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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 튜더 클래식 03: 코기빌 마을 축제 - 코기빌 시리즈 1 타샤 튜더 클래식 3
타샤 튜더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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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같은 타샤 할머니의 동화 마을 코기빌
 - 타샤 튜더, [코기빌 마을 축제]를 읽고

 지난 겨울, 꼼짝도 하기 싫던 어느 추운 날, 창밖으로 비치는 햇살이 유난히 밝고 싱그럽게 느껴졌다. 뭔가에 홀린 듯 외투를 껴입고 밖으로 나갔다. 쌩하고 바람이 불었다. 머리카락이 제멋대로 흩날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왕 나왔으니 광합성이나 해볼 요량으로 햇볕 드는 자리를 골랐다. 도저히 바람을 맞고 서 있을 자신이 없어 뒤돌아섰는데 태양까지 등지고 말았다. 두 손과 얼굴이 금세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그만 들어가 봐야겠다’ 라고 인내심이 얼마 못 버티고 바닥을 드러내는 순간, 어디선가 따스한 기운이 감도는 듯했다. 겨울 햇살이 칼바람을 뚫고 등으로 다닥다닥 내려앉고 있었던 것이다. 한번 점화된 온기는 체온과 맞닿아 어느 정도 훈훈함을 유지시켜 주었다. 온 몸이 떨려오는데 등허리에서는 온기가 느껴지다니. 신기한 경험이었다. 겨울날, 한 줄기 햇살의 위력이 그렇게 강할 줄은 몰랐다. 마치 타샤 할머니를 처음 만난 날처럼 마음까지 따스해져왔다.

 [코기빌 마을 축제]는 [코기빌 납치 대소동]과 [코기빌의 크리스마스]로 이어지는 ‘코기빌 시리즈’ 중 첫 번째 책이다. 타샤 튜더의 대표적인 그림동화로 코기, 토끼, 고양이, 보거트 등이 함께 모여 사는 평화로운 시골마을 코기빌의 축제 풍경을 담고 있다. 주인공은 당연히 타샤 할머니가 생전에 가장 사랑했던 동물 코기다. 다리가 짧고 꼬리가 없는 여우 빛깔의 개라고 한다. 첫 장을 펼치기 전부터 독자를 반기는 것 역시 코기 가족들이다. 타샤 할머니는 50여 년 간 이 개를 길렀다고 하는데 그에 대한 애정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표정이 어찌나 천진난만하고 귀여운지 이 녀석만 보면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슬쩍 올라간다.

 어느 곳이든 불청객이 있기 마련. 코기빌 마을에도 톰캣이라는 고양이 한 마리가 말썽이다. 축제날 하이라이트로 염소 경주 대회가 열린다. 상금과 트로피가 걸려 있는 만큼 경쟁 또한 치열하다. 이 경기의 최대 라이벌은 톰캣과 칼렙이다. 칼렙은 코기를 모델로 한 브라운 가족의 사랑스런 아들로 순진무구하고 열정적인 캐릭터다. 마을 사람들 모두 축제로 들떠 있을 때 톰캣만이 우승을 위해 은밀하게 음모를 꾸민다. 칼렙은 과연 이 난관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결론을 미리 밝히면 재미없으니 이쯤에서 함구!

 [코기빌 마을 축제]는 타샤 할머니가 옛날 미국의 어느 시골 마을에서 열렸던 축제를 회상하며 쓴 작품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그림을 보면 직접 경험해본 일처럼 생동감이 넘쳐난다. 특히 축제날의 오밀조밀한 풍경은 정밀묘사처럼 세밀한데, 어느 각도에서 들여다봐도 모두가 주인공인 마냥 표정들이 살아있다. 한 발만 들여놓으면 나도 축제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풍성하게 피어오른 꽃과 푸른 나무, 유유히 흐르는 강물과 한가로이 노니는 오리들. 자연에 둘러싸인 평화로운 시골 마을로 당장 달려가고 싶어진다.
 
 이 책은 십여 분 정도면 다 읽을 수 있지만 최대한 느리게 읽어 나갔다. 세 번 정도 읽고는 그림을 따라 내용을 찬찬히 떠올려 보았다. 등장인물의 표정에 따라 즉석에서 이야기를 만들어 보기도 했다. 활자를 쫒아갈 때는 발견하지 못했던 작은 표정까지 모두 눈에 들어온다. 글을 위한 그림이 아닌,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타샤 할머니.

