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프리카에 탐닉한다 작은 탐닉 시리즈 5
정환정 지음 / 갤리온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여행, 새로운 만남에 탐닉하다
- 정환정, [나는 아프리카에 탐닉한다]

: <탐닉> 어떤 일을 몹시 즐겨서 거기에 빠짐.

 ‘탐닉’, 이 얼마나 탐닉스러운 단어인가? 여기서 ‘탐닉스럽다’란 습관, 집착, 몰래보기 혹은 몰래하기 등과는 상반되는 개념으로 흥분과 설렘을 동반하는 상당히 흡입력 있는 느낌의 단어. 어떤 계기로 인해 스스로도 미처 깨닫지 못했던 내면의 호기심이 발동하여 특정분야에 관심을 표출하게 되는 다분히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의미를 지닌다. 이 시대엔 탐닉할 수 있는 대상을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차별화된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다. 바로 ‘탐닉 시리즈’의 주인공이 되는 것처럼.

 인기 있는 블로거들의 글을 ‘탐닉’이라는 주제로 엮어 내고 있는 갤리온의 ‘탐닉 시리즈’ 는 나에게 새로운 세계에 눈뜨게 해 준 고마운 책이다. ‘어느 것부터 골라 읽어 볼까’ 하는 즐거운 고민 끝에 [나는 아프리카에 탐닉한다]를 제일 먼저 집어 들었다.

사람들은 왜 여행을 떠날까?

 여행을 다녀오기 전까지는 몰랐다.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는지. 세상엔 참 배부른(?) 부류의 사람들이 많구나, 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물론 눈치백단 직장생활로 살뜰히 모아온 돈을 여행을 위해 투자하고, 돌아오면 또 다른 여행을 계획하며 기꺼이 눈치보기를 다시 시작하는 소시민형 여행 마니아들껜 미안한 발언이지만- 오랜 기다림과 준비 끝에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온 후 깨달았다. 곧, 반드시, 다시 떠나고야 말리라고!

  여행은 ‘훌쩍, 다녀온다’라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복잡다단한 의미를 담고 있다. 어떤 일이 펼쳐질지,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될 지, 그 지역의 위험요소나 흥밋거리가 무엇인지 일일이 알 수는 없지만 여행지에 모인 사람들은 함께 있다는 이유만으로 하나의 새로운 공동운명체를 형성하게 된다. 말보다 느낌이 먼저 통하고, 눈빛으로 서로의 마음을 읽게 되며, 국적과 성별을 초월하게 되는 참으로 불가사의한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저자가 보여주는 아프리카에도 천혜의 대자연과 다큐멘터리에서 봐오던 진귀한 동물들이 등장한다. 그래도 그 중심에는 어김없이 사람이 있다. 자신들만의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벗어던지고 관광객을 상대로 돈을 버는 원주민을 보며 상술에 길들여졌다고 씁쓸해하는 건 어쩌면 오만한 편견은 아닐까. 그들은 자신의 영혼을 판 대가로 이 생의 삶을 부지런히 이어가고 있는 것뿐인데 말이다. -아프리카에 가면 사진을 찍으라는 듯 포즈를 취하는 사람들을 더러 만나게 된다는데, 응당 대가를 치뤄야 한단다. ‘당했구나!’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들에게는 영혼을 판(사진을 찍으면 영혼이 빠져 나간다고 오래전부터 믿고 있음) 대가이니 그냥 한 번 호탕하게 웃어넘기며 값을 치르는 것도 손해 보는 일만은 아닐 듯 싶다.

 그렇게 값나가는(?) 사진을 카메라에 담으며, 세계 곳곳에서 몰려든 사람들과 뜨거운 우정을 나누고,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만 봐오던 평면 영상을 바로 눈앞에서 입체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는 것, 여행은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생생한 감동이다.

 당신에게 아프리카란?

 요즘 나는 태어나 한 번 가볼까 말까 한 아프리카에 흠뻑 빠져있다. 왜, 라고 묻는다면 선뜻 답이 떠오르질 않는다. 수학문제처럼 정해진 해답이 없기에, 내 안에 무수한 질문을 던지게 만들기에 ‘아프리카’는 동경할 수 밖에 없는 대상이다. 기나긴 비행시간, 타는 듯한 무더위와 목마름, 조악한 생필품과 청결하지 못한 숙소, 언제 출몰할지 모르는 맹수들… 아프리카로 떠나지 못할 이유를 대라면 숨 쉴 틈 없이 말할 수 있지만, 그것이 바로 아프리카로 떠나고픈 이유가 되기도 한다.

 저자가 보여준 바다는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뜨거운 아프리카에 한 줄기 단비를 내려주는 듯했다. 태양만큼이나 정열적인 그들만의 절대색감과 절로 흥을 돋우는 리듬감각에 감탄사가 쏟아져 나온다. 아프리카에 형형색색의 칼라를 부여해준 저자의 순간 포착 능력에 감사하며, 미지의 땅에 대한 목마름을 잠시나마 잊어본다.

 여행에세이를 따라가다 보면 가끔 실망도 하게 된다. 하지만, 기억하시라! 이 에세이들은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과 개성, 문체, 감정 등을 싣고 있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라는 사실을. 고로, 나에게 맞고 안 맞고는 논할 문제가 아니다. 가만히 저자의 여행 경로를 따라가면서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하면 된다. 누군가의 일기를 훔쳐보면서 ‘이건 맞다, 이건 아니다’ 라고 평가하지 않듯 이 책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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