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산다 - 산뜻하게, 꼭 필요한 것만 두고 행복해지는 법
요코타 마유코 지음, 노경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가볍게 산다

"미니멀 라이프를 넘어선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 제안"


정말 좋아하는 소수의 물건과

소중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미니멈 리치


 

  어느 순간부터 삶이 물건들에 의해 지배를 당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 시작했다. 물건들로 둘러싸인 집은 갈수록 비좁게 느껴졌고 아늑한 느낌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육아 8년 차에 접어들다 보니 아이들 짐까지 합세해 집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양의 짐을 떠받치고 있는 느낌마저 든다. 버리는 것보다 들이는 것이 훨씬 더 많다 보니 정리도 되지 않는다. 어느 곳에 어떤 물건이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해 이미 있는 물건을 다시 구매하기도 한다. 집의 공간들을 둘러보고 있노라면 한숨부터 나온다. 정리가 되지 않는 공간은 생기를 잃기 마련이다. 생기롭지 못한 공간에서는 삶의 의욕마저 떨어진다. 이런 느낌을 받은 건 꽤 오래 전이고, 그러던 중 미니멀 라이프에 관한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내가 바라던 삶이 바로 거기에 있었다.


  『가볍게 산다 역시 미니멀 라이프에 관한 책이다. 수많은 미니멀 라이프에 관한 책 중 이 책을 주목한 이유는 미니멈 리치(Minimum rich)라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니멈 리치란, 양질의 물건을 조금만 가지는 것, 다시 말해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소수의 물건을 소중히 관리하며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말한다. 그래, 이거다! 물건을 줄이는 것에는 이미 깊이 공감을 하고 있던 터다. 그렇다면 어떤 물건들과 함께 살아갈 것인가가 중요한데 이 책이 그 해답을 제시해 주고 있다. 어릴 때는 유행에 민감하기도 하거니와 자신만의 스타일과 취향을 찾기 위해 많은 물건들을 소유하고 바꾸어 보는 것도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이를 더해 갈수록 삶의 가치와 관점은 달라지기 마련이고 자신의 가치를 반영할 특정 물건을 소유하는 것이 중요한 일임을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저자는 미니멈 리치 철학을 실천하는 첫번째 방법으로 가방을 작은 것으로 바꿀 것을 제안한다.


 가방을 작은 것으로 바꾸는 일은 '필요하다고 착각했지만 필요 없었던 것'을 선별하는 일이기도 하다. 즉,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필요 없는지 판단하는 작업이다. 인생의 유한한 시간도 작은 가방과 같다. 이것저것 채우려 하다가는 결국 아무것도 채우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내 유한한 시간을 투자해 고이 간직할 것은 여기까지'라고 원칙을 분명히 정해 놓는 것이 좋다. 이것이야말로 정말로 가치 있는 사물과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비결이다. '미니멈 리치' 란 이렇듯 질 좋은 소수의 물건에 애착을 갖고 관리하며 간직하는 삶의 태도를 말한다. <가볍게 산다> p.157

​  저자는 직장 상사와 함께 중요한 미팅에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야 했던 날, 커다란 가방 속에서 교통 지갑을 찾지 못해 그만 지하철을 놓치고 만다. 미팅의 결과는 불보듯 뻔하다. 그때의 당혹스러운 경험은 곧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고 작은 가방의 필요성을 깨달았다고 한다. 작은 가방에 담을 것은 유한한 인생에 담고 싶은 것이면 충분하다, 고 생각하는 저자는 가방을 작은 것으로 바꾼 후 그 가방 속에 담을 물건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하루 일과를 미리 계획해보고 그 일정에 따라 꼭 필요한 물건만 담는다. 꼭 필요하고 애정 하는 것들로만 채운 가방. 그 작은 가방을 메고 가볍게 거니는 걸음걸음은 어떨까. 생각만 해도 활력 넘친다. 작은 가방 하나가 인생에 생기를 더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현재 커리어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과거 구찌 매니저로 일했을 때의 경험을 살려 '가치 있는 물건'이 평범한 제품과 어떻게 다른지 알려준다. 직업상 '명품'을 다루었기 때문에 책에는 명품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데 흥미로운 것은 '명품'에 대한 일반적인 시각까지도 바꾸게 해주었다는 점이다. 누구나 하나쯤 소유하기를 희망하는 '과시용(?) 명품' 이 아닌 '명품에 담긴 가치' '가치 있는 물건의 품격과 그 물건을 소유한 사람의 인격과 품격'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한다.