 할머니를 처음 만난 건 [탸샤의 특별한 날]을 통해서이다. 이 책은 1월부터 12월까지 가족과 마을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린 아이들이 직접 만들고 기르고 참여해서 선보이는 갖가지 축제들. 우리에게도 몇몇 축제가 있다. 생각해보면 직접 참가해 본 전통방식의 축제는 단 하나도 없다. 기억에 남는 거라곤 학교에서 주최하는 운동회가 전부다. 그런데 타샤 할머니는 후손들에게 자신이 어린 시절 해 오던 축제를 손수 가르쳐 주셨고 또 책으로 남기셨다. 텔레비전을 통해 축제를 이어가는 그녀의 자녀와 손주들을 본 적이 있다. 그 아이들의 어린 시절은 추억으로 가득할 것이다. 축제를 준비하는 동안 추억이 쌓이고, 그 추억 속에서 공동체 의식과 상상력을 키워나갈 것이다. 나에게는 없는 어린 시절. 내 아이에게도 없을지 모를 그 어린 시절. 책을 읽고 텔레비전을 보는 내내 부러웠다.

 그러는 동안 한 가지 목표가 생겼다. 내 아이에게는 ‘이야기’를 만들어주자고. 어른이 되어서도 추억할 수 있는 ‘이야기 거리가 있는 어린 시절’을 만들어주자고. 타샤 할머니만큼은 할 수 없겠지만 노력해 볼 생각이다. 내 아이가 자라서 혼자 지낸 시간보다 아이들과 함께 어울렸던 한 때를 떠올릴 수 있다면 좋겠다. 컴퓨터 게임보다는 자연을 가까이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 그 속에서 할 수 있는 놀이를 아이와 함께 만들어가고 싶다.

 타샤 할머니를 생각하면 마음 한 자리에 햇살이 들어차는 것만 같다. 맨발로 정원을 가꾸시던 그 느릿한 걸음과 다정한 손길이 떠오른다. 자연과 동물을 사랑한 타샤 할머니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책들. 언제 만나더라도 기분이 좋아진다. 타샤 튜더는 나에게 작가이기보다 한 사람의 ‘할머니’이다. 체구는 가녀리지만 마음만큼은 온 세상을 다 품고도 남을만한 분. 할머니가 만들어준 코기빌 마을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제 이 마을에서 어떤 납치 소동이 벌어질지, 크리스마스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기대된다. 얼른 다음 책들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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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마음으로 찍은 풍경 - 문인 29人의 춘천연가, 문학동네 산문집
박찬일 외 엮음, 박진호 사진 / 문학동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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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추억할만한 도시가 있었으면 좋겠다
-박찬일 외 [춘천, 마음으로 찍은 풍경]을 읽고

 누군가 인연을 마무리한 자리에서 당신은 새로운 인연을 시작하겠지요.
 누군가 함박웃음을 터트렸던 곳에서 당신은 깊은 슬픔을 토해내겠지요.

 가고 옴이 정해져 있지 않은 곳. 사랑과 이별, 기쁨과 슬픔, 희망과 좌절을 일정한 비율로 나눌 수 없는 곳. 도시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쉴 새 없이 받아들이고 또 흘려보낸다. 사연이 만들어지고 쌓이고 묻히고, 또 다른 사연이 생겨나는 동안 도시는 차츰 변해간다. 어떤 도시든 하나의 이미지로 단정 지을 수 없다. 같은 곳에 살아도 같은 일을 경험해도 사람은 수십 개의 퍼즐 조각 중 자신에게 들어맞는 오직 한 조각만을 마음에 새기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그리움, 누군가에게는 아픔, 누군가에게는 환희의 순간으로 기억되는 ‘도시’라는 이름. 도시는 그 곳에 살고 있거나 혹은 스쳐지나간 사람들 모두의 이야기를 그러안은 채 오랜 비밀을 지켜내느라 때로는 의뭉스럽고 때로는 신비롭기까지 하다. 춘천 역시 그러한 곳!

