바로 거기에 있었다.


  『가볍게 산다 역시 미니멀 라이프에 관한 책이다. 수많은 미니멀 라이프에 관한 책 중 이 책을 주목한 이유는 미니멈 리치(Minimum rich)라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니멈 리치란, 양질의 물건을 조금만 가지는 것, 다시 말해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소수의 물건을 소중히 관리하며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말한다. 그래, 이거다! 물건을 줄이는 것에는 이미 깊이 공감을 하고 있던 터다. 그렇다면 어떤 물건들과 함께 살아갈 것인가가 중요한데 이 책이 그 해답을 제시해 주고 있다. 어릴 때는 유행에 민감하기도 하거니와 자신만의 스타일과 취향을 찾기 위해 많은 물건들을 소유하고 바꾸어 보는 것도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이를 더해 갈수록 삶의 가치와 관점은 달라지기 마련이고 자신의 가치를 반영할 특정 물건을 소유하는 것이 중요한 일임을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저자는 미니멈 리치 철학을 실천하는 첫번째 방법으로 가방을 작은 것으로 바꿀 것을 제안한다.


 가방을 작은 것으로 바꾸는 일은 '필요하다고 착각했지만 필요 없었던 것'을 선별하는 일이기도 하다. 즉,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필요 없는지 판단하는 작업이다. 인생의 유한한 시간도 작은 가방과 같다. 이것저것 채우려 하다가는 결국 아무것도 채우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내 유한한 시간을 투자해 고이 간직할 것은 여기까지'라고 원칙을 분명히 정해 놓는 것이 좋다. 이것이야말로 정말로 가치 있는 사물과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비결이다. '미니멈 리치' 란 이렇듯 질 좋은 소수의 물건에 애착을 갖고 관리하며 간직하는 삶의 태도를 말한다. <가볍게 산다> p.157

​  저자는 직장 상사와 함께 중요한 미팅에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야 했던 날, 커다란 가방 속에서 교통 지갑을 찾지 못해 그만 지하철을 놓치고 만다. 미팅의 결과는 불보듯 뻔하다. 그때의 당혹스러운 경험은 곧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고 작은 가방의 필요성을 깨달았다고 한다. 작은 가방에 담을 것은 유한한 인생에 담고 싶은 것이면 충분하다, 고 생각하는 저자는 가방을 작은 것으로 바꾼 후 그 가방 속에 담을 물건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하루 일과를 미리 계획해보고 그 일정에 따라 꼭 필요한 물건만 담는다. 꼭 필요하고 애정 하는 것들로만 채운 가방. 그 작은 가방을 메고 가볍게 거니는 걸음걸음은 어떨까. 생각만 해도 활력 넘친다. 작은 가방 하나가 인생에 생기를 더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현재 커리어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과거 구찌 매니저로 일했을 때의 경험을 살려 '가치 있는 물건'이 평범한 제품과 어떻게 다른지 알려준다. 직업상 '명품'을 다루었기 때문에 책에는 명품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데 흥미로운 것은 '명품'에 대한 일반적인 시각까지도 바꾸게 해주었다는 점이다. 누구나 하나쯤 소유하기를 희망하는 '과시용(?) 명품' 이 아닌 '명품에 담긴 가치' '가치 있는 물건의 품격과 그 물건을 소유한 사람의 인격과 품격'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한다.


 이런 후광은 눈에 직접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일수록 더욱 추구해야 한다. 삶이 아름다운 사람이어야 그에 어울리는 옷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이 여성들을 본받아 진정한 우아함을 갖추기 위해 매일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정말 가치 있는 옷은 그저 돈을 낸다고 입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생의 결과로, 그때까지 쌓아 올린 시간까지 몸에 걸치기  때문이다. 이것이 노후를 맞은 여성들이 지닌 멋의 정수다. <가볍게 산다>, p.142