 이런 후광은 눈에 직접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일수록 더욱 추구해야 한다. 삶이 아름다운 사람이어야 그에 어울리는 옷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이 여성들을 본받아 진정한 우아함을 갖추기 위해 매일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정말 가치 있는 옷은 그저 돈을 낸다고 입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생의 결과로, 그때까지 쌓아 올린 시간까지 몸에 걸치기  때문이다. 이것이 노후를 맞은 여성들이 지닌 멋의 정수다. <가볍게 산다>, p.142


나에게 버킨백은 단순한 고가의 가방이 아니라 꿈을 생각하게 만든 계기이자 꿈이 실현된 인생의 상징이다. 버킨백이 어울리는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은 성장을 바라는 마음이기도 하다. 가방을 실제로 구매하느냐 마느냐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나는 버킨백 덕분에 꿈을 갖게 되었지만, 당신의 계기는 무엇이든 상관없다. 정말로 가치 있는 물건에는 꿈을 받쳐주는 힘까지 담겨 있다. 지금은 손이 닿지 않지만, 언젠가 성장한 내 곁에 두고 싶은 물건을 찾아내기 바란다. 그리고 그것을 향해, 미래를 향해 한 걸음씩 착실하게 걸어나가자. <가볍게 산다>, p.146


 30대 후반의 고객 한 명이 내 생각을 바꿔놓았다. 그 고객은 언제나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로퍼를 신는 등 캐주얼한 스타일을 고수했지만, 손목에는 고급스럽고 우아한 시계를 찼다. 시계는 그 고객의 지성을 상징했다. 하루는 내가 "언제나 멋진 시계를 차시는군요"했더니, "제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새기는 물건이니까 이것만은 타협하고 싶지 않아요. 멋진 시계로 셀 수 있는 인생을 살고 싶어요."라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크게 동요했다. 그 고객에게 시계는 물건이 아니라 소중한 시간을 새기는 인생의 동반자였던 것이다. <가볍게 산다>, p.166

  저자는 이처럼 가치 있는 물건을 소유한 사람들의 인격과 품격 그리고 가치관에 대한 일화를 들려줌으로써 우아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해 양질의 물건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깨닫게 해 준다. 더불어 가치 있는 물건을 소유할만한 자격을 갖추기 위해 내면으로부터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버킨백에 관한 이야기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지금  예약하면 10년 후에나 받을 수 있다는 버킨백(Birkin bag). 지금은 예약이 끝난 것 같다. 파리에 가서 직접 예약을 해야 하고, 돈만 내면 살 수 있는 다른 가방과는 달리 이런저런 절차를 밟아야 구매할 수 있다. 가방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이미 '버킨백이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보증을 받는 셈이므로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


 10년의 기다림 끝에 버킨백을 받아 든 고객은 그 가방 속에 지나간 10년의 추억이 담겨 있다고 느끼지 않았을까. 이 고객을 보며 나도 10년 후 내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그때의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어떤 곳에서 어떤 사람과 함께 무엇을 간직하며 살고 있을까? 그러자 '40대에는 내가 동경하는 가방이 잘 어울리는 여성이 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볍게 산다>, p.145

  

 물건을 전혀 다른 시각으로 해석하게 해 준 대목이다. 우리는 수많은 물건들에 둘러싸인 채 살아가고 있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들이 아님에도 물건은 늘 넘쳐난다. 그 많은 물건들 중 나와 끈끈한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물건은 생각보다 적다. 물건과 관계를 맺는 데에도 많은 시간과 수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물건은 이것저것 많이 가질 필요가 없다. 극히 소수여도 좋으니, 정말로 나 자신에게 가치 있는 것만 간직하자. 이것이 바로 내가 주장하는 '미니멈 리치'의 철학이다. 이 얼마나 간단 명료한 해석인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물건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나의 가치와 품격까지 대변해줄 꼭 필요한 물건들만 소중히 간직하며 살고 싶어진다. 미니멀 라이프를 넘어선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 미니멈 리치를 실현하기 위해!



 


 

소중한 물건은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우는 연료와 같다. 일상을 뿌듯하게 채우고 싶다면 수선해서라도 간직하고 싶은 물건만 소유하자. <가볍게 산다>,  p.24 

  미니멈 리치에 주목한 새로운 시각의 미니멀리즘 책 <가볍게 산다>는 제목처럼 가볍고 산뜻하게 읽힌다. 읽고 나면 머리도 기분도 상쾌해진다. 물건에 둘러싸인 삶이 아닌 소수의 물건만으로도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음을 깨닫게 해 준다. 마음 같아서는 집에 있는 물건을 몽땅 내다 버리고 꼭 필요한 물건들만 채우고 싶다. 명품이 아니어도 괜찮다. 자신의 가치를 담아낼 수 있는 물건, 애정을 쏟고 오래오래 관계를 이어가고 싶은 물건, 있으나 마나 한 것이 아닌 꼭 있어야 하는 물건들과 새롭게 관계를 맺어가고 싶다. 정돈된 삶 속에서 추구할 수 있는 여유로움과 풍요로움! 가볍고 우아하게 사는 미니멈 리치에 대해 알고 싶다면 <가볍게 산다>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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