 [춘천, 마음으로 찍은 풍경]은 스물아홉 명의 문인들이 써내려간 스물아홉 가지의 춘천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문인들은 춘천(혹은 강원도)에서 태어났거나, 춘천을 스쳐지나갔거나, 한때 춘천에 살았거나, 현재 춘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한 자리에 다 모이기조차 힘들 것 같은 저명한 문인들이 오직 ‘춘천’만을 생각하며 한 권의 책으로 만나게 된 것은 춘천시청의 제안 때문이다. 언뜻 생각하기에 시청이 춘천에 관한 책을 기획하고 문인들에게 제안한다는 것은 보통의 시청다운(?) 발상과는 거리가 먼 듯하다. 그러나 찬찬히 되짚어보면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수많은 문인을 배출한 고향이 ‘춘천’이고, 수많은 문인이 제2의 고향으로 삼은 곳 또한 '춘천'이다. 바로 ‘춘천’이기에 가능한 일인 것이다.

 춘천하면 낭만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 춘천을 노래하는 대중가요를 듣고 자란 탓이기도 하거니와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는 봄기운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시청에서 이 같은 프로젝트를 기획했다는 것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대체 춘천에 스며있는 자부심과 대중성이 어느 정도이기에 책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려는 것일까.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을 것 같은 도시 춘천은 스물아홉 명의 문인을 만나 비로소 그 은밀하고 농도 깊은 속내를 보여주기 시작한다.

 이 책은 대부분 회상에 근거하고 있다. 젊은 날의 꿈과 낭만, 사랑의 환상과 추억을 노래한다. 때로는 죽음과 같은 고통과 억압 회한이 쓸쓸하게 그려지기도 한다. 춘천은 아무 자리에서나 쉽게 털어놓을 수 없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추억(p.82)’의 집결체다. '팬터마임처럼 말하지 않아도 수많은 의미를 쏟아내(p.317)'는가 하면, ‘천년을 산 것보다 더 많은 추억(p.269)’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문학의 원천이 되고 정서를 키워낸 곳. 겉모습은 변해가지만 한 번 기록된 추억은 ‘언제나 진행형(P.51)'이기에 수많은 문인들이 춘천을 떠올리고 춘천에 머무르기를 원하는 것이 아닐런지.

 춘천에 대한 추억담을 따라 거닐어 보았다면, 익숙한 지명을 따라 책장을 넘겨보는 것도 잊지 말자. 이 책에는 한 번쯤 들어봄직한 유명한 곳이 많이 등장한다. 더불어 지금은 사라져버린 서점과 다방, 지금까지도 유명세를 이어오고 있는 레스토랑과 카페,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꼭 한 번 가볼만한 곳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특히 청춘의 보금자리, 낭만의 근원지 역할을 했던 ‘전원다방’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내가 대학시절을 보낸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에는 찾아볼 수 없는 풍경이라 부럽기까지 하다. 청춘의 별 볼일 없음과 가난함까지도 보듬어주던 ‘그곳’들은 차츰 개인의 놀이를 담당하는 소위 ‘방’문화(노래방, PC방, 비디오 DVD방 등)로 변모해 왔다. 오래 추억할만한 낭만보다는 일회성으로 그칠 흥미만을 제공하는 셈이다. 이런 문화적 차이 때문일까. 생각해보면 우리 세대는 동시대적인 공감이 부족한 것도 같다.

 공지천과 팔호광장, 소양호, 청평사, 실레마을, 문배마을도 기억에 남는다. 그중에서도 춘천에 가게 되면 꼭 한 번 찾아가고 싶은 곳이 생겼다. 바로 효자1동 신동아아파트 옆에 위치하고 있다는 ‘담 작은 도서관’. 이곳은 보통의 도서관처럼 책을 진열하는데 치중하기보다 아이들의 꿈과 상상력을 키워줄 디자인 요소를 도입했다고 한다. 단순히 책만 읽는 공간이 아니라 책을 통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곳! 어린이 도서관이긴 하지만 그 곳에 가면 어린 시절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르던 나의 꿈과도 만나게 될 것 같아 설렌다.

 [춘천, 마음으로 찍은 풍경]은 제목에서부터 시(詩)적 이미지가 느껴진다. 본문에 들어서면 한 번쯤 각 소제목의 배열을 눈여겨보자. 마치 시가 흐르듯 마음속으로 제목이 흘러들 것만 같다. 문인들의 글귀 역시 춘천과 맞닿으니 한층 더 깊고 풍부해진 느낌이다. 감상적인 문장들을 따라 밑줄 긋다보면 어느새 이야기가 끝나버린다. 이 책은 기획에서부터 출판까지 시간이 그리 넉넉지 않았다고 한다. 사진을 담당한 박진호 작가의 말처럼 사계절을 모두 담아내지 못했지만, 춘천하면 떠오르는 아련한 물안개 같은 고즈넉함이 사진 곳곳에서 묻어난다.
 