나에게 버킨백은 단순한 고가의 가방이 아니라 꿈을 생각하게 만든 계기이자 꿈이 실현된 인생의 상징이다. 버킨백이 어울리는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은 성장을 바라는 마음이기도 하다. 가방을 실제로 구매하느냐 마느냐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나는 버킨백 덕분에 꿈을 갖게 되었지만, 당신의 계기는 무엇이든 상관없다. 정말로 가치 있는 물건에는 꿈을 받쳐주는 힘까지 담겨 있다. 지금은 손이 닿지 않지만, 언젠가 성장한 내 곁에 두고 싶은 물건을 찾아내기 바란다. 그리고 그것을 향해, 미래를 향해 한 걸음씩 착실하게 걸어나가자. <가볍게 산다>, p.146


 30대 후반의 고객 한 명이 내 생각을 바꿔놓았다. 그 고객은 언제나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로퍼를 신는 등 캐주얼한 스타일을 고수했지만, 손목에는 고급스럽고 우아한 시계를 찼다. 시계는 그 고객의 지성을 상징했다. 하루는 내가 "언제나 멋진 시계를 차시는군요"했더니, "제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새기는 물건이니까 이것만은 타협하고 싶지 않아요. 멋진 시계로 셀 수 있는 인생을 살고 싶어요."라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크게 동요했다. 그 고객에게 시계는 물건이 아니라 소중한 시간을 새기는 인생의 동반자였던 것이다. <가볍게 산다>, p.166

  저자는 이처럼 가치 있는 물건을 소유한 사람들의 인격과 품격 그리고 가치관에 대한 일화를 들려줌으로써 우아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해 양질의 물건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깨닫게 해 준다. 더불어 가치 있는 물건을 소유할만한 자격을 갖추기 위해 내면으로부터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버킨백에 관한 이야기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지금  예약하면 10년 후에나 받을 수 있다는 버킨백(Birkin bag). 지금은 예약이 끝난 것 같다. 파리에 가서 직접 예약을 해야 하고, 돈만 내면 살 수 있는 다른 가방과는 달리 이런저런 절차를 밟아야 구매할 수 있다. 가방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이미 '버킨백이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보증을 받는 셈이므로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


 10년의 기다림 끝에 버킨백을 받아 든 고객은 그 가방 속에 지나간 10년의 추억이 담겨 있다고 느끼지 않았을까. 이 고객을 보며 나도 10년 후 내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그때의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어떤 곳에서 어떤 사람과 함께 무엇을 간직하며 살고 있을까? 그러자 '40대에는 내가 동경하는 가방이 잘 어울리는 여성이 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볍게 산다>, p.145

  

 물건을 전혀 다른 시각으로 해석하게 해 준 대목이다. 우리는 수많은 물건들에 둘러싸인 채 살아가고 있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들이 아님에도 물건은 늘 넘쳐난다. 그 많은 물건들 중 나와 끈끈한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물건은 생각보다 적다. 물건과 관계를 맺는 데에도 많은 시간과 수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물건은 이것저것 많이 가질 필요가 없다. 극히 소수여도 좋으니, 정말로 나 자신에게 가치 있는 것만 간직하자. 이것이 바로 내가 주장하는 '미니멈 리치'의 철학이다. 이 얼마나 간단 명료한 해석인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물건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나의 가치와 품격까지 대변해줄 꼭 필요한 물건들만 소중히 간직하며 살고 싶어진다. 미니멀 라이프를 넘어선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 미니멈 리치를 실현하기 위해!



 


 

소중한 물건은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우는 연료와 같다. 일상을 뿌듯하게 채우고 싶다면 수선해서라도 간직하고 싶은 물건만 소유하자. <가볍게 산다>,  p.24 

  미니멈 리치에 주목한 새로운 시각의 미니멀리즘 책 <가볍게 산다>는 제목처럼 가볍고 산뜻하게 읽힌다. 읽고 나면 머리도 기분도 상쾌해진다. 물건에 둘러싸인 삶이 아닌 소수의 물건만으로도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음을 깨닫게 해 준다. 마음 같아서는 집에 있는 물건을 몽땅 내다 버리고 꼭 필요한 물건들만 채우고 싶다. 명품이 아니어도 괜찮다. 자신의 가치를 담아낼 수 있는 물건, 애정을 쏟고 오래오래 관계를 이어가고 싶은 물건, 있으나 마나 한 것이 아닌 꼭 있어야 하는 물건들과 새롭게 관계를 맺어가고 싶다. 정돈된 삶 속에서 추구할 수 있는 여유로움과 풍요로움! 가볍고 우아하게 사는 미니멈 리치에 대해 알고 싶다면 <가볍게 산다>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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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북쪽에 사는 야생동물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환상적인 동물 그림책! 지구에 사는 야생동물
디터 브라운 글.그림, 한윤진 옮김 / 라이카미(부즈펌어린이)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환상적인 동물 그림책


