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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탄생 (양장) - 젊음의 업그레이드를 약속하는 창조지성
이어령 지음 / 생각의나무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왜, 젊음을 업그레이드해야 하는가
- 이어령, [젊음의 탄생]을 읽고
배우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껴본 적이 있었던가? 있었던 것 같다. 처음으로 한글을 깨우칠 때는 세상이 달라보였을 것이다. 고요하던 세계가 일제히 말을 걸어오듯 눈과 귀가 소란스러웠을 것이다. 호기심에 질문도 많이 했을 것이다. 답을 얻었거나 얻지 못했거나 한 번 생긴 궁금증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으리라. 알아갈수록 세상은 점점 더 흥미진진한 탐험의 대상으로 바뀌어 간다. 짐작건대, 나는 분명 그러한 시기를 지나왔을 것이다.
이어령 작가는 [젊음의 탄생]에서 아홉 개의 매직카드를 이용해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청년상’을 제시하고 있다. 책을 읽기 전 늘 하던 습관대로 목차부터 살펴보았다. 어려웠다. 제시된 아홉 장의 카드는 생소했고, 한자어와 신조어도 한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목차 훑어보기를 그만두고 첫 장을 펼쳤다. 그때부터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이 책은 자칫 어려울 수 있는 ‘젊음의 업그레이드를 약속하는 창조지성 9’ 라는 주제를 수많은 예시를 통해 알아듣기 쉽게 알려주고 있다. 일일이 언급하기에는 담아야 할 내용이 방대하므로 핵심적인 아홉 가지 카드에 대해서만 정리를 해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 카드는 카니자 삼각형(Kanizsa Triangle)이다. 이것은 실재하지 않지만 뇌와 마음을 통해 보여지는 가상공간의 삼각형을 말한다. 상상력에 의해 탄생하는 이 공간은 개인이 활용하기 나름이다. 우리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남이 시키는 대로(타율)만 살아가다보면 타인에 의존한 소극적인 삶을 살기 쉽다. 젊은이라면 자유 의지(자율)에 따라 추진력을 갖고 가능성을 향해 높이 날아올라야 한다. 목표를 향해 더 즐겁고 신명나게 창조지성의 날개를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가상의 공간을 잘 활용해야 한다.
두 번째 카드는 물음느낌표(interrobang)다. 물음 느낌표란 물음표안에 느낌표가 자리한 것으로 생각과 행동을 하나로 합쳐 창조적 지성에 도달하라는 의미이다. 질문만 늘어놓다보면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행동으로 옮기지 못해 낭패를 볼 수가 있다. 젊은이라면 끊임없이 질문하되 감동받은 것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결단력을 길러야 한다.
세 번째 카드는 개미의 동선(Ant's Trace)이다. 개미는 먹이를 찾기 위해 사방팔방 헤매고 다닌다. 그 동선을 따라가 보면 방향성 없이 어지럽게 뒤엉켜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먹이를 찾은 개미는 곧장 집으로 돌아간다. 어느 곳에 있든 집에 이르는 최단거리 직선코스를 알아낸다고 한다. 돌아가는 길에는 페르몬을 뿌려 다른 개미들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즉각 집으로 돌아올 수 있게 만든다고 한다.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자연현상을 가만히 관찰해 보면 그 속에 해답이 들어 있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젊은이들도 이 개미처럼 원하는 것을 찾을 때까지 끊임없이 탐색을 해야 한다. 열정을 갖고 탐구하고 노력하다 보면 우연 속에서 운명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자신을 어지럽히는 수많은 잡음 속에서도 올곧은 방향을 찾게 되는 것이다.
네 번째 카드는 오리-토끼(Duck-Rabbit Illusion)로 일명 ‘애매도형’ 혹은 ‘다의도형’으로 불린다. 이 카드 한 면에 오리와 토끼 그림이 모두 들어있다. 하지만 오리라고 인지하게 되면 토끼의 모습은 사라지고, 토끼라고 인지하게 되면 오리의 모습은 사라진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당장 점심 메뉴부터 고민을 해야 한다. 퇴근 후 친구와 약속을 잡을 것인지, 곧장 집으로 향할 것인지,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과감히 사표를 던질 것인지, 현 직장에서 눈치껏 살아남을 것인지. 선택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인생을 뒤흔드는 중대한 문제에 이르기까지 한 순간도 주저할 틈을 주지 않는다. 저자는 이제 이 같은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이냐 저것이냐’가 아닌 ‘이것도 저것도’의 ‘균형’과 ‘융합’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양면성을 인정할 때 나아가야할 방향을 설정할 수 있고, 모두가 만족할만한 합일점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다섯 번째 카드는 매시 업(Mash card)이다. 매시 업은 원래 음악 용어로 다른 장르에 속한 두 개의 노래를 혼합한 새로운 곡을 의미한다. 이 카드를 제시한 이유는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장르간의 벽을 허물고,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만한 크로스오버를 연출하라는 것이다. 이미 세계는 통합과 융합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그 속에서 새로운 가치가 싹트고 있다. 지금 당장 그 싹을 틔울 수도 있다. 어디에도 벽은 없다. 경계를 넘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개인과 사회 나아가 시대의 흐름까지 바꿔놓을 수 있다. 누가 이 같은 일을 해낼 수 있는가. 바로 젊은이들이다.