 스물아홉 명의 문인을 따라 추억을 거니는 동안 춘천의 거리와 건물들이 친숙한 실체처럼 다가옴을 느낀다. 이 책은 나를 춘천으로 떠나고 싶게 만든다. 훗날 추억할 수 있는 도시를 하나쯤 갖고 싶게 만든다.

 하나의 이미지로 규정할 수 없는 도시 그리고 사람들. 오늘을 사는 우리의 이야기, 우리를 지탱해온 이야기가 이 책 속에 담겨 있다. 나의 사연과 당신의 사연이 더해져 도시는 오늘도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당신이 살고 있는 도시에 어떤 이야기가 기록되기를 바라는가. 오늘, 당신이 추억을 만들어가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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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프리카에 탐닉한다 작은 탐닉 시리즈 5
정환정 지음 / 갤리온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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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새로운 만남에 탐닉하다
- 정환정, [나는 아프리카에 탐닉한다]

: <탐닉> 어떤 일을 몹시 즐겨서 거기에 빠짐.

 ‘탐닉’, 이 얼마나 탐닉스러운 단어인가? 여기서 ‘탐닉스럽다’란 습관, 집착, 몰래보기 혹은 몰래하기 등과는 상반되는 개념으로 흥분과 설렘을 동반하는 상당히 흡입력 있는 느낌의 단어. 어떤 계기로 인해 스스로도 미처 깨닫지 못했던 내면의 호기심이 발동하여 특정분야에 관심을 표출하게 되는 다분히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의미를 지닌다. 이 시대엔 탐닉할 수 있는 대상을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차별화된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다. 바로 ‘탐닉 시리즈’의 주인공이 되는 것처럼.

 인기 있는 블로거들의 글을 ‘탐닉’이라는 주제로 엮어 내고 있는 갤리온의 ‘탐닉 시리즈’ 는 나에게 새로운 세계에 눈뜨게 해 준 고마운 책이다. ‘어느 것부터 골라 읽어 볼까’ 하는 즐거운 고민 끝에 [나는 아프리카에 탐닉한다]를 제일 먼저 집어 들었다.

사람들은 왜 여행을 떠날까?

 여행을 다녀오기 전까지는 몰랐다.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는지. 세상엔 참 배부른(?) 부류의 사람들이 많구나, 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물론 눈치백단 직장생활로 살뜰히 모아온 돈을 여행을 위해 투자하고, 돌아오면 또 다른 여행을 계획하며 기꺼이 눈치보기를 다시 시작하는 소시민형 여행 마니아들껜 미안한 발언이지만- 오랜 기다림과 준비 끝에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온 후 깨달았다. 곧, 반드시, 다시 떠나고야 말리라고!

  여행은 ‘훌쩍, 다녀온다’라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복잡다단한 의미를 담고 있다. 어떤 일이 펼쳐질지,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될 지, 그 지역의 위험요소나 흥밋거리가 무엇인지 일일이 알 수는 없지만 여행지에 모인 사람들은 함께 있다는 이유만으로 하나의 새로운 공동운명체를 형성하게 된다. 말보다 느낌이 먼저 통하고, 눈빛으로 서로의 마음을 읽게 되며, 국적과 성별을 초월하게 되는 참으로 불가사의한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저자가 보여주는 아프리카에도 천혜의 대자연과 다큐멘터리에서 봐오던 진귀한 동물들이 등장한다. 그래도 그 중심에는 어김없이 사람이 있다. 자신들만의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벗어던지고 관광객을 상대로 돈을 버는 원주민을 보며 상술에 길들여졌다고 씁쓸해하는 건 어쩌면 오만한 편견은 아닐까. 그들은 자신의 영혼을 판 대가로 이 생의 삶을 부지런히 이어가고 있는 것뿐인데 말이다. -아프리카에 가면 사진을 찍으라는 듯 포즈를 취하는 사람들을 더러 만나게 된다는데, 응당 대가를 치뤄야 한단다. ‘당했구나!’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들에게는 영혼을 판(사진을 찍으면 영혼이 빠져 나간다고 오래전부터 믿고 있음) 대가이니 그냥 한 번 호탕하게 웃어넘기며 값을 치르는 것도 손해 보는 일만은 아닐 듯 싶다.