WILD ANIMALS OF THE NORTH

WILD ANIMALS OF THE NORTH

WILD ANIMALS OF THE NORTH

지구 북쪽에 사는 야생동물



보고 듣고

있는 그대로를 느끼는

아이들의 감성을 다독여 줄 것 같은

환상적인 동물 그림책을 만났어요.


지구 북쪽에 사는 야생 동물


예쁘다, 아름답다, 라는 말로 표현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그래서 이 책을 수식해줄 말을 한동안 고민했는데

마침 책의 부제가 눈에 들어왔어요.


환상적인!


맞아요. 이 책은 참으로 환상적인 동물 그림책이랍니다!


 


지구 북쪽에 사는 야생동물


독일의 유명 일러스트 작가 디터 브라운의 작품이랍니다.


작품, 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이 책은

지금까지 보아왔던 동물책 혹은 그림책들과는 달리

'예술작품'과 마주한 듯한 경이로움을 선사해 준답니다.


자연에 대한 호기심은 물론 예술적 감수성까지

이 한 권의 책으로 아이도 어른도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동물의 세계에서 빠져들게 될 거예요.


 


먼저, 첫 장을 넘겨 볼게요.


지구 북쪽에는 어떤 동물들이 살고 있을까?


이 책은 우리를 지구 북쪽의 가장 먼 곳까지 데려가줄 거예요.

덕분에 우리는

거대한 향고래와 함께 바다 깊숙이 잠수하고,

눈밭을 지나는 순록 떼를 만나고,

일본원숭이들을 따라 뜨끈한 온천욕도 즐기고,

귀여운 새끼노루와 숨바꼭질도 즐기 수 있답니다.

또 지구에서 영영 사라질지 모를

소중한 동물들을 두 눈에 생생하게 아로새길 수 있지요!

그럼 이제 지구 북쪽으로 즐거운 여행을 떠나 보아요!


글의 느낌이 어떤가요?


따뜻함과 편안함이 느껴져요.

뭔가 흥미로운 여행이 시작될 것만 같은 설렘도 가득하구요.


 


그렇다면 지구 북쪽은 어디일까요?


북아메리카 / 유럽 / 아시아


아하, 이 곳이 지구 북쪽이군요.

 이 세 대륙을 중심으로 그곳에 살고 있는 동물들을 만나볼 시간이예요.


 

 

먼저 북아메리카 North America 로 가볼게요.

 

 

퓨마 Puma 가 등장해요.


맹수의 기운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아요.

 


지구 북쪽에 사는 야생동물


은 예술 작품에 가까운 동물 그림이 주를 이루고

간간이 설명을 덧붙이고 있답니다.


그런데


이 설명이라는 것이 참으로 따스한 느낌이예요.

구어체의 느낌이라 옆에서 누군가가 조곤조곤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만 같아요.


아이들 수준에서 읽어도

어른의 시선에서 읽어도


참 좋을 만한 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동물들은 저마다의 표정으로

이야기를 걸아오는 것 같아요.


움직임이 없는 정적인 그림에서

동적인 생기로움이 느껴지는 것 같은 느낌!



 

 

 

매서운 눈빛으로 한 곳을 응시하며

비상을 멈추지 않는 흰머리수리

 

​저 바위 밑에는 분명


 흰바위산양시선을 끄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만 같아요.

 

책 표지를 장식한 동물이 회색늑대 Gray wolf 였군요.


회색늑대가 달려가는 모습을 한 번 보세요.

거대한 숲 속을 뚫고 나오는 용맹한 기상이 그대로 느껴지는 것 같지 않나요?