여섯 번째 카드는 연필의 여섯모꼴(Hexagon)이다. 연필의 단면을 상징하는 이 카드는 벌집 모양과 동일하다. 최소의 재료로 최대의 면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육각형. 사람은 세모, 네모, 동그라미 등 무수한 시행착오 끝에 비로소 육각형의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구조를 발견해냈다. 반면, 벌은 인류가 시작되기 수십 만 년 전부터 이미 육각형의 구조를 알고 있었다. 순전히 본능에 의해서. 우리는 자라오면서 자연을 ‘보호’의 대상으로 인식하도록 교육받아왔다. 끊임없이 ‘보호’만을 외쳤지, 자연을 통해 무언가를 배우려는 노력은 게을리 한 것 같다. 이제 생명과 자연으로부터 지혜를 빌려와야 한다. 더 이상 ‘보호’가 아닌 ‘학습’의 대상으로 자연을 대해야 한다. 연필 끝에 달린 지우개를 이용하듯 경직된 사고에서 벗어나 유연한 사고를 꾀해야 하는 것이다.
일곱 번째 카드는 빈칸 메우기(Blank)이다. 우리의 인생은 빈칸을 채워나가는 것과 닮아 있다. 사람이면 누구나 완벽하지 않다. 가진 것이 없거나 일부만을 가졌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총동원해야 한다. 결핍은 동기부여와 목표의식을 심어준다. 목표는 창조력의 근원이 된다.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빈칸을 개인의 사사로운 이득보다는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감’의 차원에서 채우려 노력해야 한다. 여백의 무한한 가능성을 독창적으로 채워나간다면 차별화를 실현할 수 있다.
여덟 번째 카드는 지(知)의 피라미드(Knowledge Pyramid)다. 지(知)-호(好)-락(樂) 즉 ‘아는 자와 좋아하는 자 그리고 즐기는 자 중 제일은 즐기는 자’라는 논리다. 하루를 살더라도 생동감 있게 살기 위해서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야 한다. 진정으로 즐기는 자만이 정상에 등극할 수 있다. 넘버원을 뛰어넘는 온리원, 프로를 넘어선 그레이트 아마추어가 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아마추어란 ‘사랑하다’라는 라틴어에서 유래. 원래는 수준이나 기량의 측면이 아닌 일을 대하는 태도를 의미함.) 오늘 날, 즐기는 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소프트파워, 공감 네트워크로 이어지는 길은 열려 있다. 그 위에서 마음껏 소통을 꿈꾸면 된다.
마지막 아홉 번째 카드는 둥근 별 뿔난 별(Form of stars)이다. 현재 그 경계와 출처가 모호하지만 원래 동양과 서양의 별모양은 서로 달랐다고 한다. 자세히 따지고 들어가 보면 완벽하게 다르지도 않다. 서로 간에 합일점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은 로컬과 글로벌이 공존하는 시대가 되었다. 어떤 것도 로컬 차원에서 단정 지을 수 없다. 모든 일은 시대와 세대를 거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변화의 속도는 앞으로 점점 더 빨라질 것이다. 로컬에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융합을 시도해야 한다. 지오컬쳐, 글로컬리즘을 통해 세계를 향해 뻗어가는 창조지성이 되어야 한다.
[젊음의 탄생]을 통해 ‘배움’이 즐거운 일임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처음 한글을 깨치며 세상을 알아갈 때의 호기심처럼 여전히 배워야 할 것이 많은 세상에 호기심이 생긴다. 배워가는 것의 즐거움, 알아가는 것의 즐거움을 얼마 만에 느껴본 것일까. (이제 즐기는 즐거움을 터득해야할 차례다.)
이어령 작가는 이 책의 독자를 ‘대학생’으로 한정하고 있지만, 어느 누가 읽더라도 가슴이 두근거릴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 정보를 전달받는 것이 아니라 깨달음을 얻게 된다. 고개를 갸웃거릴 만큼 어렵고 딱딱한 이야기지만 사실 그런 대목은 얼마 없다. 과장을 조금 더하면 순간순간 깨달음의 탄성이 터져 나온다. 왜, 젊음을 업그레이드해야 하는지 큰 흐름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책 말미에는 아홉 장의 카드에 대한 개념이 정리되어 있어 이해를 돕는다. 나의 옹졸한 시선으로 정리해본 위의 내용이 이 책의 진가를 발견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책에는 아홉 장의 카드에 담긴 이야기보다 훨씬 더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내용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읽는 내내 정신이 번쩍 드는 이유는 이러한 수많은 예들과 마주하기 때문이다. 깨달음이 당신의 마음과 정신을 연속적으로 강타할지 모르니 주의하시길!