 그렇게 값나가는(?) 사진을 카메라에 담으며, 세계 곳곳에서 몰려든 사람들과 뜨거운 우정을 나누고,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만 봐오던 평면 영상을 바로 눈앞에서 입체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는 것, 여행은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생생한 감동이다.

 당신에게 아프리카란?

 요즘 나는 태어나 한 번 가볼까 말까 한 아프리카에 흠뻑 빠져있다. 왜, 라고 묻는다면 선뜻 답이 떠오르질 않는다. 수학문제처럼 정해진 해답이 없기에, 내 안에 무수한 질문을 던지게 만들기에 ‘아프리카’는 동경할 수 밖에 없는 대상이다. 기나긴 비행시간, 타는 듯한 무더위와 목마름, 조악한 생필품과 청결하지 못한 숙소, 언제 출몰할지 모르는 맹수들… 아프리카로 떠나지 못할 이유를 대라면 숨 쉴 틈 없이 말할 수 있지만, 그것이 바로 아프리카로 떠나고픈 이유가 되기도 한다.

 저자가 보여준 바다는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뜨거운 아프리카에 한 줄기 단비를 내려주는 듯했다. 태양만큼이나 정열적인 그들만의 절대색감과 절로 흥을 돋우는 리듬감각에 감탄사가 쏟아져 나온다. 아프리카에 형형색색의 칼라를 부여해준 저자의 순간 포착 능력에 감사하며, 미지의 땅에 대한 목마름을 잠시나마 잊어본다.

 여행에세이를 따라가다 보면 가끔 실망도 하게 된다. 하지만, 기억하시라! 이 에세이들은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과 개성, 문체, 감정 등을 싣고 있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라는 사실을. 고로, 나에게 맞고 안 맞고는 논할 문제가 아니다. 가만히 저자의 여행 경로를 따라가면서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하면 된다. 누군가의 일기를 훔쳐보면서 ‘이건 맞다, 이건 아니다’ 라고 평가하지 않듯 이 책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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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썸 토탈 아이 퍼펙터] 체험단 당첨자 발표

http://blog.aladin.co.kr/trackback/mybeauty/2590253 

안녕하세요. 알라딘 화장품팀입니다.

베리썸 토탈 아이 퍼펙터 체험단에 응모해주신 고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당첨되신 고객님들께서는 2월 19일까지 다음 항목을..
본 당첨자 발표란 하단에 "비밀댓글" 로 설정하여 코멘트 남겨주세요~
2월 22일 이내 제품 받아보실 수 있도록 발송해드리겠습니다.

댓글에 적어주실 항목 : 알라딘 이메일 계정 / 수취인 이름 / 주소 / 연락처

당첨되신 고객님들 축하드립니다. ^^
그리고 주의해 주실 점!

1. 체험단 상품 수령하신 후에는 꼭 사용해보시고 수령 2주 이내에 마이리뷰를 올려주세요!

추후 이벤트 당첨자 선정시 제외되실 수 있습니다~

2. 꼭 정해진 날짜를 지켜 수령지 정보를 남겨주세요~

기간이 지나면 체험단 상품을 보내드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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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호의 황홀한 여행
박종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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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사는 나라, 이탈리아
-박종호,[박종호의 황홀한 여행]을 읽고

 세계 곳곳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만 살아갈 것 같은 이탈리아의 도시들!
 로마, 베네치아, 피렌체, 나폴리, 피사, 밀라노 등 이름만 들어도 도시 자체가 나라로 기억될 만큼 유명한 곳이 많은 이탈리아. 그 곳 현지인들은 꿈같은 이 도시에서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황홀한 여행』을 처음 접했을 때, 제목이 좀 밋밋하다 생각했다. ‘황홀’이라, 이 얼마나 주관적이고 감상적인 단어던가? 허풍과 과장이 살짝 가미된 듯 멋없는 이 단어가 서서히 달아오르는 온돌처럼 나를 달뜨게 할 줄은 미처 몰랐다. 과장도 포장도 없다. 이 책에는 오로지 이탈리아에 대한 감격스러운 마음과 진심어린 사랑이 있을 뿐이다.