사실 회색늑대는


동화 <빨간 모자>에서 어린 소녀를 잡아먹으려고

할머니로 변장한 못된 악당으로 우리에게 이미 친숙한 동물이랍니다.


하지만 이 회색늑대는 사람들이 자신의 영역에 들어와 위협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고 해요. 반전이 있네요 :)

 


아메리카바닷가재


와우~ 이렇게 예쁠 수가 있을까요!!! 컬러감이 정말 예술이예요.


 

 

순록을 따라 새햐얀 눈 세상을 거니는 느낌도 좋아요.


마치 그림같은 겨울 풍경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느낌이랄까요!


 

 

지구 북쪽 유럽 Europe 에는 어떤 동물들이 살고 있을까요?


 



 

여우

나침반해파리

왜가리

노루

흑고니


우리가 모르는 동물들이 아닌데

마치 처음 만나는 동물들인 것처럼

예뻐서 너무 예뻐서 자꾸만 눈길을 주고 이름을 되뇌이게 되네요. 


각각의 동물들은


그들만의 쓸쓸함을

그들만의 다정함을

그들만의 노곤함을


각자의 분위기에 맞게 들려주고 있는 것 같아요.

 

 

어디가니? 불도롱뇽~ 너무 귀여워서 살짝 몸을 건드려보고 싶은 충동이!


 

​마지막으로 살펴볼 곳은 지구 북쪽 아시아 Asia 에 사는 동물들이랍니다.

 


우리에게 더 친숙한 동물들이 한 가득 등장을 해요.


때로는 용맹스럽고

때로는 천진난만하고

때로는 귀염가득한 몸짓으로


자신을 바라봐 달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지구 북쪽에 사는 야생동물


책으로 보는 것도 좋지만 마음 같아서는

한 장씩 표구를 해서 걸어두고 싶을 만큼

예술 작품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한 것 같아요.


계절과 기분에 따라 공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줄 작품 같답니다!


동물의 표정과 움직임이

 마치 살아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생생해서

가만히 덮어두고 있지만은 못할 것 같아요.



 


아이들이 보는 동물 그림책으로 강추하고 싶어요.

어른들에게 위로가 될 힐링 그림책으로도 추천하고 싶어요.


마음이 어딘가 모르게

허전하고 외롭고 쓸쓸할 때

이 책을 펼쳐보고 싶어요.


분명 위로가 되어줄 거예요!

분명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거예요!


+



보여드린 동물보다

 아직 보여드리지 못한 동물들이 더 많아요.


그림책으로는

 독보적인 두께감을 자랑하는

지구 북쪽에 사는 야생동물 소장가치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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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 걸 -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 사이언스 걸스
호프 자렌 지음, 김희정 옮김 / 알마 / 2017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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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걸 Lap Girl

끝없이 펼쳐지는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에 관한 이야기!


 랩 걸, 이 방대한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풀어야 나가야 할지 한참을 망설였다.  이 책에서 독자들에게 소개한 사실들은 내가 정말로 풀어내고 싶어 안달이 나는 미스터리들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는 작가 호프 자런의 말이 무색할 만큼 이 책은 방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실 접해본 적이 없는 과학도서라 쉽게 읽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때때로 순식간에 책장을 넘겨야 했고 놀랍도록 깊이 빠져들기도 했다. 다소 생소하긴 했으나 천천히 공을 들여 읽고 싶은 책이다. 적어도 나처럼 이 지구 상에 존재하는 초록 생명체들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충분히 매력적으로 받아들일 것 같다.


  개인적으로 독자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 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거기에 한 해에 나무 한 그루씩 심자. 마당이 있는 집에 세 들어 사는 사람이라면 거기에 나무를 한 그루 심고 집주인이 눈치채는지 기다려보자. 만일 눈치를 채면 그 나무가 늘 거기 있었다고 주장해보자. 환경을 위해 나무를 심자니 정말 대단한 분이세요, 하는 칭찬까지 더해보자. 집 주인이 그 미끼를 물면 나무 한 그루 더 심자. (#과학도서, 랩걸, p.400-401)


  호프 자런은 이 방대한 이야기 끝 에필로그에 이와 같은 당부를 건넨다. 모든 것을 정확한 데이터에 의한 수치로만 환산하는 것이 과학자일 거라는 일종의 편견을 깨게 해 준 대목이다. 사실 과학자에 대한 편견은 이 책을 읽는 내내 여지 없이 깨진다. 그녀는 여성과학자라는 직업이 보여줄 것 같은 알파걸의 이미지로 자신을 포장하는 대신 상당히 인간적인 면모를 선보인다. 과학과 연구에 몰두하는 사람이 어떻게 광적인 존재로 바뀔 수 있는지 솔직하다 못해 스스로의 치부까지도 가감 없이 드러내 독자를 놀라게 한다. 마치 소설 같기도 한 자전적 이야기와 나무와 과학에 관한 이야기를 교차 편집 방식으로 들려주면서 이야기의 완급을 조절하는 듯한 인상을 받기도 했다.

'좋은 글을 쓸 줄 아는 과학자의 등장'으로 학계와 문단을 떠들썩하게 한 이 책의 작가는 '호프 자런'이라는 여성과학자다. 호프 자런은 2005년 가장 뛰어난 지구물리학자에게 수여하는 제임스 매클웨인 메달을 수상했고, 풀브라이트 상을 세 번 수상한 유일한 여성 과학자로 '타임'선정 2016년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녀가 쓴 랩걸은 '스미소니언 매거진' 선정 최고의 과학책 10, '뉴욕타임스' 추천 도서, 아마존 선정 최고의 책 20에 선정된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그녀와 그녀의 책 앞에 붙는 이 화려한 수식어만으로도 이 책은 상당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끈기를 가지고 읽어볼 만한 책이다. (결코 지루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흙은 참 묘하다. 그 자체가 대단한 것은 아닌데 서로 다른 두 세계가 만나서 생긴 산물이라는 점에서 묘하다. 흙은 생물의 영역과 지질학의 영역 사이에 생긴 긴장의 결과로 자연스럽게 나타난 낙서 같은 것이다. (중략) 두 극단의 상태, 즉 살아 있는 것과 죽은 것들 사이에 물리적으로 놓인 모든 것들이 바로 우리가 '흙'이라고 부르는 물질이다. 흙의 맨 위층에서는 살아 있는 것들의 영향이 가장 많이 보인다. 죽은 식물이 시들고 썩고 점액들과 섞여서 어두운 갈색으로 주변의 모든 것을 물들인다. 흙의 맨 아래층은 바위들이 남긴 유산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물은 바위를 조금씩 조금씩 녹여서 반죽으로 만들고, 말랐다-젖었다-말랐다를 끝없이 되풀이하면서 그 밑에 놓인 손상이 가지 않은 암석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광재slag를 발생시킨다. 그 둘 사이의 중간층에서는 위와 아래 두 층의 물질들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화려한 색단층으로 피어나기도 한다. (#교양과학, 랩걸, p.153)


 #랩걸(lab girl) 은 지금까지 나를 둘러싼 이 세계를 전혀 다른 관점에서 들여다보게도 만든다. 재미있고 놀랍다. 지금까지 나에게 흙은 그냥 흙이었다. '흙'을 달리 생각할 이유도 필요성도 전혀 없었는데 랩걸에서 전혀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 '흙'이 단순히 '흙'으로 보이지 않는 놀라운 마법이 펼쳐진 셈이다. 선인장은 사막이 좋아서 사막에 사는 것이 아니라 사막이 선인장을 아직 죽이지 않았기 때문에 거기 사는 것이다. 사막에 사는 식물은 어떤 식물이라도 사막에서 가지고 나오면 더 잘 자란다.(과학도서 랩걸, p.203) 도 그와 같은 맥락에서 신선했다. 이런 부분들이 랩걸의 주를 이룬다면 이 한 권의 책이 얼마나 다양한 지적 호기심을 자극할지 궁금하지 않은가! 