 15년 동안 20여 차례나 이탈리아 여행길에 오른 박종호. 대체 뭐하는 사람이길래, 어떤 이유로 이탈리아에 이토록 집착하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직업은 정신과 의사. 이력을 살펴보니 음악평론가 겸 오페라 평론가로 음악과 관련한 책을 이미 여섯 권이나 출판한 작가이기도 했다. 불쑥 선입견이 고개를 든다. 서점에 즐비한 여러 여행서적처럼 『황홀한 여행』역시 지나친 감상과 들뜬 마음만 가득한 그저 그런 책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런 우려를 보기 좋게 무너뜨린 건 이탈리아에 대한 저자의 남다른 사랑이었다. 그에게 이탈리아는 죽은 후 묻히고 싶은 나라, 아니 그렇게 될 나라다.

 나는 내가 죽거든 유골을 베네치아 앞 바다, 아름다운 아드리아 해에 뿌려달라고, 그때마다 내 곁에 있는 사람에게 말해두곤 한다. 그것은 나의 유일한 유언이며 지금 내가 바라는 마지막 사치이다. 지상에 왔던 흔적 같은 것은 필요 없다. 다만 내 영혼이 아드리아 해에 누워서 그 핑크색 가로등의 고독을 계속 음미하고 싶을 뿐이다. (p.67)

 기존에 출판된 여행서적 중에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그에 반해『황홀한 여행』은 예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의 이력을 통해 이미 짐작할 수 있듯 어느 곳을 펼쳐 읽더라도 예술에 대한 지식과 정보로 가득하다. 단 몇 번의 방문으로 느낄 수 있는 감탄을 넘어 도시 곳곳의 매력과 고대의 예술혼을 낱낱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까지 더해져 읽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이런 그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이탈리아 속으로 흠뻑 빠져들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같은 곳을 15년 동안 무려 20여 차례나 여행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탈리아를 이처럼 자주 찾게 된 배경에는 어린 시절 저자가 접했던 음악, 미술, 영화, 책 등 예술에 대한 동경 때문이다. 꿈에 그리던 이탈리아를 여행사의 상품으로 처음 접하고 깊은 실망감에 빠졌다는 박종호 작가. 그때부터 그는 가이드 없는 혼자만의 여행을 철저히 준비해왔고, 이탈리아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섭렵했다고 한다. 이 말은 허언이 아니다. 저자는 차근히 쌓아올린 내공을 책 속에 고스란히 담고 있다. 덕분에 독자는 앉은 자리에서 이탈리아 도시 곳곳의 역사와 오늘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행운을 만나게 된다.

 산마르코 광장의 300년도 더 된 카페에 앉아 그 옛날 바그너가 바라보던 풍경을 똑같이 볼 수 있다면, 카사노바가 투옥 중에도 간절히 맛보고 싶어 하던 플로리안 카페의 아라비카 커피를 직접 혀끝으로 느낄 수 있다면……. 이런 짜릿한 상상이 현실이 되는 곳, 이탈리아는 고대 예술가들의 걸음걸음을 그대로 따라가 볼 수 있는 감격 그 자체인 것이다.

  그 사이를 걸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세련되지도 않고 부유해 보이지도 않으며 키가 크지도 않고 많이 배운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그런데 무엇이 나를 주눅들게 하는가? 그들의 배경이다. 그들은 남루하고, 때로 버릇없고 종종 시끄럽지만, 조상들이 만든 이 도시는 그들로 하여금 가슴을 펴고 걷게 만든다.(p.181)

  우연히 발걸음을 옮겼다가 나머지 일정은 모두 취소한 채 며칠씩 한 마을에 머물러 버린다. 작곡가 푸치니를 만나기 위해 택시기사도 잘 모르는 작은 마을을 찾아 무작정 달려가 본다. 현지인조차 운전하기를 꺼려하는 코스티에라 아말피타나의 아찔한 도로를 직접 운전하다 뒤늦게 후회하기도 한다.

 그렇게 15년의 세월이 쌓이는 동안 이탈리아는 저자의 가슴 속으로 알알이 박혀 들어와 그를 살게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되어 버렸다. 여행사를 통한 여행에서는 도저히 경험할 수 없는 세밀한 부분까지 눈 귀 머리 가슴은 모두 기억한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이탈리아를 떠올리는 저자의 마음이 얼마나 황홀한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의 제목이『황홀한 여행』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황홀’이란 단어가 얼마나 생생한 황홀경을 담고 있는지 이제서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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