 호프 자런의 연구는 대부분 '호기심에 이끌려서 하는 연구' 들이기에 재정 마련이 늘 문제였다. 그 누구도 제품이나, 유용한 기계,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는 약, 가공할 만한 무기 혹은 직접적인 물질적 이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그녀의 연구에 예산을 편성하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녀는 늘 재정을 확충하기 위해 전전긍긍한다. 그녀가 하는 연구들이야말로 인류의 미래와 직결되는 아주 중요한 임무임에도 불구하고 당장 눈으로 드러나는 실질적인 이익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다. 인류의 생명과 직결되는 나무와 식물에 관한 연구에 혜안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투자해 줄 나라가 그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과학계 성차별 역시 그녀를 절망케 했다. 호프 자런은 마을 유일의 과학자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실험실에서 자랐다. 과학자인 아버지의 삶을 늘 가까이서 보며 자라긴 했지만 여성과학자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녀가 임신을 했을 때는 자신의 실험실임에도 불구하고 출입을 제한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겪기도 한다. 여성이라는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재정 지원을 쉽게 받을 수 없는 과학 분야를 그녀는 여전히 열정을 다해 연구하고 있다고 하니 존경스럽다.



 만약 그녀가 혼자였다면 험난한 과학자의 길을 지금처럼 곳곳이 걸어갈 수 있었을까? 어쩌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그녀의 곁에는 (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오누이? 영혼이 통하는 친구? 동지? 수사와 수녀 관계? 공범? (중략) 일지도 모르는 '빌' 이 존재한다.  빌은 이 책과 그녀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교집합이자 동반자 역할을 한다. 랩걸은 #호프자런 이라는 여성과학자의 이야기지만 그 속에는 두 명의 #과학자 이야기가 녹아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호프자런과 빌이 꾸며낸 합작품들은 그 자체로 대단히 흥미롭다.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없는 과학자들의 광적 집착에 가까운 연구 열정을 지켜보는 것 역시 색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북유럽 정서를 안고 태어나 자란 호프 자런. 아주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그녀는 이웃 사람들의 삶에 대해 거의 알지 못했다고 한다. 심지어 친오빠들과도 거의 말을 섞지 않고 자랐다고 한다. 서로의 이야기를 궁금해하지 않는 북유럽의 정서라니! 가까운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타인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북유럽의 휘게 라이프는 다 뭐지? 지금까지 익히 알고 있었던 북유럽의 정서와 사뭇 다른 환경에서 자란 그녀의 이야기에 고개를 갸웃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녀 역시 태어나 자란 마을을 벗어난 후 놀랍도록 따스한 환경과 마주하기도 했다고 한다. 북유럽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건 아닌가 보다. 어쨌든 그녀는 그리 따스한 환경에서 자라지 못했다. 마주 눈을 맞추고 입을 맞추며 애정을 표현하는 부모 밑에서 자라지 못했던 탓일까? 처음 아들이 태어났을 때 그녀는 아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맺어야 할지 무척 난처했다고 한다.


 아이에게 하는 입맞춤 하나하나는 내가 그토록 절실히 원했지만 받지 못했던 모든 입맞춤이다. 그리고 그 상처를 치유하는 데는 이 방법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들이 태어나기 전에는 내가 아이를 사랑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 이제는 내 사랑이 아이가 이해하기에 너무 큰 건 아닐까 걱정한다. 아이는 엄마의 사랑을 알 필요가 있고, 나는 내가 느끼는 이 풍요로운 사랑을 모두 표현할 능력이 없어 무력감을 느낀다. 이제 나는 내 아들이야말로 내가 기다리는 줄도 모르고 기다렸던 기다림의 끝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 아이는 불가능한 동시에 불가피했다는 것을 깨닫고, 누군가의 엄마가 될 단 한 번의 기회가 한 번 내게 주어졌다는 것을 깨닫는다. (과학도서, 랩걸, p.366)


 호프 자런은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나가면서 아이라는 존재를 사랑하게 된다. 어쩌면 아들을 사랑해나가면서 자신의 상처를 보듬었는지도 모른다. 이처럼 랩걸은 과학도서인 동시에 자기성찰과 치유를 담아낸 책이기도 하다. 마음이 따뜻한 여성과학자 호프 자런이 바라보는 식물의 세계는 그래서인지 어머니 품 같은 지긋함과 따스함이 느껴진다. 인류를 향한 고단한 열정을 이어가는 여성과학자에게 마음속 깊이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 함께 나누고 싶은 『랩걸』 속 한 구절 


숲에 들어간 사람들은 대부분 인간으로서는 도달할 수 없는 높이로 자란 큰 나무들을 올려다볼 것이다. 그러나 발아래를 내려다보는 사람은 드물다. 발자국 하나마다 수백 개의 씨앗이 살아서 기다리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들은 모두 그다지 가망은 없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고 절대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그 기회를 기다린다. 그 씨앗 중 절반 이상은 모두 자기가 기다리던 신호가 오기 전에 죽고 말 것이고, 조건이 나쁜 해에는 모두 죽을 수도 있다. 이 모드 죽음은 이렇다 할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머리 위로 우뚝 솟은 자작나무 한 그루당 매년 적어도 25만 개의 씨앗을 만들어내기 때무이다.  이제 숲에 가면 잊지 말자. 눈에 보이는 나무가 한 그루라면 땅속에서 언젠가는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내기를 열망하며 기다리는 나무가 100그루 이상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과학도서 랩걸, p.50)


 

뿌리를 내리는 작업은 씨 안에 들어 있던 마지막 양분을 모두 소진시킨다. 모든 것을 건 도박이고, 거기서 실패한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한다. 성공할 확률은 100만 분의 1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도박이 성공하면 수확도 엄청나게 크다. 뿌리가 필요한 것을 찾게 되며 부피가 커져서 주근이라고 부르는 곧은 뿌리로 자란다. 커지면서 기반암을 쪼개는 힘까지도 발휘하는 주근은 식물 전체의 닻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몇 년에 걸쳐 내내 하루에 몇 갤런(1갤런은 약 3.79리터- 옮긴이)의 물을 빨아들인다. 지금까지 인간이 발명해낸 어떤 기계적 펌프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다. (교양과학 랩걸, p.81)

 

 

이 가루가 오팔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무한대로 확장되고 있는 이 우주에 단 한 사람, 나뿐이었다. 상상할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사는 이 넓고 넒은 세상에서 나, 작고 부족한 내가 특별한 존재가 된 것이다. 나는 나만의 독특하고 별난 유전자들이 모여서 생긴 존재일 뿐 아니라 창조에 관해 내가 알게 된 작은 진실 덕분에, 그리고 내가 보고 이해한 그 진실 덕분에 실존적으로 독특한 존재가 되었다. 모든 팽나무의 씨를 강화하는 광물질이 바로 오팔이라는 확실한 지식은, 누군가에게 전화하기 전까지는 나만 알고 있는 진실이었다. 그것이 알 가치가 있는 지식인지 아닌지는 오늘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 느꼈다. 인생의 한 페이지가 넘어가는 그 순간 나는 서서 그 사실을 온몸으로 흡수했다. 싸구려 장난감이라도 새것일 때는 빛나 보이듯, 내 첫 과학적 발견도 그렇게 반짝였다. (과학도서 랩걸, p.105~106)


 

우리가 사는 집에 있는 목재 한 조각 한 조각(창틀에서 가구, 서까래에 이르기까지)이 한때는 살아 있는 생물의 일부로, 탁 트인 야외에서 수액으로 고동치며 활기에 넘친 모습으로 살아 있었다. 목재의 나뭇결을 살펴보면 나이테 한두 개 정도를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섬세한 선들은 그 나무가 살았던 한두 해 동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이야기를 들을 줄 안다면 각가의 나이테들은 비가 어떻게 왔는지, 어떻게 바람이 불었는지, 어떻게 날마다 해가 여명을 앞세우고 나타났는지를 이야기해 줄 것이다.(교양과학 랩걸, p.118)

 

 

도시화는 식물들이 4억 년 전에 고생 끝에 푸르게 만들었던 곳에서 식물의 흔적을 없애고 땅을 다시 딱딱하고 황폐한 곳으로 되돌리고 있다. 미국 도시 지역 면적은 향후 40년 사이에 두 배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와 있어서 펜실베이니아 주 크기만큼의 보호 수림 지역이 없어질 전망이다. (과학도서 랩걸,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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